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61 - 챕터 1270

1378 챕터

제1261화

배진호가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자 권다솔은 당연히 이것저것 물어보았다.하지만 그는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 하는 듯 아무것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결국 권다솔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알았어요. 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야 해요.”전화를 끊고 난 뒤 방문에서 갑작스럽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문밖에서 도우미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닭고기 국을 끓였는데 드셔보시겠어요?”권다솔은 문을 열어 그녀가 닭고기 국을 테이블 위에 놓도록 했다.원래라면 국을 놓고 곧바로 떠났겠지만 도우미는 머뭇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다.“경미 씨, 무슨 일이에요?”권다솔이 물었다.박경미는 잠시 망설이며 대답했다.“조금 전 누군가가 전화를 했는데 제가 누구냐고 묻자 바로 전화를 끊더라고요.”“그냥 잘못 걸린 전화 아니었을까요?”“그렇다면 별일 아닐 텐데... 전화를 여러 번 했거든요.”박경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권다솔을 바라보며 말했다.“혹시 누군가를 찾으려고 한 게 아닐까 싶어요.”권다솔은 순간적으로 긴장하며 눈빛이 흔들렸다.배진호가 없는 지금 이 별장에는 박경미와 그녀밖에 없었다. 혹시 전화를 건 사람이 그녀를 찾는 것일까?그러나 누가 이 집 전화번호를 알고 있을까?그녀는 문득 남태건을 떠올리며 본능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그녀에게 남태건은 더 이상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그녀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그 사람이 다시 전화하면 받지 말아요... 아니, 아예 전화선을 뽑아버리세요.”별장의 집 전화는 구식이라 전화선을 연결해야만 작동했다. 선을 뽑으면 더 이상 울리지 않을 것이었다.박경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마도 전화선을 뽑으러 간 듯했다.권다솔은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웠고 곧 깊은 잠에 빠졌다.그러나 한참 자던 도중 갑작스러운 간지러운 느낌에 그녀는 눈을 떴다. 밝았던 하늘이 완전히 어두운 밤으로 변해 있었다. 그 어둠은 마치 먹물보다도 더 짙고 무거웠다.권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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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권다솔은 웃으며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네던 중 시선이 한 곳에 닿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남태건이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로비를 걸어오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의 깊고 날카로운 시선이 바로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권다솔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옆에 있던 한 직원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전무님, 괜찮으세요?”권다솔은 고개를 저으며 간단히 말했다.“괜찮아요. 가죠.”돌아가는 길 내내 그녀는 방금의 장면을 떨쳐내려 했지만 남태건의 모습은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그는 알게 모르게 그녀의 악몽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왜 또 온 거지?’‘나를 이렇게 만든 것도 모자라 도대체 뭘 더 하려는 걸까?’수많은 의문들이 마음속에 쌓이며 그녀는 점점 짜증이 솟구쳤다. 그 짜증을 이기지 못한 듯 권다솔은 점점 걸음이 빨라졌다.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따라가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훨씬 앞서 있었다.“전무님, 너무 빨리 걸으시면 안 돼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권다솔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바닥에 부딪히기 직전 그녀는 마음속으로 후회의 물결이 밀려왔다.다행히 익숙한 손이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배진호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으며 균형을 잡아 주었다.권다솔은 그의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방금의 일은 그녀뿐만 아니라 배진호에게도 큰 충격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다솔 씨, 괜찮아요?”“네, 괜찮아요.”권다솔이 대답을 마치자 뒤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고 예상대로 그곳에는 남태건이 서 있었다.그는 완벽히 맞춘 고급 정장을 입고 있었고 단정한 짧은 머리는 그의 날카롭고 예리한 얼굴선을 더욱 강조했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신사처럼 보였다.