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의 모든 챕터: 챕터 471 - 챕터 480

513 챕터

제471화

도겸의 심장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났다.소진헌이 재석을 대할 때의 열정과 자신을 대할 때의 냉담함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도겸은 계속 서 있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문을 닫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는데, 재석이 정은의 집에 들어간 게 분명했다.도겸은 거절당한 선물 더미를 가지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왕순자는 이미 청소를 마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이곳은 다시 정은이 금방 떠났을 때의 쓸쓸하고 적막한 곳으로 변했다.도겸은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 안방으로 들어갔다.화장대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고, 그 위에는 아직 다 쓰지 않은 스킨케어 제품이 놓여 있었지만, 그들의 주인은 이미 그들을 원하지 않았다.‘정은이 날 버린 것처럼.’도겸은 아래의 서랍을 열었다. 전에 이 안에는 수표 한 장과 토지 증여 계약서, 그리고 다이아몬드 팔찌가 들어 있었다.몇 개의 다이아몬드는 사수자리의 모양을 이루었다.이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팔찌였다. 정은의 22번째 생일이 되던 해에 도겸은 특별히 유명한 디자이너인 존 스미스를 청하여 그녀를 위해 디자인했고, 그녀가 자신의 삶을 비춘 별이라는 뜻이었다.정은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기 위해 도겸은 고의로 그녀와 말다툼을 벌였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톡까지 차단했다.정은의 생일날인 새벽 12시, 도겸은 이 팔찌를 들고 서비대학교 문 앞에 나타나 그녀에게 가장 큰 서프라이즈를 가져다주었다.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비록 정은이 팔찌를 받았고, 두 사람도 오해를 풀고 다시 화해했지만 도겸은 그녀가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그 후 그도 정은이 이 팔찌를 몇 번 찬 것을 보았다.그러나 무슨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정은이 이 팔찌를 낄 때마다 두 사람은 크게 싸우곤 했다.후에 정은은 아예 팔찌를 서랍에 잠그며 다시는 끼지 않았다.“도겸아, 난 너와 다투고 싶지 않아. 정말이야. 매번 다툴 때마다 난 우리의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만 같아. 나와 너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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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선배님, 다 됐어요?”정은이 입을 열고서야 재석은 정신을 차렸다.“응, 다 됐어.”“고마워요.”재석은 또 정은의 허리를 힐끗 쳐다보았다.다른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그녀가 너무 말랐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게 분명해!’...도겸은 해가 지고 다음 날 날이 밝을 때까지 줄곧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그도 잠을 자고 싶었지만 아예 잠이 오지 않았다.머리는 지칠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했다.두 사람이 달콤하고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고, 자신이 찌질하게 굴던 장면도 있었다.날이 밝자, 도겸은 그제야 추억의 늪에서 벗어났다.아침 8시, 직장인들은 저마다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운전을 하며 달북동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디저트 가게로 향했다.평소에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은 거리였지만, 오늘 꼬박 한 시간이나 걸렸다.“안녕하세요, 망고 케이크 하나 주세요.”점원은 멈칫했다.“통째로 된 케이크를 원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한 조각을 원하시는 거예요?”“통째로 된 거요.”“손님, 정말 운이 좋네요. 지금 금방 하나 만들었는데 곧 자르려고 했거든요. 몇 분만 늦으셨다면 아마도 1시간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도겸은 가볍게 응답했다.점원은 포장을 하면서 물었다.“이렇게 일찍 케이크를 사러 오셨다니,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내 여자... 전 여자친구가 좋아해서요.”이 말 한마디에 젊은 점원은 바로 예전에 본 로맨스 소설을 떠올렸다.‘누가 진정한 주인공인지 모르겠네.’도겸은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아 케이크를 받은 다음 바로 차에 올라탔다.점원은 카운터 앞에 서서 유리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이야, 스포츠카라니... 더 소설 주인공 같잖아.’...오전 두 시간의 수업이 끝나자, 하민지와 임서준은 실험실에 가려고 했다.강의동을 나오자마자 민지는 참지 못하고 입맛을 다셨다.“목이 좀 마른데.”서준은 말을 하지 않았다.