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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1391 - 챕터 1400

1582 챕터

제1391화

“형님, 저놈이 저 여자를 보고 있으면 사고 나는 거 아니에요?”한 남자가 변태 같은 남자의 뒷모습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정신이 온통 여자에게 팔려 있는 사람이 저런 절세 미녀 황예은을 단독으로 감시한다고?누가 봐도 사고가 날 것 같았다.“그놈이 무슨 사고를 치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우두머리 남자는 차갑게 대꾸했다.“우리가 문서만 손에 넣으면 그놈이 죽든 살든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이 말을 들은 다른 세 사람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사람은 어디 있지?”진서준은 나타난 네 명을 보고 곧장 물었다.우두머리 남자는 상대가 젊은 청년인 것을 보고 눈빛에 의아함이 스쳤다.황예은이 자리에 없으니 황씨 가문은 이제 끝난 건가?이런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청년을 보내 서류를 전달하게 하다니, 이건 자살하러 온 거나 다름없잖아.“서류부터 내놔.”우두머리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진서준도 긴말하지 않고 서류를 던져 주었다.그러자 우두머리 남자는 더욱 놀랐다.“이렇게 쉽게 주는 거야?”남자는 과거에 여러 번 납치를 해봤지만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보통 상대방은 서류를 주지 않으려고 하거나 교섭하려고 말이 많았는데 진서준처럼 대뜸 넘겨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 여자 어디 있는지나 말해.”진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네가 이렇게 협조적이니 나도 돌려 말하지 않을게. 사람은 저 안에 있어.”우두머리 남자는 가장 안쪽 방을 가리켰다.“다만, 네가 우리를 먼저 지나가야 사람도 구할 수 있겠지...”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서준의 모습이 사라졌다.“이 녀석 어디 갔지?”우두머리 남자와 세 명의 얼굴이 굳어졌다.그 순간, 진서준의 목소리가 그들 뒤에서 들려왔다.“평범한 인간 네 명이 이런 임무를 맡다니 간도 크네.”진서준은 아까 서류를 순순히 넘겨준 이유가 이 남자들의 몸에 강기가 전혀 없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강기조차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면 두려울 게 하나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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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2화

동료 넷도 이 청년의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자기 혼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래도 멍청하진 않네.”진서준은 손을 들어 공중에서 변태 같은 남자를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그 일격에 변태 같은 남자는 눈앞이 하얘지며 바닥에 떨어졌고, 떨어지자마자 시뻘건 피를 왈칵 토해냈다.진서준은 태연하게 다가가 남자의 가슴을 발로 눌렀다.“기회는 딱 한 번이야. 말하면 고통 없이 끝내 줄 테고 말하지 않으면 네 생애 가장 고통스러운 24시간을 경험하게 될 거야. 그 시간 동안 넌 이 세상에 태어난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거야.”진서준의 차분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말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변태 같은 남자는 아까 일격으로 이미 혼비백산했고 진서준의 말을 조금의 의심하지 않았다.“알겠어! 말할게! 전부 말할게! 우릴 보낸 건 임 이사장이야. 황예은의 목숨으로 황씨 가문 기밀 서류를 바꾸려 했어.”변태 같은 남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남자는 자기 내장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고 몸 전체가 산산조각 난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임동식이 보낸 거라는 말을 듣고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이 예상한 시나리오였다.임동식은 명문대가 출신이 아니었고 그도 황경영처럼 처음엔 가난하게 시작한 사람이었다.회사가 점점 커지자 임동식도 자산이 많아졌고 안목도 조금씩 넓어지긴 했지만 그것도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얘기일 뿐, 진짜 명문대가 사람들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임동식이 보낸 다섯 명은 군부에서 이름난 병왕이었다.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겠지만 무도 고수급 인물 앞에서는 죽음이라는 선택지밖에 없었다.진서준은 변태 같은 남자에게 손가락을 튕겼다.순간, 총알보다 빠른 무시무시한 기운이 남자의 이마를 정확히 꿰뚫었다.푸슉...시뻘건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남자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시체가 된 남자의 눈은 천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진서준은 황예은 쪽으로 가서 묶인 밧줄을 풀었다.“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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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3화

