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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1화

그는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지나가던 언니라고?” 안지영은 안상철이 언니라는 단어에 포커스를 둘 줄은 몰랐지만 소원의 옆모습을 흘깃 보고는 대답했다. “예쁘장하게 생긴 언니인데 신고도 도와줬어요.” 안상철은 나이가 있는 만큼 안지영처럼 경계심 없이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소원을 경계하며 말했다. “지영아, 너 괜찮아?” “네, 괜찮아요. 다친 곳도 없고요. 이 언니가 제때 와줘서 다행이에요.” 안지영은 이렇게 말하며 소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녀 눈에 소원은 지금 영웅 같은 존재였다. “그래, 그럼 조심해서 와.” 안상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한편 소원은 그를 곧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풀린 듯했다. 안지영도 이제야 안정을 찾고 소원과 정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언니, 근데 언니는 거기서 뭐 하고 있었어요? 엄청 외진 곳이잖아요. 너무 용감하신 것 같아요.” 그녀의 물음에 소원은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다고만 대답할 뿐, 다른 건 밝히지 않았다. 너무나도 순진한 안지영을 마주하니 그녀는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릴 때, 안지영은 소원을 무척 좋아했었다. 그녀만 보면 천사 언니라고 부르며 항상 곁에 붙어 있었고 소원도 시간만 나면 안지영을 보러 가곤 했었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두 사람은 점점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안지영이 소원을 전혀 못 알아볼 리는 없었다. 놀란 상태인 데다가 차 안의 조명도 밝지 않아서 못 알아본 듯했다. 소원은 그녀가 뒷좌석에 앉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에 쉽게 알아보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그녀는 한편으로 안지영에게 살짝 미안해하면서도 후회하지는 않았다.지금 소원에게 놓고 말해서 소진용의 죽음에 깃든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소진용이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안상철을 만나서 뭘 했는지, 그러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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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2화

차를 세우고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소원은 마음 한구석이 불안 해났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그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강민혜였다. 그녀는 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주변에 동료들도 같이 있었다. 아마 안상철을 잡으러 온 것 같았다. 소원은 안지영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은 걸 보고 말을 걸었다. “다 왔어요. 아버지 찾으러 온 거 아니었어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한 남자가 강민혜와 그녀의 동료들에 의해 제압을 당한 것이다. 소원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안상철을 잡은 걸까?’ 그녀는 급히 안지영을 말렸다. “내리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요. 앞에 아무도 없어요.” 소원은 그녀가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막았다. 솔직히 말하면 자기 아버지가 체포되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안상철이 정말 소진용의 죽음과 연관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가 안지영을 사랑하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는 안지영을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처음 안지영의 어머니는 아이가 병약하다는 걸 알고 결국 지쳐서 집을 나가버렸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안상철은 끝까지 홀로 아픈 딸과 부모님을 돌봤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는 딸의 치료를 포기한 적 없었다. 그의 눈에는 언제나 딸밖에 없었다. 그래서 소원은 그 장면을 본 것으로 안상철의 사랑이 물거품으로 되지 않길 바랐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안지영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소원은 앞쪽 상황을 주시하며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때, 강민혜가 그 남자에게 뭐라 말하다니 그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그 남자가 뒤를 돌려는 순간, 안지영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언니, 왜 다들 우리 아빠를 잡으려고 하는 거죠?” 소원이 깜짝 놀라 안지영을 돌아보자 그녀는 담담한 말투로 한 마디 덧붙였다.“소원 언니, 저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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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3화

안지영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는데 그 안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많이 아팠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어머니도 없었기에 그들은 항상 다른 사람에게서 안 좋은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행인 건 안상철이 최선을 다해 안지영에게 행복한 삶을 주려 했던 것이다. 어느덧 그들은 의식주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그녀의 병도 거의 재발하지 않았다. 그들의 생활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강민혜가 그를 찾아오자 안상철은 처음으로 그들이 자신을 잡으러 온 거라고 털어놓았다. 정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안지영은 알고 있었다. 안상철의 행방을 아무한테도 알려선 안 된다는 걸 말이다. 잡히지 않기만 하면 계속 가족을 돌볼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소원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말했다. “지영 씨, 제가 왜 안 비서님을 찾고 있는지 아세요?” 그녀의 물음에 안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소원이 대답했다.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안 비서님이거든요. 저는 그냥 진실을 알고 싶을 분이에요.” 안지영은 크게 놀라며 말했다. “그게 저희 아빠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죠?” “실은 저도 아무런 관계없길 바라고 있어요.” 소원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증거에 따르면 아버지는 자살이 아니라 살해당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안지영은 충격을 받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빠가 살인 사건이랑 연관이 있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디?’ 안지영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말도 안 돼요. 우리 아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절대 사람을 죽일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아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정말 좋은 사람이라니까요? 언니,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니에요?” 그녀는 절박한 표정으로 소원의 팔을 붙잡았다.“언니도 우리 아빠 잘 알잖아요. 아빠가 얼마나 성실하고 착한 사람인데... 사람을 죽였을 리 없어요. 언니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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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4화

