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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위험을 무릅쓰고 진명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가 전왕경에 도달한 이상 이태준도 함부로 덤비지는 못할 것이까.“그래요, 한번 시도해볼게요.”이태준이라는 큰 산을 떠올리자 김진성은 이를 악물고 마침내 결심을 내렸다.다만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일이라서 그는 단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답했을 뿐, 진명한테 큰 기대는 없었다.덥석 동의한 김진성을 보자 김이설과 서윤정은 말을 아꼈다.비록 두 여자 다 진명에게 김진성을 전왕경에 이르게 하는 능력이 없다고 여겼지만, 김진성의 안전만 보장해준다면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좋아요!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지금 당장 훈련실에 가서 테스트를 해 봅시다.”진명은 만면에 웃음을 띄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 잠깐만요, 아직 완쾌하지도 않았을 텐데 몸이 엄청 약한 거 아니에요? 별문제는 없겠죠? 정 안 되면 무리하지 마세요. 나중에 상처가 다 나아서 다시 시도해도 늦지 않으니까.”김진성이 의혹으로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이번 실험에 대해 가뜩이나 미덥지 못한 그는 기운 없는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진명을 보자 더더욱 의심이 갔다.“괜찮아요. 이번에 저는 옆에서 귀띔만 해줄 거라 직접 나설 필요가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체내에 진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거든요. 만약 실험하는 도중에 진짜 무언가 잘못된다면 제때 도움 줄 수 있으니까 별일 없을 거예요.”진명이 웃으며 말했다.“아... 그래요.”김진성은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진명 일행을 따라 서씨 가문의 훈련실로 향했다.훈련실.“진성 아저씨, 우선 비법부터 먼저 전수해드릴게요.”말을 마친 그는 기억을 되짚어 인체의 잠재력을 자극할 수 있는 비법을 떠올려 김진성에게 전수해줬다.김진성은 진명이 대체 무슨 실험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진명의 가르침대로 비법을 열심히 외웠다.곧이어 진명은 세 개의 진원단을 꺼내더니 김진성에게 건넸다.“진성 아저씨, 이 진원단 세 개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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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진성 아저씨,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하세요. 한 눈팔지 말고 제가 가르쳐준 비법을 사용하세요!”진명이 즉시 귀띔했다.“아, 네.”김진성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내 진명의 말대로 체내의 잠재력을 자극하는 비법을 사용하여 진원단의 약효를 하나하나 흡수하기 시작했다.진원단은 아주 순수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입에 넣자마자 세 개의 진기 흐름으로 변해 김진성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초반에는 그나마 비법을 사용한 덕분에 진원단 세 개의 에너지를 겨우 감당하고 있었으나 진기 세 가닥이 서로 뒤섞이면서 충돌하더니 그는 점점 컨트롤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체내에 있던 진기마저 날뛰기 시작했다.순간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얼굴이 점점 고통스럽게 변했는데 주화입마의 징조가 슬슬 보였다.“아빠, 지금 기분이 어때요?”김진성의 컨디션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김이설은 바짝 긴장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 윽...!”김진성이 입을 떼는 순간 체내의 진기가 갑자기 날뛰는 탓에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몸서리칠 지경이다.“아빠! 왜 그러세요? 저 너무 무서워요...”깜짝 놀란 김이설은 아연실색했다. 비록 얼른 다가가 김진성을 부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수련 중에는 방해받는 걸 제일 금기시하기에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럴 리가 없는데...”진명의 얼굴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이태준의 방법을 똑같이 따라 해서 김진성을 가르쳐줬다. 이태준도 전왕경에 도달한 데 성공했는데 그가 실패한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물론 진명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태준이 비법으로 동시에 세 개의 진원단을 흡수한 건 사실이지만, 당시 흡수와 수련에 용이하도록 진원단 세 개를 한데 응축하여 커다란 진원단으로 만들었다. 반면 진명의 방법은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거치지 않은 탓에 세 개의 진기 에너지가 김진성의 체내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주화입마에 빠질 뻔한 지경까지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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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김이설은 다급한 나머지 진명의 멱살을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따귀를 날리고 싶었다.“진명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서윤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그녀마저 침착함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설이 누나,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봐.”진명이 머뭇거리며 말했다.회생침은 억제하고 유도하는 효능이 있다. 이제 에너지를 잠재우는 것은 물 건너간 듯하여 오로지 은침으로 김진성의 몸속에 있는 에너지를 체외로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렇게 해야만 김진성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하지만 진원단의 에너지를 유도해서 빼낸다면 이 기회를 빌려 전왕경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때가 되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이 될 게 뻔했다.한 마디로 진명은 김진성의 안전을 보장할 능력은 있지만, 이미 이 상황까지 온 이상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기다리라고? 