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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죽이야
last update Terakhir Diperbarui: 2024-11-18 14:52:51
요 며칠 누군가 일부러 화제를 모은 덕에 연관된 게시글을 올리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조회 수가 끊임없이 올라갔고 댓글과 좋아요 개수도 급속도로 상승했다.

그때 휴대전화가 미친 듯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익숙하기 그지없는 그 번호였다.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녹음 버튼을 눌렀다.

임동준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보은 너 미쳤어? 혜미 인생을 망칠 생각이야?”

“문혜미가 게시글을 올려서 내가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었는데 해명도 못 해?”

“혜미는 그냥 게시글만 올렸을 뿐이야. 너한테도 아무 일이 없었잖아. 지금 당장 게시글 삭제해.”

“게시글 올린 사람이 문혜미가 맞긴 맞구나.”

나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녹음과 전에 알아낸 IP 주소를 덧붙여서 게시판에 올렸다. 댓글 창이 다시 떠들썩해졌다.

[문혜미 완전 웃기는데?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인 척하면서 글을 올리는 건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게다가 강보은은 문혜미한테 어쩌지도 않았는데 혼자 자존심 때문에 지지 않으려 했어. 강보은이 후원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되레 강보은을 비난했고.]

[맞아. 그리고 강보은이 자기 남자 친구를 빼앗았다고 했어. 근데 아는 사람은 다 알잖아. 강보은이랑 임동준이 원래 커플이었다는 거.]

[임동준은 여자한테나 빌붙는 기생오라비야. 여자 친구가 있으면서 또 다른 여자를 만나다니.]

[여자 친구 돈으로 내연녀한테 선물 사주고. 정말 웃겨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야.]

고성규가 나의 손등을 툭툭 치고 나서야 나는 생각을 멈췄다.

“세 번째 자료도 지금 올릴까?”

나는 눈빛을 거두고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했다.

10분 후, 임동준이 댓글 창에 나타났다.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부정하고 변명하는 데 급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문혜미를 감싸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전체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전에 일은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문혜미는 다 착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한 번만 욕하고 두 번은 욕하지 마세요.]

