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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1화

“언니, 정말 너무 예쁘다. 연예인이에요?”여자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소원은 살짝 난감했다. 얼굴에 아직 상처가 있었지만 벙거지 모자와 마스크에 가려져 두눈만 보였다. 그래도 눈이 예쁘고 아우라가 남달랐기에 살짝만 꾸미자 연예인이 몰래 산부인과에 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나 연예인 아니야. 그저 일반인이야.”소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딱 봐도 일반인이 아닌데. 남편이 너무 잘생겼잖아요. 대박. 나 현실에서 이렇게 잘생긴 남자 본 건 처음이에요.”칭찬을 아끼지 않는 여자를 보며 얼음 같던 남자의 얼굴이 사르르 녹았다. 육경한은 보기 드물게 여자에게 먼저 인사했다.“안녕.”잘생겼다고 칭찬해서가 아니라 남편이라는 말이 너무 듣기 좋았기 때문이다. 여자가 잘생긴 남자를 보며 어쩔 바를 몰라 얼굴을 빨개지자 여자의 남편이 바로 질투했다.“작작 해. 외모지상주의야. 침 나오겠다.”하지만 청년은 여자를 욕하는 게 아니라 그저 비아냥댈 뿐이었다. 여자는 남자의 귀띔에 정신을 차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내가 잘생긴 남자만 보면 얼굴 빨개지는 거 알잖아.”여자가 고개를 돌려 소원에게 웃었다.“언니, 화내지 마요. 그저 남편이 너무 잘생겨서 그랬을 뿐이지 다른 뜻은 없어요.”여자의 남편도 따라서 해명했다.“맞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와이프가 외모지상주의인데 가끔 티브이에 잘생긴 남자가 나오면 침도 흘리고 그래요. 오랜만에 옆에서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보니까 감정 조절을 잘못했네요.”“아니요. 화 안 났어요. 게다가 이 사람은 내 남편이 아니에요.”그러니 소원이 화날 것도 없었다. 소원은 원래도 다른 사람이 육경한을 보든지 말든지 상관없었지만 이 말에 분위기가 딱딱해지고 말았다.여기에 줄까지 섰으면서 남편인지 아닌지 다투는 건 별로 의미가 없었다. 아무튼 이따가 다 남편이 될 것이니 말이다. 다만 소원이 강조하자 어딘가 살짝 이상했다.육경한의 안색이 굳어졌지만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설명할 리도 없었다.“여자가 웃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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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2화

여자가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언니, 남자 친구 하나 골라줘 봐요.”소원은 성화에 못 이겨 아무거나 육경한에게 집어줬다. 육경한은 사탕을 받자마자 껍질을 까서 입에 넣었고 소원도 여자가 보는 앞에서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었다.초콜릿은 그렇게 달지 않고 살짝 썼지만 천천히 달아지면서 고소해지는 게 맛있긴 했다.여자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소원을 바라봤다.“어때요? 맛있죠?”“네. 맛있어요.”소원이 말했다.“내 말이 맞죠?”여자가 웃으며 말했다.“맛을 몰라도 공부를 했으니 잘못 고르진 않았을 거예요.”소원은 여자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미각에 무슨 문제가 있어요?”여자가 입을 열었다.“아파서 항암 치료를 여러 번 했더니 뭘 먹어도 맛이 안 느껴지네요.”이 말에 옆에서 지켜보던 남자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항암 치료를 한다는 건 불치병에 걸렸다는 말과 다름없었기에 소원이 멈칫하더니 말했다.“미안해요. 몰랐어요...”여자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언니. 아픈지 너무 오래돼서 이미 적응했어요. 남편과 등기하고 세계 일주할 생각만 하면 너무 들뜨는데요?”남자도 한마디 거들었다.“말 잘 듣고 약 제때 챙겨 먹어야 데리고 갈 거야. 아니면 아무 데도 못 가.”여자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흥. 내가 언제 약 빼먹은 적 있어?”남자가 말했다.“전에 몰래 던지는 거 봤거든?”“그건 예전이잖아. 지금은 미각을 잃어서 매번 꼬박꼬박 먹어도 맛을 몰라서 딱히 쓰지도 않아.”여자의 말에 남자가 대꾸 대신 씁쓸한 표정을 짓자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벌써 깨갱이야? 말발 다 떨어졌네.”소원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 여자의 성격에 깊이 끌렸다. 이렇게 낙관적인 사람은 처음이었다.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서로를 만난 게 제일 큰 행운인 두 사람은 앞으로 그 어떤 역경이 있든 꿋꿋이 헤쳐나갈 용기가 있어 보였다.그때 육경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 이제 우리 차례야.”소원은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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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3화