우리 아빠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더 기다렸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져 핏덩이로 변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김이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설이 누나, 나만 믿어. 내가 있는 한 진성 아저씨는 무사할 거야.”진명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비록 김진성은 현재 위험천만한 상황에 부닥쳤지만, 체내의 기운이 끊임없이 강해지는 느낌이 뚜렷하게 전해졌다. 만약 김진성이 버텨낼 수만 있다면 단숨에 전왕경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컸다.다만 아쉽게도 회생침은 김진성의 체내에서 날뛰는 난폭한 에너지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며 김진성이 어떻게 끝까지 버텨낼지가 제일 큰 난제였다.“널 믿으라고? 아까 우리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믿어줘서 아빠가 이 지경까지 된 거잖아!”김이설은 울분을 토해내며 쏘아붙였다.뻔한 사실 앞에서 대체 무슨 수로 진명을 믿는단 말인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불가능했다.반면 진명은 지나치게 차분했다.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진성 아저씨, 지금 복마결이라는 공법을 전수해줄 테니까 복마결을 사용하여 진원단의 에너지를 흡수하세요. 이렇게 하면 전왕경까지 순조롭게 도달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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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서윤정 씨, 진명이 제정신이 아닌 건 그렇다 쳐도 왜 윤정 씨마저 그를 따라 헛소리하는 거예요?”김이설은 경악한 나머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윤정을 바라보았다. 머리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진명의 편에 서서 터무니없는 말이나 하다니!“진성 아저씨, 잘 들어요. 지금 당장 복마결을 가르쳐줄게요!”시간이 촉박한 탓에 진명은 김진성과 김이설 부녀에게 설명할 겨를도 없이 복마결의 심법을 읊기 시작했다.이 지경에 이른 이상 김진성도 두손 두발을 든지라 복마결의 심법을 묵묵히 외우더니 복마결을 이용해 진원단의 에너지를 지속해서 흡수하고 정제하는 수련을 진행했다.복마결의 작용과 더불어 회생침의 억제까지 더해 기적이 나타났다!김진성의 체내에서 날뛰던 난폭한 에너지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그뿐만 아니라 현계 상품 공법보다 복마결의 수련 속도가 몇 배나 빠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복마결은 적어도 지계중품 급의 최상위 공법일 것이다.“이게 지계중품 공법이라니?! 그럴 리가!”깜짝 놀란 김진성은 마음속에서 거센 파도가 일렁거렸다.천계공법이 사라진 지 오래된 지금, 지계공법만 하더라도 매우 희귀하고 보기 드문 정상급 공법에 속했다.특히 지계중품과 지계상품의 공법은 바란다고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모든 무사가 꿈에도 그리는 보물과 다름없었다.진명이 가르쳐주겠다는 복마결이 쓰레기 공법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알고 보니 이처럼 귀한 지계중품 공법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 순간 그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는 가히 짐작이 갔다.“지계중품 공법이요?”엉겁결에 내뱉은 아버지의 말을 듣자 김이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명이 가르쳐준 복마결이 지계중품의 최상위 공법일 줄이야...”김진성은 가슴이 벅차올랐고, 설레는 마음은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남왕으로서 아무리 큰 풍파를 겪어봤어도 지계 공법 앞에서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기 힘들었다.“뭐라고요?”김이설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명을 바라보며 여전히 의심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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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하하, 내가 돌파를 했어. 내 레벨이 전왕경으로 돌파를 했다고!!”김진성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웃었다.김진성은 처음에 진명이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줄 알았다. 특히 방금 전 위험에 빠졌을 때는 진명이 그를 해하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진명이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진명은 혼자의 힘으로 김진성이 전왕경으로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꿈을 손쉽게 이뤘으니 그가 흥분을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기쁨에 겨운 김진성과 달리 진명은 안색이 창백한 채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탈진이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너 왜 그래? 괜찮아?”서윤정은 깜짝 놀라며 진명을 부축해서 휠체어에 앉혔다.“괜찮아요. 그냥 힘이 좀 빠져서...”진명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는 약간 진정된 후에야 억지 미소를 지으며 김진성에게 축하해 줬다.“전왕경으로 돌파한 걸 축하해요, 아저씨.”김진성은 바로 진명을 향해 풀썩 무릎을 꿇었다.“아저씨, 왜 이러세요?”진명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진성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진명 씨,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저를 도와 전왕경으로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지계중품의 레벨이 이렇게 높은 공법까지 가르쳐 주시다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김진성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면서 진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친구 사이에 격식 차릴 필요도 없고요.”진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아, 아니에요! 앞으로 진명 씨의 부탁이라면 제가 이 한 몸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을 맹세할게요”김진성은 진지하게 맹세를 했다.“아빠가 진짜... 전왕경으로 돌파했다고요? 너무 대단해요!”김이설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는 김진성과 진명을 번갈아 쳐다보며 꿈을 꾸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서윤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진명이 김진성을 도와 전왕경으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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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진명은 이 틈을 타서 초대를 했다.