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설아가 온다고 하니 엄마는 그녀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한가득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딸의 썩 내키지 않는 얼굴을 본 부모님은 깜짝 놀라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설아야, 무슨 일이니?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 아니면 새로 이사한 집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돌아오는 길 내내 윤지훈이 바로 옆집으로 이사 온 일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던 민설아는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에요.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제 발을 밟아서 조금 기분이 상했을 뿐이에요.”딸의 억지스러운 미소에 부모님은 딱히 믿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로 더는 묻지 않고 손을 씻고 밥을 먹으라며 재촉했다.그러나 이렇게 푸짐한 한 상 차림에도 민설아는 계속 마음이 산만했다.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민설아는 먹던 갈비를 씹는 둥 마는 둥 삼키지 않고 입에 물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아빠는 엄마와 눈빛을 교환하며 신호를 보냈고 엄마는 눈치를 챈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설아야, 파리에 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적응이 조금 어려운 건 당연해. 혹시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엄마 아빠한테 말해보렴. 우리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잖아.”부모님의 따뜻한 시선에 민설아의 어두운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말을 꺼냈다.“사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오다가 윤지훈... 그러니까 제 전 남자 친구를 마주쳤어요.”이 말을 들은 아빠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갑자기 식탁을 손으로 쾅 치셨다.“뭐야, 그놈이 스토커야? 이미 끝난 사인데 왜 또 나타난 거야? 설아야, 밥 먹고 나랑 가서 확실히 따져보자.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갑작스러운 반응에 민설아와 엄마는 깜짝 놀라 움찔했다.민설아는 서둘러 아빠의 손을 붙잡으며 진정시켰다.“아빠, 진정하세요. 제가 보기엔 그가 저를 쫓아다니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그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
Last Updated : 2025-01-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