순간 정훈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떨리는 손가락으로 진단서를 꽉 쥐고서 여러 번 훑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믿어지지 않은 표정이었다.심지어 지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붉어진 눈시울로 지시하듯 말했다.“읽어!”정훈의 그러한 모습에 지현은 잔뜩 겁에 질린 모습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3개월 된... 아이를... 유... 유산...”정훈은 진단서를 산산조각내면서 울분을 참으면서 나한테 소리를 질렀다.“사실 아니지? 거짓말이지? 그렇지?”“3개월 된 아이를! 소이현! 너 진짜!”윽박지르던 정훈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러한 정훈의 모습이 난 그냥 가소롭기만 하여 바로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바로 그때 정훈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나를 확 끌어안아버렸다.흩으러진 호흡은 불안하고 초조한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이현아, 가지마.”“이혼도 절대 안 돼.”“아이 지우지 않았지? 그렇지?”정훈의 목소리가 메우리 치기 시작했고 분노에서 서서히 두려움으로 두려움에서 애원으로 변해버렸다.“이현아, 제발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더 이상 할 말이 뭐가 있는지...난 다만 정훈의 요구대로 했을 뿐이고 양자택일에서 선택을 했을 뿐인데, 정작 출제자는 나의 답이 싫다고 한다.이제 와서 세상 다감한 척, 나를 위하는 척, 아이를 원하는 척 하고 있으니 가소로울 지경이다.난 그의 품에서 발버둥치면서 벗어났고 캐리어를 끌고서 나가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정훈은 경비에게 별장 전체의 비밀번호를 고치라고 지시를 내렸다.거의 미친 사람처럼 집안의 모든 도우미에게 지시를 내렸다.내가 떠날 수 없도록.“이현아, 넌 평생 내 곁에 있어야 할 거야. 아니, 꼭 그래야만 해.”“이정훈, 너 지금 나 감금이라도 하겠다는 거야?”난 두 눈을 부릅뜨고 그에게 물었다.정훈은 입술을 사리물고서 묵인했다.“이현아, 여긴 우리 집이야. 우리 둘만의 집이라고 그러니 여기에 있어. 그러면 안 돼?”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지현은 화가 잔뜩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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