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1347 챕터

제41화

강 씨 그룹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공개하자 세간이 떠들썩해졌다.이런 시기에 강 씨 그룹이 택한 파트너가 도 씨 그룹일 줄은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했다.“도 씨 그룹 주가가 바닥을 찍었는데 강 씨 그룹은 대체 왜 파트너로 도 씨 그룹을 선택했대?”“두 그룹이 예전에 한 번도 콜라보한 적 없었잖아? 그런데 하필 이런 때에 콜라보한다고? 구세주인가? 이번에 강 씨 그룹 아니었으면 도 씨 그룹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을 텐데!”“도 씨 그룹 운발 진짜 죽인다!”“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강 씨 그룹과 인연을 맺었대?”“이제 누가 도 씨 그룹을 건드려?”“당연히 못 건드리지. 우리도 그만하자!”반나절도 안 되는 사이 인터넷 여론이 또다시 한번 바뀌었고 도 씨 그룹 주가는 다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마치 아무 어제저녁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인터넷을 끊임없이 달구는 뉴스에 도예나는 눈살을 찌푸렸다.분명 이번에 도 씨 가문을 무너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카드를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강 씨 그룹이라…….’도 씨 그룹을 열 개 차려도 강 씨 그룹 하나 당해내지 못한다. 그런 그룹에서 나서서 도 씨 그룹을 지켜준다면 그녀 또한 도설혜를 어떻게 상대할 수 없었다.순간 한숨이 새어 나왔다.“몇 년 전 강현석과 도설혜 결혼설이 떠서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서지우의 목소리도 유독 가라앉았다.“그러고 보니 두 가문이 친분이 있었던 거네. 결혼까진 아니더라도 강 씨 가문에서 도 씨 가문에 손을 내민 걸 보면 뭐가 있긴 있네.”“다른 사람에 의지한다면 언젠가 상대가 망하면 같이 망하게 돼 있어. 설마 도 씨 가문에서 한평생 강 씨 가문에 의지할 건 아니잖아?”노부인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강 씨 그룹에서 이번에 도와주는 건 의리라 쳐. 하지만 그로 인해 도 씨 가문이 앞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순항한다는 보장은 없어. 나나야, 이럴 때 일 수록 급해하면 안 돼. 우리 천천히 하자꾸나.”“네, 할머니. 그러면 잠시 이 일은 생각하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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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수아는 엄마가 한 밥만 좋아해요. 요즘 할머니 집에 있으면서 살까지 빠졌다니까요.”앳된 목소리로 자기 무릎에 엎드려 말하는 도제훈의 모습에 노부인은 실소했다.“그러면 할머니가 네 엄마더러 요리하지 말라고 하면 수아 괴롭히는 악한 할망구 되는 거잖아?”“아니죠. 전 그저 할머니가 우리 엄마 음식 솜씨 한번 보라고 드린 말씀이에요. 정말 맛있어요.”도제훈은 맑은 눈을 깜빡거렸다.“할머니도 맛보면 알걸요!”“우리 제훈이, 우리 똥강아지 귀여워서 어쩌나!”노부인은 도제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4살밖에 안 된 어린애가 동생도 보살피고 엄마 일도 돕는다니 할머니가 되어서 귀여운 건 당연했다.이렇게 속 깊은 꼬맹이가 귀엽지 않을 리가.한바탕 해프닝이 있는 뒤 도예나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음식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두 아이 모두 조산으로 태어났기에 건강이 다른 애들보다 못한 건 당연했다. 그렇기에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게 무척 중요했다. 그때부터 도예나는 음식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18세 이전에 그녀는 확실히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부잣집 큰 아가씨였다. 하지만 아이를 가진 뒤로 그녀는 점차 요리를 시도하기 시작했고 점차 요리의 매력에 빠졌다.정성껏 차린 건강한 음식을 소중한 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또 없었다. 행복은 그렇듯 간단했다.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풍성한 한 상이 완성되었다.노인의 입맛에 맞춘 닭고기 두부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짝지근한 호박죽과 닭 날개 구이, 그 외에도 돼지갈비와 잡채 그리고 깔끔한 국물까지…… 그야말로 맛과 구색을 다 갖춘 한 상이었다.“이게 다 네가 한 거라고?”노부인은 믿기지 않는 듯 도예나를 바라봤다.“이거 거의 뭐 호텔 셰프 급 수준인데.”그런데 그때, 도제훈이 닭고기 두부볼 하나를 집어 노부인의 밥 위에 얹었다.“할머니, 한번 드셔보세요. 드셔보시면 우리 엄마가 셰프들보다도 낫다는 걸 아실 거예요.”설마 하는 생각으로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노부인은 그 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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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골든썬 국제 유치원. 