그 노인은 안지영의 할머니인 박혜순이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휘두르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 “너야? 우리 손녀를 유괴해 간 사람이?” 안지영은 깜짝 놀라 급히 박혜순의 지팡이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할머니, 그런 거 아니에요. 이 언니는 절 구해준 사람이라고요!” 박혜순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소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억나. 그날 우리 집에 찾아왔던 여자 아니야? 우리 아들을 찾더니... 해치려고 그러는 거지? 우리 아들을 못 찾아내니까 이젠 손녀까지 노리는 거야? 이 나쁜 년 같으니라고... 도대체 왜 우리 가족을 괴롭히는 거야?’ 소원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녀는 고집이 세고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 성격 같았다. 안지영은 박혜순이 화를 내면 무섭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원을 떠밀면서 말했다. “언니, 먼저 가요. 우리 할머니는 진짜 화나면 때릴 수도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소원은 뒤를 돌아서 차에 올라탔다. 그녀도 더 이상 박혜순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돌나 가는 수밖에 없었다. 소원은 더 이상 안지영을 설득하지 않았다. 그녀는 믿고 있었다. 기억 속에 있던 착하고 순수한 소녀라면 반드시 도와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 줄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안지영에게도 가장 소중한 가족이 있었고 오직 안상철만이 그녀를 돌봐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란 누구나 다 이기적이었기에 자기를 위한 선택을 한다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하지만 소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진실이 밝혀내기 위해서라면 그녀는 반드시 안상철을 찾아야 했다. 소원이 떠나자 박혜순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안지영의 어깨를 붙잡고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 “지영아,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거지? 할머니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 나간 지 오래됐는데도 안 돌아오니까 상철이한테서 전화가 왔어. 너한테 위험이 닥쳤다고 하더라고... 또 네가 돌아오면 절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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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5화

얼마 지나지 않아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해외로 갔다. 무슨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신장 이식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귀국하고 나서 안지영의 몸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오래된 집에 숨어서 지냈다. 가족들은 안상철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그는 계속해서 돈을 보내주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사실 박혜순도 의문이 들긴 했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안상철이 대체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왔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안지영의 수술비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오랫동안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니 박혜순도 물어보지는 않았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능력 좋고 돈을 잘 벌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안지영의 말을 듣고 보니 박혜순은 갑자기 소용진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안지영은 그녀의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계속해서 말했다. ‘할머니, 아빠는 왜 계속 숨어야 하는 거죠? 만약 정말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와서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지 않나요? 그러면 우리도 계속 이렇게 숨어서 지낼 필요 없잖아요.’ 안지영은 순진한 아이였기에 뭐든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당연하게도 안상철을 전적으로 지지해 왔다. 목숨 걸고 자기를 사랑해 준 사람이었기에 그에게 불리한 일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소원의 말을 듣고 나니 안지영은 약간 의심이 들었다. 안상철이 정말 살인 사건과 정말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씨네 가족은 다들 착했기에 소원의 말은 믿을 만했다. 만약 소용진이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안상철이라면 오히려 그가 나와서 이 일을 분명하게 밝히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왜냐하면 소용진은 그들에게 은인이었고 안상철에게는 더더욱 그랬기 때문이었다. 박혜순은 안지영의 말을 듣자마자 다급하게 말했다. “지영아,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그 일이 너희 아빠랑 무슨 상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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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6화

