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2171 - Chapter 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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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1화 헤어지고 저랑 만나면 되잖아요

다른 생각에 잠겨 있던 온시환은 방 안의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누군가 그에게 눈치를 주고 있었지만 그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다 공지민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30억이 너한테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그 시계를 아무에게나 막 주는 건 아니지 않니?”온시환의 몸이 바짝 굳어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자, 공지민이 어느새 방 안으로 들어와 그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방금 내가 했던 말들을 지민이가 다 들은 걸까?’“지민아...”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온시환은 옆에 있던 여자를 서둘러 밀어냈다.공지민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이렇게까지 조용하니, 온시환의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멈추질 않았다.언제나 당당했던 그는 지금 처음으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공지민의 손을 붙잡으며 그는 간절하게 말했다.“지민아, 들어봐.”공지민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옆에 앉아 있는 여자의 손목으로 향했다.그녀의 손목에 찬 시계가 바로 그 시계임을 확인한 순간 그녀의 가슴 속에서 분노와 서러움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었다.‘은우라면 절대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지 않았을 거야.’공지민은 속으로 생각했다.‘어떻게 온시환 같은 사람을 은우의 대체품으로 삼을 수 있었을까? 은우와는 전혀 다르잖아.’공지민은 테이블 위에 놓인 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온시환의 머리 위로 그대로 들이부었다.방 안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온시환은 여자들 사이에서 방탕한 것으로 유명했고 여자들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으로도 악명 높았다.그런데 지금은 하찮게 생각하던 여자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그를 망신 주는 상황에 부닥쳤다.온시환은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들어 머리를 닦았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주저 없이 공지민의 뺨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찰싹, 공지민의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녀는 싸늘한 시선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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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2화 헤어지겠다는 뜻이지?

그러나 거리로 나와 차가운 바람을 맞자 온시환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금 VIP룸에서 있었던 일들이 너무 굴욕적이었다. 줬던 선물을 되찾고 공지민을 쫓아 나온 자신이 더욱 비참해 보였다.손에 쥔 시계를 꽉 움켜잡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 차에 올라탔다. 이미 술을 마신 상태였지만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하지만 공지민은 그의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마 그녀의 집으로 갔을 거라고 짐작한 온시환은 곧바로 사람을 불러 그녀의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집에 도착한 그는 문 앞에서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러도 공지민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공지민은 안방 침대에 앉아 손에 구은우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사진 속 구은우는 교복을 입고 있었고 코 옆에 있는 작은 점이 유독 눈에 띄었다. 사진 속의 소년은 풋풋한 청춘의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공지민은 사진을 손에 쥔 채 바닥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진이 망가질까 두려워 손에 너무 힘을 주지도 못했다.밖에서는 온시환이 계속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 소음이 그녀를 더욱 짜증 나게 할 뿐이었다. 결국 공지민은 모든 소리를 외면하기로 마음먹었다.문밖에서 한참 소란을 피우던 온시환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다가 화가 나 자신의 뺨을 때렸다.그는 정말 최악이었다. 그게 그녀의 전 재산의 절반으로 마련한 선물이었는데 그걸 대수롭지 않게 다른 여자에게 주다니.만약 자신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그는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을 것이다.온시환은 다시 초인종을 누르며 계속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한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응답이 없자 공지민이 집에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그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문보영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문보영도 계속 그녀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공지민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결국 온시환은 어쩔 수 없이 서주혁에게 전화해 공지민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서주혁은 빠르게 그녀의 휴대폰 위치를 확인해 그녀가 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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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3화 평생 후회하겠지

온시환은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전날 밤, VIP룸에서의 굴욕적인 상황이 떠오르며 분이 치밀었고 무엇보다 공지민이 정말 이별을 고한 것에 더 화가 났다.그는 줄곧 공지민이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믿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든 그녀는 늘 용서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함께 살면서도 그녀의 내면에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았다.그렇다고 그녀의 과거를 파헤칠 마음은 없었다. 괜히 그러면 자신이 그녀를 너무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얼굴에 음울한 기색이 스친 그는 옆에 있던 가정부에게 명령했다.“공지민 물건 다 챙겨서 쓰레기통에 버려요. 다시는 이 집에 들이지 마요.”가정부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일주일 전만 해도 둘 사이가 화목해 보였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온시환과 공지민은 보기 드문 잘 어울리는 커플로 여겨졌기에 이 갑작스러운 이별이 내심 놀라웠다. 그러나 누구도 감히 질문을 던지지 못했고 그가 시키는 대로 공지민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10분 정도 지나서 정리를 마쳤지만 공지민의 소지품이라고 해봤자 작은 여행용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가방을 본 온시환은 순간 멍해졌다.“이게 다야? 이게 어떻게 오래 살 사람 짐이라고 할 수 있어? 휴가 온 사람 짐 같잖아.”가정부가 조심스레 물었다.“이걸 정말 버릴까요?”온시환은 가방을 바라보며 짜증이 더욱 올라왔다.“버려요! 두 번 다시 이 집에서 공지민의 흔적을 보고 싶지 않아요.”가정부가 가방을 밖으로 옮기려던 순간 온시환이 다시 소리쳤다.“잠깐, 기다려요! 일단 가져갈지 물어보고 결정할게요.”그는 전화할 핑계를 찾은 듯 서둘러 공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공지민은 이미 그의 번호를 차단했는지 연결되지 않는다는 기계적인 음성만 반복해서 들려왔다.그는 다급히 SNS로 메시지를 보내려 했으나 그녀가 이미 친구 목록에서 자신을 삭제한 것을 확인했다.‘진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네!’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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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4화 나중에 울면서 매달리지나 마

