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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늦은 겨울, 늦은 봄: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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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내가 바람피운 걸 진작 알고 있었나?’성서진은 이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동안 잘 숨긴다고 생각했고 안희주와 임유리 모두 잘 챙길 수 있을 줄 알았다.그리고 이미 충분히 신중하게 행동했고 임유리는 그냥 데리고 노는 여자일 뿐이기에 안희주 앞에 데려오지 않는 이상 절대 들킬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결국 알아버리고 말았다.‘그나저나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희주도 참 독한 애야. 어떻게 나랑 이혼하고 나의 세상에서 사라질 수가 있어?’눈물이 눈가를 적셨고 시선이 점점 흐릿해졌다.그러다가 문득 예전에 안희주가 프러포즈를 받아주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앞으로 좋은 아내가 되려고 노력할게요. 하지만 난 무슨 이유든지 날 속이는 건 용납 못 해요. 만약 날 속인다면 서진 씨의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겁니다.”그때까지만 해도 성서진은 절대 그녀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었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속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마음 같아선 이 마음을 꺼내서 안희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변한 걸까?친구들이 옆에서 자꾸 부추길 때부터, 매일 똑같은 결혼생활이 지겹기 시작한 때부터, 그리고 수많은 유혹이 그를 뿌리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는 점점 예전의 그 마음을 잃어갔다.결국 더 자극적인 걸 원하게 되면서 임유리의 저질스러운 수단에도 쉽게 넘어갔다.친구들이 안희주에게 변함없이 잘해주면 절대 알 리가 없고 영원히 허황한 꿈속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설득하기도 했다.하여 그는 모든 걸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을 거란 착각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안희주가 참고 양보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까맣게 잊고 말았다.부모님의 생생한 예가 있으니 절대 그들과 똑같은 길을 가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 아이 때문에 버티다가 나중에 서로에게 남은 거라곤 원망밖에 없었고 헤어진 후에는 심지어 원수가 되기도 했다.딸을 사랑하는 마음도 매일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점점 사라졌다. 나중에는 안희주마저 미워하게 되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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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성서진은 무의식적으로 이혼 합의서를 찢으려다가 문득 그녀가 남기고 간 마지막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찢어버린다면 마지막 그리움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그는 이혼 합의서에 적힌 안희주의 이름을 어루만졌다. 두 눈에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희주야, 내가 잘못했어. 다른 여자를 만나선 안 됐었는데.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너뿐이야.”“때려도 좋고 욕해도 좋아. 뭘 해도 다 되는데 떠나지만 말아줘, 응? 난 네가 없으면 안 돼. 희주야...”잘못을 하도 많이 빌어서 목소리가 다 갈라졌다. 하지만 그 사과를 들어야 하는 사람은 눈앞에 없었다.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이 없었다.“안희주, 내가 사인하기 전까지 우린 여전히 부부야. 널 꼭 찾아낼 거야.”성서진의 두 눈에 결연함이 비쳤다.절대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안희주는 그의 것이니까. 무릎 꿇고 싹싹 비는 한이 있더라도 안희주를 잡을 것이다.성서진은 조심스럽게 이혼 합의서를 다시 넣었다. 다행히 휴대전화에 그녀의 사진이 남아있어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었다.그는 온 집안을 뒤지면서 안희주와 연관된 물건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그녀와 연관된 물건은 진작 다 버려서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입지 못하는 옷까지 팔 건 팔고 버릴 건 버렸으며 가구마저 싹 다 바꿔버렸다. 정말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그때 임유리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서진 씨, 방금 인터넷에서 러브 주가 경매로 나왔다는 소식을 봤어요. 사모님이...”“뭐?”순간 흠칫한 성서진은 그녀에게 부채질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장 비서, 러브 주가 다시 경매에 나왔는지 알아봐. 만약 나왔다면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까 무조건 낙찰받아.”한참이 지나서야 비서 장재영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그게... 대표님, 이미 해외의 한 수집가가 러브 주를 사 갔어요. 