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김 대표, 지금 시간 돼? 다은이랑 혼사로 얘기 좀 나누지?”상대는 바로 허다은의 아빠이자 전설로 불리는 해상 그룹 회장이었다.“저 지금...”“이리로 와. 밥 먹는 건 둘째치고 사업 건으로 세부 사항을 논의하려고 그래.”김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더니 휴대폰을 옆으로 치웠다.“빌어 나한테! 네가 말만 하면 바로 거절할게.”“허다은이랑 결혼할 일도 없고 더는 그 누구도 안 만나.”나도 한때 똑같이 그에게 애원했었는데...다른 여자를 껴안고 내 앞에 나타났을 때 용기 내 알려주고 싶었는데, 애초에 그를 떠난 이유를 낱낱이 고백하고 싶었는데 그때 김서준은 뭐라고 했었지?“박지유, 변명거리 둘러대지 마.”“사기꾼 주제에 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지금 나더러 그 해명을 들어달라고? 좋아, 무릎 꿇고 빌어! 그럼 들어줄게.”내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더니 이제 와서 서로 등 돌리고 상처만 너덜너덜해지자 나보고 무릎 꿇고 빌라고?!나는 그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서준 씨는 나한테 이미 놀다 질린 장난감에 불과해요. 애원할 가치조차 없다고요.”“이만 가요. 얼굴 보고 싶지 않으니.”김서준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휴대폰을 들고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말을 마친 그 남자는 나를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문을 박차고 나갔다.
Last Updated : 2024-10-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