그런데 놀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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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몇 개를 고른 다음 점원에게 말했다.“방금 고른 몇 개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전부 포장해 주세요.”그러고는 문혜미에게 웃으면서 말했다.“돈이 많으니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문혜미는 내가 이 정도로 뻔뻔할 줄은 생각지 못한 듯 잿빛이 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체면 때문에 애써 분노를 억누르면서 카운터에 가서 결제했다.그녀는 한참 동안 마음을 진정하다가 드디어 비번을 눌렀다. 그런데 곧이어 점원의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 손님. 정지된 카드인 것 같습니다.”문혜미는 경악했다가 시뻘게진 얼굴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한 번 더 긁어봐요.”다시 한번 긁어도 결과는 똑같았다. 점원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경멸 섞인 눈빛은 마치 따귀처럼 문혜미의 얼굴을 후려갈기는 것 같았다.휴대전화가 울린 그 순간 문혜미는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실수로 스피커폰으로 받은 바람에 임동준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도 정확히 들릴 만큼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혜미야, 우리 자금이 다 끊겼어. 전에 샀던 명품을 다 팔아서 나 좀 도와줘. 급히 쓸 데가 있어. 지금 백화점이지? 나 근처에 있으니까 바로 갈게. 조금만 기다려.”문혜미는 소리를 지르더니 난감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그게 아니라...”점원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지만 예의상 여전히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그럼 이것들은 구매하실 건가요?”나는 아쉬워하며 어깨를 들먹였다. 그러고는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몇 개를 골라 여유롭게 말했다.“돈이 없으면 잘난 척하지 마. 방금 고른 몇 개 포장해 주세요. 이 카드 긁으시고요.”점원은 환하게 웃으면서 쇼핑백을 나에게 건넸고 나는 문혜미보다 빠르게 매장을 나왔다.그 후 유기견처럼 매정하게 쫓겨난 문혜미는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매장에서 걸어 나왔다.문혜미를 한동안 몰래 따라다닌 그때 다급하게 달려오는 임동준을 발견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겨울이었지만 임동준은 땀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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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혜미의 원한 가득한 눈빛과 마주한 순간 나의 기쁨은 극에 달했다.고성규는 옆에서 조용히 내 몸의 상처를 살폈다. 나는 손가락으로 고성규의 입가를 톡톡 건드렸다.“왜 그래? 많이 놀랐어?”하지만 고성규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꽉 끌어안았다. 어찌나 세게 끌어안았는지 나를 거의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목덜미에 뜨겁고 축축한 느낌이 전해진 그때 나는 그 자리에서 잠깐 흠칫했다가 이내 어린아이를 달래듯 그의 등을 토닥였다.“다음부터는 절대 혼자서 이런 위험한 짓 하지 마. 아까 보은 씨가 저 남자 손에 잡혀있었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고성규는 무척이나 속상한 듯했다.“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여지를 남겨뒀지, 내가.”나는 개조한 후의 목걸이를 고성규에게 흔들어 보였다.목걸이 안에 소형 GPS가 장착되어 있었다. 휴대전화가 없더라도 고성규는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고성규는 목걸이를 천천히 자기 옷 주머니에 넣고는 살짝 삐진 듯한 말투로 말했다.“다음부터는 목걸이 말고 날 데리고 가.”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가 고성규의 엄숙한 얼굴을 보고는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마친 후 나는 아파트로 돌아왔다.고성규는 절대 나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았다. 심지어 샤워할 때마저도 욕실 앞에서 지키곤 했다.정리를 마친 나는 고성규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한 자료를 챙기고 강씨 본가로 향했다.본가에서 어머니를 여기저기 찾아다니는데 옆에 있던 도우미가 어머니가 조금 전에 외출했다고 했다.나는 하는 수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그런데 서재를 지나가던 그때 인기척이 들렸다.도우미는 자기 머리를 툭 치면서 다급하게 말했다.“아가씨, 회장님께서 진작 들어오시긴 했는데 지금 손님과 얘기 중이십니다. 이따가 얘기가 끝난 다음에 들어가세요.”도우미가 나의 두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걸 본 나는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하여 망설임 없이 서재 문을 벌컥 열고는 고성규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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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상해하지 마. 내가 초콜릿 줄게. 외국 초콜릿이라 엄청 맛있어. 엄마가 많이 먹으면 충치가 생긴다고 몇 개밖에 안 줘서 아까워서 먹지도 않았어.”어린 강보은은 초콜릿을 남자아이의 손에 쥐여주었다. 남자아이는 코를 훌쩍이다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그제야 어린 강보은도 남자아이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나이는 어려도 어떤 얼굴이 잘생긴 얼굴인지 구분할 줄 알았다.참 잘생긴 남자아이였는데 어린 강보은의 남자 친구가 되겠다고 쫓아다니는 옆 반 남자아이보다도 훨씬 잘생겼다.하지만 몸이 어찌나 말랐는지 영양실조인 것 같았다.어린 강보은은 남자아이를 부축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잠깐 망설이던 남자아이가 손을 내밀던 그때 누군가 강보은을 부른 바람에 황급히 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그러고는 주머니를 다 뒤져서 나머지 초콜릿 세 개를 전부 남자아이의 손에 쥐여주었다.“내 이름은 강보은이야. 나중에 나랑 같이 놀자. 먼저 갈게. 안녕.”어린 강보은은 빛을 등진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달려갔다. 남자아이는 바람에 흩날리는 치맛자락과 머리카락을 보며 심장이 쿵쾅거렸다.이 모습은 고성규의 기억 속에 깊이 박혀있어 강보은을 다시 만났을 때 거의 한눈에 알아보았다.하지만 그때 소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옆에 서 있었다. 너무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고성규는 칼로 심장을 찌르듯 아팠다.집으로 돌아온 고성규는 수년간 간직한 사탕 포장지를 케이스에 담아 걸어 잠갔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마음도 함께 담았다.그날 이후 고성규의 삶은 암흑과도 같았다.강보은을 계속 지켜보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강보은의 사망 소식이 들렸다.화장하기를 기다리던 동안 고성규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사탕 포장지의 주름을 하나하나 폈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 속에 눈물이 알루미늄 포일에 떨어지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고성규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써 참았다. 잘생긴 얼굴이 시뻘겋게 됐고 훌쩍거리면서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뜨거운 눈물이 내 눈가를 적셨다.