통화를 마친 여자가 갑자기 남자를 끌어안고 뽀뽀하더니 흥분하며 말했다.“여보, 아까 어떤 사람이 전화해서 우리가 대상에 당첨됐다며 세계 일주 비용을 협찬해 주겠대.”“정말?”“정말이야. 미우 그룹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검색해 봤더니 정규적인 대기업이더라고.”소원이 놀란 표정으로 옆에 선 육경한을 바라보자 육경한은 그런 소원을 힐끔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잘생겼다고 칭찬해 주는데 어떡해.”소원은 할 말을 잃었다. 서늘하던 아까와는 달리 딴사람이 된 육경한은 어딘가 오만해 보이기도 했다.운전기사가 시동을 걸자 소원은 이 차가 어디로 가는지 몰라 대뜸 이렇게 물었다.“이제 유진이 보러 가도 돼요?”육경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앞으로 거기가 우리 집이 될 거야.”말 한마디에 육경한은 소원의 향후 생활을 결정해 버렸다. 그는 여전히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좋아했고 아까 봤던 모습은 그저 착각이었다.소원은 곧 유진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줌마가 왜 병에 들었는지도 알아내야 했다.차 안.육경한이 입을 열었다.“백업 동영상은 내게 맡겨.”육경한이 토론이 아닌 명령을 내리자 소원이 멈칫했다.“왜 너한테 맡겨야 하는데?”소원은 꿍꿍이 많은 방민아가 아줌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쉽게 빠져나가게 둘 리가 없었다. 일단 착한 척하기 좋아하는 방민아의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벗겨내 더는 착한 척할 수 없게 만들어줄 생각이었다.육경한이 말했다.“방씨 가문을 상대하는 데 영상을 쓸 필요는 없어. 아직 육씨 가문과 협력한 프로젝트도 있고. 이때 영상을 터트리면 다 같이 죽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니 그 동영상은 절대 유포할 수 없어.”육경한은 야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잇속만 챙기는 약삭빠른 장사꾼이었다.소원은 두 사람이 비록 거래했지만 그녀가 방씨 가문에 해를 입히는 건 육경한도 두고 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방민아는 결국 육경한의 아내가 되지 못했지만 뼈는 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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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4화

방민아는 소원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당신이 왜 여기에.”어젯밤 방민기에게 호되게 당했을 사람이 멀쩡하게 이곳에 서 있는 게 이상했다.방민아가 상황을 전해 듣지 못한 건 방민기가 아직 깨어나지 못해 방민아의 꼬투리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원이 아무리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도 어젯밤 방민기에게 당한 흔적은 지울 수 없었다.멍이 든 걸 봐서는 당해도 호되게 당했을 거라는 생각에 방민아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방민아 씨.”소원이 덤덤하게 말했다. 방민아를 또 만나고 싶지는 않기에 또 만났네요 같은 인사말은 생략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방민아가 소원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어딜 들어가요.”방민아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문을 여는 카드가 먹통이라 들어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 육경한에게 전화하려는데 미처 전화하기도 전에 소원을 발견한 방민아는 마치 이곳의 여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기세등등해서 말했다.“들어가서 유진이 좀 보고 올게요.”소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방민아의 손을 뿌리쳤다.“누가 보여준대요?”방민아가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늘따라 갑자기 이상하게 나오는 소원이 신기했다.‘여기가 언제 소원이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는 곳이 됐지?’소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하라는 대로 하면 유진이 보여준다면서요.”방민아가 그런 소원을 째려보며 말했다.“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소원이 말했다.“네. 했어요. 그 어떤 일을 당해도 가만히만 있으면 유진이 보여준다고요.”방민아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소원 씨, 어디 아픈 거 아니죠? 왜 갑자기 헛소리하고 그래요?”소원이 대꾸했다.“열은 안 나는데? 정말 모르겠어요?”방민아의 태도는 소원이 예상했던 것과 똑같았다. 방민아는 애초부터 아이를 보여줄 생각이 없었고 그저 소원을 모욕하고 망가트리기 위해 유진을 앞세웠을 뿐이다.분명 방민아에게 피해 가는 일이 없었고 육경한을 보면 멀리 피해 다녔지만 방민아는 그래도 소원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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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5화

