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이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귀수선비는 제일 먼저 마음을 졸였다.그는 이도현이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고 혼이 나갈 것만 같았다.이도현이 거의 눈앞까지 다가오자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체면을 내려놓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도현, 잠깐만... 멈춰 봐.”“가까이 오지 마. 오지 말고 선 자리에서 얘기해. 우리 대화로 풀면 안 될까? 말로 하자. 거기 서서 더 가까이 오지 마...”이도현이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을 보고 귀수선비는 당황하여 소리를 질렀다. 그는 마음이 덜컹 내려앉고 얼굴색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잠깐만, 제발 가까이 오지 마. 살려만 준다면 뭐든 다 들어줄게.”“갖고 싶은 게 있어? 말만 해. 내가 가진 거 전부 너에게 줄게. 원하는 것도 다 들어줄게.”“수련하는데 필요한 자원, 신병무기, 무술 비책, 여자 다 줄 수 있어. 원하는 게 있다면 다 찾아줄 테니까 제발 죽이지만 말아줘.”현장 사람들은 귀수선비의 구구절절한 애원을 듣고 입이 쩍 벌어졌다.고무계를 주름잡던 고수에게도 용서를 비는 날이 올 거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이것이 가장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뒤이어 벌어진 일은 더욱 충격적이었다.“오지 마. 이도현, 가까이 오지 마. 내가 잘못했어. 제발 가까이 오지 마.”귀수선비는 횡설수설 소리를 지르더니 내공으로 상처를 치료하던 것도 멈추고 털썩 주저앉아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예전에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던 귀수선비가, 고무계 동년배들을 고개 들지 못하게 하던 귀수선비가, 지금은 새파랗게 젊은 후배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머리를 박으며 용서를 빌고 있었다.쾅쾅쾅. 절하는 소리가 몹시 귀에 거슬렸다.몇 번 박고 나니 귀수선비의 이마는 이미 피범벅이 되어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허허...”이도현은 귀수선비 앞에 서서 냉소했다.‘이게 바로 고무계의 강자인가? 하나같이 기개가 없어. 세속계에 발을 들이지 않은 천급 강자는 죽을지언정 고개를 숙이지 않던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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