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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1화

하늘에는 갑자기 높이가 수백 장에 달하는 금빛 장벽이 나타났다!“쾅!”거대한 빛줄기는 금빛 장벽에 충돌하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빛줄기가 사라지자, 창릉산의 진동도 멈추었고, 공기 중의 무거운 압박감 역시 한순간에 사라졌다.모든 것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방금 그 빛줄기가 단상에 떨어졌다면, 단해룡과 그 일행뿐 아니라 창릉산 전체가 평지로 변했을 것이다!빛줄기가 금빛 장벽에 부딪힌 순간, 수백 미터 떨어진 작은 산봉우리 하나가 바로 폭발하여 깊은 흙구덩이가 되었다.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단해룡조차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오직 창안백만이 기뻐하는 얼굴로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푸른 도포를 입고, 한 손을 등 뒤로 짊어진 중년 사내가 산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올라오고 있었다.아직 도착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이처럼 대단한 수를 펼쳤으니 화산 진종의 수장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위세를 발휘할 수 있겠는가!“흥, 한지훈, 네놈이 참으로 건방지구나!”중년 사내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겨 제단 위로 올라왔고, 매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직시했다.이 시각, 한지훈은 체력을 극도로 소모한 상태였다.그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는 마치 수천 근이나 되는 무게처럼 느껴졌다.그는 눈앞의 중년 사내를 보며 절망감이 몰려왔다.“이건… 큰일이군!”한지훈은 이를 악물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온 힘을 다해 간신히 몸을 똑바로 세웠다.“한지훈, 네놈이 이 경지까지 이를 줄이야! 정말로 뜻밖이구나!”중년 사내는 뒷짐을 진 채, 눈빛에 약간의 감탄을 담아 한지훈을 쳐다보았다.그러나 한지훈은 이를 악물고 그 자리에서 일어설 뿐, 입을 열지는 못했다. 입을 열어 한마디라도 하면 숨이 막힐까 두려웠고, 그때가 되면 그의 체력이 견디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허회원 사부님이시다!”몇몇 화산 진종의 제자들이 기쁨에 넘쳐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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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2화

“당신을 스승으로 모시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 만약 이 천성대진이 없었다면, 네놈을 죽이는 건 가축을 죽이는 것만도 못했을 것이다!”한지훈은 냉랭한 목소리로 답했다.허회원은 깊은 시선으로 한지훈을 한참 동안 응시했고, 등 뒤에 감춰진 손은 단단히 주먹을 쥐고 있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건방진 녀석, 나를 가축처럼 죽이겠다니?! 그래, 한지훈 네놈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점은 인정하마. 수많은 강적 앞에서도 이렇게 침착하다니 말이다.”“하지만 침착함은 전장에서 익힌 노련함을 보여줄 뿐, 실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네가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면, 정말 우습구나!”이 말을 한 허회원은 몸을 돌려 단해룡을 향해 말했다.“단 맹주, 천성대진을 철수시키시오. 오늘 내가 이 오만한 북양왕과 제대로 겨뤄봐야겠소!”“허억!”그러자 단해룡은 숨을 들이마시며 경악했다.“허 선배님, 이건... 이건 아무래도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의 실력은...”“뭐라고?!”허회원이 눈을 부릅뜨며 살벌한 기운을 뿜어냈다. “허 선배님,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제 말은 저자가... 저자가 맹수와도 같은 자이니, 그를 감옥에서 풀어주면 우리를 해칠 위험이 크다는 뜻이었습니다!”단해룡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실제로 오대 명산의 각 수좌들 중 천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천신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고, 공약에 따라 몇몇 명산에도 천신계 강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천신계 강자들은 세속에 간섭할 수 없었고, 천신계는 단지 장식에 불과했으니 그들 스스로도 실력을 숨기는 것이 나았다. 따라서 같은 경지에서는 한지훈이 이미 정점에 오른 사실을 단해룡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천성대진을 철수시킨다면 누가 한지훈을 가둘 수 있겠는가? 그가 전력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누가 잠당 할 수 있는가?! 게다가 만약 허회원이 한지훈을 막지 못한다면, 결과는 매우 끔찍할 것이 분명했다! “더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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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3화

