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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1장

”꺼져! 여자 덕이나 보려는 놈은 아무도 반기지 않아!”양호남의 눈에는 하현의 심드렁한 얼굴이 ‘혼비백산’한 모습으로 보였는지 양호남은 한껏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였다.“원가령의 체면을 봐서 오늘 날 다치게 한 것에 대해선 아무 책임도 묻지 않고 보내주겠어!”“하지만 내일은 기대해도 좋을 거야!”하현은 원가령을 힐끔 쳐다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로서도 오늘은 원가령을 봐서 양호남과 더 이상의 언쟁을 할 마음이 없었다.하지만 양호남이 내일 또 뭔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하현은 더 이상 봐주지 않을 것이다.“하현, 잠깐만!”하현이 떠나는 것을 보자 원가령은 갑자기 뭔가 중요한 일이 생각난 듯 그를 불러 세웠다.그녀가 손짓을 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왔고 그녀의 얼굴에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이 비쳤다.“양호남은 내 남자친구야. 당신은 내 친구고. 양유훤은 또 내 절친이야!”“당신과 양유훤이 양 씨 가문에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며칠 후 양 씨 가문 기념일에 양가백약을 출시하고 양 씨 가문과 본격적으로 대립할 거라는 걸 알아.”“당신이 양유훤에게 주었던 그 양가백약의 비법이 원래 양씨백약의 조제법이었다는 것도 알아.”“그러니 내 얼굴을 봐서라도 이 일을 좀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겠어?”“그러니까 내 말은 그 조제법을 양호남에게 넘기는 걸 말하는 거야. 양호남에게 주면 좋겠어.”“그러면 양호남이 평생 당신이 다 못 쓸 만큼 어마어마한 보상을 해 줄 거야.”“그리고 모든 상황은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거야, 어때?”“양유훤과의 일은 내가 다 처리할게.”양호남이 오늘 하마터면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자 원가령의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양호남이 양씨백약의 원래 조제법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그래야 양호남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명예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뭐? 양씨백약의 원래 조제법?”양호남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코웃음을 쳤다.“하현, 당신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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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2장

하현이 냉담한 얼굴로 양호남의 제안을 거절했다.지금까지 자신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던 남자가 거절하고 나서자 원가령의 아름다운 얼굴이 검붉게 변했고 이마에는 핏줄이 불뚝 솟아올랐다.그녀는 어금니를 깨물며 다시 한번 하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이 이렇게 내 체면도 봐주지 않고 매정하게 한 마디로 거절하다니 나도 어쩔 수가 없어!”“상가든 회사든 당신한테 빌려줄 생각이 없어졌어!”“내일, 아니면 오늘이라도 당장 사람을 시켜 물건들 다 옮기도록 해!”“인테리어한 걸 다 부수더라도 당신한텐 못 주겠어!”“어쨌든 난 내 남자친구와 앞으로 시댁이 될 집안에 대적하는 사람을 도울 수는 없어...”상가와 회사를 옮기라고?인테리어를 다 부수겠다고?떠나려고 발걸음을 옮기던 하현이 멈칫하며 원가령을 돌아보았다.하현은 이전에 자신이 그녀를 도와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녀가 이렇게까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원가령이 양호남과 재결합하자마자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허탈한 듯 헛웃음을 지으며 하현이 입을 열었다.“원가령, 나더러 상가와 회사를 옮기라고?”“이렇게 인정사정도 없는 사람이었어?”원가령은 눈꺼풀을 살짝 움찔하더니 양심에 살짝 찔리는 듯 눈을 돌렸다.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치켜세우며 말했다.“하현, 나도 우리 옛정을 봐서 당신한테 더 잘해 주고 싶었어.”“나도 이렇게 몰인정하게 굴고 싶지 않았어. 당신 체면을 세워 주고 싶었다고.”“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했는데 당신이 거절했으니까.”“내가 뭘 더 할 수 있겠어?”“아무리 사람이 잘못했어도 양호남은 내 남자친구야.”“양 씨 가문의 자산은 장차 내 자산이기도 해.”“내가 어떻게 양 씨 가문과 나를 힘들게 하는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있겠어?”“하현, 내가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지금 당장 현실을 직시하고 대답해. 그러면 늦지 않았어!”“당신이 양가백약의 조제법을 내놓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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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3장