  • 다시 깨어난 그녀가 흑화했다   제13화

    전생과 이번 생의 화면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쳤고 발걸음도 가벼워졌다.집으로 돌아와 대충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웠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이불 속에 누워 스르르 잠이 들었다.그런데 그때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전생에 내가 죽은 후에 일어난 일들이 보이는 듯했다.내가 죽은 뒤 고성규가 나와 어머니의 시신을 정리했다. 우리의 몸은 두 개의 작은 유골함에 담겨 고성규네 집 거실에 놓여있었다.고성규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워 보였다.그룹 일은 비서에게 맡겼고 그는 매일 나의 유골함을 끌어안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대부분 시간은 유골함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깊은 밤이 되면 유골함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목놓아 울부짖었다.하지만 임동준과 문혜미가 강씨 가문의 재산을 나눠 가질 때 고성규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최선을 다해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망가뜨렸고 상업계에서 압력을 가한 다음 그들의 목을 한 번에 조이는 게 아니라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다.괴롭힘이 여러 번 이어지다 보니 임동준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도박에 손을 댔다. 도박장에서 돈을 흥청망청 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액의 사채까지 빌려 쓰고 말았다.빚 독촉 때문에 벼랑 끝까지 내몰린 임동준은 팔 수 있는 장기를 전부 팔았고 마지막에는 감염으로 죽음을 맞이했다.임동준이 죽은 후 문혜미는 완전히 미쳐버렸다. 고성규는 그녀를 정신병원에 보냈고 매일 고통 속에서 살게 했다.고성규는 나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 여러 풍경을 보여주었다. 전부 내가 전에 SNS에 올리면서 이번 생에 꼭 한 번은 다녀오겠다고 했던 곳들이었다.마지막 풍경까지 다 본 후 고성규는 갑자기 차가운 유골함에 진하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른 때처럼 나와 함께 돌아가는 게 아니라 끈으로 유골함을 허리에 묶었다.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이런 삶을 벗어나고 싶은 듯하면서도 기대하는 표정으로 천천히 깊은 바닷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보은 씨, 다음

  • 다시 깨어난 그녀가 흑화했다   제12화

    문혜미도 큰 충격을 받았는지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검사 결과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더니 울면서 정명수의 품에 와락 안겼다.“아빠, 난 아빠 딸 맞아요. 다른 사람의 이간질에 놀아나선 안 돼요.”하지만 문혜미는 옆에 있는 문희숙의 안색이 이미 사색이 되었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나는 녹음 펜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다음 문희숙의 두려움에 찬 눈빛을 받으며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혜미가 내 딸이라고?”“그때 우리가 헤어지고 얼마 안 돼서 임신한 걸 알았어. 정명수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내가 얼마나 애를 썼는데. 혜미가 평생 아빠 없이 살게 하고 싶지 않아. 근데 정명수한테 지금 아이가 있어서 우리 혜미를 신경 쓰지 못한단 말이지.”“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혜미 데리고 정명수한테 가서 한몫 챙기려고. 그다음 그 돈으로 우리 해외로 이민 가서 살자.”녹음 속 여자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문혜미의 어머니 문희숙의 목소리였다.정명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한 손으로 가슴팍을 부여잡고 다른 한 손을 부들부들 떨며 문희숙에게 삿대질했다.문희숙이 도망가려 하자 정명수는 비틀거리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문희숙이 알아차리기 전에 목덜미를 꽉 잡고 바닥에 눌렀다.손아귀 힘이 하도 세서 문희숙은 소리도 내지 못했고 눈도 뒤집히기 시작했다.문혜미는 울면서 정명수를 말렸지만 정명수는 그녀를 가차 없이 밀어버렸다.남자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여 바닥에 넘어지면서 테이블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친 바람에 머리에 피가 흥건해졌다.“이 나쁜 년, 감히 남의 더러운 종자를 데려다가 나한테 사기 치려고? 오늘 네 이년 제삿날이야.”문희숙은 도마 위에 올려진 물고기처럼 발버둥 쳤다. 그런데 움직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나는 고성규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한 사람은 경찰에 신고했고 한 사람은 정명수를 말리려 했다.만약 정명수가 살인을 저지르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본다면 그 불똥이 강씨 가문에도 튈 게 뻔했다.그런데 고