이때 허회원은 뒷짐을 진 채 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한지훈 앞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단상 위의 사람들도 일제히 일어나 허회원에게 고개 숙여 경의를 표했다.심지어 평소에 오만하기로 유명한 임비양조차 허회원에게 깊이 허리를 굽혔다.사실 방금 허회원은 모든 사람에게 한 가지 착각을 심어주었다.그것은 바로 한지훈이 그의 앞에서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심지어 허회원 자신마저도 그런 착각에 빠져 있었다!방금 그는 한지훈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손쉽게 막아냈기 때문이었고, 이는 무공에 대한 이해와 진법 운용에서 그와 한지훈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있음을 의미하는 듯했다.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그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하지만 방금까지 한지훈은 천성대진에 갇혀 있었으며, 그의 전력을 발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천성대진에 의해 그의 힘이 억제되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힘의 10분의 1조차 발휘하지 못했다.따라서 허회원이 한지훈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한지훈이 억압에서 완전히 벗어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허 선배가 계신 이상, 오늘 너는 반드시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임비양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사실, 이들은 애초에 화산이 허회원 같은 중량급 인물을 파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리고 허회원이 등장한 순간, 오늘의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고, 많은 이들이 한지훈을 향해 비웃음을 지었다.특히 동방소와 원상용은 더욱 한지훈을 향해 냉소를 지어 보였다. 비록 한씨 가문이 한때 용경의 제일 가문이었고, 용국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었으나, 한지훈은 아직 너무 젊었다.더군다나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한씨 가문과 떨어져 자랐기에 용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명산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들의 수많은 비법과 수단 덕분이었다.단해룡과 허회원이 같은 경지라 할지라도, 단해룡 두 명이 붙어도 허회원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한지훈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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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4화

이 장면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은 일제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감탄을 터뜨렸다.그것은 화산의 8대 절기 중 하나, 포광검영이었다!사실 그것은 단순한 햇빛이 아니라 검광이었고, 진법의 환영 효과로 인해 사람들은 그것을 평범한 햇빛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빛에 직접 노출된 자만이 그것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아무리 강력한 방어를 해도, 빛을 막을 수 없는 법. 그러나 막지 않는다면, 그 검광은 실제 보검보다도 열 배는 더 날카로웠다.한지훈은 잠시 방심한 사이, 검광의 한 줄기에 몸을 찔리고 말았다. "쉭!"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의 몸에는 백여 개의 가는 혈흔이 생겨났으며, 각각의 상처는 뼈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한지훈, 어떠냐? 죽기 전에 우리 화산의 8대 절기 중 하나를 보게 되었으니, 그만하면 영광이지 않느냐? 하하하!"창안백은 한지훈이 부상을 입은 것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단상 위에 있던 다른 이들도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대장로는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이 무도한 무리들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러나 허회원 앞에서는 대장로조차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으며, 두 사람의 지위는 너무나도 차이가 컸다.대장로는 고사하고 무종 전체도 그의 안중에 없을 것이며, 게다가 이곳은 무맹의 홈그라운드이니 말할 것도 없었다. "보았느냐? 스승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려 한 것은 네 재능을 아껴서이지, 결코 내가 너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다!""네놈을 죽이는 데에 이 검을 뽑을 필요조차 없지!"허회원은 손에 든 검을 가볍게 흔들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하아, 오늘 한지훈이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구나.""흥, 한지훈이 굴복할 리 없지. 북양왕이라는 자존심이 있는데, 나라도 체면 때문에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을 거야!""구만리를 쉽게 제압했다고 해도, 명산의 진정한 강자들 앞에서는 아직 한참 멀었군 그래!"군중 속에서 몇몇 나이 든 문주들이 수군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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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5화