“그래요? 너무 축하해요! 저희도 꼭 참석할게요!”김진성은 호탕하게 말했다.“약혼식?”반면 김이설은 약간 주저하면서 애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얼마 전부터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어오고 나니 김이설의 마음속에는 진명에 대한 말 못 할 호감이 싹트고 있었다. 하지만 진명은 김욱의 친구이니 그녀는 계속 동생처럼 대하려고 했고 진명 역시 그녀를 누나처럼 대했다.게다가 김이설은 진명과 서씨 가문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고 서윤정이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사람이니 두 사람이 약혼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둘이 너무 잘 어울리네. 약혼을 진심으로 축하해!”김이설은 마음속의 씁쓸함을 애써 억누르며 두 사람에게 축하를 전했다.뒤이어 김진성과 김이설은 서씨 가문의 저택에서 나왔고 서윤정은 진명과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강성더힐.서씨 가문의 저택에서 나온 임아린은 막연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뒤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의 하소정과 한희정이 있었다.“아린아, 돌아왔어? 진명이랑 얘기는 해 봤어? 너랑 다시 만나겠대?”임정휘가 물었다.“아니요...”임아린은 눈가가 빨개진 채로 머리 한 번 들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그것 참 다행이군!”드디어 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된 임정휘는 기쁜 기색이었다.이성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가문에서의 권력을 되찾으려면 박기태가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딸이 박기태와 결혼했으면 했다. 그러니 진명의 거절은 좋은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언니가 속상해하고 있는데 위로해 주지는 못할망정 기뻐하다니요!”하소정은 발을 동동 구르며 불만을 토로했다.“내가 언제 기뻐했다고 그러냐. 나는 충분히 아쉬워하고 있어...”임정휘는 마른 기침을 하며 미소를 거뒀다. 속으로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말해 뭐해요.”하소정은 화난 말투로 말했다. 그녀는 한희정과 함께 임아린의 방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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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언니, 너무 슬퍼하지 마. 이 세상에 남자가 진명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진명이 언니를 거절한 건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 거니까 속상해할 가치도 없어. 더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친구를 찾으면 되지!”하소정이 위로를 했다. 그녀는 진명의 이름만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소정은 진명과 꽤 돈독한 사이였다. 임아린이 그를 믿지 못할 때 편을 들어준 적도 있을 정도로 말하다. 하지만 진명이 임아린을 거절한 순간 호감도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아니,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야!”임아린은 진명과 함께 하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며 슬픔을 억누르고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하소정은 멈칫하면서 물었다.“진명이 곧 서윤정과 약혼하는 마당에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둘이 약혼식만 올리지 못한다면 나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잖아!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기회를 놓쳐버렸어. 그래서 이번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임아린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명과 서윤정의 약혼식은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도 있었다. 둘이 약혼식을 정식으로 올리는 순간 임아린은 완전히 포기를 해야 하는 셈이었다.“언니... 설마 약혼식을 망쳐버리려고 하는 건 아니지?”하소정은 임아린의 뜻을 대충 알 것 같았다.“맞아. 나는 약혼식장에서 진명이 나랑 서윤정 사이에서 선택을 하도록 할 거야!”임아린은 머리를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진명을 다시 붙잡기 위해 그녀는 끝까지 도전해 볼 심산이었다.만약 진명이 약혼식에서도 서윤정을 선택한다면 임아린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아린아, 네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일을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지 않아?”한희정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남의 혼사일에 훼방을 놓는 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임아린처럼 오만하던 사람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들 보는 자리에서 약혼식을 망쳐버리려고 한다는 것은 진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는 소리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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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네가 강성 모든 사람들의 우스개 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마.”한희정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서씨 가문의 저택에서 진명은 이미 단호하게 임아린과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희정은 임아린이 절대 성공할 리가 없고 약혼식에 가는 것도 그녀의 얼굴에 먹칠할 뿐이라고 생각했다.“우스개 거리가 되면 좀 어때? 진명이 나를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만큼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 봐야만 후회가 안 남을 거 아니야.”임아린은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그녀도 자신이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패를 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래... 행운을 빌게.”