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241 - Chapter 250

557 Chapters

제241화

몇 걸음 떨어진 곳.노은범과 하진주가 나란히 서 있었다.그리고 시연과 마주쳤다.“시, 시연아.”은범은 당황해 더듬거렸다.진주는 은범을 한 번 바라보더니 옅게 미소 지었다.“친구야?”“응, 아니... 아니야. 내가 좋아한다던 그 사람이야.”은범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부정했고, 더 이상 진주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서둘러 시연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시연을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긴 웬일이야?” 뜻밖의 조우에 시연은 잠시 놀랐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교수님이 여기서 회의 중이셔. 놓고 가신 자료를 가져다주러 왔어.”그녀가 유건에게 한 말과 똑같았다.“그렇구나.”은범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시연의 가방을 받으려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번엔 허공을 잡았다.시연은 재빨리 한 걸음 물러난 것이었다.은범은 순간 멍해졌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시연아?”시연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 속엔 명확한 거리감이 담겨 있었다.“교수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먼저 가볼게. 그리고 널 방해하면 안 되잖아.”시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을 지나쳐 걸어가려 했다.은범은 당황했다.시연이 오해했다고 확신했다.“시연아...”“잠시만요.”진주가 갑자기 시연의 앞을 가로막았다.여자의 직감은 빠르다. 이 짧은 순간에도 진주는 분위기를 감지했다.시연과 눈을 마주치며 조용히 말했다.“죄송하지만, 잠깐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시겠어요?”“...”시연은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시간 없어서요. 비켜주세요.”거절이었다.진주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강단 있게 나섰다.그녀는 시연의 팔을 잡았다.“잠깐이면 돼요! 금방 끝날 말이에요.”그녀는 은범을 흘끗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당신이 은범이가 좋아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그냥 친구일 뿐이거든요.”“하고 싶으신 말, 다 하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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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문 밖.유건, 은범, 그리고 진주는 침묵 속에 서 있었다.가장 먼저 진주의 핸드폰이 울렸다.“엄마. 네, 이제 끝났어요. 곧 갈게요.”전화를 끊고 나서, 진주는 은범을 바라보았다.“은범아, 우리 엄마가 집에 빨리 들어오래.”하지만 은범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말 한마디 없이 굳어 있었다.그는 무조건 시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진주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그럼 나 먼저 갈게.”“응...”은범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절대 시연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그러나 그때, 은범의 핸드폰이 울렸다.강수희였다.“어머니.”[은범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진주를 안 데려다준 거니? 서로 친해지는 건 좋지만, 너무 늦으면 진주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야.]은범은 진주를 한 번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강수희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어졌다.[이제 늦었으니, 무조건 진주 데려다줘야 해. 알겠지?]이를 악물며, 은범은 짧게 대답했다.“알았어요.”전화를 끊고, 그는 진주를 향해 말했다.“가자, 집까지 데려다줄게.”“어?”진주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라며 회의실 문을 가리켰다.“그래도 돼?”“너랑 같이 왔잖아.”은범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히 너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게 맞지.”시연에게는 나중에 충분히 설명하면 될 일이었다. 그녀는 이성적인 사람이니까.“가자.”“응.”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유건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눈빛 가득한 냉소를 띄웠다.‘역시 믿을 수 없는 놈이었어.’그는 긴 다리를 내디뎌 은범의 앞을 가로막았다. 날카롭게 올라간 눈꼬리, 비꼬는 듯한 미소.“어디 가려고?”“고 대표님...”은범이 답하려 했지만, 유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내가 있는 한, 넌 한 발짝도 못 움직여.”은범은 얼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고 대표님, 전 친구를 집에 데려다줘야 합니다.”