이 순간 황예은의 머릿속은 완전히 백지상태였다.오직 하나의 생각, 바로 본능적인 욕구인 관계를 원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진서준은 황예은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을 감지하고 즉시 정신을 차려 손으로 황예은의 목을 살짝 내리쳤다.그러자 황예은은 가볍게 신음을 내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하지만 기절한 상태에서도 황예은은 거친 숨을 내쉬며 매혹적인 신음을 흘렸다.풍만한 가슴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옷의 단추가 곧 튕겨 나갈 것처럼 보였다.다른 남자였다면 이미 늑대 인간이 되어 모든 걸 잊고 황예은에게 달려들었을지도 모른다.진서준은 황예은을 안아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맥박을 짚으며 얼굴을 찌푸렸다.아까 그 변태 같은 남자가 사용한 약의 양은 엄청났다.사람은 물론, 건장한 코끼리 한 마리가 마셔도 이성을 잃을 정도의 강력한 약이었다.황예은이 지금까지 버틴 것은 정말 놀라운 의지력 덕분이었다.“정말 날 귀찮게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구나.”진서준은 한숨을 쉬고는 황예은의 정장을 벗겼고 그 안의 속옷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비록 처음 보는 건 아니었지만 볼 때마다 진서준의 마음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진서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황예은을 안아 욕실로 데려갔다.욕실 안에는 욕조가 하나 있었는데 황예은이 누워도 충분할 만큼의 크기였다.욕조에 물을 채우는 동안 진서준은 자기 영기를 다뤄 황예은의 혈액 속 약물을 제거하려고 했다.그러나 약물의 양이 엄청나서 욕조가 차가운 물로 가득 찰 때까지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진서준은 망설임 없이 황예은을 차가운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넣었다.황예은의 몸이 욕조의 물에 닿는 순간, 그녀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욕조의 물은 황예은의 체온 때문에 따뜻해지기 시작했다.물리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진서준은 황예은의 몸에 있는 혈 자리 몇 군데에 은침을 찔렀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황예은은 다시 한번 얕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떨었다.풍만한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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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4화

황예은이 이때 깨어난 것이다.기절 상태에서 깨어난 황예은은 자기가 젖은 채로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상태라는 걸 깨닫고는 귀청이 터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우리 누님 왜 소리 지르는 거야?”황현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 누님은 괜찮아...”“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누님 바꿔.”황현호가 단호하게 명령했다.툭!진서준은 가차 없이 전화를 끊고 곧바로 황예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소리는 왜 지르는 거야?”황예은의 체내에 있던 약물은 이미 다 제거된 상태였다.하지만 뽀얀 얼굴에는 여전히 옅은 홍조가 남아 있었다.그 모습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취하게 할 정도였다.“여기가 어디야?”황예은은 몸을 이불로 감싸며 놀란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황예은은 기절하기 전의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누군가 자기에게 약을 먹이고 그 약기운에 눈앞의 이 남자를 강제로 키스했던 끔찍한 기억이 순간 떠올랐다.‘설마 이 남자가 이미 나를...’황예은은 이런 생각이 스치자 황급히 머리를 이불 속으로 넣고 자기 몸을 확인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하지만 온몸이 축축한 데다 속옷까지 젖어 있어 다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여기는 모텔이고 너와 대화하던 그 남자가 네게 약을 먹였어.”진서준은 덤덤하게 설명을 이어갔다.“체내 독소를 제거하려고 널 욕조에 넣은 거야.”“너... 혹시 나한테 무슨 짓 한 건 아니지?”황예은이 조심스럽게 묻자 진서준이 이내 되물었다.“무슨 짓 했다면 어쩔 건데?”황예은의 목숨을 구해줬는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오히려 이런 소리를 듣다니. 진서준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고 차갑게 말을 이었다.“별일 없으면 옷 입고 회사로 돌아가.”진서준이 화났다는 걸 눈치챈 황예은은 뭐라 해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사실 황예은은 그냥 툭 던진 말일 뿐이었다.진서준이 정말 무슨 짓을 했더라도 황예은은 진서준을 탓할 자격조차 없었다.진서준이 아니었으면 황예은은 아까 그놈에게 이미 당했을 거였다.하지만 황예은의 도도하고 고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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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5화

