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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Chapter 921 - Chapter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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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제, 제 침대에 오지 마세요...”온다연은 유강후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겁에 질려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이불로 자신을 꽁꽁 싸맨 모습이 애벌레 같아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뻔했다.그 순간, 유강후는 그해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온다연은 유강후를 무서워했고 그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놀라서 밤새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었다.유강후는 지나간 날을 떠올리고는 씁쓸해졌다.비로소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유강후는 턱 끝까지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운 얼굴로 조심스레 이불을 잡아당겼다.“이러고 있으면 숨 막히니까 이불 좀 걷어봐요.”온다연은 여전히 이불을 꽉 움켜쥔 채 볼멘소리를 하였다.“제 침대에 있지 말고 옆으로 가주세요!”유강후가 온다연의 이불을 걷으려고 이불에 손을 갖다 댄 순간 온다연이 말했다.“강 대표님, 계속 이러시면 앞으로는 강 대표님 안 볼 거에요!”유강후는 작게 웃고 침대에서 일어나 의자를 당겨다 온다연의 침대 옆에 앉았다.그가 침대에서 일어난 것을 느낀 온다연은 그제야 천천히 앉았다.하지만 이불을 걷은 순간, 온다연은 후회와 함께 재빨리 두 눈을 가려버렸다.“왜, 왜 옷을 안 입고 계세요?” 눈앞의 남자가 걸친 거라곤 허리에 두른 수건 하나가 전부였다. 탄탄하게 잘 빠진 역삼각형 몸매와 길게 쭉 뻗은 다리를 보고 있으려니 정말 가면 갈수록 가관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평소에 봐왔던 절제적이고 냉철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지금의 모습은 누가 봐도 온다연을 유혹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온다연은 얼굴을 붉혔지만 역시나 참지 못하고 손가락 틈새로 유강후를 훔쳐보았다.아름다운 역삼각형 몸매와 자기주장이 강한 근육들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특히나 쩍쩍 갈라진 복근은 만지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할 정도였다.수건을 묶어 고정한 부분에는 조각해낸 듯한 장골과 잔뜩 성난 핏줄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채 마르지 않은 물방울이 이따금 수건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때면 온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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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온다연은 너무 머쓱한 나머지 유강후를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럼 사람을 시켜서 옷을 한 벌 가져오라고 하세요!”유강후는 창밖을 한번 보고는 말했다.“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누구한테 부탁할까요? 문 앞으로 가져오라고 할까요?’온다연은 말문이 막혔다.문 앞에는 온통 아버지가 보낸 경호원들이었고 유강후가 창문을 통해 들어온 걸 알기라도 하면 유강후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옷을 가져올 방법만 생각했을 뿐, 유강후를 당장 방에서 내보낼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고민하는 온다연의 모습을 본 유강후가 말했다.“그만 해요. 전 단지 유나 씨와 함께 있어 주려고 온 것뿐이에요. 비가 그치면 바로 나갈게요. 그러니까 더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온다연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갈 때도 그런 꼴로 갈 수는 없잖아요. 옷을 에어컨 밑에 놔두는 건 어때요. 그럼 갈 때쯤이면 마를지도 모르잖아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을 따랐다.온다연은 옷을 걸어두는 유강후를 보며 작게 말했다.“방금 엄청 이상한 꿈을 꿨어요. 꿈에서 강 대표님을 아저씨라고 불렀어요...”유강후는 순간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 같았고 가슴 한편이 시려왔다.아저씨...온다연이 그렇게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들은 지도 너무 오래전 일이었다.“꿈에서 절 아저씨라고 불렀다고요?”“네, 꿈은 정말 이상한 곳 같아요. 온갖 일들이 다 일어나서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에요...”온다연은 얼굴을 붉히고는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전통 한옥이 있었는데 중간에 엄청나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한옥을 거의 다 가릴 정도로 엄청나게 큰 나무였어요. 그리고 집사 한 명이 있었는데 늘 얼굴을 찡그리고...”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에 몸을 돌렸다.“옛날 일이 생각난 거예요?”“옛날 일이요?”