“당연하죠. 잘만 하면 꼭 만나게 해줄게요.”방민아가 말했다.소원이 망가질 거라는 희열에 잠겨있는 방민아가 느긋하게 보충했다.“어차피 망가질 몸 차리리 우리 오빠에게 망가지는 게 낫지 않아요? 남자구실을 못 하니 사실 잤다고 해도 실질적인 관계가 이루어진 건 아니니까.”‘허...’방민기는 남자구실을 못 하긴 했지만 변태 성욕이 강한 사람이라 몸을 쓰지 못할수록 사람을 더 집요하게 괴롭혔다. 일반인도 견뎌내지 못하는 걸 소원이 버텨낸다는 건 말도 안 되었기에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방민아가 바라는 것도 딱 그거였다.“방민아 씨는 언제 보나 말을 참 잘해요.”소원이 촘촘한 치아를 들어내고 웃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전혀 믿기지 않는데요? 어떡하죠?”“못 믿을 게 뭐가 있어요.”방민아는 그런 소원이 그저 우습다고 생각했다.“내 말 듣는 거 말고 다른 방법 있어요?”소원이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바로 아이를 볼 수 있는 방법은요?”“지금은 안 돼요.”방민아가 단칼에 거절했다.“일단 오빠 달래주고 3달 뒤에 다시 보여줄게요.”“3달이요?”소원이 잠깐 고민하는 듯싶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그 석 달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방민아를 속내를 들켜도 전혀 난감한 기색이 없었고 그저 귀를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말했다.“왜 못 버텨요? 버텨야죠.”“사실 남자는 달래기 쉬워요. 오빠는 조금만 잘해주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난폭하게 구는 일 없을 거예요.”소원이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방민기 씨든 방민아 씨든 더는 못 믿겠어요. 꿍꿍이가 좀 많아야 믿죠.”“당신 정말...”방민아는가 욕설을 퍼부으려다 매서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평생 아이 볼 생각하지 마요.”“오늘 꼭 아이를 봐야겠다면요?”소원이 말했다.“웃겨라. 무슨 자격으로요?”방민아는 소원이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그게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여기서 아이를 만나고 싶다고 아우성이라니, 꿈꾸는 게 아닌지 의심 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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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6화

방민아의 안색이 변했다.‘어젯밤이랑 오늘이랑 어떻게 같아?’여긴 육경한의 집이라 곳곳에 CCTV와 보이지 않는 눈들도 가득했기에 방민아의 말투도 다소 딱딱했고 무슨 말을 하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무슨 헛소리에요? 나 유진이 친자식처럼 대했는데. 모함할 생각하지 마요.”“허허...”소원이 차갑게 웃으며 대꾸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아니. 어딜 들어가요.”방민아가 계속 질척거리는데 잠금장치까지 걸어간 소원이 띡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를 열더니 자동문이 스륵 열렸다.“소원 씨가 어떻게... 어떻게 여길 들어갈 수 있지?”방만아가 넋을 잃고 묻자 소원이 고개를 돌렸다.“이제 세상이 변했거든요. 방민아 씨.”“그게... 무슨 말이에요?”방민아의 마음속에 무수히 많은 무서운 생각이 스쳤지만 지금으로서는 애써 그 생각들을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방민아는 철저한 사람이라 흔적을 남긴 적이 없었다.“내 뜻은 이따 유진이랑 아주머니가 괴롭힘을 받았다는 게 밝혀지면 내가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뜻이에요.”소원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아이와 노인에게 손댈 정도로 극악무도한 사람이었기에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되레 당하기 일쑤였다. 이런 사람에게 도망과 인내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맞서서 싸우는 게 제일 빠른 효과적이었다.방민아는 소원이 뭘 믿고 설치는지 몰라 넋을 잃었다.‘뭔데 이렇게 당당해? 여기 경한 씨 집 앞인데. 내 미래 남편 집 앞이잖아. 어떻게 감히.’방민아는 소원을 얕잡아보며 이렇게 말했다.“당신이 무슨 수로 나를 처단해요? 자기 몸 하나 지키기도 힘들 텐데?”방민아가 콧방귀를 뀌었다.“그렇게 허세 부리다가 혀가 쥐 날까 무섭지도 않아요?”“두고 봐요.”“뭘 두고 본다는 거예요...”소원의 말은 너무 의미심장해서 방민아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방민아 씨, 곧 후회한다에 한표 걸려는데 믿어볼래요?”소원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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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7화