온시환은 생각난 김에 바로 피부과를 예약했다. 다음 날 당장 점을 제거하러 갈 작정이었다.공지민이 가장 좋아했던 그의 점을 없애버리면 그녀가 분명히 속상해할 거라 확신했다.그날 밤도 온시환은 술에 취해 흐트러진 채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누웠지만 도무지 잠들 수 없었다. 그는 옆에 있는 쿠션을 안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침실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예전에는 혼자 있을 때도 이 집이 이렇게 텅 빈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몸과 마음이 모두 불편하고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이 몰려왔다.결국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 열쇠를 들고 문을 나섰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공지민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현관문 앞에 주저앉은 온시환은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문을 두드릴 용기도 없었다.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날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공지민의 입장이었다면 평생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온시환은 벽에 기대어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다음 날 아침, 공지민은 문을 열자마자 집안으로 쓰러지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순간 온시환은 눈을 번쩍 뜨며 그제야 자신이 어젯밤 술김에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는 얼른 일어나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며 말했다.“나 속도 쓰리고 배도 고파.”공지민은 눈쌀을 찌푸리고 잠시 그를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채소를 사러 나갔다.그녀가 향한 곳은 근처의 마트였다.온시환은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공지민, 나 위가 아프다니까.”공지민은 대꾸하지 않고 마트로 들어가 장바구니를 들고 식재료를 고르기 시작했다.몇 번을 더 위가 아프다고 얘기했지만 반응이 없자 온시환은 더 이상 말도 못 하고 조용히 따라다녔다. 그는 처음 느껴보는 굴욕감에 이를 악물었다.공지민이 계산대에 다다르자 온시환은 서둘러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더니 점원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내 걸로 계산해요.”점원은 공지민을 힐끗 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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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5화 헤어졌어

온시환은 아파트 단지를 몇 걸음 벗어나다가 멈춰 섰다. 괜스레 짜증이 났다.그는 여자를 달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공지민과 싸울 때마다 늘 이렇게 격하게 감정을 폭발시키곤 했고 자신이 봐도 너무 미성숙한 모습이었다.온시환은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분명 오늘은 그녀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찾아간 건데 막상 얼굴을 마주하자 억눌려 있던 감정이 다시 요동쳤다. 결국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또다시 큰소리를 지르고 말았다.담배 한 대를 다 피울 때까지도 공지민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시환의 속은 점점 타들어 갔다.그렇다고 집에 돌아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집에 가봤자 지루하기만 할 테니까.연달아 담배를 다섯 대나 피웠지만 공지민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여자한테 이렇게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설마 진짜 공지민을 내려놓지 못하는 걸까?결국 그는 차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별장 소파에 앉아도 왠지 공기가 무겁게만 느껴지며 심장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온시환은 한 주 동안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술자리도 피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대신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런 그에게 추지성이 전화를 걸어왔다.“너 지민 씨랑 화해한 거야? 아니면 왜 갑자기 집에서 틀어박혔어?”그 말을 듣자 온시환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사실 그는 얼마 전 점을 제거하려고 예약을 했었다. 공지민이 가장 좋아하는 게 자신의 코 옆 작은 점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막상 시술하러 가니 계속 망설이게 되었다.그녀가 분명히 좋아할 만한 걸 없애는 건 그녀를 더 아프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지민은 단 한 번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결심을 굳힌 것처럼 보였다.온시환은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려 술자리에도 나가지 않고 매일 휴대폰만 바라보며 공지민의 메시지를 기다렸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그녀에게선 아무 소식도 없었다.‘세상에 이렇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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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6화 진짜 헤어진 거야?