“서준아, 황씨 가문으로 간다더니 웬일로 돌아왔어?”TV를 보던 서지은은 갑자기 나타난 진서준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서지은은 아직 진서준과 황예은이 이미 틀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황예은와 진서준, 두 사람 모두 성격이 워낙 강하다 보니 애인 관계는커녕 친구로 지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그 여자는 새 경호원을 구했어.”진서준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서준아, 너희들 혹시 싸웠어?”서지은은 진서준의 표정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허윤진은 진서준과 황예은이 싸웠는지에 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진서준이 경호원 일을 그만둔 것이 잘된 일이라 여겼다.황예은은 명주시에서 소문이 자자한 으뜸가는 절세미인이었고 어마어마한 재산까지 겸비하고 있었다.진서준이 며칠이라도 황예은의 경호원를 하다 보면 혹시라도 그녀에게 홀려 넘어갈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그깟 경호원 그만두길 잘했어. 그 여자가 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도 돼?”허윤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번엔 우리랑 시간 좀 보낼 수 있겠네.”“아니, 시간이 없어.”진서준은 손에 있던 자료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그건 뭐야?”허윤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박씨 가문과 관련된 거야.”진서준이 간단하게 설명했다.“난 올라가서 이 자료부터 볼게. 너희들도 일찍 쉬어.”말을 마친 진서준은 자료를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이상하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허윤진은 진서준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허윤진이 진서준을 알고 지낸 이래 이렇게 무겁고 침울한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말하기 싫으면 그냥 두자.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서지은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 역시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사랑하는 사람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자기 기분도 좋을 리 없기 때문이었다.방으로 돌아온 진서준은 곧바로 황예은이 준 자료를 열어보았다.자료를 볼수록 진서준의 마음속 경악은 더 커졌다.박씨 가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모든 자산을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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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6화

황현호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 공법은 이제 그만두는 게 좋겠어.”황예은이 말에 황현호는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왜 그만둬야 하죠? 누님, 설마 그 녀석 말을 믿은 건 아니죠? 말해두는데, 그놈은 누님을 속이는 거예요. 나 이거 배운 지 몇 달 됐는데 아무 문제 없었잖아요. 문제가 있었으면 진작에 생겼겠죠.”진서준이 죽도록 싫은 황현호는 진서준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진서준이 하지 말라고 할수록 황현호는 오히려 더 하고 싶었다.말을 마친 황현호는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버렸다.다음 날 아침.하인이 급히 황예은을 흔들어 깨웠다.“아가씨, 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이야?”황예은은 잠옷도 갈아입을 겨를 없이 문을 열었다.“도련님 상태가 뭔가 이상합니다!”그 말을 듣자 황예은은 하인을 따라 급히 달려 나갔다.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활기차 보였던 황현호는 지금 장원 앞마당에 엎드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간질 발작을 일으킨 환자처럼 보였다.“현호야, 왜 그래?”황예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주변에는 이미 황씨 가문의 주치의들이 와 있었고 다들 한참을 진단했지만 아무 이상도 찾지 못했다.“아가씨, 도련님은 조금 전까지 멀쩡히 수련하는 중이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떻게 된 건지 이렇게 쓰러져 일어날 수 없게 됐습니다. 저희가 방금 도련님을 진단해 봤지만 몸에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의사가 상황을 설명했다.“당장 병실로 옮겨!”황예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혹시 진서준의 말이 맞았던 걸까?“아야야! 좀 살살 들지 못해?”황현호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온몸의 뼈가 부서질 것 같았고 근육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와 도무지 참기 어려웠다.“어제 내가 분명 경고했지? 그 공법 그만두라고. 왜 끝까지 내 말 안 들어?”황예은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황현호를 나무랐다.“절대 공법 때문이 아니에요!”황현호는 이런 상태에서도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분명 내가 어젯밤에 제대로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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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7화

