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민설아는 쓰레기봉투를 가득 채워 집 밖으로 나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기대어 쉬며 핸드폰을 열어 SNS를 확인했다.가장 최근 게시물은 분홍색 토끼 프로필 사진을 가진 여자가 올린 일몰 사진이었다. 사진 중 한 장에는 남자의 옆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그의 손에는 타르트 상자가 들려 있었다.화면 속의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보니 민설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서예슬의 개인 계정은 민설아가 윤지훈 몰래 여러 사람에게 부탁해 어렵게 추가한 것이었다.어느 날, 그녀는 서예슬이 “외국에서 먹었던 타르트가 너무 먹고 싶어~”라는 게시글을 올린 것을 보고 윤지훈이 왜 그토록 자주 타르트를 사 오는지 깨달았다.그렇게 조금씩 민설아는 윤지훈과 서예슬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기 시작했다.윤지훈이 고집스럽게 사용하는 세제, 그녀에게 선물했던 꽃다발, 집에 들여놓은 장식품들까지.모두 서예슬의 SNS에 올라온 것과 똑같았다.윤지훈은 민설아와 함께하면서도 서예슬을 잊으려 했지만 결국 그녀를 깊이 그리워하며 민설아를 대체물처럼 여겼다.그 사실을 곱씹으며 민설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복잡한 감정이 스쳤지만 이제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가슴이 먹먹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설아는 냉장고에서 오이를 꺼내 씻어 천천히 먹었다.시간이 흘러 벽시계의 시침이 몇 바퀴를 더 돌았다. 자정이 가까워졌을 때, 윤지훈이 집에 돌아왔다.윤지훈은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들어왔다. 아까 떠날 때 약속했던 타르트는 까맣게 잊은 듯했다.그는 집안을 둘러보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집에 뭔가 빠진 것 같아.”“오후에 안 쓰는 물건들 좀 치웠어.”민설아의 말을 들은 윤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소매 단추를 풀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윤지훈의 늘 곧은 뒷모습을 보며 민설아는 시선을 내렸다.사실 그가 조금만 신경 썼다면 사라진 물건들 대부분이 그녀가 평소에 사용하던 것들이라는 걸 눈치챌 수도 있었다.그렇게 똑똑한 그가 민
Last Updated : 2025-01-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