박혜순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야 이 바보야! 넌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서 잡아먹혀도 언제 잡아먹혔는지 모를 거다.” 그녀가 손녀를 끔찍이 아끼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안상철도 그녀에게는 중요한 존재였다. 안상철은 그녀가 오랜 고생 끝에 겨우 낳은 아들이었기에 아무 일 없이 무사하기만을 바랐다.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마음속으로는 할머니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아빠가 그런 사람이 아닐 거라는 믿음도 있었기에 머릿속이 매우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성격이 워낙 온순했기에 할머니에게 더는 따지지 않았고 그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혜순은 단순한 손녀가 걱정스러웠는지 경고의 말을 덧붙였다.“지영아, 난 네가 그 여자랑 다시 연락하는 거 못 보겠다. 그 여자 때문에 우리 집이 망하는 꼴 보기 싫으면 지금부터 연락 끊어. 알겠냐?”박혜순의 입에서 나오는 소원은 마치 동화 속에서 사람을 유혹한 뒤 살해하는 악독한 마녀처럼 느껴졌다.안지영은 속으로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할머니께 맞서지는 못하고 알겠다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박혜순은 여전히 안지영이 걱정스러웠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너, 요즘엔 밖에 나가지 마. 필요한 거 있으면 슈퍼 사람한테 부탁해서 집으로 가져올게. 요즘 그냥 가만히 집에 있어라. 알겠지?”안지영은 할머니가 자신의 외출마저 금지할 줄은 몰랐다.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할머니의 결정에 반항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리고 할머니도 이젠 나이가 많으셔서 할머니의 속을 썩이고 화나게 하는 일을 할 수 없었다. 만약 할머니가 그녀 때문에 쓰러지셔서 병원에 가게 된다면 또 큰돈이 들게 될 것이다.아빠는 혼자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미 너무 힘들게 살고 있었기에 더는 아빠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이때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소원이 했던 믿기지 않는 말들이 떠올랐다.‘아빠가 정말로 그런 사람일까?’안상철은 항상 그녀에게 정직하고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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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7화

경찰 측에서 영상이 유출되지 않을 것을 반복적으로 보장한 뒤에야 겨우 한두 명의 피해자를 설득할 수 있었다.어쨌든 그 사람은 상습범이었고 인간쓰레기였다.그 소식을 들은 안상철은 깊은 자책에 시달렸다. 그는 딸에게 통장을 전달하게 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했다. 안상철은 돈을 가지고 잠시 피해 있을 생각이었는데 경찰이 그를 추적하고 있어서 돈을 벌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통장 형태로 묶여 있는 돈을 외진 작은 산골로 가서 인출할 계획을 세웠다.그것 때문에 딸이 위험에 처한 걸 생각하니 안상철은 가슴이 베이는 것처럼 아팠고 눈물이 눈가에 고이며 목멘 소리를 냈다.“지영아, 이게 다 아빠 탓이야...”안지영은 아버지가 무언가를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말했다.“아빠, 저는 괜찮아요. 어제 그 사람은 저에게 손을 대지 못했어요. 그 사람이 절 위협할 때 소원 언니가 저를 구해줬거든요.”“뭐라고? 소원이 널 구해줬다고?”딸의 대답에 안상철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네, 맞아요. 소원 언니가 저를 구해줬어요. 소원 언니는 정말 용감하고 똑똑해요. 갑자기 나타나서 고춧물 몇 번 뿌리더니 몇 방에 그 나쁜 사람을 제압했어요.”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안지영은 소원 언니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안상철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안지영이 말을 이었다.“소원 언니는 제가 걱정돼서 그 고춧물이 담긴 스프레이를 저에게 줬고 여러 가지 호신용 도구도 줬어요. 이제는 밤길을 걷더라도 전혀 무섭지 않아요. 아빠도 더는 걱정하지 마세요.”“그렇구나.”그의 대답은 무미건조했고 그의 목소리엔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어젯밤 상황이 워낙 혼란스러워서 안상철은 안지영이 어떻게 소원을 만났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 안상철은 소진용의 딸이 여전히 예전처럼 착하고 용감하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느꼈다.“아빠, 저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안지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냐, 지영아?”“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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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8화

