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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모르는 일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12

12 챕터

제11화

내가 임신을 해버렸다.이 소식을 알았을 때 나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남자친구도 없는데 임신이라니?!유강빈은 걱정 섞인 얼굴로 나를 데리고 이것저것 검사를 진행했다.김서준도 언짢은 표정이었는데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곧 눈물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내가 왜 임신을 해? 누구 애인지는 알아?”나는 오직 유강빈만 믿는데 그가 좀처럼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았다. 그저 내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그래, 그럼 그러라고 하지 뭐. 어차피 낳아봤자 키울 수도 없을 테니까.나는 속도 없이 잘만 먹고 잘만 잤다. 기억을 자꾸 잃지만 매일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박지유,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아이를 빌미로 남자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천하다 정말!”그녀는 예쁘장한 얼굴에 썩 친절하지 못한 태도를 지녔다. 내가 거들떠보지 않으니 그녀가 점점 더 몰아붙였다.“말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지 말라고. 고작 임신이잖아! 너만 애 낳을 줄 알아?!”그녀가 내게 진단서를 한 장 내던졌는데 그 위에는 허다은이라는 여자가 임신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허다은은 아마도 지금 이 여자겠지.다만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이 아이 아빠도 아닌데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네 뱃속의 애랑 내 뱃속의 아이는 아빠가 다 같아.”나는 화들짝 놀란 채 막연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그녀가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다만 네가 나보다 조금 더 빨리 임신했어. 뭔 말인지 알겠어?”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단지 기억력이 나쁠 뿐 바보는 아니니까.“너랑 잔 후에 바로 나랑 잤다는 얘기야. 네 아이랑 내 아이 출산 예정일이 보름을 안 넘겨.”“그래도 차이점은 있지.”그녀가 웃으며 내게 바짝 다가왔다.“내 아이는 정정당당하게 태어나겠지만 네 아이는 사생아야.”“헛소리 집어치워. 너야말로 사생아야. 저주받을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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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내가 다시 깨났을 때 김서준과 허다은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김서준은 병실을 나가기 전, 내게 다가오며 맹세했다.“지유야, 나 올 때까지 기다려. 다 설명할게. 절대 나 잊으면 안 돼. 쟤가 한 말 새겨듣지 마. 사실이 아니야.”그를 잊든 말든 이젠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 뒤로 3일 동안 김서준은 나타나지 않았다.아이도 당연히 지켜내지 못했다. 나는 울지도 난리를 피우지도 않았고 곧장 이 현실을 받아들였다.유강빈이 몇 번이고 내게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제 겨우 정신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데 제발 그 재수 없는 인간을 언급하지 말라고 온몸으로 거부했다.유강빈은 슬슬 내게 D국에 가서 지내게 될 요양원에 대해 말해줬다.“거기 환경 아주 좋아. 한식도 있고 양식도 있어. 매일 의사가 회진을 오고 분기마다 여행도 다닐걸. 그때 가서 나랑 함께 유럽 여행 실컷 다니자.”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그럴 필요 있어요? 어차피 여행 다녀봤자 기억하지도 못할 텐데.”나는 문득 말실수한 걸 알아채고 재빨리 한마디 덧붙였다.“그래도 선배랑 함께 다니면 뭐든 좋아요.”유강빈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한참 후에야 말을 내뱉었다.“양심은 있네.”나는 일부러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선배, 나 지금 바로 놀러 가고 싶어요.”“이제 막 유산해서 걸어 다닐 수 없을 텐데...”“그럼 나 휠체어에 앉히고 산책 좀 하면 안 돼요?”입원한 지도 어느덧 보름이 지났고 나는 갑갑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유강빈은 끝내 내 고집에 못 이겨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전에 공부할 때도 자주 해변을 거닐었다.유강빈은 나를 휠체어에 앉히고 해변을 천천히 거닐다가 풍선 파는 사람을 보더니 하나 사주었다.풍선에 소원을 쓰고 하늘에 날려 보내면 하늘에서 내 소원을 이뤄준다는 말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나는 유성펜을 꺼내 풍선에 나의 작은 비밀을 열심히 적어내렸다.유강빈이 보려고 하면 애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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