“헛소리 좀 그만하지 그래?”유건의 분노가 폭발했다.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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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시연은 말없이 유건을 흘끗 바라보았다.유건은 즉시 기세가 꺾였고,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안 보면 신경도 안 쓰이겠지!’“얼른 가.”시연은 가볍게 웃으며 은범에게 손짓했다.“시연아, 고마워.”은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하듯 말했다.“진주를 데려다주고 바로 올게. 제발 화내지 말고,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알겠지?”시연은 대답 대신 다시 손짓했다.“얼른 가.”“조금만 기다려!”은범은 시연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빨리 다녀와서 시연이를 만나야 해!’두 사람이 떠나고 나자, 주변은 조용해졌다.시연은 멀어지는 은범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이제 와서 아쉬운 거니?”뒤에서 나직한, 그러나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연이 은범을 보고 있다면, 유건은 그런 시연을 보고 있었다.유건은 자신도 모르게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웠다.“자기 남자를 놓아주고 대단한 척이라도 하려는 건가? 너,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야.” ‘과연 그럴까?’시연은 고개를 돌려 유건을 올려다보았다. 맑은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남자를 응시했다.‘난 바보가 아니야. 고유건이 갑자기 나한테 키스한 것도, 지금 이 말을 하는 것도...’‘하진주라는 여자가 은범이랑 같이 있는 걸 나한테 보여주지 않으려 한 거야.’시연은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유건 씨, 왜 그렇게 조급해해요? 혹시라도 내가 은범이랑 잘 안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유건의 숨이 턱 막혔다.‘걱정하다니?’‘지금 나더러 본인이 노은범을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라는 건가?’ 한동안 말이 없던 유건을 향해, 시연이 느긋하게 물었다.“‘응’이랑‘아니’중에 골라서 대답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이게 무슨...?’유건은 시연의 집요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짜증스럽게 턱을 까딱하며 짧게 대답했다.“응.”그리고 잠시 생각한 후 덧붙였다.“처음엔... 나도 너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 네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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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장소미...”시연은 그녀가 화를 내도록 놔두었다.솔직히, 남자 친구가 전처와 함께 있는 걸 보고 화가 나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난 네 남자 친구한테 매달린 적 없어. 정말 우연히 만난 거야.”“허!”소미는 이를 악물고 비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래? 그럼 하나만 더 묻자. 일부러 가정법원 가는 걸 피해서, 이혼 서류에 서명 안 하는 이유는 뭔데?!”“뭐?”시연은 놀라며 유건을 바라보았다.“소미 씨.”유건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소미의 손을 잡았다.“그건 시연이 때문이 아니야. 내가 바빠서...”“지시연.”소미는 유건의 말을 무시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연을 응시했다.“난 네 대답을 들어야겠어. 이혼 서류에 서명 안 한 거, 혹시 유건 씨를 못 잊어서 그런 거 아니야?”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롭게 박혀왔다.“장소미.”시연은 미소를 거두었다.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너는 내 남편과 불륜 관계잖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추궁하는 건데?”소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뭐?”시연은 비웃음을 흘렸다. 소미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정확히 해두자. 난 아직 고유건 씨와 법적으로 혼인 관계야. 이혼할지 말지는 내 선택이고, 네가 참견할 일 아니란 뜻이지.”“지시연...!”소미는 분노에 휩싸여 이를 악물고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유건 씨는 널 사랑한 적 없어요! 그 결혼도 강요당해서 한 거라고!”“웃기시네.”시연은 무심코 서늘한 눈빛으로 유건을 스쳐보았다. “그럼 누가 칼을 들이대서 강제로 혼인 신고하게 만든 건데?”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성인이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지.”“고유건 씨가 어떤 이유에서든 나랑 결혼했으면, 나는 법적으로 고유건 씨의 아내인 거야. 법이 보호하는 거라고.”그녀는 지친 듯한 표정으로 소미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너도 마찬가지야. 