하지만 권다솔은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외면과는 달리 안에 짐승 같은 본성을 숨기고 있다.그는 그녀를 속이고 과거의 따뜻한 기억을 무기로 그녀를 자신에게 끌어들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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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약 15분이 지나고 나서야 남태건이 사무실에서 나왔다.그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침착하고 냉정했다. 협상이 성사되었는지 아닌지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직원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며 추측하기 시작했다.“내 생각엔 협상이 결렬됐을 거야. 대표님 성격 알잖아.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성격이잖아.”“글쎄, 어떻게 알아? 어쩌면 됐을지도 모르지.”“흥! 그럼 내기라도 해 볼래?”배진호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 직원들은 이런저런 추측만 할 수 있었다.하지만 권다솔은 다르다. 그녀는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사무실에 들어가자 그녀의 눈에 배진호의 책상이 보였다. 책상 위에는 펼쳐보지도 않은 서류 한 장이 놓여 있었고 옆에는 방금 사용된 것 같은 펜이 있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불안감을 느꼈다.혹시... 직원들 말대로 협상이 성사된 것일까?복잡한 추측을 멈추고 권다솔은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혼자 고민만 하다가는 걱정만 커질 뿐이었다.“진호 씨, 태건 씨와 협력하기로 한 거예요?”권다솔은 숨을 고르고 직접 물었다. 사실을 마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설령 협력이 성사되었다 해도 그것은 단지 가끔 마주치기 싫은 사람을 회사에서 보게 될 가능성이 생겼을 뿐이었다.배진호는 그녀가 갑자기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책상 위 서류로 향했다.그는 아무 말 없이 서류를 집어 들고 찢어버렸다.권다솔은 그 모습을 보고 멍해졌다.“그걸... 찢은 거예요?”“그런 셈이죠.”배진호는 담담히 말했다.“이건 하남 지역의 토지 양도권 계약서였어요. 하지만 협력하지 않기로 했어요.”그의 태도는 마치 그것이 중요한 서류가 아니라 어디에나 흔한 종잇조각인 것처럼 보였다.권다솔은 더욱 놀랐다.하남 지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얼마 전 회사 회의에서 다음 목표는 하남 지역으로 설정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한 곳을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결정했었다.하남 지역 땅은 단순히 지역 시장을 빠르게 여는 것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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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전화기 너머에서 정미진은 계속 장황하게 말을 이어갔다.순간, 배진호의 품에 안겨 있던 권다솔은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배진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이만 끊을게요, 어머니.”그는 전화를 빠르게 끊고 권다솔을 부축해 일으켰다.“다솔 씨, 우리 어머니가 한 말 신경 쓰지 마세요. 엄마는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어요. 다솔 씨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해요.”“하지만 당신 어머니잖아요. 당신이 어머니 뜻을 거스를 수 있겠어요?”권다솔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배진호는 잠시 멈춰 섰다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거스를 수 있어요.”그 대답에 권다솔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다.배진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런 건 이제 신경 쓰지 마요. 내가 우리 사이에 어떤 방해도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건 다솔 씨와 우리 아이니까요.”배진호의 시선이 그녀의 아직 평평한 배로 향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담긴 따뜻함과 온화함은 다솔 씨의 마음을 서서히 녹였다.그녀는 그의 따뜻한 태도 속에서 안정을 찾았다.하지만 정미진과의 문제를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는 않았다. 모든 걸 배진호에게만 맡길 수는 없었다.그녀는 임신 중이었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그래서 배진호가 회사 일로 바쁜 틈을 타 권다솔은 집에 남겠다고 핑계를 대고 몰래 배진호의 본가에 찾아갔다.초인종을 여러 번 급하게 누르자 정미진이 문을 열며 말했다.“누구세요? 왜 이렇게 급하게 눌러요?”문이 열리고 권다솔을 본 순간 정미진의 얼굴은 냉랭하게 굳었다. 그녀는 말을 던지며 문을 닫으려 했다.“권다솔 씨였네. 우리 같은 작은 집안은 당신같이 고귀한 사람은 모실 수 없으니 어서 돌아가.”“잠깐만요, 아주머니! 문 닫지 마세요!”권다솔은 급한 마음에 손을 뻗어 문을 막으려 했다.