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깨어난 그녀가 흑화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14

14 챕터

제11화

“내연녀 짓을 어디서 배웠나 했더니 그 엄마에 그 딸이었구나.”나는 옆에 있는 여자를 보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정명수가 나의 뺨을 때리려 하자 나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그러고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은 다음 정명수를 노려보면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따귀를 돌려주었다.예상치 못한 나의 행동에 문혜미는 겁을 먹고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뒷걸음질 쳤다.물론 그녀를 내버려 둘 내가 아니었다. 문혜미의 머리채를 잡고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뺨을 후려갈겼다.“보긴 뭘 봐? 더 맞고 싶어? 그래. 마음껏 때려줄게.”나에게 얻어맞은 두 사람은 넋이 나간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두 부녀를 때린 후 나는 시선을 옆에 있던 문희숙에게 옮겼다. 문희숙은 그제야 두려움에 떨면서 얼굴을 부여잡고 뒤로 피했다.“막 나가겠다 이거야? 아줌마, 가법으로 다스려.”정명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평소 나약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문희숙과 문혜미 앞에서 으름장을 놓았다.“내 딸을 건드렸다간 절대 가만 안 둬.”어머니 강정화가 고성규와 함께 성을 내면서 들어오더니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어쭈, 정명수. 많이 컸다, 너? 이젠 내 딸까지 때려? 이년 저년 다 딸이라고 해도 상관없지만 내 딸한테 뭐라 하는 건 절대 용납 못 해. 넌 아직 그럴 자격이 없어. 우리 한 달 전에 이혼한 거 잊었어? 근데 이제 와서 아빠라고 위세를 부려?”정명수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바로 꼬리를 내렸고 기세도 눈에 띄게 꺾였다. 그는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오늘 싸울 생각은 없었어. 그냥 내 명의로 된 재산을 혜미한테 주려고 했을 뿐이야. 두 모녀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 이 정도 보상쯤은 당연히 줘야지.”어머니는 테이블 위의 서류를 힐끗 보더니 기가 막혀서 웃음을 터트렸다.“사람이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 이미 보은이한테 준 걸 다시 다른 사람한테 주겠다고? 그때 강씨 가문과 정략결혼 하겠다고 한 사람은 정명수 너였고 두 모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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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문혜미도 큰 충격을 받았는지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검사 결과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더니 울면서 정명수의 품에 와락 안겼다.“아빠, 난 아빠 딸 맞아요. 다른 사람의 이간질에 놀아나선 안 돼요.”하지만 문혜미는 옆에 있는 문희숙의 안색이 이미 사색이 되었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나는 녹음 펜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다음 문희숙의 두려움에 찬 눈빛을 받으며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혜미가 내 딸이라고?”“그때 우리가 헤어지고 얼마 안 돼서 임신한 걸 알았어. 정명수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내가 얼마나 애를 썼는데. 혜미가 평생 아빠 없이 살게 하고 싶지 않아. 근데 정명수한테 지금 아이가 있어서 우리 혜미를 신경 쓰지 못한단 말이지.”“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혜미 데리고 정명수한테 가서 한몫 챙기려고. 그다음 그 돈으로 우리 해외로 이민 가서 살자.”녹음 속 여자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문혜미의 어머니 문희숙의 목소리였다.정명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한 손으로 가슴팍을 부여잡고 다른 한 손을 부들부들 떨며 문희숙에게 삿대질했다.문희숙이 도망가려 하자 정명수는 비틀거리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문희숙이 알아차리기 전에 목덜미를 꽉 잡고 바닥에 눌렀다.손아귀 힘이 하도 세서 문희숙은 소리도 내지 못했고 눈도 뒤집히기 시작했다.문혜미는 울면서 정명수를 말렸지만 정명수는 그녀를 가차 없이 밀어버렸다.남자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여 바닥에 넘어지면서 테이블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친 바람에 머리에 피가 흥건해졌다.“이 나쁜 년, 감히 남의 더러운 종자를 데려다가 나한테 사기 치려고? 오늘 네 이년 제삿날이야.”문희숙은 도마 위에 올려진 물고기처럼 발버둥 쳤다. 그런데 움직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나는 고성규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한 사람은 경찰에 신고했고 한 사람은 정명수를 말리려 했다.만약 정명수가 살인을 저지르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본다면 그 불똥이 강씨 가문에도 튈 게 뻔했다.