유치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와 18세기로 타임슬립 했다고 해도 믿을 법한 고풍스럽고 화려한 건물.그리고 그 앞에 크고 작은 인영이 서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다름 아닌 도설혜와 강세윤이다.하지만 두 사람은 엄마의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들어가는 주위 환경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강세윤이 자기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도설혜의 손을 뿌리친 것이다.도설혜의 눈살을 그 자리에서 팍 구겨졌지만 치밀어 오르는 화를 겨우겨우 억눌렀다.“세윤아, 이건 네 아빠가 결정한 건데 왜 나한테 심술이야?”“제가 언제 심술을 부렸다고 그래요?”곧이어 흥하는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전 그저 아줌마가 저 만지는 게 싫어서 그래요.”“너!”도설혜는 순간 평정심을 잃을 뻔했지만 다시 심호흡을 하며 화를 가라앉혔다.“말 잘 듣는 게 좋을 거야. 내 신경 긁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나도 네 아빠한테 할 말이 없으니까.”“휴학하러 온 건데 제가 언제 신경을 긁었다고 그래요? 아줌마가 들어가서 사인하세요. 전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하지만 강세윤의 앳된 얼굴에는 귀찮다는 표정이 가득했다.“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도망가면 네 아빠가 너 가만두지 않을걸.”도설혜는 그런 강세윤의 태도에 화를 참지 못하고 홱 돌아서더니 하이힐을 밟으며 앞으로 걸어갔다.‘내가 저놈을 진작에 죽여버렸어야 했는데.’4년 동안 곱게 길러준 게 그녀는 계속 후회됐다.한편 강세윤은 건물 앞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마치 나 지금 기분 나빠요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 것 같았다.그도 그럴 것이, 휴학 신청을 하면 앞으로 집에서 나오기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전에는 유치원 생활이 너무 유치하고 매일 노래하고 춤추는 게 재미없어 몰래 도망쳐 나와 혼자 놀곤 했지만 집에 갇혀있기보다는 그게 백배 나았다…….그가 잔뜩 풀이 죽어 앉아 있을 그때, 마침 유치원 문 앞에서 크고 작은 인영 네 개가 보였다.익숙한 얼굴을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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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이런 곳에서 그 남자 아들을 만나다니. 이래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나?;하지만 방금 남자애가 누구든 뭘 하든 그와는 하등 상관없었다.도제훈은 생각을 던져버린 채 다시 수아를 밀어주었다.그리고 5분쯤 지났을 무렵.강세훈이 장난감을 한가득 안아오더니 도제훈 앞에 툭 내려놨다.“이거 다 너 줄게.”도제훈은 어이없어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내가 장난감 너한테 다 줄 테니가 수아 나 좀 빌려줘.”강세윤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며 조건을 내걸었다. 상대가 무조건 제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태도였다.이 장난감들은 모두 그가 유치원에서 자주 갖고 놀던 것들이다. 비행기 모형만 해도 몇백만 원을 호가했기에 선생님조차 고가의 장난감이라며 다른 애들은 만지게도 못했다.‘내가 이랬는데 흔들리지 않고 배겨?’하지만 도지훈은 흔들리기는커녕 눈빛이 오히려 차가워졌다.“내 동생은 사람이야. 이깟 장난감이 아니라고!”한마디 한마디 하는 순간마다 주위의 온도가 따라서 내려가는 느낌마저 들었다.그 모습에 강세윤은 흠칫 놀랐다.‘얘 말투가 왜 형이랑 이렇게 비슷하지?’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입을 삐죽거리더니 되물었다.“그러면 내가 뭘 해주면 수아가 나랑 놀게 할 건데?”“뭘 하든 안돼!”도제훈은 수아를 그네에서 안아 내리더니 몸을 홱 돌려 멀어졌다. 그 모습에 강세윤은 심통이 났다.“야! 너 어쩜 그럴 수 있어? 수아가 나랑 놀고 싶을 수도 있잖아.”그는 곧바로 두 사람을 쫓아가 수아의 얼굴을 검지로 콕콕 찔러댔다. 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손목이 도제훈에게 붙들렸다.“내 동생한테 손대지 마!”도제훈은 싸늘하게 경고하더니 강세윤을 밀어버리고 수아의 앞에 막아섰다.어릴 적부터 사람들의 귀여움을 한몸에 받아오던 작은 도련님에게 이런 대접은 너무나 생소했다.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고 당장이라도 도제훈과 치고받고 싸우고 싶었다.그런데…….“경고하는데 앞으로 다시는 내 동생한테 접근하지 마. 내 엄마한테도!”도제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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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두 아이의 입학 수속은 하루도 안 되는 사이에 끝났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7시, 도예나는 두 아이를 유치원으로 데려갔다.“제훈아 동생 잘 돌봐야 해. 