성질머리가 개차반인 그녀는 공지민을 보자마자 눈을 치켜뜨며 비아냥댔다.“지루해하는 거 뻔히 알면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또 시환 씨 집에 찾아온 거야? 그날 밤 다 봤으면서 화도 안 나? 여자라면 자존심 좀 챙겨야 하잖아. 널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뭐 하러 계속 들이대?”온시환에게는 여자가 많고도 많았다. 게다가 모두 득달같이 달려와 그의 곁을 지키려는 상황에서 공지민은 괜히 쓸데없이 끼어든 자신이 순간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더 이상 머무를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공지민은 망설임 없이 차에 올라타 액셀을 밟아 그 자리를 떠났다.두 시간 전쯤 온시환은 SNS에 글을 올렸다.[너무 아프고 힘들어.]그 한마디에 반응이 폭발했다. 그의 친구들뿐 아니라 과거 그와 얽힌 여자들까지 소식을 듣고 몰려왔다. 그중 몇몇은 문 앞에서 서로 비아냥거리고 경쟁하다가 결국 네 명만 남아 집 안으로 들어왔다.온시환은 몸 상태가 진짜 좋지 않았지만 공지민이 올 것을 기대하며 모든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휴가를 줬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친구 추가조차 하지 않았다.초인종 소리에 마지못해 일어나 문을 열었을 때 온시환의 눈앞에 서 있던 건 공지민이 아닌 다른 네 명의 여자들이었다. 모두 과거에 그와 얽힌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중에는 최근 가장 잘나가는 여배우도 있었다.온시환은 문 너머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지만 네 명의 여자들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애타게 기다리던 공지민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정말 이렇게 냉정한 거야?’그는 속눈썹을 내리깔며 쓴웃음을 지었다.“여긴 왜 왔어?”“아프다면서요. 돌봐주러 왔어요.”한 여자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온시환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필요 없어.”온시환은 즉시 문을 닫아버렸다. 이전까지 온시환은 늘 여자들에게 친절했다. 관계를 가진 이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아낌없이 제공하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무례하게 대했던 적은 처음이었다.예전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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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7화 마음을 주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온시환은 사뭇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어조에는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추지성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은근히 온시환을 힐끔거렸다. 그가 이런 말을 할 때 자신의 표정을 봤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꼭 버려진 강아지처럼 애처로운 모습이었다.병원에서 이틀 더 있으며 열이 완전히 내린 온시환은 드디어 퇴원했다.병원 문을 나선 그는 차에 올라탄 뒤 곧바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며칠 동안 참았던 담배라 그런지 한껏 들이마시며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추지성이 운전대를 잡으며 말을 건넸다. “너 요즘 우리랑 술 마시러도 안 가더라. 오늘 저녁에 좀 달려볼래?”“싫어.”짧게 대답한 온시환은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모든 게 그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공지민이 나타나기 전엔 내가 어떻게 살았더라?’그 기억조차 가물가물했다. 이별 후폭풍이란 게 이렇게 크다니 온시환은 자신의 선택을 점점 더 후회했다.담배를 다 피운 그는 입을 열었다.“나 점 빼러 갈 거야.”추지성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왜 그래? 너 그 점 매력 포인트잖아. 내가 들은 바로는 네 점 때문에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다던데.”온시환은 마치 뭔가에 화풀이라도 하듯 대꾸했다.“어쨌든 뺄 거야. 후회하게 만들어야지.”누구를 겨냥한 말인지 알 법도 했지만 추지성은 굳이 묻지 않았다. 후회를 바라는 건지 아니면 주목받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조용히 차를 몰았다.피부과 앞에 도착했을 때 온시환은 갑자기 망설였다.“야, 내가 점을 빼면 공지민이 나를 안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말을 하고 나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추지성은 담배를 꺼내려다 그 말을 듣고 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그가 아는 온시환은 이런 고민과는 거리가 멀었다. 과거의 그는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더 홀가분해했다. 여자를 귀찮게 생각하며 잠자리만 원했다. 절대 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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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8화 입술을 덮쳤다

아직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온시환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서두르며 빠르게 그녀를 따라갔다.공지민은 오늘 밤 문보영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나왔다. 문보영은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였기에 이 자리에 빠질 수 없었다.그동안 공지민은 집에 틀어박혀 미친 듯이 그 사진들을 바라보며 죽어가는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하지만 그녀는 구은우에게 절대 죽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모든 것이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누군가 공지민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뒤돌아보니 온시환이었다.온시환은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그의 눈에는 약간의 취기가 감돌며 어딘가 멍한 기운이 함께 느껴졌다.“정말 너구나...”공지민은 사실 온시환에게 아무런 원망도 없었다. 온시환은 그녀의 몸을 원했고 그녀는 그에게서 감정적인 위안을 얻었다. 둘 사이에 빚진 건 없었다.“네, 시환 씨. 여긴...”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시환이 다가와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벽으로 밀어붙이더니 강아지처럼 여기저기를 물기라도 하듯 키스를 했다.공지민의 등은 벽에 부딪혀 아팠다. 그의 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이어서 볼과 목에 닿았다.혹시라도 누군가 지나갈까 봐 걱정된 그녀는 서둘러 그를 밀어냈다.“시환 씨...”말을 끝내기도 전에 온시환은 그녀를 옆에 있는 화장실로 끌고 들어갔다.“지민아,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온시환은 그녀를 안고 세면대 위에 앉혔다. 두 손은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그의 눈은 여전히 취기가 서려 있었지만 어딘가 깨어 있는 듯했다.이곳은 언제든 누군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었다.공지민은 한숨을 쉬며 그를 밀어냈다.“얘기는 나중에 해요. 보영 언니가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요.”“나도 같이 가고 싶어.”온시환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대고 비비며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공지민은 결국 마음이 약해져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난리 치면 안 돼요.”“안 할게. 이제 정말 안 그럴게.”술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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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9화 설마 진짜 이렇게 하룻밤을 버틴 거야?