정미진이 문을 세게 닫으려다 보니 권다솔은 손이 문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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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배상준이 와인을 보고 지나치게 들뜬 모습을 보이자 정미진은 못마땅하다는 듯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그만 좀 해! 평생 와인 처음 본 사람처럼 굴지 마. 작년에 친구가 준 와인도 있잖아?”정미진은 와인이 그렇게 대단한 물건도 아니니 배상준에게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지 말라는 뜻이었다.하지만 배상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최고급이야. 그거랑은 달라.”정미진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제야 배상준은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분위기가 그렇게 된 후라 정미진은 권다솔에게 선물을 다시 가져가라고 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헛기침을 두 번 하고 말했다.“뭐, 그럼 이건 받아 둘게. 진호 아빠는 다른 취미는 없고 술만 좋아하니까.”말을 하며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권다솔을 바라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사전 준비는 꽤 철저했네.”권다솔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정성을 들여 준비한 선물이 이런 식으로 왜곡되면 누구나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그녀는 손바닥을 꼭 쥐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어른들 댁에 올 때는 좋아하시는 걸 알아보고 준비하는 게 예의니까요.”정미진은 차갑게 웃으며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배상준은 더 이상 정미진이 권다솔에게 계속 차갑게 굴지 않도록 나섰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됐어, 이제 그만 좀 해. 둘이 결혼한 건 이미 기정사실이고, 이렇게 힘들게 찾아왔는데, 좀 따뜻하게 맞아 주는 게 어때?”정미진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당신은 도대체 누구 편이야?”배상준은 주눅 든 듯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는 확실히 아내를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그래도 그의 말이 전혀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정미진은 권다솔을 내쫓지는 않았고 함께 식사를 했다.그러나 그것뿐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정미진은 권다솔을 문까지 배웅하며 말했다.“앞으로 별일 없으면 다솔 씨는 오지 않는 게 좋겠어. 우리 집은 당신처럼 귀한 아가씨를 모실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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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부사장님, 왜 안 들어가세요?”권다솔은 깜짝 놀랐다. 언제 갑자기 나타났는지 모를 직원을 바라보며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참, 이거 대신 전해줘요. 저는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겠어요.”직원에게 서류를 건넨 권다솔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성큼성큼 멀어져 갔다.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목적 없이 거리를 거닐며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다. 수많은 차와 정장 차림의 사람이 오가는 거리에서 그녀가 갈 수 있는 곳 하나 없는 것 같았다. 막연한 감각도 따라서 피어올랐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배진호의 어머니 정미진이었다.“다솔 씨, 지금 시간 있어?”정미진의 목소리는 아주 무덤덤했다.“시간 되면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15분 후, 권다솔은 넋을 잃은 채 산부인과 앞에 서 있었다.평일이다 보니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산부인과는 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간호사는 금방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권다솔 씨.”권다솔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정미진은 그녀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며 미소를 지었다. 태도도 보기 드물게 부드러웠다.“가서 검사받아. 짐은 내가 대신 보관할게.”권다솔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정미진이 왜 그녀를 데리고 산부인과에 왔는지, 그리고 왜 갑자기 태도가 변했는지 전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결국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검사 결과는 금방 나왔다. 의사는 보고서를 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축하드려요. 임신하셨네요.”정미진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 한번 물었다.“선생님, 확실한가요?”의사는 아예 보고서를 건네주며 말했다.“직접 확인하세요. 