진법 안에서 펼쳐지는 이 정도의 환영술은, 허회원의 무공 수준을 감안하면 상당한 경지에 이른 기술이었다.한지훈이 이전에 사용했던 환술 진법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수준이 높았지만, 가짜는 결국 가짜일 뿐이었다.만약 그 검광이 진짜로 자신의 몸을 베었다면, 한지훈은 이미 산산조각 나 지금처럼 멀쩡히 서 있을 수는 없었다.즉, 자신이 입은 부상은 허회원의 손에 들린 장검 때문이었다.검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허회원의 무도 경지가 매우 높아서, 그의 검이 너무 빨라 전혀 분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만약 다른 사람을 상대했다면 허회원의 이번 공격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문제는 그의 상대가 한지훈이라는 사실이었다.천생서문에는 이런 속임수에 대한 기록이 이미 있었고, 한지훈은 이 내용을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 익혔던 터였다.우윳빛 광채가 퍼져 나가자, 강력한 압박감이 제단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허회원은 자신의 가장 자신 있던 절기가 이렇게 간단히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허회원이 멍하니 서 있는 사이 또 한 번 청명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퍽!”허회원의 손에 들린 장검이 갑자기 산산조각이 나더니, 조각 중 하나가 그의 오른쪽 어깨에 박혔다.“푹!”둔탁한 소리와 함께 허회원은 어깨에 밀려드는 고통을 느꼈다.그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훨씬 더 강력한 힘이 그의 몸을 향해 들이닥쳤다.이번에 한지훈은 진법이나 자기장을 활용하지 않았고, 오직 자신의 육체적 힘만으로 허회원에게 돌진했다.허회원은 눈앞에서 번쩍하는 그림자를 보았을 뿐이었다.다음 순간, 한지훈은 허회원에게서 세 걸음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다다랐다.“아?!”허회원은 자신도 모르게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한지훈은 이미 오릉군 가시를 손에 쥔 채 맹렬히 찌르고 있었다! 제기랄!허회원은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진종도 그만의 단점이 있었고, 이는 바로 근접전에서의 취약함이었다. 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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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6화

