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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571 - Chapter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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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1화

스스로 강해져야만 사랑하는 이를 지킬 수 있다. 이 점을 유남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는 박민정과 친구들을 회사에 내려준 후 혼자 IM으로 향했다.얼마 전, 부하들의 조사로 유석진이 또다시 수작을 부릴 기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사실에 유남준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래서 유석진이 한패들과 함께 세운 신생 회사를 거침없이 압박해버렸다. 그러나 정작 유석진 본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대체 또 무슨 속셈일까.그런 생각을 하며 회사에 도착한 유남준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유명훈을 발견했다.노인은 발소리를 듣고 천천히 몸을 돌렸는데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곧바로 유남준을 꿰뚫어 보았다.“남준아, 왔구나.”유남준은 태연히 걸어 들어갔다.“할아버지.”유명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은 후 차갑게 굳어 있는 손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빛엔 손주를 향한 온기는 없었다.“이 회사를 보니 호산보다도 더 대단하구나.”유남준은 예의상 대꾸했다.“과찬이십니다.”그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유명훈도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았다.“하아, 요즘 네 큰아버지랑 사촌 형이 날 찾아와서 네가 너무 몰아붙이는 바람에 밥조차 먹을 수 없다고 하더구나.”아니나 다를까. 역시 유석진과 유성혁 때문이었다.할아버지가 정말 정신이 흐려진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자기 큰아들네 가족이 얼마나 못된 짓을 저질렀는지 정말 모른단 말인가?“유씨 가문이 그렇게까지 궁핍해졌습니까? 어쩌다 ‘밥도 못 먹을’ 지경이 되었는지 저는 듣지도 못했는데요. 그들이 정말 돈이 없다면 저를 찾아오라고 하세요. 빌려드릴 테니까요.”그의 말투는 뼈를 담고 있었고 유명훈은 그런 태도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좋다. 그럼 이렇게 하자. 큰아버지와 사촌 형을 IM에 자리 하나 마련해 줘라. 아니면 최소한 계열사라도 보내서 일을 시켜야 하지 않겠느냐?”애초부터 목적은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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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유남준은 회사에서 업무에 집중하느라 박민정 쪽 상황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그는 알지 못했다. 박민정이 회사에 온 뒤로 쉬는 시간만 되면 에리가 그녀의 사무실로 들이닥쳐 온갖 살가운 말들을 늘어놓으며 챙기고 있었다는 것을.“밥 먹을 시간이야.”에리는 환하게 웃으며 각종 맛있는 음식들을 들고 왔는데 박민정은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살짝 놀랐다.“여기서 먹는 거야?”그녀는 밖에서 먹으러 나갈 줄 알았다.“밖엔 사람이 너무 많잖아. 붐비는 데서 먹으면 불편하니까. 차라리 여기서 먹는 게 조용하고 좋지.”사무실 밖, 설인하와 동료들은 박민정을 불러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려 했지만 이 분위기를 보아하니 불가능해 보였다.진서연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아... 유 대표가 알게 되면 또 질투에 눈이 돌아가겠네요.”설인하가 피식 웃었다.“어쩔 수 없죠. 저라도 불안할 것 같은데요. 에리 정도면 솔직히 너무 경쟁력 있잖아요?”잘생겼지, 인기 폭발하는 대스타지, 심지어 유 대표보다 나이도 어리지.그 순간, 멀리 떨어진 회사에서 일하던 유남준이 별안간 재채기를 했다.진서연도 설인하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그때, 누군가 그녀 앞에 다가왔다.“같이 점심 먹을래요?”정민기였다.며칠 전, 박민정이 한마디 툭 던진 이후로 정민기는 진서연을 불러내 식사하고 영화 보고 산책하는 일이 잦아졌다.진서연은 기다렸다는 듯 설인하의 팔짱을 꼈다.“좋죠! 가요, 인하 씨!”설인하는 단박에 분위기를 눈치챘다. 이럴 때 눈치 없이 끼어드는 건 최악이다.“전 됐어요. 오늘은 바깥 음식 안 땡껴서 이미 배달시켜 놨어요.”“뭐? 언제요? 저한텐 말도 없었잖아요!”진서연이 억울하다는 듯 볼을 부풀렸으나 설인하는 대꾸할 기운도 없었다.“아, 미안요. 깜빡했네요.”“됐어요. 다음부턴 조심해요.”진서연은 심각한 척하며 대범한 태도를 보였다.설인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무실로 잽싸게 돌아갔다. 두 사람이 떠나고 나면 몰래 나가서 먹으면 되니까.진서연은 결국 정민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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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에리는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굳혔는데 공용 젓가락을 쓰는 걸 깜빡했던 모양이었다.