이미 그의 침묵에 익숙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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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그래, 진작에 이렇게 나왔어야지...”말하면서 민지는 서준의 팔짱을 끼고 기뻐하며 학교 밖으로 돌진했다.서준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손을 빼려고 했다.민지는 바로 그를 잡아당겼다.“야, 쑥스러워하지 마. 우린 절친이잖아!”민지는 말을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팔을 못 빼겠네! 이 여잔 힘이 왜 이렇게 센 거야?’두 사람은 교문을 나서자마자 케이크를 들고 스포츠카에서 내려오는 도겸을 보았다. “어머!”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이 사람은 왜 매번 차를 교문 앞에 세우는 건지 모르겠네. 심각한 교통 체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서준은 잠시 침묵했다.“아마도 이런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어디가 멋있다는 거야? 포르쉐에서 내려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으니까?”“그럴 수도?”민지는 서준을 바라보았다.“너도 이런 게 멋있다고 생각해?”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집은 국산 자동차를 선호해서.”민지가 말했다.“나와 우리 아버지, 그리고 삼촌 할아버지는 모두 렉서스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거든.”“그럼 왜 자꾸 포르쉐를 운전하는 거지?”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도겸을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들고 있는 케이크는 아주 맛있어 보이는데.”서준은 그녀가 침을 삼키는 동작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도겸은 몇 번이나 찾아오면서 정은이 늘 민지와 서준과 함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 횟수가 많아지자, 그도 두 사람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다.도겸은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정은이는? 오늘 왜 너희들과 같이 있는 않는 거야?”민지는 사실대로 말했다.“정은 언니 오늘 학교에 안 나왔어요.”“왜?”“휴가를 냈거든요.”“왜 갑자기 휴가를 낸 거야?”“그건 저희도 잘 몰라요.”도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묻고 싶었다.그러나 민지는 이미 서준의 팔을 잡으며 밀크티 가게로 향했다.“저희는 아직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도겸은 허탕을 쳤다. 양복 차림을 한 사람이 미니언즈 포장의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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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경혜는 도겸의 뒷모습을 주시했다.그녀는 오늘에야 남자의 차가 포르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옷은 아르마니, 시계는 파텍필립이었다.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케이크를 보니 경계는 눈빛이 절로 깊어졌다.다른 한편, 정은이 학교에 가지 않은 이유는 이미숙을 데리고 쇼핑을 하러 갔기 때문이다.그녀는 전공 수업의 교수님에게 미리 설명을 했다. 다행히 오늘은 새로운 내용을 배우지 않고 주로 지난주 팀 과제를 보고하고 총결하는 것이었는데, 민지와 서준이 보고하면 됐기에 정은도 부담 없이 휴가를 낼 수 있었다.내일이 바로 사인회였고, 요 몇 년 동안 이미숙은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거의 참석한 적이 없었다.이미숙은 이리저리 골랐지만, 옷장에 있는 옷이 사인회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못 입는 건 아니지만 뭐가 좀 부족했다.소진헌은 진심으로 칭찬을 했다.“우리 여보는 무엇을 입어도 다 예뻐, 정말이야!”그러나 이미숙은 평소처럼 소진헌의 농담에 웃지 않았다.정은은 재빨리 알아차렸다.“엄마, 우리 새 옷 사러 가요! J시에 큰 백화점이 얼마나 많은데, 틀림없이 엄마가 좋아하는 옷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이미숙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그래!”소진헌은 어수룩하게 머리를 긁적였다.‘왜 내 칭찬이 쓸모가 없는 거지?’...SSG 백화점에서.세 식구는 관광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 고급 브랜드가 가득 모인 사치품 매장이 점차 작아지는 것을 보며, 이미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백화점 정말 크네!”의상은 2층과 3층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층수를 미처 누르지 못해서 그들은 4층으로 올라갔다.이미숙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책장 포스터에 이끌려 세 사람은 아예 이 층에서 내리기로 했다.위에는 ‘SSG RENDEZ-VOUS’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서점처럼 보이지만 일반 서점과 달랐는데, 서점과 카페 및 레스토랑이 하나로 된 곳이었다.