한희정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앞으로의 이틀 동안, 서씨 가문은 서윤정과 진명의 약혼식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서윤정은 강성시 4대 미인 중의 하나일뿐만 아니라 서씨 가문의 아가씨이기도 하니 약혼식을 최대한 성대하게 여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서씨 가문은 강성시의 거물들 중에서 골라가며 초대장을 보냈고 수많은 권세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윤정과 진명의 약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덕분에 약혼식의 소식은 강성시에 순식간에 퍼졌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정도가 되었다.서윤정은 외모로나 능력으로나 아무도 쉽게 넘보지 못하는 경지에 들어섰다. 반면 진명은 재벌가 아가씨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아 출신이었다.사람들은 진명이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서윤정의 눈에 들었다며 부러움 섞인 질투를 했다. 하지만 무계 종사자들은 그 내막에 대해 알고 있었다.진명은 명정 그룹의 이사장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연단술을 수련했고,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강한 무술 실력에 강성시의 여러 재벌가에서 최고의 젊은이라고 칭찬을 받기도 했다.진명이 서윤정과 약혼을 해서 서씨 가문의 예비 사위가 되기만 한다면 강성시의 권력 구도가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다.몇몇 사람들은 진명의 도움 하에 강성시의 대부분 권력이 서씨 가문에 귀속될 것을 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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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타닥! 타닥!채씨 어르신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할아버지, 북왕 이태준 씨가 중요한 할 말이 있다며 찾아왔습니다.”채준이 말했다.“이태준이 왔다고?”채씨 어르신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이씨 가문은 진명과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태준이 이 시점에 찾아왔다는 것은 당연히 약혼식 때문일 것이라고 채씨 어르신은 생각했다.“준아, 북왕을 모셔오도록 해라.”채씨 어르신이 지시를 내렸다.“네.”이렇게 대답한 채준이 미처 나갈 새도 없이 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어르신. 제가 이미 왔습니다.”이태준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서재 안으로 들어왔다.“이쪽으로 앉으시죠.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왔나요?”채씨 어르신은 이태준에게 앉을 자리를 내주며 채준에게 일단 나가라는 눈치를 보냈다.“어르신,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저도 말을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진명 그 자식은 이제 저희의 공동한 적입니다. 곧 있으면 약혼식을 올리려는 모양인데 저희도 수를 써야 하지 않겠어요? 진명이 서씨 가문의 예비 사위가 되고 나면 저희는 아무것도 못하게 될 겁니다.”차가운 표정의 이태준은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저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진명은 쉬운 상대가 아니에요. 서씨 가문 뿐만 아니라 남왕 김진성과 주씨 가문도 그놈의 편이에요. 저희 두 가문이 손을 잡는다고 해서 원하는 것을 이룰 것 같지는 않군요.”채씨 어르신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그는 진명을 처리하기 위해 채윤성을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서씨 어르신과 남왕 김진성이 함께 채씨 가문의 저택으로 쳐들어오는 난감한 상황까지 초래하고 말았다.지난 번의 경험으로 채씨 어르신은 충분한 성공 확률을 보장받기 전에는 가볍게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 좋은 계획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임씨 가문과 박씨 가문도 함께 움직일 예정입니다. 저희 4대 가문이 함께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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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이태준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럼 지금 바로 박씨 가문의 저택으로 함께 가죠!”채씨 어르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는 연맹에 가담하기로 승낙한 것과 마찬가지였다.서씨 가문의 저택에서.오늘은 진명과 서윤정의 약혼식 날이었다. 저택에는 경사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장식으로 가득했다.저택의 앞에는 야외 광장이 있었는데 예쁜 조경에 공간이 넓어 수천 명의 손님을 담을 수 있었다.광장의 중간에는 임시로 만든 커다란 무대가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진명과 서윤정의 자리였다.무대 주위에는 하늘색 천으로 만든 별빛 천장이 있었고 빨간색 열기구가 떠다니며 공중에서 장미꽃 잎을 뿌렸다. 이곳은 이른 대낮에도 별 바다를 볼 수 있는 그런 신비로운 곳이었다.빨간 레드 카펫, 그리고 셀 수 없는 꽃으로 만든 로맨틱한 장식을 더해 약혼식 현장은 아름답고도 화려했고 사람들에게 미적인 충격을 선사했다.무대로 통하는 길에는 길쭉한 계단이 놓여있었다. 레드 카펫으로 장식한 계단의 주변에는 타원형의 인공 호수가 감싸고 있었고 화려한 분수도 만들어내 색다른 감각을 줬다.화려한 야외 약혼식은 전통적인 공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뤘다.아름다운 배치에 우아한 음악까지 더해져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톱클래스 디자이너의 디테일까지 더해져 재벌의 체면을 세우는 한편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파란 잔디 밭에 자연스레 떨어진 사랑의 꽃잎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기반으로 약혼식을 위해 최고의 절경을 만들어냈다.이곳의 화려한 아우라는 감히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백 스테이지의 휴게실.오늘은 서씨 가문의 아가씨 서윤정이 약혼식을 올리는 중요한 날이다. 서씨 가문에서는 거금을 들여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10여 명의 디자이너를 초청했다. 그들은 서윤정의 옷 차람과 메이크업을 담당하게 되었다.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었고 드레스를 입고 메이크업을 끝낸 서윤정의 미모는 현장에 있는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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