박민정은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걸 막으려 나섰다.“괜찮아, 괜찮아. 다들 친구 사이인데 뭐.”그러나 연지석은 여유롭게 비꼬았다.“친구라도 조심해야죠. 민정아, 너 원래 몸도 약한데 대스타님한테 무슨 전염병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에리의 얼굴이 확 굳었다.“부사장님,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저 매년 건강검진도 받고 아주 건강하다고요.”“아, 그래요?”연지석은 시큰둥하게 받아쳤다.에리는 더욱 분개하며 박민정을 향해 돌려 말했다.“민정아, 진짜야. 난 아무 문제 없어.”어떤 남자든 건강을 의심받으면 자존심이 상하는 법.옆에서 지켜보던 설인하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박민정도 꾹 참고는 있었지만 자꾸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응응, 보니까 건강해 보이네.”그녀는 속으로 의아했다.‘아니, 에리 건강 상태가 나랑 무슨 상관이지? 왜 나한테 굳이 확인을 받아야 하는 거야?’박민정은 기억을 잃었지만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은 아직 이해하고 있었다.에리는 너무 과하게 잘해주고 있었다.결국, 박민정은 부드럽게 선을 그었다.“에리, 다음부터는 같이 밥 못 먹을 것 같아. 앞으로는 인하 씨랑 약속 잡았거든.”말을 완곡하게 돌렸지만 에리는 바로 눈치챘다. 그러나 그는 끈질기게 달라붙었다.“괜찮아! 다 같이 먹으면 더 재밌잖아.”그때, 연지석도 슬쩍 끼어들었다.“나도 낄게.”이제 정말로 ‘다 같이’가 되어버렸다.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어졌고 결국 네 사람은 묘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식사가 끝나고, 설인하가 먼저 자리를 털었다.“대표님, 저 사무실 가서 낮잠 좀 잘게요.”그녀는 더 이상 이 ‘수라장’에 있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설인하는 재빨리 자리를 피했지만 에리는 좀처럼 일어설 기미가 없었다.이를 본 연지석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대스타님이야 안 자도 된다지만 민정이까지 못 쉬게 하면 안 되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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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민정이를 처음 만났을 때 전 민정이를 누나라고 불렀어요.”에리는 문득 풋풋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그땐 저도 아직 어리고 천진했죠. 민정이가 저한테 재능이 있다고 말해줬고 진짜로 친동생처럼 챙겨줬어요. 이것저것 가르쳐 주면서.”그녀는 나중에 그를 위해 직접 곡도 써 줬고 회사들을 돌아다니며 그를 위해 발 벗고 나서 줬다. 솔직히 말해 박민정이 아니었다면 그가 지금처럼 스타가 될 수 있었을까?에리는 그 시절이 그리웠다. 박민정을 ‘누나’라고 부르던 때가.처음엔 그저 감사함이었다.하지만 점점 깨달았다. 세상에 박민정처럼 그를 존중해 주는 여자는 많지 않았고 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그는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됐다.“민정이는 제 청춘 그 자체예요.”에리는 담담하게 말했다.연지석은 그의 말에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요?”연지석이 입을 열었다.“민정이를 향한 에리 씨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존경심일 수도 있다는 거.”에리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곧 평소의 건방진 태도를 되찾았다.“쓸데없는 참견하지 마세요.”그는 비웃듯 말했다.“제가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스스로의 감정이 뭔지도 구별 못할 것 같아요?”그는 뿌리치듯 그 자리를 떠났고 연지석은 아이 같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쓸데없는 걱정을 했나 보군.”에리는 본성 자체는 나쁜 녀석이 아니었다. 다만 아직 젊고 세상을 잘 모를 뿐이었다.그는 세상이 자기 뜻대로 흘러갈 거라고 믿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박민정도 결국 자기에게 마음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연지석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민정이 지금까지 마음을 준 사람은 자신도, 에리도 아니었다.박민정은 한 번 무언가를 정하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게 사랑이든, 어떤 신념이든.사무실로 돌아온 연지석은 묵묵히 업무를 시작했다.한편, 설인하는 아직 잠이 들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가 그가 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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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5화