무슨 일 있으면 엄마한테 전화하고, 알았지?”도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일 봐요. 동생은 제가 잘 돌볼게요.”도예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결심을 내린 듯 몸을 돌렸다. 하지만 몇 걸음 걷지도 않고 다시 고개를 몇 번째, 끝내 유치원에서 멀어졌다.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도제훈은 수아의 손을 잡고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학기 도중에 전학 온 터라 두 아이 모두 9반에 배정되었다. 9반 담임은 갓 스무 살을 넘은 우세정이라는 젊은 선생이었다.그녀는 귀여운 두 아이를 보는 순간 바로 마음을 빼앗겼다.“와, 네가 도제훈이구나. 이 애는 네 동생 수아 맞지?”“안녕하세요. 저는 도제훈이고 얘는 제 여동생 도수아예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도제훈은 살갑게 맞이하는 선생님에게 예의를 갖춰 꾸벅 인사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속도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우아함과 대범함까지 그야말로 놀라웠다.우세정은 두 아이의 머리를 만지고는 교실로 데리고 들어갔다.“얘들아,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 두 명이 왔어. 앞으로 잘 지내야 해.”예쁜 전학생은 누구나 다 좋아한다. 그건 파릇파릇한 고등학생이든 귀염뽀짝한 유치원생이든 마찬가지다.아니나 다를까 휴식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모두 수아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곧바로 수아의 이상함을 눈치챘다.“도수아, 나 너랑 말하는데 왜 나 무시해?”“도수아, 너 정말 예쁘다. 나 너랑 친구 하고 싶은데 나 좀 봐주면 안 돼?”“도수아, 너 왜 말 안 해? 설마 벙어리야?”마지막 아이가 말을 꺼내는 순간 도제훈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다.그는 곧바로 동생 앞에 막아서며 말을 꺼낸 여자아이를 차갑게 째려봤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한번 말해봐!”다른 아이들 앞에서 자기한테 차갑게 구는 도제훈의 태도에 여자애는 순간 화가 났다.이 유치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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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도제훈의 목소리는 유독 차가웠다. 온몸을 휘감고 있는 싸늘한 기운에 다른 아이들은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수아를 놀려줬던 아이들 모다가 별명 하나씩 갖게 되었다.도제훈은 외모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수아를 먼저 놀려줬다면 얘기는 달랐다. ‘감히 수아를 놀려? 어디 한번 놀림당하는 기분이 어떤지 느껴봐.’역시나 도제훈이 여자애들에게 별명을 붙여주자 반 남자애들은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다.“까마귀! 이빨 빠진 두더지! 돼지! 앞으로 이렇게 부를게!”남자애들의 짓궂은 장난에 여자애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순간 교실은 울음바다가 되었다.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우세정은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왔고 선생님을 보자 여자애들은 바로 고자질했다.“선생님, 도제훈이 우리한테 별명을 지어주며 놀려요!”“저를 뚱뚱하다고 놀려댔어요, 엉엉엉…….”우세정은 아이들의 말에 깜짝 놀랐다.‘제훈은 아무리 봐도 교양 있고 점잖은 아이 같은데 그런 일을 할리가?’하지만 그때…….“선생님, 얘네가 먼저 별명을 부르면 친해 보인다면서 수아한테 벙어리라는 별명을 붙여줬어요. 받은 게 있으니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별명 하나씩 지어준 거예요.”도제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친구들이 증언해 줄 수 있어요.”도제훈의 말에 옆에 있던 남자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얘네가 먼저 도수아를 벙어리라고 놀려서 도제훈이 얘네한테도 별명을 붙여준 거예요.”그제야 우세정은 모든 의문이 풀렸다.자기 반에 전학 오는 두 아이 중에 자폐 어린이도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자신만만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아이의 어머니를 설득한 것이 불과 어제 일이다. 그런데 결국 하루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우세정은 휴지를 뽑아 울고 있는 여자애들에게 건네주며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이제 별명이 얼마나 상처되는지 알겠지?”자기 편을 들어줄 줄 알았던 선생님마저 엄격한 태도로 말하자 아이들은 흐느끼며 대답했다.“알……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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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새로 전학 온 여자애 엄청 예쁘던데 자폐 아동이래요. 