우리 한발 늦었어요...”툭.성서진이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 화면이 산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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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곧이어 약간 어질러진 침대 사진이 성서진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에 성서진의 눈동자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너였어?”매서운 목소리와 함께 성서진이 무서울 정도로 강압적인 아우라를 뿜어내기 시작하더니 어디론가 문자했다.[임유리, 내가 경고했지. 희주가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면 안 된다고.]문자를 확인한 임유리는 하찮다는 듯 가볍게 웃더니 도발이라도 하듯 전화를 걸었다.“안희주 씨, 서진 씨 말투는 언제 따라배운 거예요? 이제 제법 잘 따라 하네요?”“내가 안희주 씨였다면 사모님 자리 진작 내려놓았을 거예요. 서진 씨 아이를 가졌거든요. 곧 서진 씨가 프러포즈할지도 몰라요.”“그때가 되면 안희주 씨는 아무 존엄도 없이 쫓겨나고야 말겠죠. 우스운 꼴 보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빨리 물러나요. 그래야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죠. 그렇게 질척거리다가 더 험한 꼴 보는 수도 있어요.”임유리의 말투는 점점 기세등등했지만 수화기 너머는 여전히 조용했다. 임유리는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내 불안함을 걷어내고 말을 이어갔다.“안희주 씨, 너무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워서 말이 안 나오죠? 내가 전에 그랬잖아요. 서진 씨가 마음에 둔 사람은 나라고. 안희주 씨는 그냥 쇼윈도라고나 할까?”곧이어 들리는 성서진의 목소리에 임유리의 기세가 한꺼번에 박살 나고 말았다.“그래? 네까짓 게 뭐라고 감히 안희주를 도발해? 그동안 내가 너무 잘해줬다, 그렇지? 그러니까 정신 못 차리고 이렇게 나오는 거 아니야?”“말해. 안희주한테 도대체 무슨 말 했어?”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뱉어낸 한마디 한마디가 임유리의 심장을 벌렁거리게 했다. 이제 정말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임유리는 손이 너무 떨려 핸드폰을 잡고 있기도 힘들었다.‘아니, 아니야. 뱃속에 서진 씨 아이가 있는데 날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야.’순간 자신감을 되찾은 임유리는 1초 만에 눈물을 뚝뚝 떨구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진 씨, 미...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사모님이 먼저 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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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임유리는 너무 무서웠다. 성서진이 안희주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임유리가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 절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지금 임유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임유리는 얼른 라이브 할 수 있게 준비하며 온갖 불쌍한 척은 다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임유리가 라이브를 켜고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척했다.“언니들, 오빠들. 나... 너무 힘들어요...”“내 남자 친구가... 양다리를 걸쳤어요. 아마 그 여자를 위해 나를 버릴 것 같은데 난 이미 남자 친구의 아이까지 가졌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전에 분명... 분명 많이 사랑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요?”“...”임유리가 그럴듯하게 살을 붙이자 내연녀에서 단번에 괴롭힘을 당한 비운의 여주인공이 되었다. 게다가 사실을 왜곡하면서 안희주에게 했던 짓을 모두 안희주가 한 짓으로 돌렸고 임유리는 어느새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언니들, 오빠들, 나 좀 도와주면 안 돼요? 너무 무서워요. 설마 남자 친구가 아이를 지워버리라고 하지는 않겠죠?”“오빠 없이는 살아도 아이는 지우기 싫어요. 아이는 내 정신적 지주라 없으면 안 돼요.”임유리가 라이브 방송을 이어가며 눈물로 호소하자 정의감에 사로잡힌 네티즌들이 임유리 편을 들기 시작했다.[세컨드가 너무 했네.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지?][남자는 역시 쓸게 못 돼.][저 근처 사는데 제가 도와줄게요.]...흥분한 몇몇 네티즌들은 임유리네 집 근처까지 찾아와 지켜주겠다고 나섰다. 임유리는 그 사람들에게 주소를 알려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유리네 집 아래에는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유리 씨, 무서워하지 마요.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잘못하면 벌받아야죠. 우리가 있는 한 절대 유리 씨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몰려온 네티즌들이 임유리 앞을 막아섰다. 임유리는 그제야 아랫배를 만지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곧이어 성서진이 까만 제복을 입은 보디가드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거슬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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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닥쳐. 