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신을 해버렸다.이 소식을 알았을 때 나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남자친구도 없는데 임신이라니?!유강빈은 걱정 섞인 얼굴로 나를 데리고 이것저것 검사를 진행했다.김서준도 언짢은 표정이었는데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곧 눈물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내가 왜 임신을 해? 누구 애인지는 알아?”나는 오직 유강빈만 믿는데 그가 좀처럼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았다. 그저 내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그래, 그럼 그러라고 하지 뭐. 어차피 낳아봤자 키울 수도 없을 테니까.나는 속도 없이 잘만 먹고 잘만 잤다. 기억을 자꾸 잃지만 매일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박지유,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아이를 빌미로 남자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천하다 정말!”그녀는 예쁘장한 얼굴에 썩 친절하지 못한 태도를 지녔다. 내가 거들떠보지 않으니 그녀가 점점 더 몰아붙였다.“말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지 말라고. 고작 임신이잖아! 너만 애 낳을 줄 알아?!”그녀가 내게 진단서를 한 장 내던졌는데 그 위에는 허다은이라는 여자가 임신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허다은은 아마도 지금 이 여자겠지.다만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이 아이 아빠도 아닌데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네 뱃속의 애랑 내 뱃속의 아이는 아빠가 다 같아.”나는 화들짝 놀란 채 막연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그녀가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다만 네가 나보다 조금 더 빨리 임신했어. 뭔 말인지 알겠어?”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단지 기억력이 나쁠 뿐 바보는 아니니까.“너랑 잔 후에 바로 나랑 잤다는 얘기야. 네 아이랑 내 아이 출산 예정일이 보름을 안 넘겨.”“그래도 차이점은 있지.”그녀가 웃으며 내게 바짝 다가왔다.“내 아이는 정정당당하게 태어나겠지만 네 아이는 사생아야.”“헛소리 집어치워. 너야말로 사생아야. 저주받을 년.”
최신 업데이트 : 2024-10-1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