유부남을 선택했다면, 유부남이 정식으로 이혼하기 전까지는 조용히 있는 게 도리 아니야?”‘유부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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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유건의 날카로운 얼굴선이 순간적으로 긴장되었고, 눈빛도 흔들렸다.그는 차마 시연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정리했다고 거짓말할 수 없었다.“소미 씨, 그 사람은 한때 내 아내였어.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힘들어하면, 나도 모른 척할 수 없단 말이야. 이해 돼?”소미는 숨이 막혔다.하지만, 유건은 언제나 솔직했고, 거짓말로 둘러대는 법이 없었다.소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나는요?”“소미 씨.”유건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나는 소미 씨를 선택했고, 분명히 약속했어. 소미 씨, 그리고 우리 아이를 지켜줄 거라고. 그건 변하지 않아.”이 말은 소미를 향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그 자신에게도 하는 다짐이었다.“유건 씨!”소미는 울면서 남자의 품에 안겼다.“절 원망하진 마세요! 너무 두려워서 그래요! 유건 씨가 갑자기 저를 버릴까 봐 너무 무섭다고요!”유건은 몸을 굳혔다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이 여자는... 내 책임이야.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을 울게 했어.’“미안해.”그는 낮은 목소리로 사과하며 그녀를 다독였다.“걱정하지 마. 쓸데없는 생각도 하지 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유건 씨...”소미는 더욱 남자의 품에 파고들며 그를 꽉 끌어안았다.“저... 유건 씨 없으면 못 살아요.”...돌아오는 길.유건은 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조금 전, 시연이 그렇게 떠났을 때 그는 막을 수 없었지만, 늦은 밤에 그녀가 안전하게 도착했는지 확인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오늘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전화기 너머, 시연은 화면을 내려다보았다.이제는 이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유건이 새로 바꾼 번호였다.그녀는 망설이지 않았으며, 받을 생각조차 없었다.몇 번의 신호음 끝에 전화를 끊은 유건은, 그녀가 받을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손을 꽉 쥐었다.“임진아 집으로 가.”그는 기사에게 지시했다.... 소미 집은 동쪽에 있고, 강울대는 서쪽에 있었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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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화내도 돼. 짜증 내도 돼. 하지만 제발,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마! 난 못 해... 너 없이 못 살아.”“은이야...”눈이 마주쳤고, 시연의 눈빛 속에는 조용한 흔들림이 있었다.“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줘, 응?”거리 한쪽, 벤틀리 안.창문 너머로 유건은 시연과 은범이 서로를 끌어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화해했네. 빠르기도 하지.’‘노은범, 사람 잘 구슬리네.’‘오히려 잘 됐어. 그게 내가 원하던 일이었으니까.’유건은 시선을 거두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이제 됐어.’이어서 기사에게 지시했다.“출발해.”“네.”차가 움직이자, 유건은 무심코 백미러를 바라봤다.여전히 두 사람은 서로를 안고 있었다.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이제는 놓아줘야 해.’‘시연이는 자신의 길을 가야 하고, 나도 내 책임을 다해야 하니까.’그리고 앞으로, 유건은 시연의 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시연은 은범이 진정할 시간을 주고 조심스럽게 그를 밀어냈다.“네 어머니... 편찮으시잖아. 요즘 계속 돌봐 드리고 있지?”“응...”은범은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가 진주를 많이 좋아하셔. 그래서 어머니 기분이라도 풀어 드리려고 친구처럼 지내기로 한 거야. 하지만 시연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응, 알아.”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여자의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워졌지만, 속은 쓰렸다.‘이건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은범이를 위한 거야.’ “하지만, 은이야. 난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고, 내 문제야.”은범은 순간 멍해졌다. 시연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은이야, 미안해.”시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거 알아? 네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걸 봤을 때... 네가 다른 여자에게 네 재킷을 걸쳐 줄 때, 난 전혀 슬프지 않았어. 화도 나지 않았고.”은범의 눈빛이 얼어붙었다.