말을 마치면서 하현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하현은 원가령이 비교적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양호남을 위해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습으로 변할 줄은 몰랐다.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며 공짜를 강요하고 있었다.하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통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하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 거야. 나도 양씨백약의 원조 조제법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알고 있어!”하현이 당당한 모습으로 반격에 나서자 원가령은 도도하고 차가운 얼굴로 싹 변했다.“하지만 당신이 가지고 있는 조제법은 아무리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결국 양 씨 가문 조제법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지!”“어디서 그 조제법을 손에 넣었는지도 모르면서 값어치만 들먹이다니 정말 뻔뻔하고 염치없다고 생각하지 않아?”“맞아!”양호남이 서슬 퍼런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우리 양씨백약 원조 조제법이 40년 전에 도둑맞았는데 혹시 당신이 그 도둑이 아닌가 의심된다구!”“조제법을 내놓지 않으면 관청에 신고해서 감옥에 처넣을 거야!”원가령도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보태었다.“하현, 들었지? 양 씨 가문은 언제든지 당신을 감옥에 넣을 수 있어!”“여기는 남양이고 당신은 대하인인데 어떻게 양 씨 가문을 이길 수 있겠어?”“자, 지금 조제법을 나한테 넘기면 천억을 받을 수 있어!”“지금 넘기지 않으면 당장 양 씨 가문이 관청에 신고할 거야. 그러면 당신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무엇보다 조제법을 넘긴다면 우린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게 될 거야.”“그리고 천억이 생긴 당신은 그제야 우리 레벨로 올라서는 거야.”“우리가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니야?”“하현, 잘 생각해 봐!”양신이도 거만하게 팔짱을 낀 채 앞으로 나서며 차가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우리 오빠와 내가 이미 당신한테 충분히 기회를 준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당신 체면을 충분히 봐준 거 아냐?”“우리 양 씨 가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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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4장

”두 시간을 줄 테니 당신 사람들과 물건들 싹 다 치워!”“그 가게는 때려 부수는 한이 있어도 당신한텐 못 줘!”원가령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입을 열었다.양호남은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다.“원가령, 돈을 들인 건데 아깝게 왜 부수겠다는 거야?”“그 가게, 우리 양 씨 가문에게 빌려줘. 마침 우리 가문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려고 하던 참이었거든.”“나중에 양 씨 가문 기념일에 당신도 같이 사회를 보자. 그리고 페낭에서 최고로 행복한 커플이 되는 거야!”말을 마친 양호남은 들뜬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대하 촌놈이 감히 자기와 싸우려 하다니!죽는 게 뭔지 모르는 놈인가?원가령도 하현을 힐끔 쳐다보며 그가 화를 낼지 어떨지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단 한마디 툭 던진 후 하현은 그대로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간결하고 강경했다.마치 원가령과 양호남의 주먹이 스펀지를 때린 것처럼 하현은 조금도 타격감이 없었다.원가령은 어리둥절했다.그녀는 하현이 이미 자신에게 마음이 움직였고 그녀의 모든 행동에 화가 나서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자신이 빌려줬던 가게까지 몰수했으니 이것은 하현을 순식간에 빈털터리로 만드는 것과 같았다.그런데 뜻밖에도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홀연히 돌아섰다.이런 침착함과 당당함이 원가령의 마음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었다.동시에 자신이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녀의 마음속에 어렴풋이 고개를 들었다.“원가령, 저런 촌뜨기는 신경 쓰지 마. 자기가 정말로 페낭의 일인자라도 된 줄 아나 봐!”양호남은 남녀 사이의 애정을 다루는 데 아주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다.그는 마음이 여린 원가령을 보고 그녀의 작은 허리를 와락 감싸 안으며 입을 열었다.“방금 그가 한 말은 끝까지 억지를 부린 것뿐이야. 그냥 센 척하고 싶었던 거지!”“저런 얼뜨기 같은 놈이 당신같이 돈도 많고 얼굴도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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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5장