온다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썹을 찌푸렸다.“그곳이 제가 살던 곳인가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제 양부모님께서는 모두 평범한 분들이세요. 경원시의 전통 한옥을 찾아봤었는데 엄청 비싸던데요? 얼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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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비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불어 들어왔고 온다연은 갑자기 들이닥친 비바람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진짜 가려고요?”유강후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작게 대답했다.“저더러 가라면서요?”온다연은 말문이 막혔다.유강후 더러 가라고 한 건 맞지만 아직은 비바람이 거센 데다가 저기로 나갔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온다연은 다시 중얼거렸다.“안 가도 되고요...”유강후의 입꼬리가 매끈하게 휘어졌고 애써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아까는 저보고 가라더니, 자금은 또 가지 말라고 그러네요? 그래서 저 가요, 가지 말아요?”온다연은 귀가 빨개진 채 이를 깨물고는 말했다.“선 넘지 마세요. 전 이미 강 대표님을 가지 말라고 말렸어요. 그래도 가고 싶으면 가도 되고요.”말을 끝낸 온다연은 침대에 돌아누운 채 다시는 유강후를 보지 않았다.유강후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는 일부러 창문을 굳게 잠갔다.그 소리를 들은 온다연은 유강후가 정말 가버린 줄 알고 섬찟해서 얼른 몸을 돌려 정말 그가 가버렸는지 확인했다.하지만 유강후는 창가에 서서 온다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온다연은 순간 유강후에 놀아난 것 같은 기분에 화가 나 고개를 홱 돌려 다시 누워버렸다.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유나 씨가 가지 말라고 한 거예요. 나중에 또 절 쫓아내면 그땐 유나 씨 말을 듣지 않고 혼낼 거예요!”온다연은 유강후의 젖은 옷이 떠올라 볼멘소리로 말했다.“젖은 옷이나 갈아입어요!”유강후는 작게 대답했다.“하지만 전 수건 말고는 다른 옷이 없는걸요. 나중에 또 제 행색 보고 뭐라고 하려고요?”온다연은 이를 꽉 깨물고는 귀까지 홧홧하게 달아오른 채로 말했다.“일단 갈아입어요. 젖은 옷을 어떻게 입고 있어요?”유강후는 재빠르게 아까의 차림으로 돌아왔다.고작 수건 하나를 걸친 채로 아무렇지 않게 온다연의 침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온다연은 눈썹을 꿈틀하고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본인이 가지 말라고 잡은 것이니 더 옆으로 가서 앉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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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하지만 유강후를 화장실 안으로 밀어 넣기 전에 온다연은 그의 품속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유강후는 자신의 품으로 넘어진 온다연과 함께 화장실로 들어갔다.그때,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안심이 도착한 게 틀림없었다.온다연은 급한 마음에 짜증을 내며 말했다.“이거 놔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온다연의 손을 잡고는 화장실 문을 발로 차 닫아버렸다.그리고는 온다연을 벽에 세우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온다연은 먹혀들어 가는 소리를 내며 유강후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쳐 보았지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이거 놔요, 읍...”유강후는 숨이 딸린 듯 온다연을 놓아주고는 잔뜩 불퉁해진 말투로 물었다.“아까 말하던 거 계속 말해봐요, 저번에 염 뭐라고요? 염지훈이 유나 씨 방에 왔다 갔나요?”온다연은 온 신경이 문밖에 쏠린 채 작게 말했다.“놔요, 엄마가 왔다니까요!”하지만 쉽게 놔줄 유강후가 아니었다. 유강후는 온다연은 번쩍 들어 올려 세면대 위에 앉히고는 망설임 없이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그때, 이미 병실 안으로 들어온 안심은 딸이 보이지 않자 화장실로 향했다.“다연아?”온다연은 급해 나서 훌쩍이며 애를 써보았지만 손과 허리가 모두 유강후에 꽉 잡힌 상태라 움직이려야 움직일 수 없었다.안심은 걱정되어 다가와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다연아?”유강후는 그제야 온다연을 놓아주었다.온다연은 안심이 당장이라도 들어올까 봐 겁에 질려 얼굴이 빨개진 채로 작게 속삭이기 바빴다.“엄마, 저 안에 있어요.”안심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다연아 어디가 불편한 거니?”온다연은 황급히 둘러댔다.“아니요, 저 괜찮아요.”안심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원래 비가 금방 내리기 시작할 때 오려고 했는데 네 사촌 언니한테 일이 좀 생겨서 지금에야 왔어. 아까 천둥소리에 놀랐지?”온다연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대답했다.“아니요... 읍...”유강후가 이번에는 더 격렬하게 입을 맞춰왔다.온다연은 숨이 딸려 기를 쓰고 유강후를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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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하지만 이번엔 이미 늦었다. 