초음파 사진에서 태아의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잘 크고 있어요.”사진까지 나오자 정미진은 할 말이 없었다.병원에서 나온 다음 그녀는 직접 권다솔을 데려다줬다.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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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난 진호 어머니예요. 다솔 씨 집에 있어요?”정미진은 도우미의 뒤를 힐끗거리며 말했다.도우미는 잠깐 멈칫하다가 당황한 표정으로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정미진은 한 번도 이곳에 방문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오늘 출근하지 않은 권다솔은 초인종 소리가 들려서 와봤다. 정미진이 온 것을 보고는 잠깐 넋이 나갔다.“아주머니? 잠깐만요... 어서 문을 열어줘요.”권다솔은 도우미에게 당부하고 부랴부랴 준비하러 갔다. 이 집에는 손님이 자주 오지 않기에 찻잎을 찾는 것만 한참 걸렸다.곱게 자란 권다솔은 차 끓이는 법조차 몰랐다. 그녀는 한참 연구하고 나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끓인 것도 물도 차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아주머니, 이거 드셔보세요.”그녀는 조심스럽게 찻잔을 건넸다.정미진은 경멸의 표정을 숨기고 힐끗 보기만 했다.배진호의 부모는 차를 좋아했다. 그들보다 찻잎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권다솔이 끓인 차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그녀는 보기만 해도 알았다.아무런 기색도 없이 찻잔을 밀어낸 정미진은 덤덤하게 말했다.“이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 사실 오늘은 그냥 널 보러 온 거야. 참, 아직 밥 안 먹었지?”권다솔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정미진은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을 만들 기세를 보여줬다. 권다솔은 깜짝 놀라며 급히 그녀를 막아섰다. 옆에 있던 도우미도 얼른 나서서 만류했다.두 사람의 적극적인 만류 끝에서야 겨우 그녀의 의욕을 꺾을 수 있었다. 정미진은 조금 서운한 듯 웃으며 말했다.“요즘은 내가 밥 한 끼 하기도 어렵구나. 뭐, 괜찮아.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정미진은 거실에 앉아 권다솔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해 질 무렵 집을 떠났다. 도우미는 식탁을 정리하며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제가 보기에 어머님은 참 괜찮은 분 같아요. 저희 때 시어머니들은 얼마나 무서웠는데요.”다른 도우미도 거들며 말했다.“맞아요. 이렇게 좋은 시어머니에 좋은 남편까지 있으니 사모님은 앞으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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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이튿날, 정미진은 또다시 권다솔을 만나러 왔다. 이번에는 보온병도 챙겼다.정미진은 보온병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정중하게 말했다.“다솔 씨, 이거 잘 챙겨. 내가 귀한 보약을 가져왔어. 동창한테서 받은 건데 홍경천을 담근 물이래. 이게 임산부한테 그렇게 좋다고 했어.”“홍경천이요?”권다솔은 미간을 찌푸렸다. 홍경천이라는 약재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임산부에게 좋다는 건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그러나 깊이 생각하기에 정미진은 너무 열정적이었다. 자꾸만 마셔보라고 재촉해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마셨다. 정미진은 가져온 것을 전부 먹인 다음에야 시름을 놓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권다솔은 임신 후 유독 졸음이 많아져서 오후 세네 시쯤에는 꼭 낮잠을 자야 했다. 그래서 정미진도 오래 머물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정미진이 돌아간 뒤, 권다솔은 평소처럼 침실로 들어가 낮잠을 청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녀는 갑자기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눈을 떴다.그 통증이 점점 강해져서 도무지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었다. 눈을 뜬 순간, 권다솔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침대 시트 아래로 짙은 핏자국이 번져 있었다.그녀는 놀라서 잔뜩 잠긴 소리로 외쳤다.“누구 없어요? 아주머니, 저 너무 아파요... 빨리요...”방문이 열리는 순간 권다솔은 시야가 검게 변하며 의식을 잃었다. 그 순간 느껴진 것은 누군가의 넓은 품에 안겼다는 것뿐이었다.그 품에서 나는 차갑고 상쾌한 향기는 마치 눈 덮인 소나무처럼 그녀를 감쌌다.시간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권다솔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새하얀 천장이 보였고 코끝에는 병원 특유의 알코올 냄새가 스며들었다.그녀가 뒤척이자 곁에 앉아 있던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배진호였다.배진호는 곧바로 몸을 숙여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깼어요? 어디 아픈 데는 없어요? 이제 괜찮아요?”