“누가 그만둔다는 거예요?”그때 남자 목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고개를 돌린 방민아는 육경한을 발견하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경한 씨, 소원 씨가 아이를 만나겠다고 난리인데 유진이 오늘 몸 상태가 별로라 거절했거든요. 그러니까 가지 않고 여기서 이렇게 버티면서 손찌검까지 하려 해요. 얼른 경비에게 끌어내라고 해요.”방민아가 억울한 표정으로 육경한의 팔을 잡으며 위안을 얻으려 했지만 육경한이 티 나지 않게 팔을 거두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넋을 잃은 방민아가 난감한 표정으로 손을 거두더니 원망스러운 눈빛을 지었지만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내가 오늘 본때를 보여준다.’“멀쩡해 보이는 데 왜 때린대요?”육경한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지만 상황 파악이 안 된 방민아가 여전히 이간질했다.“맞아요. 나 때리려 들면서 아이는 보고 싶을 때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당신이 뭔데 막아서냐고, 경한 씨가 있어도 막지 못할 거라고 하더라고요.”육경한은 소원에게 묻는 대신 경비에게 물었다.“소원이 방민아 씨 때리려 했다는데 너희들도 봤어?”방민아가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경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곳의 여주인이 누군지 안다면 경비도 그렇게 눈치 없이 굴진 않을 것이다.게다가 방민아가 서 있는 곳은 육경한 뒤였기에 경비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함부로 그런 적 없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보안 팀장을 매수했으니 다른 경비들에게도 지시를 내렸을 거라고 생각한 방민아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아니요. 사모님은 방민아 씨 때리려고 한 적 없습니다. 방민아 씨가 사모님 못 들어가게 막고 있었어요.”경비가 대답했다.방민아는 이 모든 게 환청이라고 생각했다.‘이 경비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호칭이 틀렸잖아. 소원 씨랑 사모님이어야지.’사모님이라고 부르기엔 살짝 이른 감이 있었지만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호칭이었다. 정신 승리를 마친 방민아가 약간 멍한 표정의 경비를 바라봤다. 그래도 눈치는 있다는 생각에 마른기침하며 경비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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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8화

시터가 퉁명하게 쏘아붙이며 유진을 뺏어가려는데 갑자기 날아든 발차기에 그대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아악.”힘이 잔뜩 들어간 발차기에 시터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서 두 번 뒹굴더니 배를 부여잡고 곡소리를 냈다.“누가 나를...”원망하던 시터가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대표님이 나를 왜.’켕기는 게 많은 시터는 너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까먹었다.“대표님...”육경한이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매섭게 쏘아붙였다.“누가 도련님 쫓으라 했어. 도련님을 돌볼 때 어떤 수칙을 지켜야 하는지 잊었어?”유진은 체질이 별로 좋지 않아 노트에 명확하게 달리거나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으니 추격전을 벌이는 건 더더욱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게 아니라...”시터가 화들짝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기도 모르게 옆에 선 방민아를 바라봤다. 해명을 들어줄 마음이 없었던 육경한이 매섭게 말했다.“물건 정리해서 꺼져요.”이 말에 시터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시급을 이렇게 많이 주는 일이 없었기에 자기도 모르게 방민아를 바라봤지만 방민아는 그저 화가 치밀어오를 뿐이었다.‘멍청하긴. 나는 왜 보는 거야. 내가 언제 사람들 앞에서 유진이 데리고 뛰라고 했나?’방민아는 시터의 눈알이라도 파내고 싶었지만 얼르 이렇게 암시했다.“경한 씨 더 화내기 전에 얼른 가요.방민아가 이렇게 말하며 시터에게 눈빛을 보내자 시터가 바로 알아들었다. 따로 두둑이 챙겨주겠다는 약속이었다.시터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아까는 너무 급해서 그랬어요 지금 당장 짐 싸서 갈게요...”그때 유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아빠. 아줌마 이렇게 보내면 안 돼요.”육경한이 유진에게 물었다.“왜?”유진이 시터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나쁜 아줌마가 두유에 뭘 섞었어요. 할머니한테 준 약이랑 같은 건데 두유에 섞어서 유진이 먹이려는 거 내가 몰래 토했어요.”이 말에 시터와 방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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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9화