조금 전 한지훈이 부상을 입은 순간, 허회원은 긴장을 풀어버렸다.그에게 있어 한지훈은 그저 과거 자신이 상대했던 자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였고, 무력하게 화산 절기에 쓰러질 운명일 뿐이라 여겼다.하지만 누가 상상했겠는가?한지훈이 그 난공불락의 절기를 뚫어내리라니!그는 깊은 후회를 느꼈고, 한지훈을 과소평가한 자신의 어리석음이 원망스러웠다.결국 한지훈의 손에는 천생서문이 쥐어져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제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허회원이 처박힌 사람 모양의 깊은 구덩이 앞에 선 뒤, 가볍게 몸을 날려 구덩이 안으로 뛰어들었다.“쿵!”한지훈의 두 발이 허회원의 등을 강하게 짓누르며 착지했고, 곧이어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끔찍한 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으아아악!”허회원은 돼지가 도살당할 때와도 같은 비명을 질렀다.“널 내 스승으로 모시라고?”한지훈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허회원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물었다.허회원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한지훈이 그의 등을 짓누르고, 다른 한쪽 발로는 그의 머리를 짓밟고 있었다.이런 상태에서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한지훈을 제자로 삼겠다니?그런 되지도 않는 소리를 왜 했던 건지!비록 지금 처참한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이 깊은 구덩이에 처박혀 있는 점에 대해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수치스럽기는 했지만, 적어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롱당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어떻게 이럴 수가!”임비양은 두 눈을 크게 뜨며 구덩이 안의 광경을 주시했고, 한지훈이 허회원을 짓밟고 있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후...”단해룡은 머리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천성대진을 사용한 후 그의 체력도 이미 한계에 달했기에, 지금 그가 나서서 막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그는 이미 경고한 바 있었다.한지훈을 풀어주는 것은 맹수를 산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다고!그러나 빌어먹을 허회원은 그의 말을 의심했고, 이 사달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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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7화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그 누구도 감히 한지훈과 싸우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단해룡마저, 한지훈이 한시라도 빨리 두 사람을 죽이고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한지훈이 그를 귀찮게 하지 않는 한, 그는 앞으로 영원히 은거하면서 더 이상 세속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 이렇게나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될 줄은 몰랐다. “너희 화산 묘기로, 날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어?”한지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임비양에게 눌리게 된 허회원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허회원이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한지훈은 임비양의 척추뼈를 더욱 힘껏 밟았다. 뼈가 뚝하고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임비양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어디 감히 나더러 죽으라고 망언을 해? 오늘 과연 누가 죽게 될지 똑똑히 지켜봐!”“철컥! 철컥!” “푸!”임비양은 너무 아픈 나머지 결국 피를 뿜어냈다. 한지훈에게 몇 번이나 짓밟히게 된 탓에, 그의 척추뼈 몇 마디는 이미 부러졌다. 어떤 뼈마디는 심지어 옷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했다. 임비양은 그 고통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고,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도 보기만 해도 아파 나는 것 같아 모두 자신의 허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니... 한지훈! 나... 난 천산의 제자야. 너... 나한테 이렇게 함부로 해서는 안 돼!” 임비양은 입에서 피거품을 내뱉고는, 한지훈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 “함부로 해선 안된다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푸!”곧이어 오릉군 가시가 은빛을 띤 채, 바로 임비양의 목구멍을 찔렀다. “안돼!”오릉군 가시가 목구멍을 뚫는 동시에, 임비양은 절규하듯 노호하였다. 그러나 그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고, 이내 임비양은 힘없이 쓰러지게 됐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허회원의 뺨을 타 그의 입으로 곧장 흘러들었다. 갑자기 전해져 오는 피비린내에 허회원은 깜짝 놀라 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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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8화

한지훈의 말을 듣고 있던 제단 위 수많은 사람들은, 일제히 침묵하였다. 화산의 진종 수좌마저 한지훈의 손에 처단된 상황에,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누구도 감히 한지훈에게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다. 만약 방금 있었던 두 번의 대결에서, 한지훈이 모두 요행으로 이겼다면 이는 한지훈의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필경 허회원은 구만리와는 달리, 바탕이 단단하고 심지어 화산의 수좌이기 때문이다. 진법만 놓고 보아도, 단해룡는 그와 비교할 급이 안된다. 그러나 한지훈은 단번에 진종 제자를 제압하여, 상대적으로 약한 약점을 하나 잡고는 허회원을 아예 불구로 만들었다. “한지훈, 너 시체도 아닌 잿더미가 된 채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허회원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패배했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의 배후에는 화산이 있기에 그는 두려울 게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가? 사당? 혹은 국왕? 하지만 명산에게 있어서, 사당이나 국왕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용국이 한지훈을 지키고 싶어 해도, 과연 그가 앞으로 몇 번이나 무사히 추격과 암살을 피할 수 있을까? 하물며 진법 고수들은, 반경 천 리 밖에서도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이 와중에도 못하는 말이 없네?”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갑게 허회원을 노려보았다. “난 너한테 독설을 퍼붓는 게 아니라, 화산을 대표하여 우리의 뜻을 밝힌 거야! 네가 나를 죽이려 하는 건 곧, 화산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는 거야!” 허회원은 피거품을 뱉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척추마저 부러진 바람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말을 한마디씩 할 때도 매우 느릿느릿 입을 떼고는 한다. “뭐? 화산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거라고? 너희들 진작에 나한테 선전포고하지 않았어?”이내 한지훈은 한 손으로 허회원의 멱살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오릉군 가시를 든 채 직접 허회원의 아랫배를 찔렀다. “푸!”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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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9화