유강후가 너무 강력한 나머지 온다연이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어떤 수를 써도 먹히지 않았다.그러나 온다연은 절대 그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단지 부끄러운 것뿐만이 아니라 촌수도 망가뜨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온다연의 대답을 듣지 못한 안심은 다시 한번 물었다.“다연아?”온다연은 허겁지겁 대답했다.“금방 나가요!”말을 마친 온다연은 유강후의 손을 꽉 깨물며 낮게 말했다.“비켜요, 나가야 하니까. 엄마가 진짜 들어와서 강 대표님이 여기 있는 걸 보기라도 한다면 그땐 강 대표님이 저희 아빠한테 맞아 죽을 거예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또 한 번 입맞춤으로 온다연의 입을 막았다.휘몰아치는 폭풍 같은 키스는 온다연의 속이 뒤틀리게 했고 그 소름 끼치는 감각은 몸으로 전해져 덜덜 떨기까지 했다.온다연은 쉴 새 없이 반항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고 유강후의 속박만이 더 심해질 뿐이었다.온다연이 대답이 없자 문밖에서는 안심이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다연아, 문 열어! 안 열면 사람 불러서 문 딸 거니까 그렇게 알아!”온다연은 너무 급해 난 나머지 땀까지 삐질삐질 새 나왔으나 유강후는 여전히 놓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온다연은 그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밖에서 문손잡이를 돌리는 것을 발견한 온다연은 타오를 것 같은 얼굴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는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처럼 가냘픈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아저씨.”유강후는 그제야 온다연을 놓아주었다.온다연은 얼른 세면대에서 내려와 머리를 정리하고는 문을 열었다.문밖에 있던 안심은 한눈에 온다연이 어딘가 다름을 알아챘고 막 입을 열려던 찰나에 에어컨 아래에 걸려 있는 남자 셔츠와 정장 바지를 발견했다.그 순간, 안심은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안심의 눈빛은 딸의 묘하게 흐트러진 머리와 살짝 부은듯한 입술에 몇 초간 머물렀다. 그리고는 작게 한숨을 내뱉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별일 없으면 됐어. 어서 가서 씻어,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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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유강후는 온다연을 심각하게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둘은 그렇게 한참 동안 대치상태를 유지했고 방안은 그야말로 물 뿌린 듯 고요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어느새 밖은 비가 다 그치고 밝은 달이 떠올랐다.휘영청 밝은 달빛이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덕분에 방안에는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그제야 유강후는 몸을 움직여 걸어두었던 옷을 다시 입고 온다연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럼 갈게요.”그 시각, 온다연은 화가 어느 정도 누그러들었고 아까 했던 모진 말들이 혹시나 유강후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걱정되었지만 또다시 이미 뱉은 말을 번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저 선 자리에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유강후는 밖을 한번 내다보고는 창문을 열었다.그리고는 갑자기 손을 뻗어 온다연을 당겨다 품에 안고 날렵한 치타처럼 순식간에 창가로 뛰어올랐다.온다연은 깜짝 놀라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유강후는 낮게 속삭였다.“절 꽉 잡아요.”온다연은 밖을 내다보았고 벽에는 언제 설치했는지 모를 줄사다리가 드리워져 있었다. 깜깜한 밤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선명해졌다.온다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이건 언제 한 거예요?”유강후는 여전히 작게 속삭일 뿐이었다.“손 떼지 말아요. 제 목 꽉 잡아요.”말을 마친 유강후는 한쪽 팔로 온다연의 허리를 단단하게 감고는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비록 2층밖에 되지 않는 높이였지만 온다연은 조금 긴장이 돼 재빨리 유강후의 목을 단단하게 끌어안았다.2층밖에 되지 않는 높이였던지라 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을 안고 한 손으론 줄사다리를 잡고 순식간에 땅으로 내려왔다.온다연이 아직 반응하지 못한 틈을 타 유강후는 온다연을 조심스레 정원의 계단 위에 내려주었다.유강후는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작게 속삭였다.“빨리 가요, 여긴 10분에 한 번씩 순찰해요!”곧이어 유강후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온다연을 가볍게 둘러업고 재빨리 병원의 정원을 떠났다.병원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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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이제 가요, 이 정도면 둘이 먹기에도 충분하죠?”