문에 들어서면 카페라서 공기 중에 진한 원두 향기가 풍겼다.뒤에는 음식이 있었다.가운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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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소씨 가문의 남자는 저마다 잘생겼는데, 소진헌은 키가 크고 훤칠했으며 중년이 되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몇 벌의 양복을 입어보자 모두 아주 어울렸다.소진헌은 이미숙에게 물었다.“여보, 어느 게 괜찮을 것 같아?”정은도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이미숙은 잠시 생각했다.“다 괜찮은데.”“그럼 어느 걸 골라야 하지?”이미숙이 말했다.“고를 필요 없어요. 다 사면 되죠.”“그건 안 돼, 이게 얼마나 비싼데? 난 이 한 벌이면 충분해. 집에 옷이 아직 많잖아.”이미숙은 이미 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건네주었다.“이 세 벌 다 포장해줘요. 고마워요.”“네, 알겠습니다!”점원은 웃으며 카드를 가져갔다.소진헌은 수줍은 소녀처럼 이미숙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여보, 이건 너무 비싸잖아. 한 벌에 몇 백만 원이라니...”“괜찮아요, 내가 당신에게 사주는 거예요.” 이미숙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어제 배당금을 받았는데, 수억이 넘어요.”소진헌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 그렇게 많아?”“그럼요.”“여보, 정말 너무 대단해!”이미숙은 얼굴이 붉어졌다.“콜록!” 정은은 큰 소리로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곁에 있는데, 두 분은 좀 자제하시면 안 되는 건가?’소진헌의 옷을 사는데 시간이 들지 않았지만, 이미숙은 아니었다. 2층 여성복 구역을 몇 번이나 돌아다녔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어떤 옷들은 심지어 딱 봐도 아니었기에 입어 볼 의욕이 전혀 없었다.정은은 갑자기 한 프랑스의 브랜드를 떠올렸다. 이름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아, 매장을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 매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멀리 떨어진 모퉁이에 있었다.그래도 옷은 예뻤는데, 이미숙은 발을 디디자마자 눈이 밝아졌다.정은이 골라줄 필요 없이 이미숙은 이미 자신의 생각이 있었다.그녀는 먼저 치마 두 벌을 입어 보았는데, 오렌지색과 파란색이었다. 디자인은 다르지만, 모두 피부톤과 잘 어울렸다.치맛자락의 무늬는 레이스에 자수를 더한 것으로, 고전적이고 우아한 운치를 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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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그러나 일은 점원이 예상했던 것처럼 되지 않았다.강서원은 이미숙에게 다가가더니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이 원피스가 잘 어울리네요.”강서원도 입어보았는데, 나름 괜찮았지만 이미숙이 입는 게 더 잘 어울렸다.사이즈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더 잘 어울렸다.강서원의 기질은 너무 강직해서 부드럽지 못했지만, 이미숙은 딱이었다.부드럽게 생긴 데다가 미소까지 부드러워 이목구비가 무척 편안해 보였다.‘얄밉지 않은 얼굴이야.’말하자면, 강서원은 줄곧 동서인 백지영, 그리고 지난번 다례 수업에서 한복을 입은 정은처럼 기질이 부드러운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나 앞에 있는 이미숙은 의외로 강서원의 마음에 들었다.점원은 한쪽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이미숙처럼 세심한 사람은 재빨리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릴 것이다.그녀는 강서원을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고마워요.”이미숙은 곁에 있는 한 원피스를 가리켰다.“여사님은 몸매가 좋아서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원피스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한번 입어봐요...”강서원은 상체가 풍만하고 허리가 가녀려 허리라인이 돋보이는 원피스를 입는 게 더 적합했다.사실 지금 이미숙이 입고 있는 이 원피스는 커팅부터 원단까지 모두 괜찮지만, 허리라인이 뚜렷하지 않아 강서원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뚱뚱해 보이게 만들었다.이미숙이 가리키고 있는 원피스도 검은색이었는데, 입으면 아주 날씬해 보일 수 있었다. 커팅은 허리라인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 꼬리와 같은 하이웨스트 디자인은 나른함을 더했다. 이는 원피스 자체의 엄숙함을 덜어주었다.강서원도 기대를 품지 않고 옷을 입어보았는데, 뜻밖에도 그녀와 정말 잘 어울렸다.전신거울 앞에 선 강서원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안목이 정말 좋네요. 코디라도 배운 적이 있는 건가요?”이미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하지만 코디 잡지를 즐겨 보곤 했죠.”“보기만 하면 되나요?”