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 제대로 쉬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잡으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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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권다솔은 침묵에 잠겼다. 그녀는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저 잠시 혼자 있고 싶어요.”배진호도 지금은 그녀의 생각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시각.여이현은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다.배진호와 권다솔이 따로 회사를 차린 시간 동안 여진그룹에는 그밖에 없어서 얼마나 바빴는지 모른다.온지유는 여이현 혼자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는 게 안타까웠다. 아이들도 유독 말을 잘 들었다. 온하윤은 물론 별이도 조용히 있어 줬다.그래도 여이현은 지금처럼 지내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는 일보다 가족이 중요했다. 오늘 오래간만에 쉬는 시간이 생겼으니 그는 곧바로 집에 돌아갔다.돌아가는 길에는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이현은 선물을 잔뜩 들고 초인종을 눌렀다.“누구세요?”온지유는 거실에서 아이를 보다가 초인종 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다. 그렇게 그녀는 꽃다발을 들고 있는 여이현을 보게 되었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이 꽃은...”온지유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사이에 꽃은 무슨.”“만난지 아무리 오래돼도 이런 감성이 필요한 법이야.”여이현이 꽃다발을 건넸다. 이건 그가 직접 고른 꽃이다. 꽃 한 송이 한 송이 다 사랑을 품고 매력적인 색채를 뿜어냈다.소리를 듣고 별이가 달려와서 팔을 벌렸다.“아빠! 안아줘요!”여이현은 짐을 내려놓고 별이를 훌쩍 안아 올렸다. 그리고 거실에서 한참 빙빙 돌고 나서야 내려놓았다.“아빠가 선물 사왔어. 가서 볼래?”“아빠가 준 선물이라면 뭐든 좋아요.”별이가 곧장 대답했다.여이현이 산 것은 최신형 로봇 장난감이었다. 별이가 가장 갖고 싶어 했던 것이기도 했다. 갖고 싶다고 말 하기도 전에 여이현이 먼저 사 온 것이다.그는 장난감을 꼭 붙들고 한시도 놓지 않았다.“아빠 사랑해요! 선물 너무 좋아요!”“좋으면 됐어. 네 여동생 것도 있어. 빠짐없이 챙겨왔거든.”여이현은 또 가방에서 인형 두 개를 꺼냈다. 아기에게 줄 만한 작은 인형이었다.인형을 본 온하윤은 꺄르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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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두 사람이 함께 요리를 하니 속도가 훨씬 빨랐다. 온지유는 칼질을 책임지고 여이현은 볶는 걸 책임졌다. 그러자 요리도 금방 완성되었다.온지유가 완성된 음식을 가지고 나가려는 순간 여이현이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요즘 수고했어. 내가 잘못했어. 일만 하느라 집안일은 너한테 다 맡겼네.”“그렇게 생각하지 마. 우리는 이제 부부야. 가족끼리 그 정도 도울 수도 있는 거지.”온지유는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더군다나 일하러 간 거잖아. 노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당연히 이해해야지 노발대발 화를 낼까 봐?”여이현은 한 회사의 리더다. 그 책임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한 사람을 집에서도 부려 먹을 수는 없었다.온지유의 눈을 바라보며 여이현은 말로 이루 형용하지 못할 행복감을 느꼈다.“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그는 저도 모르게 온지유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입술은 당장이라도 닿을 거리에 있었다.똑똑똑.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주방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깨졌다.온지유는 옷을 정리하고 나서 문을 열러 갔다.“별아, 깼어?”“네!”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도울게요.”“아니야, 다 됐어. 넌 수저만 챙겨서 오면 돼.”온지유는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벌써 이렇게 사람 마음 헤아릴 줄 아는 걸 봐서는 커서도 아주 스윗한 사람이 될 것이다.“엄마 도와 음식이라도 나를래요.”그는 발꿈치를 들고 그릇을 내리고는 조심조심 밖으로 걸어갔다.식사 전 온지유는 거실에 가서 한창 잘 자고 있는 온하윤을 힐끗 봤다.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여이현이 사 온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오늘의 꿈은 사탕 맛인 듯했다.온지유는 손을 뻗어 이불을 정리해 줬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서 식탁 옆으로 걸어갔다.밥 먹을 때 여이현은 좋은 소식을 알렸다.“요즘 날씨 좋으니까 나들이 겸 강원시에 다녀오자.”“정말요?”별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좋아요! 좋아요!”그는 진심으로 나가서 놀고 싶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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