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설마 불을 끄러 가려는 건 아니겠지?”“그 사람 바보도 아니고, 그럴 리 없어.”거의 동시에 이상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다락방으로 뛰어들었다.“아니, 제정신이야?”“상혁아, 너 기분 좋게 해주려고 목숨까지 내던진 거 아냐?”이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순간 상혁의 얼굴에는 당황한 빛이 서렸고, 그는 내 손목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나는 상혁의 손을 스쳐 지나갔다.나는 다락방 문을 힘껏 발로 차고 들어갔다. 방 안에는 물건이 많지 않았고, 창문을 통해 막 던져진 단목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불길이 크지 않아 팔찌가 있는 곳까지 닿지는 않았다. 나는 팔찌를 주워 들고 옷에 살짝 문질렀다.그때 밖에서 이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상혁아, 내 추측이 맞다면 저 여자는 네가 곁에 두고 있는 여자겠지?”“그리고 저 팔찌는 그 여자가 너한테 준 거야, 맞지?”“내가 나타나자 저 여자가 위기감을 느낀 거야. 그러니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너의 동정을 사려는 거지!”“이 여자 참 교활하네.”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팔찌만 무사하면 됐다. 온갖 정성을 들여 얻은 팔찌가 불에 타버리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순간, 천장의 샹들리에가 흔들리더니, 무겁게 내 팔을 향해 떨어졌다. 긴 상처가 팔을 가로질렀고, 나는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밖으로 나왔을 때, 상혁의 표정이 멍하니 굳어졌다. 곧이어 그는 분노에 차서 외쳤다.“고작 이 시시한 팔찌 하나 때문에 네 목숨을 버리려고 했어?”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신 이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상혁아, 저 여자가 널 붙잡아 두려고 하는 거잖아?”“두 사람 관계도 좀 복잡한 것 같네. 우리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이현은 여유롭게 말하며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상혁은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깊게 숨을 내쉬었다. 결심을 굳히려는 모습이었다.“저 여자는 내 수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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