“스스로 코디도 할 수 있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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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그리고 전에 몇 번 만났을 때도 정은은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된 이상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나았다. 어차피 우연하게 몇 번 만난 것 외에 두 사람은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강서원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이는 생긴 것도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본예의도 없군.’두 사람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강서원은 발걸음을 재촉했다.“정은아, 너 어디 갔었어? 빨리 와봐, 난 이미 다 골랐어.”이미숙이 정은을 불렀다.“벌써요? 전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엄마가 입어보는 것도 못 봤네요...”“돌아가서 다시 입어볼게.”“네.”“방금 한 여사님을 만났는데, 내가 원피스를 하나 골라줬거든. 그런데 글쎄 자신의 아들이 ‘7일담'을 보고 있다는 거야...”이 시각, 먼 실험실에 있는 재석은 재채기를 여러 번 했다.진욱은 옆에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조 교수, 재채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 거야? 대체 밖에 여자가 얼마나 있길래...”“지금 많이 한가한가 봐??”진욱은 입술을 깨물더니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내일 그냥 혼자 크리스털 호텔의 세미나에 참석해.”‘안 돼!’진욱은 속으로 생각했다.조수진은 몰래 웃었다.“쌤통이다! 그러게 누가 조 교수님을 건드리래!”...정은 일행이 쇼핑을 마칠 때, 시간은 이미 오후 6시가 되었다.그래서 그들은 아예 백화점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모녀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의논할 때, 나석천의 전화가 걸려왔다.[이미 레스토랑을 예약했으니 직접 지하 1층으로 내려오세요.]이미숙이 말했다.“편집장님이 밥을 사시다니? 이건 말이 안 되죠.”[제가 작가님을 J시로 초청했잖아요. 그럼 따지고 보면 제가 작가님의 의식주를 모두 책임져야 하죠. 지금은 그냥 밥을 한끼 사는 것일 뿐, 이건 제가 영광이죠.]나석천의 목소리는 여전히 명랑하고 우렁찼다.이미숙이 L시 사람이라서 입맛이 좀 담백한 것을 고려하여 나석천은 J시와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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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사인회는 마크 서점 3층에서 열렸다.아직 입장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독자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십여 명의 경호원이 공동으로 질서를 유지했다.문과 가까운 곳에는 큰 전시대가 놓여 있었고, 위에는 이미숙의 새 책 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 외에 또 하나의 큰 등신대가 있었는데, 위에는 책 표지와 중요한 캐릭터의 이미지가 그려 있었다.“와,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 한 젊은 여자가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녀의 남자친구도 뒤에 있었는데 이 상황을 보고 감탄을 했다.“아니... 사인회인데, 왜 팬미팅 현장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지?”젊은 여자는 좋아하는 아이돌을 자주 바꾸었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가득했지만 소설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그녀는 지난주에 자신의 아버지가 미스터리 소설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표지는 무척 섬뜩했다.마침 그날 여자의 핸드폰이 고장 나서 수리점에 보냈다. 오후에야 수리를 다 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심심해서 그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멈출 수가 없었다.오후에 핸드폰이 다 수리됐어도 여자는 한 번조차 보지 않았다.밤을 새워 마침내 책을 다 본 후, 여자는 인터넷으로 이 작가의 정보를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거의 아무도 찾지 못했다.그리고 여자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이 작가님은 무슨 조선시대 사람이야?! SNS계정이 하나도 없다니!]여자는 이런 신기한 책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기에 이를 악물고 이미숙의 다른 두 미스터리 소설을 볼 수밖에 없었다.10년 전의 작품이니, 여자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또 밤을 세워 그 책을 다 읽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짜증나네!”여자는 일주일 동안 이미숙의 모든 소설을 다 읽었다. 개똥보다도 못한 청춘 로맨스 소설 외에 다른 몇 권의 미스터리 소설은 그야말로 훌륭했다.