공지민은 방을 나와 큰길가로 나섰을 때도 아직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그녀와 문보영은 친구였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문보영이 온시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그를 헐뜯기 바빴다. 온시환은 쓰레기 같은 남자라며 여자들에게 조금의 책임감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말끝마다 온시환을 싫어하는 티를 냈고 심지어 공지민이 온시환을 좋아한다고 알게 되었을 때는 온갖 방법으로 만류하기까지 했다.이 두 사람이 엮일 줄은 공지민은 죽어도 생각지 못했다.그녀는 차에 올라타 대리운전 기사에게 바로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한편, 온시환은 곁에 있던 문보영을 밀쳐내며 술기운이 한순간에 깨졌다.“뭐 하는 거예요?”문보영은 술기운에 취해 입맞춤을 했던 터라 정신이 돌아오자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녀는 급히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미안해요, 술에 취해서 그랬어요.”문보영은 정말 취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감히 온시환에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게다가 지금 온시환은 공지민의 남자 친구 아닌가.이미 오래전에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문보영 자신도 믿어지지 않았다.온시환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입가를 세게 문지르며 말했다.“이 일 지민이가 알아선 안 돼요. 먼저 돌아가요.”문보영은 여전히 속이 쓰렸다. 그녀는 오랫동안 온시환을 짝사랑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를 온갖 안 좋은 말로 깎아내렸던 것도 사실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공지민과 온시환이 함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스스로 감정을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술김에 이런 짓을 벌이다니.그녀는 공지민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짝사랑에 마침표를 찍은 것 같기도 했다.문보영은 방으로 돌아와 공지민이 없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지민이는 어디 갔어?”“네가 나간 지 10분 정도 후에 지민 씨도 따라 나갔어. 조금 있다가 혼자 돌아오더니 온 작가님은 기다리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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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0화 날 때렸어?

온시환이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보이는 새하얀 천장을 보며 며칠 전 일이 다시금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는 손을 들어 이마를 문지르며 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을 뽑았다.추지성이 그를 보며 눈을 잔뜩 부라렸다.“또 어디 가려고?”“집에 가야지.”“뭐?”온시환은 더 이상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추지성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고 바로 차를 타고 떠났다.추지성은 그 모습을 보며 어이없을 따름이었다.“진짜 왜 저러는 거야? 병이나 제대로 고치지, 대체 뭘 또 꾸미려고.”...점을 제거한 후, 온시환은 혼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는 집에서 일주일 동안 쉬며 상처가 아물고 몸 상태도 완전히 회복되었다.추지성이 그를 보러 올 때는 양손 가득 이것저것 들고 왔다.“다행히 이번엔 남의 또 집 복도에서 기다리며 찌질하게 굴진 않았네. 정말 다행이다.”“다신 그러지 않을 거야.”추지성은 가까이 다가와 그의 얼굴을 살피더니 말했다.“진짜 점을 뺐네? 그냥 여자 하나 때문인데 그럴 필요까지 있었어?”온시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입안이 씁쓸하기만 했다.추지성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아, 참. 지난번에 만났던 오하윤 알지? 걔가 요즘 제원에 있더라. 어제도 봤는데, 지금은 내 파트너야. 참 웃긴 여자야. 온갖 속내를 얼굴에 다 쓰고 다니더라고.”온시환의 오하윤의 얼굴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그녀가 공지민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만 떠올랐다.“아, 그리고 말이야. 하윤이가 그러던데 지민 씨가 첫사랑을 잊지 못했다고 하더라. 어쩌면 널 대체품으로 보고 있는 걸지도 몰라.”온시환의 눈매가 가늘게 좁아졌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었다. 그가 대체품이라고?“하! 말도 안 돼.”“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하윤이가 그러더라고. 그 남자 이름이 구은우라나? 코끝에 점이 하나 있었다던데, 너랑 딱 그거 하나 닮았대. 생긴 건 전혀 다르다고.”추지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시환의 표정이 한순간에 어두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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