방민아가 설득했다.“유진아. 이모랑 했던 약속 잊었어? 말 잘 듣고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사실 방민아는 유진에게 두 사람이 한 약속을 잊지 말라고 귀띔하고 있었다. 만약 유진이 말을 듣지 않으면 더는 엄마를 만나지 못할 거라는 약속 말이다.‘어린아이가 알면 뭘 안다고. 겁만 줘도 고분고분해질 텐데.’방민아가 말했다.“거짓말하면 코 길어지는 거 알지? 그러니까 얼른 이모한테 와.”하지만 유진은 들으려 하지 않을뿐더러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점점 더 거세게 울었다.“왜 또 째려봐요...”유진이 소원의 품에 파고들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엄마, 저 여자 나 째려보기만 한 게 아니라 꼬집기도 하면서... 시켜준 대로 아빠한테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엄마 못 만날 거라고 했어요...”유진이 육경한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빠, 이모가 한 말 사실이에요? 엄마 못 만날까 봐 하라는 대로 하긴 했는데 정말 너무 무서워요... 저 나쁜 아줌마가 그러는데 두유에 약 타라고 한 것도 이모가 시킨 거래요. 나 죽이려 드는데 고분고분 말 들어야죠...”이 말에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방민아는 목덜미에 칼이라도 들어온 것처럼 온몸에 오한이 몰려왔다.‘짐승 같은 놈이 다 연기한 거야? 이렇게 큰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방민아는 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꿍꿍이를 꾸몄다는 게 그저 무서울 뿐이었다.육경한은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앞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더니 유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이렇게 말했다.“아니야. 엄마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 아빠가 있는데 감히 누가 엄마를 건드리겠어.”“아빤 절대 그 누구든 너에게 손대지 못하게 할 거야.”유진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깜빡이며 물었다.“아빠, 정말 저 나쁜 이모가 유진이랑 엄마 해치지 못하게 지켜줄 거예요?”육경한이 대답했다.“너랑 엄마 다 무사할 거야. 아빠가 약속해.”유진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는지 다시 고개를 돌려 소원의 품에 머리를 파묻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의미심장한 눈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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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0화

방민아는 부들부들 떨며 얼른 앞으로 나아가 육경한을 당겼지만 육경한이 매몰차게 뿌리쳤다.쿵.그 힘이 어찌나 센지 방민아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경한 씨...”방민아는 육경한이 이렇게 세게 밀칠 줄은 몰랐기에 너무 억울했다.“잘 생각해 보고 얘기하는 게 좋을 거예요. 내 아들이 거짓말하는 건지 아니면 방민아 씨가 거짓말하는지 말이에요.”육경한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내뱉은 말도 하나같이 온도가 없어 가슴이 떨리게 했다. 그러더니 이미 혼비백산한 시터 앞으로 다가가 서늘하게 말했다.“누가 시켰어요?”시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육경한을 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고 혀에 쥐가 나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방민아도 너무 긴장해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시터는 진실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되돌릴 수 있는 게 없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전 아무것도...”“다시 말할 기회 줄게요.”그러더니 한 걸음 한 걸음 시터에게로 다가가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경고했다.“그래도 거짓말한다면 가족 모두 힘들어질 거예요.”깜짝 놀란 시터는 눈물, 콧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이도 들 만큼 들었던 터라 이 일만 마치면 은퇴할 생각이었지만 돈에 눈이 멀어 육경한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간과한 것이다.밉보여서는 안 될 사람에게 밉보였으니 이제 모든 게 늦어버렸다.방민아는 시터가 주저하자 얼른 입을 열었다.“맞아요. 얼른 얘기해요.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는지 아니면 모함을 받았는지 얘기하라고요. 나이도 들었는데 아이 얼굴에 먹칠하고 싶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잘 얘기해야 할 거예요. 잘못하면 벌받아야겠지만 잘못하지 않은 사람을 핍박하지는 않을 거예요...”“방민아 씨, 그 입 다물어요.”육경한의 차가운 경고에 방민아가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다시 진정하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해명했다.“경한 씨, 나도 혐의 벗고 싶어요. 경한 씨보다 더 진실을 원하는 사람은 나라고요. 그래야 나도 누명을 벗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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