그런데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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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전생과 이번 생의 화면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쳤고 발걸음도 가벼워졌다.집으로 돌아와 대충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웠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이불 속에 누워 스르르 잠이 들었다.그런데 그때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전생에 내가 죽은 후에 일어난 일들이 보이는 듯했다.내가 죽은 뒤 고성규가 나와 어머니의 시신을 정리했다. 우리의 몸은 두 개의 작은 유골함에 담겨 고성규네 집 거실에 놓여있었다.고성규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워 보였다.그룹 일은 비서에게 맡겼고 그는 매일 나의 유골함을 끌어안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대부분 시간은 유골함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깊은 밤이 되면 유골함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목놓아 울부짖었다.하지만 임동준과 문혜미가 강씨 가문의 재산을 나눠 가질 때 고성규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최선을 다해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망가뜨렸고 상업계에서 압력을 가한 다음 그들의 목을 한 번에 조이는 게 아니라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다.괴롭힘이 여러 번 이어지다 보니 임동준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도박에 손을 댔다. 도박장에서 돈을 흥청망청 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액의 사채까지 빌려 쓰고 말았다.빚 독촉 때문에 벼랑 끝까지 내몰린 임동준은 팔 수 있는 장기를 전부 팔았고 마지막에는 감염으로 죽음을 맞이했다.임동준이 죽은 후 문혜미는 완전히 미쳐버렸다. 고성규는 그녀를 정신병원에 보냈고 매일 고통 속에서 살게 했다.고성규는 나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 여러 풍경을 보여주었다. 전부 내가 전에 SNS에 올리면서 이번 생에 꼭 한 번은 다녀오겠다고 했던 곳들이었다.마지막 풍경까지 다 본 후 고성규는 갑자기 차가운 유골함에 진하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른 때처럼 나와 함께 돌아가는 게 아니라 끈으로 유골함을 허리에 묶었다.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이런 삶을 벗어나고 싶은 듯하면서도 기대하는 표정으로 천천히 깊은 바닷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보은 씨,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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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속상해하지 마. 내가 초콜릿 줄게. 외국 초콜릿이라 엄청 맛있어. 엄마가 많이 먹으면 충치가 생긴다고 몇 개밖에 안 줘서 아까워서 먹지도 않았어.”어린 강보은은 초콜릿을 남자아이의 손에 쥐여주었다. 남자아이는 코를 훌쩍이다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그제야 어린 강보은도 남자아이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나이는 어려도 어떤 얼굴이 잘생긴 얼굴인지 구분할 줄 알았다.참 잘생긴 남자아이였는데 어린 강보은의 남자 친구가 되겠다고 쫓아다니는 옆 반 남자아이보다도 훨씬 잘생겼다.하지만 몸이 어찌나 말랐는지 영양실조인 것 같았다.어린 강보은은 남자아이를 부축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잠깐 망설이던 남자아이가 손을 내밀던 그때 누군가 강보은을 부른 바람에 황급히 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그러고는 주머니를 다 뒤져서 나머지 초콜릿 세 개를 전부 남자아이의 손에 쥐여주었다.“내 이름은 강보은이야. 나중에 나랑 같이 놀자. 먼저 갈게. 안녕.”어린 강보은은 빛을 등진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달려갔다. 남자아이는 바람에 흩날리는 치맛자락과 머리카락을 보며 심장이 쿵쾅거렸다.이 모습은 고성규의 기억 속에 깊이 박혀있어 강보은을 다시 만났을 때 거의 한눈에 알아보았다.하지만 그때 소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옆에 서 있었다. 너무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고성규는 칼로 심장을 찌르듯 아팠다.집으로 돌아온 고성규는 수년간 간직한 사탕 포장지를 케이스에 담아 걸어 잠갔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마음도 함께 담았다.그날 이후 고성규의 삶은 암흑과도 같았다.강보은을 계속 지켜보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강보은의 사망 소식이 들렸다.화장하기를 기다리던 동안 고성규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사탕 포장지의 주름을 하나하나 폈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 속에 눈물이 알루미늄 포일에 떨어지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고성규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써 참았다. 잘생긴 얼굴이 시뻘겋게 됐고 훌쩍거리면서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뜨거운 눈물이 내 눈가를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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