임유리, 넌 그냥 잠깐 심심풀이로 쓰인 장난감일 뿐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랑 희주에 관해서 토론하는 거지?”성서진의 눈빛은 차갑다 못해 음침하기까지 했다.“고작 아이 하나 가지고. 내가 원하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어.”“저 여자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서 중절 수술시켜.”절망한 임유리가 어떻게든 배를 감싸 쥐었다. 목숨도 지키고 부귀영화도 누리려면 무조건 이 아이를 지켜야 했기에 일부러 사람이 많은 쪽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이 무조건 그녀를 구해줄 거라고 믿었다. 라이브 방송에서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그녀를 위해 나서주겠다고 했던 그 네티즌들이 떠올랐다.성서진이 손을 저으며 쫓아가던 보디가드를 멈춰 세우더니 마지막 발악을 하는 성유리의 뒷모습을 보며 눈빛이 점점 매서워졌다. 마치 곧 죽을 포로를 보는 사람처럼 말이다.아니나 다를까, 임유리는 이내 더 큰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흥분에 사로잡혔던 네티즌들이 정신을 차린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게 뉴스에 오르는 성서진과 주성 그룹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길 가던 아이에게 물어봐도 성서진이 안희주를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알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부러워하는 부부가 많았기에 아이 앞에서도 종종 얘기하곤 했다.네티즌들은 성서진과 성서진이 데리고 온 보디가드를 본 순간 그가 누군지 바로 알아봤지만 그들이 즐겨보던 커플 유튜버 임유리가 성서진의 내연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에 네티즌들은 성서진에 대해 크게 실망하면서도 임유리가 그들의 동정심을 이용해 본처인 안희주를 내연녀로 만든 것에 더 분노했다. 그런 임유리를 믿고 보호해 주겠다고 나서며 편까지 들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임유리가 그들의 선심을 이용해 그들을 제멋대로 가지고 놀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엎어버릴 수도 있었다. 임유리는 그쪽으로 달려가자마자 분풀이하려고 달려든 네티즌들에게 묻히고 말았다. 네티즌들은 임유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집단 폭행했다.‘내연녀’, ‘세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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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하지만 성서진은 임유리에게 그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이미 안희주에게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기에 그녀를 되돌리려면 이 아이를 절대 남겨서는 안 된다. 그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는 한 성서진과 안희주는 영원히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마음을 모질게 먹은 성서진은 보디가드에게 임유리를 끌고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임유리는 여러 번 반항했지만 결국 보디가드를 이기지 못하고 차가운 수술대에 눕고 말았다. 마취가 시작되자 임유리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눈꺼풀도 점점 스르르 감겼다.다시 깨어났을 때 아랫배는 이미 텅 빈 상태였고 모양을 갖춰가던 아이는 죽고 말았다. 게다가 아랫배가 찢어질 듯이 아파 움직이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이제 이 세상 어디서도 그 아이를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절망한 임유리가 침대에 누워있는데 보디가드가 얼른 안희주에게 얼른 사과하라고 보챘다.얼마 지나지 않아 성서진은 임유리가 올린 사과 영상을 보고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당겼지만 전혀 웃을 수가 없었다.임유리가 사과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성서진은 이미 안희주를 잃었고 안희주가 어디 갔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사람처럼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안희주가 인터넷에 남겨놓은 흔적만 아니었다면 성서진은 안희주의 존재가 꿈은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희주가 떠나던 날 임유리를 바래다주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될 일도 없었겠지.”“내가 임유리의 꼬드김에 넘어가지만 않았다면...”“그랬다면...”달리 방법이 없었던 성서진은 룸에 앉아 술만 계속 퍼부어댔다.제대로 된 잠을 잔 지가 언젠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집에 스며들었던 안희주의 향기가 점점 옅어져 더는 있을 수가 없었다.성서진은 몇 병인지 모를 술을 한꺼번에 들이부었지만 취하기는커녕 점점 더 말짱해졌다. 이제 옆에 안희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만큼 말이다.“허허.”성서진이 술병을 안고 씁쓸하게 웃었다.“희주야. 미안해. 술 마시면 안 되는 건데. 