“세상에 누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 때 그렇게 거만한 태도로 말해?”황예은은 평생을 높은 자리에 있었기에 어떻게 진심으로 부탁해야 하는지 깔끔하게 잊어 버렸다.지금 황씨 가문 남매가 죽는다면 진서준도 딱히 개의치 않을 터였다.설령 두 사람이 정말 죽는다 해도 곧 다른 누군가가 빈자리를 메울 것이다.국가가 황씨 그룹 같은 거대한 기업이 갑작스럽게 붕괴하는 걸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이전까지 진서준은 자기가 큰 착각의 늪에 빠져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바로 황씨 가문이 절대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 양 여겼던 것이다.이 세상에서 사람은 전부 자기만의 개성이 있고 특별한 존재이긴 하지만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 안에서는 누구든 대체될 수 있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우리 동생, 이제 정말 죽을 것 같아.”황예은은 성질을 억누르며 말했다.“네 동생 생사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진서준이 즉각 되물었다.“어제 내가 분명 경고했지? 그 공법 그만두라고. 근데 내 말 안 듣고 내가 사기꾼이라느니 뭐라더라? 이제 와서 죽을 거 같으니까 뒤늦게 후회해? 모든 건 그 자식 자업자득이야.”황예은의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너 정말 이렇게 매정하게 굴 거야?”진서준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우리가 서로 정이라도 있었던가? 설마 내가 네 몸을 보고 만졌다고 해서 그게 정이라도 되는 줄 알았어? 미안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야.”이틀간 진서준은 황씨 가문 일을 말없이 도왔다.그런데 황씨 가문 남매의 태도는 어땠는가?한쪽은 하늘의 선녀처럼 거만하기 이를 데 없었고 다른 쪽은 의심과 비난만 일삼았다.그때 진서준이 분을 꾹 참으며 황현호에게 손대지 않은 게 오히려 관대한 처사였다.“어떻게 하면 내 동생을 구할 수 있어?”황예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태도를 보여줘 봐.”진서준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의사를 구하려면 일단 태도를 바르게 해야 했다.진서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구걸하라는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예의는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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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8화

“어떻게 낮춰야 할지 모르겠어.”황예은은 솔직히 털어놓았다.“제발, 이 두 글자만 붙이면 돼요.”서지은의 조언을 들은 황예은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제발 내 동생을 구해줘.”“거 참 말투가 딱딱하네.”황예은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우리 동생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네가 동생을 살려준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게.”하지만 진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봐...”황예은은 두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었다.“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도 모르잖아. 그냥 돌아가.”진서준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존중을 원한다 이거지?”황예은은 이를 악물더니 다리를 굽혀 무릎을 꿇었다.이 장면에 서지은과 허윤진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심지어 진서준조차도 순간 표정이 굳었다.그렇게 자존심 강한 여자가 지금 이 순간 동생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이 사실이 소문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명주시 상류층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제발 우리 동생을 살려줘.”황예은은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투는 조금도 나약하지 않았다.“일어나.”“네가 허락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을 거야.”황예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내가 구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없어.”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길 안내해.”황예은은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곧장 일어나 진서준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황씨 가문으로 가는 내내 진서준은 아무런 말이 없었고 황예은 역시 침묵을 지켰다.30분 남짓이 지나 병실에 도착했을 때, 황현호는 얼굴이 창백해 종잇장 같았고 근육은 다 풀어져 완전히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다.그 모습은 꼭 열흘은 굶은 떠돌이와도 같았다.진서준은 황현호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았다.“조금만 더 늦었으면 진짜 죽었을 거야.”진서준이 의아해하며 말했다.다시 말해 지금은 아직 살릴 기회가 있다는 뜻이었다.황예은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진서준은 황현호를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내가 널 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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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9화

