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별장.허강준이 거실로 들어서자 가정부가 마중 나와 외투를 건네받았다. 그러고 나서 나긋한 목소리로 오늘의 날씨, 실내 온도와 습도, 이모가 만들어놓은 반찬까지 일일이 보고했다.지금까지 특이 사항은 없었다.그러나 2층으로 올라가 손을 씻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텅텅 빈 선반을 발견했다.예를 들면 평소에 손을 씻을 때 자주 사용하던 핸드워시는 심지유가 사다 놓은 솔향이 나는 제품인데 워낙 좋아하서 무조건 써야 한다며 강요까지 했다.하지만 지금은 감쪽같이 사라졌다.핸드워시 뿐만 아니라 헤어, 바디 케어 제품으로 가득했던 선반도 휑했고 남성용 바디워시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커다란 몸집의 남자는 우두커니 서서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제야 집에 있던 심지유의 물건이 전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상황을 인지하고 나서 그는 안수희를 불러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안수희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대답했다.“지유 씨가 자기 물건은 다 챙기고 집을 나갔어요.”허강준의 입이 한일자로 닫혀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언제요?”“일주일 전이요.”바로 호텔에서 실랑이를 벌였던 다음 날이지 않은가?다시 말해서 그날 밤에 강동시로 돌아와 짐을 쌌다는 뜻인데...간덩이가 부었을뿐더러 이제 겁도 상실한 건가?꿈쩍도 안 하고 아무 말 없이 싸늘한 기운만 내뿜는 남자를 보며 안수희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허강준은 휴대폰을 꺼내 힐긋 쳐다보았고 지금까지 단 한 통의 연락도 못 받았다.그동안 일주일 넘게 토라진 적도 있어서 사실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이번에는 화가 단단히 난 듯싶었다.방황하던 손가락이 화면에 뜬 누군가의 이름에서 우뚝 멈췄다.안수희는 몰래 허강준의 안색을 살피며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대표님, 지유 씨한테 연락해서 좀 달래주는 건 어떠세요?”비록 기분을 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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