원가령도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양호남의 말에 수긍했다.만약 하현이 정말로 원조 조제법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쯤 아마 엄청난 돈을 벌었을지도 모르는데 왜 양유훤과 함께 가게를 차려고 했겠는가?가장 중요한 사실은 아직 양유훤이 전면에 나타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어쩌면 하현의 속임수로 가게를 열었을지도 모른다.목적은 부잣집 아가씨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일 것이다.그래야 다시 살아날 기회나 희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기회를 놓쳤으니 하현은 의기소침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고 어쩌면 다시는 그녀의 인생에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이런 생각에 미치자 원가령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손을 뻗어 양호남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양호남, 나 때문에 이렇게 큰 상처를 입게 해서 미안해.”“괜찮아. 그냥 작은 생채기일 뿐이야.”“당신을 위해서라면 난 하나도 아프지 않아. 오히려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의 증표라고 생각해!”“이 일을 겪은 우리는 앞으로 더 사랑하게 될 거야!”양호남의 미소에 음흉한 기운이 가득했다.“아 참, 당신을 얼굴을 봐서 난 하현에게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페낭 무맹은 달라...”“어쨌든 난 페낭 무맹 사람인데 하현이 페낭 무도관에서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었으니.”“이건 날 때린 게 아니라 결국 페낭 무맹의 얼굴을 때린 거야!”“황천화 형님은 페낭 무맹의 일인자일 뿐만 아니라 이 무도관의 책임자이기도 해!”“나중에 황천화 형님 앞에 가서 절대 하현을 가만두지 말라고 읍소할 거야!”“지금 당장은 하현이 물러가 페낭을 떠나지 않는다면 그가 언제 또 분수도 모르고 덤빌지 모르는 일이니까.”원가령은 무슨 말을 하려고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양신이와 다른 부잣집 자제들도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하나같이 음흉한 미소를 떠올렸다.대하 촌놈인 하현이 정말 그들 같은 페낭 상류사회 사람들과 싸울 수가 있겠는가?무슨 장난 같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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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6장

”하현, 우리 회사가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아무래도 괜찮아요. 하지만 이 물건들은 옮길 수가 없어요. 자칫 보관할 장소를 찾지 못해 햇빛에 노출되거나 바람을 맞게 된다면 모두 폐기해야 해요!”용문 항도 지회에서 달려온 몇몇 제자들은 이미 조제된 양가백약과 재료들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 물건들은 그들이 요 며칠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들이었다.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소미담, 그러면 직원들을 데리고 근처에 가서 혹시 우리가 임차할 수 있는 상가가 있는지 좀 알아봐 줘.”“아무리 값이 비싸도 상관없어. 임대가 안 된다면 그냥 사도 돼.”원가령은 당장 오늘 짐을 빼라고 했지만 오늘 밤을 넘기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소미담은 하현의 말을 듣고 서둘러 직원 몇 명을 데리고 뛰어나갔다.하현은 팔짱을 낀 채 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결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30분이 후딱 지났다.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소미담은 좋지 않은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하현, 근처 가게들은 원 씨 가문 소유 아니면 양 씨 가문이었어요. 일부는 이 씨 가문 소유였구요.”“그들은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한목소리로 우리한테는 가게를 빌려주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했어요. 얼마를 줘도 소용없대요.”하현의 눈빛에 매서운 기운이 가득 서렸다.서릿발 같은 하현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소미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 빌딩 주변에 정부의 철거 명령에 응하지 않은 아주 낡고 오래된 가게가 하나 있어요.”“그 점포는 고작 네 평밖에 안 돼요.”“그 주인은 우리가 가게를 물색한다는 것을 듣고는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한테 그 가게를 팔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십억이면 넘기겠답니다...”“바로 저쪽 옆이에요.”소미담이 가리키는 가게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두 빌딩 사이에 작은 가게가 있었다.바람이 몰아치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낡고 오래된 가게였다.아마 수십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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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7장