온다연은 입을 삐죽이고는 대답했다.“당연하죠, 저 많이도 못 먹어요.”온다연은 마르다 만 유강후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일단 옷부터 사러 갈래요? 좀만 더 입고 있다간 냄새나겠어요.”비록 거리가 크고 가게들도 많았지만 어쨌든 먹자골목이었던지라 쇼핑몰과 달리 고를 수 있는 옷가게도 없었다. 게다가 유강후는 키도 크고 덩치도 있어서 젊은이들의 튀는 스타일과는 영 맞지 않았다.결국 온다연은 근처 노점에서 아무 티셔츠와 반바지 하나를 샀다.유강후도 딱히 거절하는 내색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 또 한 번 얼굴이 붉어졌다.사실 온다연은 콧대 높은 도련님인 유강후에 노점에서 아무렇게나 골라잡은 옷을 입혀 놀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두 합쳐 2만 원도 넘지 않는 옷도 그렇듯 멋들어지게 소화를 할 줄은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싸구려 옷도 유강후가 입으니 더할 나위 없이 고급스럽고 비싸 보였다.심지어 2000원도 채 되지 않는 신발도 유강후가 신으니 명품 같아 보였다.온다연이 넋이 나간 채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한 유강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본인 자신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많이 이상해요?”온다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귀가 빨개진 채 애꿎은 돈만 꾹 쥐고 유강후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이제 가요.”비록 이미 새벽이었지만 야시장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시간대야말로 하루의 시작이었다.잠시 후, 점점 더 많은 노점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열기로 가득한 거리에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최근 3년 동안 온다연은 늘 집에서 건강을 회복하느라 집 밖을 나서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외출한다고 해도 진수현 부부와 함께 고급지고 사적인 장소에 가는 게 다였다.음식도 늘 영양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만든 음식들만 먹어왔을 뿐,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지저분한 음식은 입에도 댈 수 없었다.그래서 이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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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유강후는 온다연이 너무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결국 유강후는 보기에 그리 매워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골라 양념을 반쯤 덜어내고 온다연의 접시에 놔주었다.온다연은 매워서 입술이 빨갛게 퉁퉁 부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만 먹었다.절반쯤 먹었을 때, 둘의 테이블 앞에 누군가가 멈춰 섰다.“온다연?”온다연은 고개를 들어 유난히 말끔한 얼굴을 마주했다.눈앞의 그 사람은 깔끔한 생김새에 눈꼬리에는 눈물점을 매달고 있었다.온다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머릿속이 무언가에 의해 뒤죽박죽이 되면서 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온다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눈앞의 익숙한 듯 낯선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누구신데 제 예전 이름을 알고 계시죠?”그 사람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에 유강후가 일어나 온다연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사람 잘못 보셨습니다.”그 사람은 유강후를 보고는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제, 제가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그 사람은 말을 하면서도 온다연을 힐긋 보았지만 온다연은 여전히 처음 본다는 눈빛 자길 바라보고 있었다.유강후는 한껏 차가운 태도로 그 사람을 제지했다.“안 갑니까?”그 사람은 황급히 대답했다.“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몇 걸음 가서 참지 못하고 또 돌아보았을 때 자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유강후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유강후의 눈에는 경고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히 서려 있었다.그는 그곳에 더 머무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른 길로 재빠르게 빠져나갔다.그가 자리를 뜨자 온다연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저 사람은 그냥 사람을 잘못 봤을 뿐인데 그렇게 사납게 굴어서 뭐해요. 언성은 왜 또 그렇게 높여요?”유강후는 자리에 앉아서 계속해서 양념을 덜어내며 물었다.“또 머리가 아픈 거예요?”온다연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조금요. 저 사람은 진짜 절 알까요?”“그럴리가요. 유나 씨는 전에 계속 H 국에서 살았었잖아요. 