술 냄새나는 거 싫어하는 거 아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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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서진아, 너 도대체 뭐야? 임유리 잘못한 거 맞고 혼도 내줬잖아. 안희주가 그렇게 좋아?’“그래. 고작 여자 하나 가지고 이럴 일이야? 너만 원하면 어떤 여자든 다 가질 수 있잖아.”“떠나면 떠난 거지 설마 매달리려는 건 아니지? 넌 오히려 안희주가 떠나도 여자는 많다는 걸 보여줘야지. 그래야 얌전히 돌아올 거 아니야.”“그래. 정 안되면 안희주랑 닮은 여자 찾아서 따라 배우라고 해. 그러면 똑같지 뭐.”...친구들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성서진을 위로했다. 지금까지 성서진이 안희주를 얼마나 끔찍이 챙기는지 지켜봐 온 친구들이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들 옆에는 늘 여자가 득실댔지만 성서진은 달랐다. 그들은 안희주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의문이었지만 의문을 가진다는 자체가 그런 생활에 대한 동경임을 그들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사실 그들은 전부터 성서진과 안희주를 부러워하며 은근히 질투하고 있었다. 바람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진심으로 다가오는 여자가 거의 없었고 그런 연애를 이어가다 보니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이제 여자는 장난감이나 다름없는 그들에게 성서진은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사이가 좋긴 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어떻게든 성서진을 끌어내려 같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성서진이 임유리를 받아들인다는 건 그들과 철저히 동급이 된다는 의미였다.다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성서진이 왜 이 정도로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는지 궁금했다. 고작 여자 하나가 뭐가 대수라고 이렇게 유난을 떠는지 의문이었다.성서진은 안희주를 존중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화가 치밀어올라 술병을 들고 한 대씩 내리쳤다. 성서진이 화를 내면 당해낼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무리 술을 많이 먹었다 해도 여전히 주먹이 빠르고 매섭고 깔끔하고 정확했다. 싸움을 말리러 간 사람들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얼굴에 멍이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죄다 바닥에 널브러졌다.“안희주는 내 목숨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야. 한 번만 더 그 입 함부로 놀려봐. 내가 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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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성서진이 눈꺼풀을 살짝 든 순간 정말 안희주가 눈앞에 서 있는 줄 알았다.“희주야, 돌아온 거야? 드디어 돌아와 줬네.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명인시를 아무리 찾아 헤매도 너를 찾아낼 수가 없었어...”성서진이 여자를 와락 끌어안으며 흘린 뜨거운 눈물이 여자의 옷 안으로 흘러 들어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성서진은 오히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여자가 뿜어내는 숨결이 안희주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여자는 안희주가 아니었다.성서진은 여자를 밀쳐내더니 테이블에 꽉 누르고 목을 졸랐다. 여자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고 눈동자가 뒤집어지며 숨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위험을 감지한 여자는 발버둥 치며 성서진에게서 벗어나려 했다.“서진아, 그만해. 그러다 죽겠어.”친구들이 몇이 성서진을 뜯어말려서야 그는 미친 행동을 멈출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린 성서진은 역겹다는 듯 손을 거두더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쭉 쏘아보며 누군지 기억했다.“아까 내가 분명 경고한 것 같은데. 그래도 설치는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우리는 더는 친구가 아닌 적이야. 너희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희주에게 미안한 짓을 할 일도 없었어.”감정 하나 담지 않은 성서진의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불안해졌다. 명인시에서 제일 큰 가문인 성씨 가문에게 밉보였으니 좋은 결말을 보긴 어려울 것 같았다.현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저 눈치만 살피며 불안해했다. 그때 어떤 남자가 자신의 귀싸대기를 힘껏 내리치며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지른 것에 후회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자기 뺨을 내려치기 시작했다.이렇게 후회한 적은 처음이었다. 만약 오늘 아무런 말과 행동을 하지 않고 성서진과 술만 마셔줬어도 이런 결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애초에 성서진에게 여자를 찾으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더 말해봤자 쓸데없었다.만취한 성서진이 냉기가 감도는 집으로 돌아갔다. 