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혼 서류가 들어 있는 쿠키 상자에서 사진 많이 봤어요. 엄마는 사진을 엄청 많이 갖고 있었는데 트로피를 들고 시상대에 올라간 사진만 열 장이 넘었어요. 결혼식 사진, 쪼그려 앉아 엄마에게 뭘 주는 사진, 엄마 볼에 뽀뽀하는 사진...”이혼 후 바로 버렸어야 했는데 조금 후회스러웠다.하지만 그때의 나는 차마 버리지 못했다.유안이는 기대에 찬 눈으로 양지성을 바라봤다.“내 아빠예요?”양지성은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래.”유안이는 활짝 웃었다.“유치원 친구들이 엄마, 아빠가 없다고 놀렸는데 나도 이제 아빠가 생겼네요, 하하.”그러다 문득 입을 삐죽거렸다.“삼촌, 그럼 아빠는 나랑 엄마를 원하지 않아요?”양지성은 유안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유안이를 원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아빠의 사랑을 갈망하는 유안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 손을 뻗어 안아주며 슬퍼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내 몸이 유안이의 몸을 그대로 통과했다.잠시 내가 죽은 지 4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잊었다....다음 날, 유치원 점심시간에 유안이는 선생님을 찾아와 휴대폰을 빌린 뒤 혼자 화장실에 숨어 어제 구희준이 건네준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어제 명함 받은 사람인데요. 아저씨한테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다행히 유안이는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마음 한구석이 몹시 불안해져서 앞으로 다가가 유안이의 휴대폰을 잡으려고 했으나 또 한 번 내 몸이 유안이의 몸을 통과했다.구희준의 허락을 받은 유안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우리 엄마 좋아해요?”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유안이는 어젯밤에 돌아가서 다시 내 소지품을 뒤지다가 내 일기장 뒷면에 적힌 한마디를 보고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구희준, 날 좋아하긴 해?]아빠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대신 답을 듣고 싶었던 거다.묻지 마!이혼한 지 5년이 지났고 죽은 지도 4년이 지나서 이제 그 대답은 더 이상 나에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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