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우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아가씨, 그가... 그가 내 외조카를 죽였어요. 그런데 왜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하세요?”백의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키지 않으면 내가 강제로 해줄게...”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연우는 무릎을 꿇었다.임건우는 이 상황을 보고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사실 임건우는 천성성에 대해 별로 애착이 없었다.이곳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백의설이 자신 아버지의 제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랐지만, 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없었고 지금은 그저 딸을 데리고 돌아가 잠깐 쉬고 싶을 뿐이었다.“붕이야!”임건우가 하녀인 붕이를 불렀다.의식을 잃고 있던 붕이는 정신이 번쩍 들어 급히 몸을 일으켰다.“도련님...!”“아, 도련님 괜찮으세요?”붕이는 마치 꿈에서 깬 듯한 표정을 지으며 믿기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특히 주연우가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는 더 혼란스러웠다.‘저... 저 사람이 바로 강여진의 작은 이모였던가요? 그녀는 백리 가문에 시집가고 나서 천성성에서 으스대며 살았죠. 그런데 지금, 왜... 공자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죠?’‘대체 무슨 일이죠?!’임건우는 백의설을 향해 말했다.“누나, 저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당신께서는 굳이 배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붕이만 있으면 충분해요.”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불구자, 독과부의 동생이라고?!”백의설은 붕이를 잠깐 바라본 뒤,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윤서희의 하녀인가? 하하, 윤씨 가문 사람들은 인정도 없고, 윤서희도 마찬가지겠지. 건우야, 내가 걱정돼서 가만히 둘 수 없겠어. 자, 가자!”백의설은 주연우에게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아기를 안고 임건우의 휠체어를 밀며 두 사람은 취보재를 나섰다.한편 윤씨 가문 가주와 윤서희는 임건우가 묵고 있는 곳에서 기다리며 지루해하고 있었다.윤문용이 말했다.“안 돼, 이렇게 그냥 기다리면 안 돼. 그 놈이 도망쳤다면 이 기회를 놓칠 수 있어. 인생에 그렇게 많은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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