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는 오히려 더 잘 보게 되기 마련이다. 그녀들은 모두 여인으로서 정씨 가문에서 너무나 많은 일을 겪어왔다.정보주는 윤소현을 키운 적이 없었기에 보다 이성적으로 사태를 바라볼 수 있었다.“정말로 그런 일이라면 난 절대 소현이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정수미의 목이 마치 무언가에 찔린 듯 아릿하게 아파왔다. 그녀는 참을 수 없이 격렬하게 기침을 쏟아냈다. “콜록, 콜록...”“언니, 괜찮아?” 정보주가 걱정스레 묻자 정수미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이젠 익숙해.”그녀는 마음속의 불편함을 억누르며 다시 물었다. “넌 언제 돌아갈 생각이야?”정보주는 원래 박민정을 보고 난 후 바로 돌아가려 했었다. 저쪽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정수미의 모습을 보니 며칠 더 머물기로 결심했다.“나 요즘 특별히 급한 일도 없으니까, 진주시에서 언니랑 좀 더 시간을 보내려고.”“그래, 잘 됐네. 다음번엔 우리 같이 민정이를 찾아가서 확실히 이야기해 보자.”“응, 그러자.”...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차에 올라 돌아가는 길에서 차창 너머로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그때, 박윤우가 조그마한 손을 뻗어 박민정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박민정이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왜 그러니?”“엄마, 속상해요?” 박윤우는 박민정의 감정을 예민하게 느꼈다.박민정이 고개를 저으며 거짓말했다. “아니야, 윤우야. 왜 그렇게 생각해?”박윤우가 한숨을 쉬었다. “엄마, 무슨 일이든 꼭 말해야 해요. 혼자 마음속에 담아두면 안 돼요. 알겠죠? 저랑 아빠는 엄마를 사랑해요. 오직 엄마만 사랑해요.”‘오직 엄마만.’그 다섯 글자가 박민정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박윤우가 이렇게 어린 나이에 자신의 거짓말을 꿰뚫어 볼 줄은 몰랐다.박민정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엄마가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건데. 사실 좀 속상하긴 했어.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박윤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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