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알겠다.”심지유는 이제야 깨달았다는 표정이었다.“임 비서님은 나이가 있으니 외모도 한물가서 기회가 없나 봐요.”나이는 임소정의 아픈 곳이었다.서른 살, 허강준보다는 두 살, 심지유보다는 다섯 살 많은 나이였다. 원래는 여자로서 성숙하고 화려하며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아주 아름다운 나이이기도 했지만 자신보다 다섯 살 어린 심지유에게 질투하며 굳이 그녀의 속을 긁다가 심지유가 나이로 되려 공격하자 임소정의 이목구비가 뒤틀리기 시작했다.“헛, 헛소리하지 마요. 나랑 대표님은 그런 사이 아니에요!”상대방의 격앙된 표정에 비해 심지유는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래요? 허강준에게 그런 마음이 없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죠? 고작 비서가? 허강준은 자기 비서 오지랖이 이렇게 넓어 사적인 감정사에도 관여한다는 걸 알아요?”임소정은 심지유의 대꾸에 말문이 막혔고 그녀가 화가 나서 얼굴이 퍼렇게 질리면서도 떨리는 입술로 한마디도 하지 못하자 심지유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아까 한 말은 임 비서님이나 명심하세요. 어쨌든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 더 미루면 안 되죠.”그 말을 끝으로 심지유는 그녀를 무시한 채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고 은하수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안수희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지유 씨, 왔어요!”두 달 만에 다시 심지유를 본 안수희는 마치 친딸을 보는 것처럼 놀랍고 반가웠다.다만 그녀의 설렘에 비하면 심지유는 덤덤한 모습이었고 그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태도가 퍽 낯설었다.“아주머니, 저 지니 보러 왔어요.”안수희는 그제야 그녀가 짐도 없이 빈손으로 지니만 보러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두 달 동안 사라졌던 강아지가 오늘 다시 별장으로, 그것도 대표님이 직접 데리고 오는 것을 보며 벌써 심지유의 마음을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돌아온 게 아니라 강아지만 보러 온 것이었다.안수희는 들뜨고 흥분하던 기색을 지운 채 나지막하게 말했다.“지니는 위층 방에 있어요.”“네.”심지유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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