안희주가 가기 전 처리한 사진들은 일부 백업해 둔 게 있었기에 바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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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그 이혼서류는 성서진에게 준 마지막 선물일뿐더러 성서진과 철저히 선을 긋겠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스운 건 성서진은 지금 그 이혼 서류로 안희주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성서진은 이혼 서류를 하루에도 여러 번 볼 수 있게 코팅했다.“희주야,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달라고는 하지 않을게. 그냥 얼굴 한 번만 보여주면 안 될까?”“희주야, 너 괴롭힌 사람들 내가 싹 다 혼내줬어. 나를 포함해서 말이야. 그러니 한 번만 나 보러 와주면 안 돼?”“희주야...”그렇게 한참 중얼거리던 성서진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아무리 성씨 가문이라고 하지만 친구들의 가문을 혼내는 건 쉽지 않았다. 성서진과 안희주의 결혼이 깨졌다는 소문이 터지자 수많은 네티즌들이 사랑은 믿을 게 못 된다며 반발해 나섰다. 성서진과 안희주의 사랑 이야기에 감동해 주성 그룹의 단골이 된 사람들도 많았다.결혼이 파경을 맞았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이 팬이었던 사람들은 순간 안티로 변했고 성씨 가문, 성서진, 주성 그룹에 대한 원성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성서진과 임유리가 몸을 섞었던 사진과 경과까지 터트린 사람도 있었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에 성서진과 안희주의 사랑을 추종했던 걸 후회하며 주성 그룹 인스타로 가서 악플을 남겼다. 그러자 주성 그룹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였고 ‘러브 주’라는 쥬얼리도 덩달아 사람들의 눈 밖에 났다. 사랑의 징표던 ‘러브 주’가 지금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외국의 쥬얼리 수집가들도 이 소식을 듣고 화가 나 얼른 낮은 가격에 쥬얼리를 처분했다. 그들도 성서진과 안희주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 쥬얼리를 사들였는데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성서진은 헐값에 ‘러브 주’를 다시 사들였다.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쥬얼리에서 안희주의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다. 이 쥬얼리를 만들 때 얼마나 많은 사랑과 심혈을 기울였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재료 선택에서 설계까지, 그가 직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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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처음엔 네티즌들도 조롱하다가 결국엔 상금에 눈이 멀어 일부러 쓸데없는 정보와 증거를 제공했다. 그 뒤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상금을 받는 걸 보고 네티즌들이 수사대를 만들어 열정적으로 도와주기 시작했다.심지어 안희주까지도 이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행방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안희주는 전혀 감동하지 않았고 오히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주민등록을 말소한 데서 그녀의 결심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안희주는 한번 돌아서면 그만이지 용서하는 법은 절대 없었기에 성서진의 사과가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잘못한 걸 알았으면서 왜 전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뻔뻔하게 나왔는지 의문이었다. 사실 안희주는 성서진이 마음이 변했다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해줬으면 좋게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서진은 몸과 마음을 따로 굴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몸은 임유리와 함께면서 마음은 임유리를 향해 있다고 했다. 그녀를 속이는 게 그렇게 재밌다면 안희주도 성서진과 놀아줄 생각이었다.안희주는 일부러 몇 사람에게 사진과 행방을 흘리며 성서진에게 보내주라고 하고는 차갑게 웃으며 시간을 계산해 A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로 올라탔다.바다 저편에 있는 성서진의 핸드폰에 또렷한 사진과 자세한 주소가 날아왔다. 성서진은 문자를 확인한 순간 너무 흥분해 손이 파르르 떨렸다.“희주야, 이제 나 용서하는 거지? 내가 찾으러 가길 기다리고 있는 거 맞지?”성서진은 F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티켓을 구해 공항으로 출발했다. 성서진을 태운 비행기와 안희주를 태운 비행기가 동시에 출발했지만 항로와 목적지가 아예 달랐다.F국에 도착하자마자 성서진은 고향에 온 듯한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성서진은 비서에게 옷차림에 문제가 없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안희주가 묵고 있다는 민박집으로 향했다.로맨틱하면서도 따듯한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성서진의 심장이 벌렁거렸다. 처음 고백했을 때보다 더 긴장한 것 같았다.‘나 용서해주겠지? 꼭 용서해 줄 거야.’두 사람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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