  • 다시 깨어난 그녀가 흑화했다   제11화

    “내연녀 짓을 어디서 배웠나 했더니 그 엄마에 그 딸이었구나.”나는 옆에 있는 여자를 보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정명수가 나의 뺨을 때리려 하자 나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그러고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은 다음 정명수를 노려보면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따귀를 돌려주었다.예상치 못한 나의 행동에 문혜미는 겁을 먹고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뒷걸음질 쳤다.물론 그녀를 내버려 둘 내가 아니었다. 문혜미의 머리채를 잡고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뺨을 후려갈겼다.“보긴 뭘 봐? 더 맞고 싶어? 그래. 마음껏 때려줄게.”나에게 얻어맞은 두 사람은 넋이 나간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두 부녀를 때린 후 나는 시선을 옆에 있던 문희숙에게 옮겼다. 문희숙은 그제야 두려움에 떨면서 얼굴을 부여잡고 뒤로 피했다.“막 나가겠다 이거야? 아줌마, 가법으로 다스려.”정명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평소 나약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문희숙과 문혜미 앞에서 으름장을 놓았다.“내 딸을 건드렸다간 절대 가만 안 둬.”어머니 강정화가 고성규와 함께 성을 내면서 들어오더니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어쭈, 정명수. 많이 컸다, 너? 이젠 내 딸까지 때려? 이년 저년 다 딸이라고 해도 상관없지만 내 딸한테 뭐라 하는 건 절대 용납 못 해. 넌 아직 그럴 자격이 없어. 우리 한 달 전에 이혼한 거 잊었어? 근데 이제 와서 아빠라고 위세를 부려?”정명수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바로 꼬리를 내렸고 기세도 눈에 띄게 꺾였다. 그는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오늘 싸울 생각은 없었어. 그냥 내 명의로 된 재산을 혜미한테 주려고 했을 뿐이야. 두 모녀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 이 정도 보상쯤은 당연히 줘야지.”어머니는 테이블 위의 서류를 힐끗 보더니 기가 막혀서 웃음을 터트렸다.“사람이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 이미 보은이한테 준 걸 다시 다른 사람한테 주겠다고? 그때 강씨 가문과 정략결혼 하겠다고 한 사람은 정명수 너였고 두 모녀를

  • 다시 깨어난 그녀가 흑화했다   제10화

    문혜미의 원한 가득한 눈빛과 마주한 순간 나의 기쁨은 극에 달했다.고성규는 옆에서 조용히 내 몸의 상처를 살폈다. 나는 손가락으로 고성규의 입가를 톡톡 건드렸다.“왜 그래? 많이 놀랐어?”하지만 고성규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꽉 끌어안았다. 어찌나 세게 끌어안았는지 나를 거의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목덜미에 뜨겁고 축축한 느낌이 전해진 그때 나는 그 자리에서 잠깐 흠칫했다가 이내 어린아이를 달래듯 그의 등을 토닥였다.“다음부터는 절대 혼자서 이런 위험한 짓 하지 마. 아까 보은 씨가 저 남자 손에 잡혀있었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고성규는 무척이나 속상한 듯했다.“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여지를 남겨뒀지, 내가.”나는 개조한 후의 목걸이를 고성규에게 흔들어 보였다.목걸이 안에 소형 GPS가 장착되어 있었다. 휴대전화가 없더라도 고성규는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고성규는 목걸이를 천천히 자기 옷 주머니에 넣고는 살짝 삐진 듯한 말투로 말했다.“다음부터는 목걸이 말고 날 데리고 가.”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가 고성규의 엄숙한 얼굴을 보고는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마친 후 나는 아파트로 돌아왔다.고성규는 절대 나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았다. 심지어 샤워할 때마저도 욕실 앞에서 지키곤 했다.정리를 마친 나는 고성규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한 자료를 챙기고 강씨 본가로 향했다.본가에서 어머니를 여기저기 찾아다니는데 옆에 있던 도우미가 어머니가 조금 전에 외출했다고 했다.나는 하는 수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그런데 서재를 지나가던 그때 인기척이 들렸다.도우미는 자기 머리를 툭 치면서 다급하게 말했다.“아가씨, 회장님께서 진작 들어오시긴 했는데 지금 손님과 얘기 중이십니다. 이따가 얘기가 끝난 다음에 들어가세요.”도우미가 나의 두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걸 본 나는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하여 망설임 없이 서재 문을 벌컥 열고는 고성규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도