은혜도 모르는 하현의 행동에 원가령은 밤새 뒤척이며 고민한 끝에 그냥 생각대로 밀어붙이기로 했다.다음날 아침 일찍, 그녀는 양호남과 부잣집 자제들을 이끌고 인테리어가 말끔히 되어 있던 가게로 왔다.하현이 모든 짐들을 다 뺐는지 어땠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다른 인테리어는 그대로인 채 완제품과 재료들만 다 가져간 것을 보고 원가령은 왠지 마음 한켠이 아팠다.그러나 그들은 곧바로 빌딩 사이의 작고 낡은 가게에 뭔가 변화가 있음을 알아차렸다.“어? 저기 봐. 하현이 다시 가게를 차린 것 같아!”“양가백약이야? 내 눈에는 그 개가죽 고약 가게랑 거의 바뀐 게 없는 것 같은데!”“장소도 볼품없는 데다 인테리어도 30년 전 그대로라 우중충해!”“양 씨 가문과 비교는커녕 원가령이 인테리어한 이 가게와 비교해도 몇 천 몇 만 배는 차이가 나, 그렇지?”“하 씨 저놈, 충격을 너무 세게 받아서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저런 가게를 열었다고?”“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양가백약을 만든 거야?”“그래가지고 어떻게 양 씨 가문이 꿈쩍이나 하겠어?”“창피하지도 않아? 아니면 스스로에게 최면이라도 한 거야?”원가령 일행은 하현에게 냉소를 퍼부었다.그들은 대하 촌뜨기 하현이 콧대가 꼿꼿이 살아서 결국 가게를 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양호남 일행은 아예 배를 잡고 비웃기 시작했다.지금까지 저렇게 바보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는 듯 한껏 소리 높여 비웃었다.“아하하하, 이 바닥은 결국 우리 거야! 당신들은 절대 넘어오지 마! 재수없으니까!”원가령은 아예 사람들을 데리고 하현의 가게에 가서 냉담한 얼굴로 소미담을 향해 너스레를 떨었다.알박기나 한 가게를 넘겨받아 자신의 남자친구와 끝까지 대적하려는 하현을 보고 원가령은 한껏 얕보며 비아냥거렸다.동시에 하현이 그녀에게 타협을 청하지 않은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금이야 옥이야 곱게 자란 원가령은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리는 하현의 이런 행동이 너무나 못마땅했다.소미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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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8장

원천신은 긴 다리로 하현의 곁으로 성큼 걸어갔고 눈동자에는 안하무인의 도도한 기운이 가득했다.그녀는 어제 자신의 딸과 양호남이 다시 결합했다는 걸 분명히 아는 듯했다.이것이 그녀의 딸에게 있어 가장 좋은 결말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오늘 하현의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이곳에 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과 예비 사위를 지지하러 온 것이다.“하현, 기분이 어때?”“후회돼? 그러니까 내가 처음에 제안한 걸 받아들였어야지!”“만약 당신이 처음부터 다른 생각이 없이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도 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잖아. 그랬으면 내 딸의 조력자로서 풍족하게 살았을 텐데 말이야.”“그리고 지금처럼 짐을 옮겨 이사할 필요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원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었을 거야.”“안타깝게도 당신은 너무 탐욕스러웠어. 감히 너무 욕심을 부려서 웃전으로 올라서려고 했지!”말을 하면서 원천신은 하현에게 다가와 아름다운 얼굴을 내밀며 비꼬듯 말했다.“그렇지만 지금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어.”“고급스러운 오피스 빌딩, 대로에 있는 큰 상가는 이제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되었지!”“당신은 이 콧구멍만 한 구멍가게에 틀어박혀 개가죽 고약이나 팔아야 해.”원천진의 말에 그녀를 따르던 여자들은 작은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특히 하현이 아직 떼지 않은 개가죽 고약 간판을 보고는 저마다 눈을 힐끔거리며 웃었다.상류층의 고분고분한 개가 되어 편하게 살 기회가 있었는데 저놈은 그런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목숨을 걸고 대항하고 있지 않은가!참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그녀들의 눈에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길거리에 나앉는 것밖에 없다!“후회?”하현은 득의양양한 원천신을 보며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두 번이나 목숨을 구한 사람에게 호의를 보이기는커녕 비아냥거릴 줄은 몰랐군요.”“이 가게를 두고 뭐라고 하시는데, 원 사장님. 당신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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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9장

