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는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굳혔는데 공용 젓가락을 쓰는 걸 깜빡했던 모양이었다.박민정은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걸 막으려 나섰다.“괜찮아, 괜찮아. 다들 친구 사이인데 뭐.”그러나 연지석은 여유롭게 비꼬았다.“친구라도 조심해야죠. 민정아, 너 원래 몸도 약한데 대스타님한테 무슨 전염병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에리의 얼굴이 확 굳었다.“부사장님,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저 매년 건강검진도 받고 아주 건강하다고요.”“아, 그래요?”연지석은 시큰둥하게 받아쳤다.에리는 더욱 분개하며 박민정을 향해 돌려 말했다.“민정아, 진짜야. 난 아무 문제 없어.”어떤 남자든 건강을 의심받으면 자존심이 상하는 법.옆에서 지켜보던 설인하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박민정도 꾹 참고는 있었지만 자꾸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응응, 보니까 건강해 보이네.”그녀는 속으로 의아했다.‘아니, 에리 건강 상태가 나랑 무슨 상관이지? 왜 나한테 굳이 확인을 받아야 하는 거야?’박민정은 기억을 잃었지만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은 아직 이해하고 있었다.에리는 너무 과하게 잘해주고 있었다.결국, 박민정은 부드럽게 선을 그었다.“에리, 다음부터는 같이 밥 못 먹을 것 같아. 앞으로는 인하 씨랑 약속 잡았거든.”말을 완곡하게 돌렸지만 에리는 바로 눈치챘다. 그러나 그는 끈질기게 달라붙었다.“괜찮아! 다 같이 먹으면 더 재밌잖아.”그때, 연지석도 슬쩍 끼어들었다.“나도 낄게.”이제 정말로 ‘다 같이’가 되어버렸다.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어졌고 결국 네 사람은 묘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식사가 끝나고, 설인하가 먼저 자리를 털었다.“대표님, 저 사무실 가서 낮잠 좀 잘게요.”그녀는 더 이상 이 ‘수라장’에 있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설인하는 재빨리 자리를 피했지만 에리는 좀처럼 일어설 기미가 없었다.이를 본 연지석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대스타님이야 안 자도 된다지만 민정이까지 못 쉬게 하면 안 되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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