설인하는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곧 출근해야 하는데 더 이상 방성원과 실랑이를 벌일 여력도 없었다.그러나 퇴근 후, 그녀는 큰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았다.딸아이가 사라졌다.설인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은정이는 어디 갔어요? 계속 보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그녀는 다급하게 보모의 팔을 붙잡고 연신 물었으나 보모 역시 죄책감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저도 몰라요. 방성원 씨가 은정이를 혼자 데려가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렇게 큰일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잠깐 한눈을 판 사이, 두 사람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방성원?설인하는 순간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렇다면 분명 방성원이 딸아이를 데려간 게 틀림없었다.아이의 안전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모를 향한 불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어떻게 그 사람한테 아이를 맡길 수가 있어요? 저한테 허락은 받았나요?”보모는 고개를 숙이며 변명하듯 말했다. “죄송해요. 깜빡했어요.”“지난 1년 동안 아이 아빠가 종종 찾아왔고 은정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았어요. 설마 아빠가 자기 자식을 해칠 리야 없다고 생각했죠.”그렇다. 방성원은 방은정의 아빠다. 아니, 그보다도 지금껏 아이에게 화 한 번, 큰소리 한 번조차 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큰소리조차 낸 적이 없었다.“그 사람은 은정이를 해칠 리 없어요. 하지만... 지금 이건 납치나 다름없다고요.”설인하는 초조한 얼굴로 핸드폰을 집어 들고 급히 방성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차가운 자동 응답기 음성이었다.“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설인하는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같았다.“날 차단했어...”그녀의 목소리가 떨렸고 눈물이 터질 듯이 차올랐다.그 모습을 본 박민정은 재빨리 말했다. “잠깐만요, 내 핸드폰으로 걸어봐요.”“네.”설인하는 박민정의 휴대전화를 받아 들고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뚜... 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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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6화

박민정은 남의 일에 너무 관여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설인하의 초조한 모습을 보고는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유남준은 그녀가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걸 알고 있었다. “민정아, 생각해 봐. 은정이는 인하 씨의 딸이기도 하지만 성원이 딸이기도 해. 성원이가 아이를 데려간 건데 우리 같은 외부인이 참견할 일이 아니야.”“네, 알겠어요.” 박민정도 이성을 잃을 만큼 감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걱정하지 마. 성원이는 내가 잘 알고 있는데 나쁜 사람이 아니야. 은정이에게 함부로 하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인하 씨에 대해서도... 성원이 그 녀석, 줄곧 인하 씨를 좋아했어. 이번 일도 인하 씨를 붙잡아 두려는 거겠지.”“네.”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거실로 돌아오자 설인하가 다급한 걸음으로 다가왔다.“민정 씨, 어땠어요?”박민정은 미안한 듯 고개를 저었다.설인하는 박민정이 자신을 도와 유남준에게 부탁해 줄 거라 기대했었다. 어쩌면 그를 통해 방성원의 행방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안 되겠어요. 내가 직접 방성원을 찾아가서 이야기할 거예요.” 설인하가 이렇게 말하며 곧장 문을 나서려 했으나 박민정이 그녀를 막아섰다. “지금 둘 다 화가 나 있는 상태예요.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봐요.”설인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발길을 멈추었다.만약 지금 당장 그를 찾아갔다가 또다시 감금당하면 어쩌지?아까는 확실히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했다.“알겠어요.”“이제 그만 쉬어요.” 박민정은 그녀를 달랬고 진서연도 다가와 거들었다. “그래요. 그냥 은정이가 아빠랑 며칠 지내는 거라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위로에 설인하는 마지못해 다시 앉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여기 있지 않았다.그녀는 혹시라도 다시는 딸을 볼 수 없게 될까 봐 불안했다. 그래서 손에 꼭 쥔 휴대폰을 놓지 못한 채 방성원이 전화를 걸어오길 바라며 애타게 기다렸다.방씨 집안에서 방성원은 통통한 딸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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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화

