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훈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그 침묵 속에서 민설아는 커피를 다 마시고 가방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제야 윤지훈은 그녀의 움직임을 알아채고, 재빨리 따라 일어나 손을 붙잡았다.“설아야, 난...”그는 간신히 입을 열었지만 그 뒤로는 말을 잇지 못했다.민설아는 조용히 기다리다가 이내 지쳤다는 듯 손을 들어 그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냈다.“내가 너를 4년이나 좋아했던 걸 생각해서라도... 이젠 나 좀 놓아줘, 지훈아.”그녀의 담담한 목소리에 섞인 한숨 같은 말이 윤지훈의 마음을 흔들었다.그는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설아야. 내가 잘못했어. 난 그동안 제대로 된 남자 친구 역할도 못 했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줄 수 없겠니?”민설아는 잠시 그의 눈을 응시했다.그녀의 눈동자에 스친 건 연민이 아닌 가벼운 비웃음이었다.“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야. 다시 백 번을 반복해도 결과는 똑같을 거야.그만 끝내자.”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단호하게 돌아섰다.빠르게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듯 결연했다.윤지훈은 그녀가 멀어져 가는 걸 보며 마치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그의 눈은 초점을 잃었고 그녀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서 메아리쳤다.그는 3년 동안의 연애를 떠올렸다.그녀의 문자에 제대로 답한 적도, 그녀와 일상을 나눈 적도 거의 없었다.데이트는커녕 그녀의 변화를 알아챈 적도 없었다.그녀의 사랑에 답하지 않으면서도 그는 그녀 앞에서 서예슬과 친밀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그렇게 그녀의 마음을 갉아먹으며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온 자신이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붙잡으려 한 걸까?한편, 민설아는 카페 밖으로 나왔다.따사로운 오후의 햇살이 그녀를 감쌌고, 마음속에 쌓였던 말들을 모두 털어낸 덕에 발걸음마저 가벼워졌다.광장 한가운데 있는 분수대에서 햇빛을 받아 무지개가 비치고 있었다.그녀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그런
Last Updated : 2025-01-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