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진은 무의식적으로 이혼 합의서를 찢으려다가 문득 그녀가 남기고 간 마지막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찢어버린다면 마지막 그리움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그는 이혼 합의서에 적힌 안희주의 이름을 어루만졌다. 두 눈에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희주야, 내가 잘못했어. 다른 여자를 만나선 안 됐었는데.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너뿐이야.”“때려도 좋고 욕해도 좋아. 뭘 해도 다 되는데 떠나지만 말아줘, 응? 난 네가 없으면 안 돼. 희주야...”잘못을 하도 많이 빌어서 목소리가 다 갈라졌다. 하지만 그 사과를 들어야 하는 사람은 눈앞에 없었다.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이 없었다.“안희주, 내가 사인하기 전까지 우린 여전히 부부야. 널 꼭 찾아낼 거야.”성서진의 두 눈에 결연함이 비쳤다.절대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안희주는 그의 것이니까. 무릎 꿇고 싹싹 비는 한이 있더라도 안희주를 잡을 것이다.성서진은 조심스럽게 이혼 합의서를 다시 넣었다. 다행히 휴대전화에 그녀의 사진이 남아있어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었다.그는 온 집안을 뒤지면서 안희주와 연관된 물건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그녀와 연관된 물건은 진작 다 버려서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입지 못하는 옷까지 팔 건 팔고 버릴 건 버렸으며 가구마저 싹 다 바꿔버렸다. 정말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그때 임유리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서진 씨, 방금 인터넷에서 러브 주가 경매로 나왔다는 소식을 봤어요. 사모님이...”“뭐?”순간 흠칫한 성서진은 그녀에게 부채질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장 비서, 러브 주가 다시 경매에 나왔는지 알아봐. 만약 나왔다면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까 무조건 낙찰받아.”한참이 지나서야 비서 장재영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그게... 대표님, 이미 해외의 한 수집가가 러브 주를 사 갔어요. 우리 한발 늦었어요...”툭.성서진이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 화면이 산산
Last Updated : 2024-12-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