오늘 오후, 방성원은 자신의 일을 유남준에게 모두 이야기했다.유남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냐.”“그럼 무슨 일인데?”“유석진 쪽이 요즘 조용해. 그러니까 잘 감시해.”폭풍 전의 고요일 수도 있으니까.방성원은 즉시 진지해졌다. “알겠어. 명심할게.”전화를 끊기 전, 유남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랑 인하 씨,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정말로 이혼할 거야?”“그럴 리가. 난 인하랑 이혼하지 않을 거야. 우리 사이에 아이도 있는데,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잖아.” 방성원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됐어. 얼른 달래주는 게 좋아. 이런 문제는 오래 끌수록 좋지 않아.”이런 부분에서는 유남준의 경험이 훨씬 많았다.방성원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 “지금은 아직 화가 좀 남아 있어. 날 고소하겠니. 조금만 진정한 후에 생각해볼게.”두 사람의 통화가 끝난 후, 유남준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박민정에게 전했다.박민정은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방성원과 설인하, 둘 다 결정적인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었기에 어느 한쪽 편을 단정적으로 드는 것도 적절치 않았다.“하아... 감정이란 참 뭐라 말하기 어려운 거네요.”유남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불현듯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둘은 어때?”박민정은 순간 멍해졌고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한참이나 반응하지 못했다.“우리 둘은 왜요?”유남준은 잠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곧 다시 태연한 얼굴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아니야.”그는 혹시나 그녀에게서 다른 반응이 나올까 기대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냥 기다리는 게 나을 듯했다. 그녀가 기억을 되찾아야만 서로 상처받지 않을 테니까.“모레가 서 비서 결혼식이니까 내일 도와주러 갈 거야?” 유남준은 화제를 돌렸다.박민정은 순식간에 설레는 얼굴이 되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수아가 저랑 서연이랑 같이 결혼식에 서달라고 했어요.”원래 설인하도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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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서다희의 결혼 소식은 결국 윤소현까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차피 그냥 비서 결혼하는 거잖아.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윤소현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 방 안에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고 아무리 달래도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소란스러움에 짜증이 난 윤소현이 날카롭게 소리쳤다.“대체 뭐 하는 거야? 애 하나도 제대로 못 보면서 무슨 보모야? 당장 데리고 나가! 시끄러워 죽겠으니까.”보모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이가 우는데 안쓰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귀찮다는 듯 밖으로 내보내라고 하다니. 역시 세상 모든 부모가 다 자식을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마침 지나가던 정수미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보고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무슨 일이야?”“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 아이는 유난히 잘 우네요.” 보모가 답하자 정수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기들이야 울기 마련이지만 이유 없이 우는 건 아닐 텐데.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닐까? 의사부터 불러봐.”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윤소현이 급히 나왔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애들은 원래 우는 게 정상이에요. 배가 고픈 걸 수도 있잖아요.”그러고는 보모를 향해 지시했다.“이런 사소한 일로 엄마까지 신경 쓰이게 하지 마. 얼른 데려가서 배불리 먹이도록 해.”“네.”보모는 아이를 안고 한숨을 쉬며 방을 나섰다.정수미는 그런 윤소현의 모습을 보며 결국 조심스럽게 타일렀다.“소현아, 그래도 네 친딸인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니?”윤소현은 태연하게 받아쳤다.“제가 신경 안 쓴다고 생각하세요?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애들은 다 그런 거예요. 크면 괜찮아질 거니까요.”윤소현의 머릿속에는 다혜의 안위 따위 전혀 없었다. 오로지 정수미가 작성한 유언장만이 그녀의 관심사였다.정수미가 무언가 더 말하려 하자 윤소현이 재빨리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엄마, 다혜가 엄마의 친손녀는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차별하지는 말아 주세요. 다혜가 태어났을 때부터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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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9화