안지영은 북받쳐 오르는 자신의 감정을 더는 통제할 길이 없었고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아빠... 어릴 적부터 늘 정직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지 않으셨나요? 아빠도 항상 그런 분이셨잖아요? 만약 오해가 있다면 그분들에게 설명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면 이렇게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숨어 살 필요가 없을 텐데.”안지영은 안상철을 설득하며 그가 진실을 밝히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지영아!”안상철도 목소리를 높였다.“내가 말했잖아.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몸조리나 잘하고 있어. 곧 너를 데리고 해외로 나갈 거다. 외국에 가면 우리 가족도 더는 숨어 살 필요 없을 거야.”“외국이라니요?? 그럼 할아버지 할머니는요? 노약자분들께서 견디실 수 있겠어요?”안지영은 어릴 적 가족과 해외로 떠났던 고된 시절이 생각났다. 노인이 어떻게 그런 고생을 견뎌내겠는가.“먼저 너를 데리고 간 뒤 조금 기다렸다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셔 올 거다. 걱정하지 말아라. 할머니 할아버지를 돌봐드릴 사람을 구해놓을 테니 괜찮을 거야.”안상철이 설명했다.지금까지 희미한 기대를 품고 있던 안지영에게 안상철의 이 말은 모든 희망을 꺾어버리는 결정타가 되었다.그녀는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해외 이민은 사실 도피 행각이었고 정상적인 수단으로 이 나라를 떠나는 것도 아닐 것이 분명했다. 이로부터 안지영의 마음속 안상철의 모습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어렸을 때부터 존경해 온 아버지가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을 저지르다니.“아빠, 왜 그러셨어요?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소원 언니 부모님은 우리 가족들에게 그렇게 잘해주셨는데. 다 좋은 분들이셨잖아요. 그런데 왜?”안지영이 실망에 찬 눈길로 안상철을 바라보며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차라리 진실을 모른 채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실을 알고 난 뒤로부터 그녀는 짙은 후회와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도 아버지와 같은 배은망덕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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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9화

하지만 안상철은 결국 약속한 대로 해내지 못했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소진용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그는 이렇게 하면 소진용이 죽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소진용은 큰 풍파를 겪어본 사람이니 이런 일로 자살하지 않을 것이고 더 강해져서 유일한 딸을 지키려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가던 길에 그는 소진용이 정말로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했다.안상철은 그동안 숨어 지내며 소진용 죽음의 진실을 밝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신비로운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안지영은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알았어요, 아빠.”“지영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그냥 아빠 말만 들어. 아빠는 절대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이번 일만 지나면 아빠랑 외국으로 가자. 우리 함께 이곳을 떠나서 평화롭게 살자. 응?”안지영은 현재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 있었기에 기운 없이 대답했다.“알았어요, 아빠.”전화를 끊은 안지영은 핸드폰을 바라보며 넋을 놓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 상황을 소원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빠가 소원 언니의 아빠를 죽이지 않았다고 믿었지만 그가 분명히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이걸 소원 언니에게 알려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그녀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방문이 열리더니 할머니가 다가오며 말했다.“지영아, 핸드폰을 할머니에게 주렴.”안지영은 할머니가 자신의 핸드폰을 빼앗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당황한 기색으로 핸드폰을 뒤로 숨기며 말했다.“할머니, 왜 이러세요? 나가게도 안 해주시면서 이젠 핸드폰도 못 쓰게 하시려고요?”박혜순은 안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네가 너희 아빠랑 통화한 거 다 들었다. 지영아, 난 네가 아빠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그건 네 아빠야, 바보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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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0화

지금까지 안지영은 집안의 보물처럼 어른들 손에서 애지중지하며 자랐고 단 한 번도 매를 맞은 적이 없었다.아버지는 그녀를 극진히 사랑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그녀를 불쌍히 여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뻐했다.하지만 아들과 손녀 사이에서 박혜순은 망설임 없이 아들을 선택했다. 안상철은 그녀가 10달을 고생해서 낳은 핏줄이기 때문이다.박혜순은 안지영이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 아버지를 배신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할머니의 갑작스러운 공격 때문에 안지영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그 충격으로 휴대전화도 멀리 떨어져 나가 할머니에게 빼앗겼다.할머니는 엄숙한 표정으로 손녀에게 말했다.“지영아, 다른 일은 다 네 뜻대로 해줄 수 있지만 네 아버지를 배신하는 것만은 안 된다. 네가 기어코 사실을 알리겠다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너를 손녀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박혜순은 방을 떠나더니 밖으로부터 문을 단단히 잠갔다.안지영은 굳게 잠긴 방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평소 그토록 자신을 아껴주던 할머니께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낯설게 변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소원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이 일은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고 결과가 그리 빨리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안상철은 이미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서 어찌할 바 모르는 상태였고 그를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소원은 많이 피곤했는지 요즘 따라 잠이 많아졌다. 한번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떠보니 벌써 10시가 넘어 있었다. 물을 마시려고 일어서자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워서 넘어질 뻔했는데 다행히 탁자를 잡아 몸을 겨우 지탱할 수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그녀는 따뜻한 꿀물을 마시며 에너지를 보충했다.이때 전화가 울렸다.윤혜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소원아, 아침에 전화했는데 네가 안 받더라? 무슨 일 있어?”“그땐 자고 있었어, 방금 깼거든.”소원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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