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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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아침, 시연은 막 사무실에 도착해 근무복으로 갈아입은 참이었다. 그때 주재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지시연 씨, 오늘 오후에 시간 괜찮아요? 문제없으면 가정법원에 가서 서류를 처리하시죠.]‘이렇게 빨리?’‘장소미가 어젯밤 한바탕 소란을 피웠더니, 고유건이 바로 일정부터 잡은 모양이네.’ 시연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그녀는 지금 프로젝트팀에서 자료 정리에 집중하는 단계였다.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이라 오후 일정 조정은 문제 되지 않았다.[그럼 오후에 봅시다.]“네, 오후에 뵐게요.”전화를 끊고, 시연은 다시 바쁜 하루를 시작했다.정리해야 할 자료가 너무 많아 점심시간에도 식당에 갈 겨를이 없었다. 어차피 입맛도 없었기에 따뜻한 물과 식은 식빵 한 조각, 남은 매실장아찌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오후가 되어, 시연은 과장실 문을 잠그고 아파트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시연아! 여기 있었구나, 다행이다!”“서 선생님?”시연을 부른 사람은 양석현 팀의 펠로우, 서성안이었다.서성안이 다급한 목소리로 손을 흔들었다.“황 선생님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곧 있을 수술에 못 들어가게 됐어. 너, 준비하고 바로 들어오도록 해!” “네?”시연은 당황해 멍해졌다. 곧바로 난감한 얼굴로 망설였다. “서 선생님, 저는 아직 대형 수술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데요...”그게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는, 오후에 사적인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가정법원에 가기로 약속한 상태였으니 말이다.“응?”예상치 못한 거절에 서성안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이런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다고?”“저...”서성안이 말한 ‘기회’라는 게 뭔지는 시연도 잘 알고 있었다.오늘 심폐 프로젝트팀에서는 중요한 수술이 있었다. 집도의는 양석현.시연이 직접 수술에 관한 서류를 작성한 수술이었다.만약 가정법원 일정이 없었더라면, 그녀도 망설임 없이 기꺼이 들어갔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거절해야 했다.“서 선생님, 다른 분께 부탁할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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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지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형수님, 도대체 뭐 하는 거야? 형님을 일부러 약 올리는 건가?’‘형님은 이미 커피 두 잔을 마셨어... 그리고 형님의 표정은...’‘폭발하기 직전이라고!’시간이 지나가고, 해는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었다....수술이 끝났을 때는 이미 오후 5시가 넘었다.“큰일이야!”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시연은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수술실을 나섰다. 그리고 급히 병동으로 가서 핸드폰을 꺼내 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한 씨, 나예요.”[형수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지한은 목소리를 낮췄지만, 분명 짜증이 묻어 있었다.[왜 안 오셨어요?]“미안해요.”시연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갑자기 일이 생겨서 연락할 틈이 없었어요.”[지시연.]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목소리가 바뀌었다.지한이 스피커폰을 켜둔 상태에서, 유건이 직접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남자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거칠었다.[어디야? 당장 여기로 와!]“네?”시연은 당황해서 무심결에 물었다.“아직도 가정법원에 있어요?”[당연하지!]남자의 목소리는 더더욱 거칠어졌다.“네가 안 왔는데, 내가 어디를 가겠어?”시연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더듬거렸다.“알았어요,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고, 시연은 부리나케 병원 정문으로 달려 나가 택시를 잡아 가정법원으로 향했다.가는 동안 몇 번이나 시계를 확인했다.‘가정법원이 다섯 시 반까지였나, 여섯 시까지였나?’‘시간이 맞을까?’하지만 예상치 못한 정체로 인해 시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6시를 넘긴 상태였다.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벤틀리 옆에 서 있는 지한이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미안해요!”시연은 달려가며 사과했다.“제가 아니라...”지한은 차를 가리켰다.“형님한테 사과하셔야죠.”“알았어요.”시연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유건의 날카로운 옆모습을 슬쩍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유건 씨...”