근데 이곳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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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유강후는 맞잡은 손에 힘을 줘서 온다연을 단단히 업은 채 작게 속삭였다.“전에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아프잖아요. 유나 씨, 우리 다시 시작해요.”온다연은 점점 더 피곤해져 유강후의 등에 업힌 채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는 몽롱하게 중얼거렸다.“우린 같이 있은 적이 없는데 왜 다시 시작하자는 거예요? 빨리 알려줘요, 우리 전에 대체 무슨 사이였어요...”유강후는 대답하지 못했다.한참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예전에 우리 둘 사이에 작은 오해가 있었어요. 그리고 많은 일이 있었죠. 그다지 좋은 일들은 아니니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오히려 좋은 거예요.”온다연은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유강후의 목을 끌어안고 있던 온다연의 손이 맥없이 툭 떨어졌다.유강후는 다른 한 손으로 온다연의 손을 잡았다. 너무나도 부드러웠다.온다연은 그렇게 유강후의 등에서 잠들어버렸다.유강후는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쉬며 고개를 돌린 순간 쇼윈도에 비친 자신과 온다연의 그림자를 발견하였다.온다연은 조용히 유강후의 등에 업혀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그 순간, 유강후는 눈물을 흘릴 뻔했다.유강후는 3년 전의 그날 밤이 떠올랐다. 그날 밤에도 온다연은 지금처럼 얌전히 유강후의 등에 업혀 잠들었었다. 유강후는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고요하고 편안하게 둘이서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줄만 알았다.하지만 이후에 유강후는 그 화면이 생각나는 많은 밤낮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만 했다.그리고 오늘, 그때 그 화면이 또다시 재생되었다. 이는 어쩌면 길고 길었던 고통의 시간이 끝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유강후는 유리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작게 속삭였다.“다연아, 넌 계속 우리가 예전에 무슨 사이였는지를 궁금해했었지? 지금 알려줄게, 넌 내 아내야.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다다음 생에도...”따뜻하고 축축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저 바다도 눈물겨운 사랑의 맹세를 알아주기라도 하듯 그의 절절한 약속을 바닷바람에 실어 흩날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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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경호원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틈을 타 유강후가 이어서 말했다.“이번 일은 다들 아무 말도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입는 건 당신들이니까요!”말을 마친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고 곧장 병실로 올라갔다.온다연은 점심때쯤에야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온다연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안심이 침대 머리맡에 앉아 과일을 깎고 있는 모습이었다.안심의 눈가가 빨갛게 부은 걸 발견한 온다연은 그녀가 울었을까 봐 놀란 마음에 다급히 일어나 물었다.“엄마, 무슨 일이에요?”안심을 손에 쥐고 있던 사과를 내려놓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젯밤 윤희가 사고가 났어. 윤희가 새 차를 몰고 해안가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차랑 같이 바다에 빠졌어. 그리고 윤희를 찾았을 땐, 이미 몸이 차게 굳은 후였지. 근데 윤희 몸에 구타와 모욕의 흔적이 있었다고 하더라...”안심은 목이 멨다.“얘가 대체 누굴 건드렸길래 이렇게 처참하게 가게 됐는지 모르겠어.”안윤희는 안씨 가문의 장녀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데릴사위로 안씨 가문에 들어갔고 어머니는 조용하고 집안일에 그다지 능하지 않았기에 안윤희는 어릴 때부터 안심의 손에서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비록 안윤희가 후에 많이 엇나갔다고 해도 자신이 직접 키운 아이가 그토록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만큼은 안심을 가슴 아프게 했다.온다연도 충격을 받았지만 그보다도 안심이 더욱 걱정됐다.온다연이 안심을 오랫동안 위로한 끝에 안심은 겨우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안심은 온다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사실 나도 윤희가 많이 변한 건 알고 있었어. 오늘 아침 정보를 입수했는데 걔가 글쎄 테러조직의 작은 두목이었다는 거야. 그 과정에서 악행도 적지 않게 저질렀고 말이야. 그래서 예측하건대 원수에게 죽임을 당해 그런 지경까지 이른 것 같아.”“안씨 가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 두고 다들 추측이 난무하는 중이야. 어떤 사람은 진씨 가문에서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려서 윤희가 잔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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