왕권부귀!이건 수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도 수련의 체질이었다.예전에 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에게 이 체질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부귀의 체질은 그 자체로 부귀의 기운을 지니고 있어 무도를 수련하지 않더라도 가문을 번영하게 할 수 있었다.반면, 왕권의 체질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이 체질은 가문을 승승장구하게 하고 국가급 지도자 한 명은 반드시 배출해 낼 정도의 체질이었다.약 10분 뒤, 진서준은 황현호의 복부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끝났어.”황현호는 몸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꼈다.가장 놀라운 건, 황현호의 체내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황현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손발을 움직여보더니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날 살리면 내 단전이 없어질 거라고 했잖아. 근데 왜 멀쩡하지?”황예은 또한 의아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황예은은 특히 진서준이 언급했던 ‘부귀의 체질’이라는 말에 더 신경이 쓰였다.진서준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힐끔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고 황예은은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말했다.“다들 일단 여기서 나가.”방에 진서준과 황예은, 황현호 세 사람만 남자 진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왕권부귀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어?”“그게 뭔데?”황현호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황현호는 예전부터 먹고 놀고 즐기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반면 황예은은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내가 기억하기론 아빠가 그런 말을 언급한 적이 있어. 근데 그땐 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진서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황경영 씨가 너희에게 뭔가 남겨준 게 없냐?”대한민국의 최고 갑부 황경영이 장악한 정보는 적지 않을 게 분명했다.그러니 아마 황현호가 부귀의 체질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다만 황현호가 무도를 배울 생각이 없어 보이자 굳이 말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황현호의 태어난 부귀의 체질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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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0화

비밀 문 안으로 들어가니 아래는 온통 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10여 미터를 걸어 내려가니 대략 10평 정도 되는 지하실이 나타났다.지하실은 매우 간소했고 고작 탁자 하나, 의자 하나, 침대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그 탁자 위에는 오래되어 누렇게 바랜 고서가 놓여 있었고 첫 장에는 큼지막하게 ‘부귀전승’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누님, 이거 우리 아빠가 남긴 거예요?”황현호는 탁자로 뛰어가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5년 전, 아빠가 신비스러운 태도로 날 불러 여기로 데려왔었어.”황예은의 눈빛은 추억에 젖은 듯했다.“그땐 아빠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건 널 위해 준비해 둔 것 같아.”그때 황경영은 황예은에게 이렇게 말했다.“황씨 가문에 큰 위기가 닥치면 현호 혼자 이 비밀 공간으로 내려와 책에 적힌 전승을 배우게 해.”황예은은 이미 이 책을 읽고 따라 연습해 본 적이 있었는데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당시 황예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자기처럼 똑똑한 사람도 장악하지 못한 걸 머리가 둔한 황현호가 배울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황현호는 부귀전승을 집어 들고 몇 장 넘겨보더니 곧 그 책에 푹 빠져들었다.“보아하니 이 책은 우리 동생을 위해 준비된 게 맞는 듯하군.”황현호의 몰입한 모습을 보며 황예은은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너 아까 왕권부귀라고 했잖아. 그럼 혹시 왕권전승 같은 것도 있는 거야?”황예은의 질문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당연하지. 다만, 왕권전승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나도 몰라.”국가급 지도자는 몇몇밖에 없었지만 진서준은 쉽게 추측할 수 없었다.과거 왕권과 부귀는 막상막하의 힘을 자랑했지만 과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부귀의 세력은 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졌다.황예은은 진서준을 향해 고개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진서준, 정말 고마워.”“내가 너희를 도운 건 단순히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들으려고 한 게 아니야.”진서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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