  • 다시 깨어난 그녀가 흑화했다   제9화

    옆에 있던 문혜미는 함께 나온 임동준을 보더니 바로 소리를 질렀다.“동준 오빠, 나 좀 살려줘.”그러고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입고 있던 외투가 벗겨지면서 널찍한 환자복이 드러났고 하얀 피부가 남자들 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나는 문혜미를 잡고 있던 노랑머리 남자가 침을 꿀꺽 삼킨 다음 손을 그녀의 옷 속에 넣는 걸 정확히 보았다.문혜미는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르면서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그 모습을 본 임동준은 그들의 보스에게 무릎을 꿇었다.“영준 형님, 제발 제 여자 친구는 풀어주세요. 옆에 있는 저 여자 대진 그룹의 딸이에요. 그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히 있을 겁니다. 정 안 되면 저 여자로 강정화를 협박해서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하세요. 그때 가서 형님이 원하시는 대로 달라고 하면 돼요.”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임동준이 사채를 빌려 썼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뻔뻔한 놈, 갚을 능력이 안 되니까 나까지 끌어들이려고?’진영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노랑머리 남자에게 손을 흔들면서 문혜미를 풀어주라고 했다. 문혜미는 바로 임동준의 품에 와락 안겼다.나는 몰래 손을 주머니에 넣었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손도 뒤에 선 사람에게 잡히고 말았다.“찾아도 소용없어. 네 휴대전화 우리가 진작 버렸거든. 몰래 신고라도 하려고? 겁이 없구나, 아주.”나의 손을 꽉 잡은 바람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손가락 끝으로 나의 등을 만진 순간 혐오스러운 나머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증거물이 될만한 거로 채취해서 강정화한테 보내. 어딜 채취하면 좋을까?”진영준은 군용 나이프를 들고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날카로운 칼날이 빛을 받아 무섭게 반짝였다.그때 문혜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영준 오빠, 급할 거 없어요. 쟤 얼굴도 반반하게 생겼는데 마음에 들면 일단 가지고 놀면서 욕구라도 푸는 게 어때요?”그녀의 말에 나는 문혜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고 마음 같아서는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진영준은 잠깐 흠칫하다가 이내

  • 다시 깨어난 그녀가 흑화했다   제8화

    나는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면서 계속 자료를 훑어보았다.이 회사 책임자가 고성규라는 것을 본 순간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면서 냉기가 온몸에 퍼졌다.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따뜻한 물 한잔을 따랐다. 자료를 계속 보려던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구멍으로 확인해 보니 다름 아닌 고성규였다.고성규는 들어오자마자 들고 있던 짐들을 풀어헤치고 곧장 주방으로 들어갔다.나는 문에 기대어 분주히 움직이는 그를 가만히 지켜봤다.단지 몇 개월만 지났을 뿐인데 고성규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학생 시절의 풋풋함은 사라지고 성숙한 남자의 매력이 물씬 풍겼다.게다가 맞춤 정장을 입어 더욱 훤칠해 보였고 귀티가 흘러넘쳤다.‘정말 성규 씨일까?’나는 식탁 쪽으로 걸어가면서 가능성을 생각했다.사실 나의 머릿속에는 진작 답이 있었다. 고성규가 절대 나를 배신할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건 확고하면서도 묘한 직감이었다.식사를 마친 후 고성규는 나에게 서류 하나를 건넸다.“아무래도 지금 이게 필요할 것 같아.”덤덤한 말투였지만 칭찬을 바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나는 서류를 꼼꼼하게 살폈다. 겉으로는 차분함을 유지했지만 사실 속은 이미 파도가 일렁거리고 있었다.임동준이 얘기했던 한 달에 수억 원 번다는 일이 바로 대진 그룹의 상업 기밀을 라이벌 회사에 파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기가 막힌 건 그동안 나의 아버지 정명수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것이었다.사진 속 장소 중에 중복되는 장소가 하나도 없다는 건 다른 사람들을 피해서 몰래 만난다는 뜻이었다. 사진 속의 시간을 확인해 보니 바로 아버지가 출장 간다고 했던 그 시기였다.순간 나는 등골이 오싹했고 넋이 나간 얼굴로 고성규를 쳐다보았다.그렇다면 고성규는 언제부터 이 사실을 알아채고 직무를 이용하여 임동준을 조사한 것일까?고성규가 떠난 후 나는 인물 관계도를 정리했다.아버지와 문혜미를 연결하던 그때 황당무계한 가능성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나는 다급하게 가방을 챙기고 본가로 향했다. 그런데 차 안에