”순진하다고?”하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눈앞에 있는 원천신을 쳐다보았다.“원 사장님. 사람은 항상 자신이 아는 것만큼만 보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영역은 잘 보지 못합니다.”“지금 그런 말을 하시고 나중에 또 저한테 된통 당하지 않을까 두렵지도 않습니까?”“의약에 있어서 사람들은 광고를 보지 않아요. 치료 효과를 보죠. 설마 이런 사실도 모르는 건 아니죠?”“양 씨 가문이 백약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어요. 그런데 다른 상처치료제보다 못합니다.”“제가 이런 기업 하나쯤 뭉개버리는 게 어렵겠습니까?”“개업하는 그날이 내가 이끄는 양가백약이 전설이 되는 날일지도 모릅니다!”“허! 하현. 당신의 순진무구함은 정말 마음에 드는군.”원천신이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턱을 치켜세우며 직원들에게 이리저리 지시를 하다가 하현에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식견도 좀 있고 수완도 좋아. 그렇다고 사업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야.”“화환 몇 개라도 좀 사서 문 앞에 둬. 저게 뭐야? 문 앞이 너무 없어 보이잖아! 내가 다 창피하다니까!”“만약 살 돈이 없으면 얼마든지 말해. 내가 당신을 배웅해 주는 의미로 화환 몇 개 사 줄 수 있으니까.”원천신의 말에 그녀와 함께 온 일행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필요없어요. 여기 좁아서 놓을 자리도 없어요. 그리고 일부러 그런 걸로 있어 보이는 척할 필요도 없구요.”“전 지금 물건을 어떻게 더 잘 배치할지 고민하는 걸로도 머리가 아프거든요.”“하하하.”하현이 이렇게 너스레를 떨며 의기양양하게 나오자 원천신 일행은 가소로운 듯 허리를 앞뒤로 숙여가며 비웃었다.양호남은 이 광경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자신이 이런 얼뜨기를 상대하는 데 그렇게 화를 내었다니!그럴 필요도 없었잖아?화환 몇 개도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니!그렇지만 정말로 그랬다.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남양 황실의 핏줄이거나 혹은 남양 3대 가문 도련님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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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0장

하현은 원가령과 원천신이 떠들어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일을 다 지시한 후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났다.이 일은 결국 양유훤의 일이었기 때문에 그는 늦은 밤이었지만 그녀가 요양하고 있는 곳을 찾아왔다.이곳은 교외에 있는 별장이었다.하구봉이 양유훤을 위해 마련한 거처였다.양유훤뿐만 아니라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양제명도 이곳에서 요양 중이었다.안팎으로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보안 문제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하현은 이곳을 매우 안전한 곳이라 생각했다.별장 로비에 들어서자 열린 부엌 사이로 남양 가요를 흥얼거리며 야채를 썰고 있는 양유훤의 모습이 보였다.하현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싸움과 살육에 능한 남양방 방주에게 이런 여성스러움이 있었다니!흐릿한 달빛이 가득한 지금 우아하면서도 고운 그녀의 자태가 보는 이로 하여금 금방이라도 품에 안고 싶게 만들었다.하현은 살짝 숨을 내쉬며 나대는 심장을 잠시 누그러뜨린 뒤 손을 뻗어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는 벽을 살짝 두드렸다.“어, 왔어?”양유훤은 하현을 보며 방긋 웃었다.“듣자 하니 요 며칠 원가령이랑 사이가 틀어졌다면서?”“원가령이 내 체면도 봐주지 않고 당신한테 기회도 주지 않았다던데. 아주 우릴 밟아버릴 작정인가 봐?”“내가 당신 성격을 알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로 당신이 겁먹은 줄 알았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남양식 카레를 휘저었고 이어 하현을 위해 밥 한 그릇을 담았다.그런 다음 카레와 조합해 하현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하현은 숟가락을 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양가백약은 솔직히 말하면 당신 사업이고 원가령도 말하자면 당신 절친이야.”“난 그냥 잠시 도와주는 알바 정도의 사람이고.”“요 며칠 내가 당신 일을 도와줬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날 원망하는 투로 말하다니 양심이 있는 거야? 어? 양유훤?”양유훤은 힐끔 하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그동안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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