“다혜가 위험해요. 지금 의식을 잃었어요. 언제쯤 시간이 돼요?”윤소현의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 떨리고 있었지만 유남우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내 딸도 아닌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그 말을 듣는 순간, 윤소현의 가슴에 날카로운 바늘이 찔린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하지만 당신이 원해서 낳은 아이잖아요.”윤소현은 다혜가 태어나면 유남우가 자신에게 조금은 더 잘해 줄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다혜는 그저 유남우가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 복수의 이유는 바로 과거 윤소현이 유남우에게 약을 먹인 일이었다.“말이 많네. 차라리 그 시간에 애부터 치료하는 게 낫겠어.”유남우는 무심하게 전화를 끊었다.그의 곁에는 홍주영이 서 있었다. 비록 통화 내용 전체를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유남우의 말만으로도 그녀는 가슴이 서늘해졌다.“도련님, 다혜가 아픈 건가요?”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다니.유남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응.”“별일은 아니겠죠? 병문안이라도 가야 할까요?”홍주영도 다혜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아이는 사랑스러웠고 늘 해맑았다.하지만 유남우는 단호하게 답했다.“홍 비서, 그 애는 내 친딸이 아니야. 앞으로 신경 쓸 필요 없어.”그 말을 듣는 순간, 홍주영은 속으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유남우는 다시 화제를 돌렸다.“그보다, 하민재가 최근에 널 찾아오진 않았어?”홍주영은 순간 머뭇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사실 하민재는 몇 번이나 그녀를 찾아왔었지만 홍주영은 매번 그를 문전박대했다.“만약 또 찾아와서 너를 괴롭히면 반드시 나한테 말해.”유남우는 단호하게 말했다.“네.”“됐어, 이제 나가봐.”“네.”홍주영이 방을 나와 휴대전화를 확인하니 마침 하민재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주영 씨, 처음에 주영 씨를 찾았던 건 유남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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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0화

홍주영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랜만이네요. 다들 여긴 어쩐 일이세요?”“근처 구경 좀 하려고요.” 진서연이 답했다.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일행은 곧 흩어졌다. 그러다 민수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 사람이 유남우의 비서예요?”“네.” 진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되게 매력 있네요.” 민수아가 감탄하듯 말했다.홍주영은 첫눈에 사람을 사로잡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직장 여성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점이 오히려 남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일행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던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박민정과 친구들이 돌아보자 그곳엔 홍주영과 그녀를 가로막고 있는 하민재가 있었다.홍주영은 가던 길을 가려 했지만 하민재가 길을 막아서며 단호하게 말했다.“주영 씨,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요. 네?”그는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홍주영은 눈살을 찌푸렸다.“미안하지만 우리 더 이상 할 말 없어요.”그녀는 관계를 질질 끄는 걸 싫어했다. 한 번 인연이 아니라 판단하면 미련 없이 선을 긋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하민재는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애타게 말했다.“잠깐만요, 가지 마요.”“손 놔요!”홍주영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진서연 일행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대낮부터 이게 뭐야?”진서연은 소매를 걷어붙였다.“여자가 싫다는데도 안 놓는다고?”그러고는 박민정을 돌아보며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서연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곧장 그들 쪽으로 향했다.주변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고 박민정도 걱정이 되어 민수아와 함께 따라갔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들었잖아요, 손 놓으라고.”진서연은 두 사람 앞에 서서 단호하게 말했다. 그제야 하민재가 그녀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누구죠?”“홍 비서의 친구예요.”진서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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