상황이 심각해 보이던데.”“우리 유치원에 이렇게 심각한 자폐 아동은 처음 받지 않아요? 이런 애들은 특수 학교로 보낼 것이지 왜 우리 유치원으로 왔는지.”“자폐 아동은 공격적인 경향도 있다던데 만약 다른 애들을 공격이라도 하면 어쩐대요?”듣다 못한 우세정은 교무실 문을 홱 열여 젖혔다.“수아가 자폐 아동인 건 맞지만 아직 공격성은 없습니다. 그러니 선생님들도 어린애 뒤에서 이런 얘기 하지 마세요.”“공격성이 나타난 다음 막으려면 늦어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이유를 찾아 내보내는 게 낫지. 이런 자폐증 환자는 치료가 어렵다고요. 그런 애를 일반 유치원에 보내는 게 선생들 힘들어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돼요?”중년 선생의 의미심장한 말투에 우세정의 낯빛은 순간 어두워졌다.“힘들더라도 제가 힘드니까 선생님은 신경 꺼주셨으면 좋겠네요.”그리고 말을 마친 뒤 교무실 문을 다시 홱 열어젖히고 빠져나갔다.그녀가 떠나고 난 뒤, 문어 구 부근의 기둥 뒤에 숨어있던 작은 인영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도제훈의 표정은 유독 차가웠다.해외에 있든 국내에 있든 동생이 가는 곳마다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벌어졌었다. 때문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반드시 엄마가 알기 전에 처리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엄나가 마음 편히 일하지 못할 테니까.’도제훈은 바로 가방 안에 있는 노트북을 꺼냈다.보통 아이들에게 노트북은 그저 게임을 하는 게임기에 불과하다면 도제훈에게 있어 노트북은 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였다.노트북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린지 얼마 되지 않아 바탁화면이 새파랗게 변하더니 각종 영문 기호가 튀어나왔다.그리고 십분 뒤.도제훈은 노트북을 덮고 일어서더니 교무실의 문을 열어젖혔다.교무실에서 도수아에 대해 이것저것 떠들어대던 선생님들은 이제는 각종 지라시로 주제를 바꿔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문 앞에 웬 아이 하나가 나타난 것이다.“얘야, 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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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뒤에서 학생 험담이나 하는 것도 교육자의 도덕에 어긋난 거 같은데요.”침착하게 받아치는 도제훈을 보자 중년 선생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교사 인생 십몇 년을 하면서 그녀한테 이렇게 구는 학생은 아마 도제훈이 처음일 거다. 게다가 그 상대가 고작 네다섯 살 되는 어린애라니.그런데 그때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선생 하나가 도제훈을 알아봤다.“이 선생님, 이 애가 바로 그 9반 전학생이에요. 이름이 아마…… 도제훈이랬나. 맞아요, 도제훈!”다른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왜 갑자기 쳐들어왔나 했더니 동생을 자폐 아동이라고 말했던 걸 들은 거였어?’“도수아는 제 동생이에요. 그러니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도제훈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며 하나도 꿀리지 않는다는 듯 중년 선생을 쏘아보았다.“앞으로 다시 이런 말이 들리면 교육청에 신고할 거예요.”교육청과 신고라는 말은 선생에게 있어 확실히 무서운 협박이었다. 이에 놀란 선생들은 연신 뒷걸음을 치다가 번뜩 자기를 협박하는 사람이 고작 네다섯 살짜리 애라는 걸 인식했다. 자기가 어린애의 협박에 놀랐다는 게 자존심 상했는지 이 선생은 버럭 화를 냈다.“어린 것이 감히 교무실에서 와서 소란을 피워? 못 배워먹은 티를 내나? 당장 네 어머니더러 데리러 오라고 해!”“전화하기 전에 제 말 좀 들어보세요.”도제훈은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분필 하나를 쥐고 사무실 뒤편에 있는 흑판에 숫자를 적어댔다.“선생님 교사 생활도 18년이 되어가는 거로 아는데 그 18년 동안 개인 자산이 몇 배로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확인해 봤더니 몇 년간 학부모들한테서 돈을 꽤 받았던데요. 백 단위부터 억 단위까지.”도제훈은 말하면서 입꼬리를 올렸다.“그걸 몇 년간 해왔으니 자그마치 10억 가까이 되던데요. 법률 조항에 따르면 이걸 횡령이라고 하던가? 단위도 크니 형사 처벌은 피하지 못하겠죠?”아이의 말에 이 선생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그, 그게 무슨 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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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도제훈이 반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우세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마침 너 찾으러 가려 했는데. 어디 있었던 거야?”“화장실 갔어요.”도제훈은 짤막하게 대답하며 교실로 들어오더니 도수아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하지만 그런 도제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왜 자꾸 이상한 기시감이 드는지 우세정은 알 수 없었다.