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리려던 소원이 동작이 순간 멈췄다.육경한의 차가운 목소리가 얇은 입술을 통해 들려왔다.“소원, 이 차에서 내린다면 우리의 거래는 끝나는 거야. 내가 말한 대로 기회 없다고 했으면 진짜로 없는 거라고.”그는 이미 그녀의 심리를 꿰뚫어 본 듯 냉담하게 덧붙였다.“억지로 하라는 건 아니야. 잘 생각해 봐.”움직일 수도 없이 소원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마치 돌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차에서 내린다는 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랐지만 육경한과 혼인신고서를 작성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농담이었다.‘내가 어떻게 육경한이랑 결혼을 해?’그들은 원수였다.비록 유진이라는 아이가 둘 사이를 연결해주고 있다 해도, 비록 그들이 지금 유진이의 혈연관계로 묶여 있다 해도, 그들 사이에 깊이 새겨진 사랑과 증오의 복잡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소원은 자신이 평생 이 남자와 부부가 되는 건 불가능하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확신했다.이 문제는 더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다. 단 1초라도 더 고민하는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불경이었다.아버지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누구인지,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변명할 여지조차 없는 일이었다.갑자기 숨이 가빠지더니 소원은 문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은 채 말했다.“난 이미 충분히 생각했어. 당신이랑 결혼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육경한.”문이 열렸다.소원이 몸을 낮춰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등 뒤에서 남자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니까 내 애인이 되어 내 침대에서 잘 수는 있지만 내 가족의 일원이 되는 건 못 받아들이겠다는 거야?”소원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이 남자는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생각을 간파한 것이었다.이 거래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유진이와 서현재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타협이었다.지금 당장은 더 나은 방법이 없었고 유진이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물러서야만 했다.하지만 이 긴급한 위기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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