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가끔은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구씨그룹 나름대로 고려가 있겠죠.”그의 말은 겉도는 이야기뿐, 전혀 실질적인 조언은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런 현준의 말에서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계속 의견을 나눴고, 두 사람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 꽤 길게 대화를 이어갔다.곽시양의 책상은 유진의 사무실 맞은편에 있어, 현준이 유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현준은 나올 때, 어딘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시양은 직감했다. 현준은 틀림없이 유진에게 소혜를 추천하고 나왔을 것이다.소혜는 부서 신입 중에서도 능력과 학력이 가장 두드러졌고, 현준의 밀어주기가 더해진다면 부팀장 자리는 거의 따놓은 당상일 수 있었다.시양은 생각에 잠긴 듯 눈빛을 번득이며 조용히 자료를 정리했다.유진은 평소처럼 정시에 퇴근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익명의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팀장님, 보고드릴 게 하나 있어요. 구씨 그룹이 우리와 협력하지 않기로 한 건, 담당자인 최이석 부장이 유지그룹 쪽과 친분이 있어서예요.][이미 프로젝트는 유지그룹에 넘기기로 결정됐어요. 진소혜 씨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팀장님께 알리지 않았고요.][팀장님이 실패하게 만들고, 직원들 앞에서 망신 주기 위해서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팀장님에게 떠넘긴 거예요.][자기는 책임 피하고, 팀장님을 함정에 빠지게 했죠. 이 모든 게 그 사람의 계략이에요.]유진은 메시지를 다 읽고 나서 눈을 반짝이며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쪽은 장난기 어린 여자 목소리였다.“삼촌,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전화를 끊은 유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을 갈아입고는 옆집으로 향했다. 문은 닫히지 않고 반쯤 열려 있었고, 유진은 별다른 예고 없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구은정은 서재에서 전화를 받는 듯했고, 유진은 소파에 앉아 애옹이를 쓰다듬으며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몇 분 후, 유진의 휴대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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