숭산에서 지위가 매우 높은 그는 반쪽짜리 장교라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실력은 절대적으로 유회원보다 한 수 위였고, 결코 그보다 약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의 장점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대를 마주하더라도 매우 조심하고 신중하다는 것이다. “사부님, 저희 꼼짝도 하지 않으면 이대로 한지훈을 풀어주게 되는 거 아닌가요? 장교님께서 저희더러 천생 서문을 가지고 돌아오라고 하셨잖아요!”이때 젊은 남자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백연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지훈은 확실히 3번의 경기를 연승하면서, 특히나 직접 허회원까지 참살하면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로 인해 아무도 감히 한지훈에게 도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반대로 한지훈 또한 도망가고 싶어도 쉽지는 않았다. 단해룡은 말할 것도 없고, 4대 가문의 대표들 또한 한지훈을 죽을 수 있는 이 절회의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절대로 쉽게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남은 전력들을 모두 안배해. 그리고 우린 조금 있다가 다시 출발할 거야. 아직 늦지 않았어!”백연무는 담담하게 말했다. 한지훈을 대처하려면 반드시 온 전력을 다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허회원 같은 말로를 맞이하게 된다. “네!”명령을 받든 젊은 남자는 백연무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이내 몸을 돌려 산 아래 방향으로 걸어갔다. “한지훈 한 명을 상대하는데 이렇게까지 조심할 필요 있어?”이때 숲 속에서 또 누군가 나타났다. 커다란 몸집에 검은색 긴 셔츠를 입고, 얼굴에는 검은 망사까지 두르고 있었다. “무 문주가 웬일로 이렇게까지 한가한 거지? 여기까지 와서 그저 관전을 하려는 거야, 아니면 직접 손을 나서서 번거로움을 해결하려는 거야?”백연무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만으로도,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이 바로 무적천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록 그는 단해룡의 초청을 거절했지만, 한지훈을 죽일 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에 마음이 통한 무적천은 절대 놓치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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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0화

“사부님, 그나저나 칠성 대진은 저희 숭산 진산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대단한 진법을 고작 한지훈을 상대하려고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사부님의 수법으로도 얼마든지 한지훈을 죽일 수 있지 않습니까?”이때, 젊은 남자가 백연무를 따라 맞은편 산봉우리로 걸어가면서 석연치 않게 물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고 있던 사실은, 같은 천왕계 강자들이라 하더라도 우열을 가릴 수 있다. 천신계의 차원에서 비교하는 것은 바로, 누가 진법에 대한 이해가 더 깊고 누가 진법을 잘 운용하는가였다. 백연무는 명산이 든든히 지원해 주고 있고, 무수한 고서적 기록까지 갖고 있었기에 한지훈 앞에서 당연히 거만할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백연무의 제자조차도 백연무의 신중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디, 잘 들어. 고수들이 제대로 겨루게 되면 단 한순간만에 생사가 결정될 수도 있어!”“허회원 봐봐. 만약 나랑 맞붙게 됐다면 허회원은 굳이 내가 백 수를 들 필요도 없긴 한데, 그가 어떻게 단 한 수로 한지훈에게 패하게 된걸가?” 백연무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옆에 있는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 “그건... 그가 방심한 게 아닐까요?” 그러자 오디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방심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점 하나를 놓쳤지. 그건 바로 한지훈이 줄곧 천성대진에 눌려 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거야!”“우리가 보기에는 한지훈이 끝에 다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일단 천성대진이 사라지게 되면 한지훈은 곧 전력을 회복하게 될 거야. 이런 상황에서 허회원은 곧 오성 용급 천왕계 고수를 무시한 셈이지!”“게다가 놈 또한 마찬가지로 진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그러니 천성대진이 사라지게 되면 허회원은 더 이상 아무런 우세도 없는 거야. 그렇게 그가 오만하게 굴다가 바로 죽음을 자초하게 된 거잖아!”“숲속의 호랑이가 사냥하는 걸 목격한 적 있어?”백연무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어... 두 번 정도 본 적 있습니다!” 오디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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