어린애한테서 느낄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매번 귀엽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고 앳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기가 착각했겠지 하며 생각을 부정하곤 했다.유세정은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시간이 끝난 뒤 이 선생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로 향했다.그렇게 도착한 교무실에는 방금 전 수아를 뭐라고 하던 여섯 명의 선생님이 모두 있었다. 그들은 우세정을 보자 하나 둘 둘러싸더니 나지막하게 부탁했다.“우 선생, 도제훈 학생의 동생 말인데, 물론 자폐 아동이지만 우리 유치원이 그 방면 경험도 있으니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요.”“도수아처럼 예쁜 애는 우리 유치원 자랑이니 잘 돌봐줘요. 절대 퇴소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우 선생, 만약 수아 케어가 힘들면 우리 반으로 옮겨오게 해도 돼요.”“…….”갑자기 돌변한 사람들의 태도에 우세정은 표정이 굳었다.“아까만 해도 저더러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수아 내보내라면서요?”“아까 그건 우리가 우 선생을 시험한 거지. 아이에 대한 사랑이 있나.”이 선생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우 선생 앞으로 지금처럼 책임감과 사랑을 발휘하여 수아에게 도움을 줬으면 해요.”도제훈이 그녀들의 횡령 증거를 갖고 있는 이상 수아가 퇴소하는 일만은 막아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도제훈이 그들의 횡령 사실을 공개할 테니. 그러면 직업도 돈도 체면도 모두 잃게 된다.그걸 막으려면 두 아이를 잘 보살펴 순조롭게 학교까지 보내는 수밖에.우세정은 다른 선생님들이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의문이었지만 자기를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수아를 색안경 끼고 보지 않기에 당연히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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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귀국하고 새로 전화번호로 바꾼 뒤 그 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몇 없었기에 도예나는 당연히 광고 전화일 거라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상대는 끈질기게 또다시 전화해왔다.그제야 도예나는 앞치마에 손을 닦고 수신 버튼을 눌렀다.“예나니?”중후한 중년 남자의 음성에 도예나는 순간 얼굴이 구겨졌다.상대는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 도진호였다.그녀가 귀국한지 벌써 며칠째인데 아버지라는 사람이 이제야 전화한 거다.‘참으로 자애로운 부친이 따로 없네.’도예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싸늘하게 말했다.“도 사장님, 그간 잘 지내셨어요?”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에 도진호는 목이 메어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나서야 제 목소리를 찾았다.“예나야,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거 안다. 그런데 너도 이 아비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거다…… 그때 네가 집에 불을 지르고 간 것도 모자라 귀국하기 바쁘게 도 씨 가문과 전쟁을 선포했는데 내가 화나지 않고 배겨?”“그러니 도 사장님 말씀은 딸이 회사보다 못하다는 뜻이네요. 그렇다면 저한테는 뭣하러 전화하셨나요?”도예나의 목소리는 유독 싸늘했다.“우리가 그래도 피를 나눈 사이인데 언제까지고 이렇게 대립할 수만은 없잖니?”도진호가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는 게 전화 건너편에서도 느껴졌다.“예나야. 넌 내 친 딸이자 첫째 딸인데 내가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니? 너 도 씨지 서 씨가 아니야. 제 집을 놔두고 외가에 가 있는 게 말이 돼? 내가 사람을 보낼 테니 집으로 돌아와.”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도중 도예나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갑자기 잘해주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다시 집으로 불러들여 도설혜에게 손쓸 기회를 주라고?’아쉽지만 도예나는 그렇게 바보가 아니었다.“됐어요. 저 그 집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도예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그 말에 도진호는 핸드폰을 내팽개치려는 욕구를 겨우겨우 눌러 참았다.‘고얀 것. 내가 먼저 머리를 숙였는데 거절해? 예전에는 귀엽고 말만 잘 듣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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