심지어 지금 이 10년 전의 작품을 읽어도 그것이 전혀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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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그러나 앞줄은 모두 여자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이가 비슷한 아저씨 아줌마들이었다.“이게 뭐야?”남자친구도 어리둥절해지더니 저도 모르게 말했다.“왜 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야?”이 말에 대중들은 분노를 느꼈다.“아저씨 아줌마가 뭐가 어때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남자친구는 해명하려 했다.“아, 아니요... 이 나이에도 사인회에 나오시는 거예요?”“소설 때문에 왔다! 왜?”“그러게!”남자친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미숙 작가님의 독자들은 연령층이 이렇게 넓었어요?”“흥! 우리는 10년 전에 이미 작가님의 팬이었어. 물론 후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돈을 버느라 바빠서 인터넷에서 활약하는 일이 거의 없었지. 그래서 너희 젊은이들처럼 투표할 줄도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돈을 내고 책을 샀단 말이야.”“맞아, 우리는 좀 바빴을 뿐이지, 죽은 게 아니라고!”여자는 앞을 내다보니, 현장의 독자들은 정말 젊은이와 어르신들이 반반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간단히 인사를 마쳤고, 이미숙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우와...”“이 작자님이 이렇게 예쁘신 분이라니!”“세상에! 너무 예쁘셔!”“그렇게 섬뜩한 소설을 쓰신 분이 이렇게 예쁜 미녀라니!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어제 산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허리에 하얀 스카프를 맨 이미숙은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치맛자락이 가볍게 넘실거리며 우아한 분위기를 선보였다.“안녕하세요, 이미숙입니다. 오늘 여기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정말 너무 기쁩니다.”말하면서 이미숙은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의 고마움을 표시했다.현장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렸다.정은은 군중 속에 서서 무대 위에 선 어머니를 보며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응답 코너가 끝나면 모두가 가장 기대하는 사인 코너였다.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정은은 앞으로 밀려갔다. 그녀는 옆으로 피하려고 몸을 돌렸는데, 누가 뒤에서 밀었는지 정은은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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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이게 뭐야! 너무 쪽팔려!’결국 재석은 정은의 손을 잡고 사람들을 뚫으며 밖으로 비집고 나갔다.이번에는 아무도 정은을 밀지 않았다.“휴...”정은은 한숨을 푹 쉬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고개를 들자 뜻밖에도 남자의 웃음을 머금은 눈과 마주쳤다.“미안해요, 선배. 나도...”재석은 그녀의 볼을 가리켰다.“머리카락이 붙었어.”“네?”정은은 손을 들었지만 그 머리카락이 어딨는지 몰랐다.재석은 그녀를 도와 떼어냈다. 비록 충분히 조심스러웠지만, 손끝은 여전히 여자의 매끄럽고 따뜻한 피부에 닿았다.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말했다. “다 됐어.”정은은 어색하게 그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현장이 너무 붐벼서 머리카락이 다 엉망됐잖아. 게다가 땀까지 흘렸으니 볼에 붙은 거야. 너무 쪽팔려.’방금 재석의 품에 안긴 장면을 떠올리면 정은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호흡이 가빠졌다.‘이곳에 못 있겠어...’“선배님! 목 안 말라요?! 나, 나 물 좀 사러 내려갈게요!”말을 마친 후 얼른 줄행랑을 쳤다.재석은 입을 벌렸다. 그는 목마르지 않다고, 만약 그녀가 마시고 싶다면, 자신이 가서 살 수 있다고 말하려 했다.정은은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고개를 돌리자마자 현빈과 마주칠 줄이야.그는 혼자가 아니었고, 곁에 두 노인이 있었다.할아버지는 백발에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있어 무척 엄숙하고 까다로운 느낌을 주었다.그의 옆에 있는 할머니는 많이 부드러워 보였지만,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찼고, 눈에 초점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정은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노부인은 고개를 돌렸지만, 망연히 다시 시선을 옮겼다.현빈은 여기서 정은을 만날 줄 몰랐다.그는 오늘 특별히 일정을 취소한 다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놀러 나왔다.두 노인은 일주일 전에 귀국했는데, 현빈은 미리 사람 시켜 본가를 치우라고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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