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화야, 오랜만이야.”강윤우는 그윽한 눈길로 나를 보더니 내가 내민 술잔에 자신의 술잔을 부딪쳤다.나는 쓴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러자 윤세희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나한테 눈빛을 보냈다.“뭐야, 뭐야. 둘 사이 심상치 않은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뭐, 뭐가?”“윤우 선배님이 들어올 때부터 너한테서 눈을 뗀 적 없었다고!”“네가 잘못 본 거겠지.”“에이, 무슨 소리. 이 윤세희 님은 연애에서 눈치 100단이라고! 내가 두 눈 부릅뜨고 봤는데 잘 못 봤을 리가 있겠어? 내 눈은 속일 수 없다고.”나는 입술을 틀어 물었다. 심장이 요란하게 쿵쾅쿵쾅 뛰었다.졸업 후 나는 최도진을 따라 혜민시로 돌아갔다.그 뒤로 강윤우와 만난 적 없었다.그저 가끔 명절이나 생일에 문자를 주고받을 뿐 그 외에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얼마 전 최도진이 내 앞에서 대놓고 손지아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전까지 말이다.강윤우는 그때 나에게 연락해왔다.그래도 지금까지 몇 번 전화 통화한 게 전부였다.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난 후 이번이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분명 손도 잡아본 적 없었으나 윤세희는 이미 나와 강윤우 사이가 갈 데까지 간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참, 선배님. 여자친구는 있으세요? 제게 친척 여동생이 있거든요. 아주 예뻐요. 선배님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이때 어떤 한 여동창이 갑자기 입을 열었고 순식간에 흥미진진한 분위기로 바뀌었다.윤세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윤우 선배님, 혹시 솔로라면 우리 해화는 어떠세요? 우리 해화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착하고, 선배님과 같은 명문대를 졸업했잖아요. 전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안 그래요?”윤세희의 말에 나는 괜스레 민망해져 얼굴이 더 빨갛게 익어버렸다.다들 웃고 떠들고 있을 때 강윤우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세희 씨, 해화로 장난치지 말아요. 해화는 이런 거에 약하니까 놀리는 건 그만 해요.”윤세희는 바로 그를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
Last Updated : 2024-12-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