쿵!갑자기 유건이 몸을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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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이건 유건이 시연에게 처음 한 말이 아니었다.시연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대체 뭘 모른다는 거지?’하지만 오늘은 자기 잘못이었으니, 그가 비꼬아도 할 말이 없었다.시연은 진심으로 사과했다.“늦고, 약속을 어긴 건 내 잘못이에요. 괜히 유건 씨 일까지 미루게 해서 미안해요. 그러니까 내일 아침에...”“하.”유건은 코웃음을 쳤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눈빛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네가 부르면 언제든 나와야 하냐고.”시연은 말문이 막혔다.“그런 뜻은 아니었어요.”‘나는 그냥... 장소미를 엄청 신경 쓰는 것 같아서...’‘그게 아니라면, 가정법원에서 이렇게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잖아.’“지한!”유건은 시선을 거두고, 주지한을 노려보았다.“할 말 다 했으면 차에 타. 오늘따라 왜 그렇게 말이 많아?”지한은 순간 몸을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네, 형님.”지한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급히 차에 올라탔다.“출발해.”벤틀리는 거침없이 출발했고, 시연에게 남은 건 텅 빈 거리와 매캐한 배기가스뿐이었다.몇 초간 멍하니 서 있다가, 시연은 어깨를 으쓱하고 임진아 집으로 돌아갔다....아파트 입구.진아는 은범을 마주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시연이 없어. 진짜야.”“그럼 언제 돌아오는지 알아?”진아는 고개를 저었다.“몰라, 시연이 프로젝트팀에 들어갔잖아. 너도 알다시피, 임상의 스케줄은 본인이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응.”은범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임진아에게 건넸다.“시연이가 좋아하고 익숙하게 쓰던 것들이야. 대신 전해줘.”“알겠어.”진아는 노은범이 너무 안쓰러워 보여, 마지못해 받아서 들었다.“고마워.”은범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난 병원에 가봐야 해서, 먼저 갈게.”“조심히 가.”...30분 후, 시연이 돌아왔다.진아는 테이블 위의 쇼핑백을 가리켰다.“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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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진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예전에는 네가 싸울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 지동성이 먼저 손을 내밀었잖아.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마.”“하지만...”시연은 여전히 망설였다.“그 사람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그럼 더 좋은 거 아니야?”진아는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그 사람도 원하는 게 있고, 너도 우주와 함께 마땅히 가져야 할 걸 되찾고 싶잖아. 공평한 거래지.”그 말에 시연은 순간 깨달았다.‘역시, 한 발 떨어져 있는 사람의 시선은 더 명확하구나.’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시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맞아,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네.”“그렇지!”진아는 손을 뻗어 시연의 손을 꼭 잡았다.“네 몫을 찾아와. 그래야 너랑 우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야.”그러면서 시연의 배를 흘깃 쳐다보았다.“그리고 말이야, 너도 이제 아이를 키워야 하잖아. 네가 당연히 가져야 할 걸 찾으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맞아!’시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혈관 속의 피가 빠르게 돌며, 가슴이 뛰었다.그리고 처음으로 느껴지는 묘한 기대감과 흥분.그녀는 단단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해볼게.”결정을 내린 후, 시연은 지동성을 위한 생일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시장에서 직접 천을 구입해 손수 셔츠를 만들기로 했다.시간이 촉박해 하루 종일 외출도 하지 않고 밤을 새워가며 바느질을 끝냈다....이른 아침, 시연은 준비를 마치고 선물을 들고 집을 나섰다....레스토랑.장미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불만을 터뜨렸다.“고 대표가 리조트를 통째로 빌려서 파티를 열자고까지 했는데...”그녀는 남편을 째려보며 말했다.“당신이 끝까지 반대했잖아요!”“엄마.”소미는 미소를 지으며 가방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아빠가 그러셨잖아요, 그냥 가족끼리 조용히 식사하고 싶다고... 이것도 좋지 않아요? 파티는 다음에 해도 되잖아요.”“하하.”장미리는 기분이 좋아진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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