  • 다시 깨어난 그녀가 흑화했다   제7화

    나는 몇 개를 고른 다음 점원에게 말했다.“방금 고른 몇 개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전부 포장해 주세요.”그러고는 문혜미에게 웃으면서 말했다.“돈이 많으니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문혜미는 내가 이 정도로 뻔뻔할 줄은 생각지 못한 듯 잿빛이 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체면 때문에 애써 분노를 억누르면서 카운터에 가서 결제했다.그녀는 한참 동안 마음을 진정하다가 드디어 비번을 눌렀다. 그런데 곧이어 점원의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 손님. 정지된 카드인 것 같습니다.”문혜미는 경악했다가 시뻘게진 얼굴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한 번 더 긁어봐요.”다시 한번 긁어도 결과는 똑같았다. 점원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경멸 섞인 눈빛은 마치 따귀처럼 문혜미의 얼굴을 후려갈기는 것 같았다.휴대전화가 울린 그 순간 문혜미는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실수로 스피커폰으로 받은 바람에 임동준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도 정확히 들릴 만큼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혜미야, 우리 자금이 다 끊겼어. 전에 샀던 명품을 다 팔아서 나 좀 도와줘. 급히 쓸 데가 있어. 지금 백화점이지? 나 근처에 있으니까 바로 갈게. 조금만 기다려.”문혜미는 소리를 지르더니 난감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그게 아니라...”점원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지만 예의상 여전히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그럼 이것들은 구매하실 건가요?”나는 아쉬워하며 어깨를 들먹였다. 그러고는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몇 개를 골라 여유롭게 말했다.“돈이 없으면 잘난 척하지 마. 방금 고른 몇 개 포장해 주세요. 이 카드 긁으시고요.”점원은 환하게 웃으면서 쇼핑백을 나에게 건넸고 나는 문혜미보다 빠르게 매장을 나왔다.그 후 유기견처럼 매정하게 쫓겨난 문혜미는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매장에서 걸어 나왔다.문혜미를 한동안 몰래 따라다닌 그때 다급하게 달려오는 임동준을 발견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겨울이었지만 임동준은 땀에 흠뻑

  • 다시 깨어난 그녀가 흑화했다   제6화

    문혜미는 돈을 흥청망청 쓰는 스타일이다. 평소 임동준이 보태준다고 해도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살았다.하지만 잘난 척하고 우쭐거리는 성격 때문에 아르바이트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았다. 하여 장학금은 그녀가 받는 유일한 생활비나 다름없었다.나는 이 기회를 빌려 여자에게 빌붙는 임동준의 정체를 낱낱이 까발렸다. 체면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그에게는 죽이는 것보다도 더 괴로울 것이다.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임동준은 여전히 빚을 갚지 않았다. 대진 그룹의 변호사팀을 동원하려던 전날, 카드에 돈이 입금되었는데 뜻밖에도 임동준이 빚을 갚았다.나는 조금 아쉬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뭔가 수상했다.임동준은 매달 내가 주는 용돈으로 살았다. 여기저기 빌린다고 해도 이 짧은 시간 안에 그 많은 금액의 돈을 마련한다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누가 뒤에서 도와주는 거지?’머릿속에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임동준과 문혜미의 근황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문혜미와 임동준이 휴학했다고 했다. 하도 급하게 휴학한 바람에 기숙사의 물건도 챙기지 못했다.듣건대 임동준은 월급이 수억 원이 되는 일자리를 구했다면서 곧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동네방네 떠들어댔다고 했다.덤덤하게 전화를 끊은 나는 바로 사설 탐정에게 연락했다. 자초지종을 알아내려면 시간이 꽤 많이 필요했다.그사이 나는 기다리면서 지난 생애 사람들의 관계를 계속 정리했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가지 추리를 해봐도 한 곳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행히 사설 탐정이 바로 알아낸 덕에 그리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사설 탐정이 전화 왔을 때 나는 전리품을 들고 유유자적하게 가게를 나서고 있었다.오늘따라 하이힐과 타일이 부딪치는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맑고 또렷했다.한창 사설 탐정의 보고를 주의 깊게 듣고 있는데 눈앞에 검은 모습이 스쳤다. 나는 본능적으로 오른쪽으로 피했다. 그런데 그 하이힐이 내 앞에 멈춰 섰다.고개를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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