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문혜미는 함께 나온 임동준을 보더니 바로 소리를 질렀다.“동준 오빠, 나 좀 살려줘.”그러고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입고 있던 외투가 벗겨지면서 널찍한 환자복이 드러났고 하얀 피부가 남자들 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나는 문혜미를 잡고 있던 노랑머리 남자가 침을 꿀꺽 삼킨 다음 손을 그녀의 옷 속에 넣는 걸 정확히 보았다.문혜미는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르면서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그 모습을 본 임동준은 그들의 보스에게 무릎을 꿇었다.“영준 형님, 제발 제 여자 친구는 풀어주세요. 옆에 있는 저 여자 대진 그룹의 딸이에요. 그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히 있을 겁니다. 정 안 되면 저 여자로 강정화를 협박해서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하세요. 그때 가서 형님이 원하시는 대로 달라고 하면 돼요.”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임동준이 사채를 빌려 썼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뻔뻔한 놈, 갚을 능력이 안 되니까 나까지 끌어들이려고?’진영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노랑머리 남자에게 손을 흔들면서 문혜미를 풀어주라고 했다. 문혜미는 바로 임동준의 품에 와락 안겼다.나는 몰래 손을 주머니에 넣었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손도 뒤에 선 사람에게 잡히고 말았다.“찾아도 소용없어. 네 휴대전화 우리가 진작 버렸거든. 몰래 신고라도 하려고? 겁이 없구나, 아주.”나의 손을 꽉 잡은 바람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손가락 끝으로 나의 등을 만진 순간 혐오스러운 나머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증거물이 될만한 거로 채취해서 강정화한테 보내. 어딜 채취하면 좋을까?”진영준은 군용 나이프를 들고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날카로운 칼날이 빛을 받아 무섭게 반짝였다.그때 문혜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영준 오빠, 급할 거 없어요. 쟤 얼굴도 반반하게 생겼는데 마음에 들면 일단 가지고 놀면서 욕구라도 푸는 게 어때요?”그녀의 말에 나는 문혜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고 마음 같아서는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진영준은 잠깐 흠칫하다가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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