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신은 긴 다리로 하현의 곁으로 성큼 걸어갔고 눈동자에는 안하무인의 도도한 기운이 가득했다.그녀는 어제 자신의 딸과 양호남이 다시 결합했다는 걸 분명히 아는 듯했다.이것이 그녀의 딸에게 있어 가장 좋은 결말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오늘 하현의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이곳에 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과 예비 사위를 지지하러 온 것이다.“하현, 기분이 어때?”“후회돼? 그러니까 내가 처음에 제안한 걸 받아들였어야지!”“만약 당신이 처음부터 다른 생각이 없이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도 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잖아. 그랬으면 내 딸의 조력자로서 풍족하게 살았을 텐데 말이야.”“그리고 지금처럼 짐을 옮겨 이사할 필요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원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었을 거야.”“안타깝게도 당신은 너무 탐욕스러웠어. 감히 너무 욕심을 부려서 웃전으로 올라서려고 했지!”말을 하면서 원천신은 하현에게 다가와 아름다운 얼굴을 내밀며 비꼬듯 말했다.“그렇지만 지금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어.”“고급스러운 오피스 빌딩, 대로에 있는 큰 상가는 이제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되었지!”“당신은 이 콧구멍만 한 구멍가게에 틀어박혀 개가죽 고약이나 팔아야 해.”원천진의 말에 그녀를 따르던 여자들은 작은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특히 하현이 아직 떼지 않은 개가죽 고약 간판을 보고는 저마다 눈을 힐끔거리며 웃었다.상류층의 고분고분한 개가 되어 편하게 살 기회가 있었는데 저놈은 그런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목숨을 걸고 대항하고 있지 않은가!참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그녀들의 눈에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길거리에 나앉는 것밖에 없다!“후회?”하현은 득의양양한 원천신을 보며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두 번이나 목숨을 구한 사람에게 호의를 보이기는커녕 비아냥거릴 줄은 몰랐군요.”“이 가게를 두고 뭐라고 하시는데, 원 사장님. 당신이 정말로
”순진하다고?”하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눈앞에 있는 원천신을 쳐다보았다.“원 사장님. 사람은 항상 자신이 아는 것만큼만 보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영역은 잘 보지 못합니다.”“지금 그런 말을 하시고 나중에 또 저한테 된통 당하지 않을까 두렵지도 않습니까?”“의약에 있어서 사람들은 광고를 보지 않아요. 치료 효과를 보죠. 설마 이런 사실도 모르는 건 아니죠?”“양 씨 가문이 백약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어요. 그런데 다른 상처치료제보다 못합니다.”“제가 이런 기업 하나쯤 뭉개버리는 게 어렵겠습니까?”“개업하는 그날이 내가 이끄는 양가백약이 전설이 되는 날일지도 모릅니다!”“허! 하현. 당신의 순진무구함은 정말 마음에 드는군.”원천신이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턱을 치켜세우며 직원들에게 이리저리 지시를 하다가 하현에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식견도 좀 있고 수완도 좋아. 그렇다고 사업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야.”“화환 몇 개라도 좀 사서 문 앞에 둬. 저게 뭐야? 문 앞이 너무 없어 보이잖아! 내가 다 창피하다니까!”“만약 살 돈이 없으면 얼마든지 말해. 내가 당신을 배웅해 주는 의미로 화환 몇 개 사 줄 수 있으니까.”원천신의 말에 그녀와 함께 온 일행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필요없어요. 여기 좁아서 놓을 자리도 없어요. 그리고 일부러 그런 걸로 있어 보이는 척할 필요도 없구요.”“전 지금 물건을 어떻게 더 잘 배치할지 고민하는 걸로도 머리가 아프거든요.”“하하하.”하현이 이렇게 너스레를 떨며 의기양양하게 나오자 원천신 일행은 가소로운 듯 허리를 앞뒤로 숙여가며 비웃었다.양호남은 이 광경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자신이 이런 얼뜨기를 상대하는 데 그렇게 화를 내었다니!그럴 필요도 없었잖아?화환 몇 개도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니!그렇지만 정말로 그랬다.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남양 황실의 핏줄이거나 혹은 남양 3대 가문 도련님인 줄
하현은 원가령과 원천신이 떠들어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일을 다 지시한 후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났다.이 일은 결국 양유훤의 일이었기 때문에 그는 늦은 밤이었지만 그녀가 요양하고 있는 곳을 찾아왔다.이곳은 교외에 있는 별장이었다.하구봉이 양유훤을 위해 마련한 거처였다.양유훤뿐만 아니라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양제명도 이곳에서 요양 중이었다.안팎으로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보안 문제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하현은 이곳을 매우 안전한 곳이라 생각했다.별장 로비에 들어서자 열린 부엌 사이로 남양 가요를 흥얼거리며 야채를 썰고 있는 양유훤의 모습이 보였다.하현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싸움과 살육에 능한 남양방 방주에게 이런 여성스러움이 있었다니!흐릿한 달빛이 가득한 지금 우아하면서도 고운 그녀의 자태가 보는 이로 하여금 금방이라도 품에 안고 싶게 만들었다.하현은 살짝 숨을 내쉬며 나대는 심장을 잠시 누그러뜨린 뒤 손을 뻗어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는 벽을 살짝 두드렸다.“어, 왔어?”양유훤은 하현을 보며 방긋 웃었다.“듣자 하니 요 며칠 원가령이랑 사이가 틀어졌다면서?”“원가령이 내 체면도 봐주지 않고 당신한테 기회도 주지 않았다던데. 아주 우릴 밟아버릴 작정인가 봐?”“내가 당신 성격을 알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로 당신이 겁먹은 줄 알았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남양식 카레를 휘저었고 이어 하현을 위해 밥 한 그릇을 담았다.그런 다음 카레와 조합해 하현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하현은 숟가락을 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양가백약은 솔직히 말하면 당신 사업이고 원가령도 말하자면 당신 절친이야.”“난 그냥 잠시 도와주는 알바 정도의 사람이고.”“요 며칠 내가 당신 일을 도와줬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날 원망하는 투로 말하다니 양심이 있는 거야? 어? 양유훤?”양유훤은 힐끔 하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그동안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야.”“
양유훤은 하현을 보며 말했다.“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내가 절치부심하며 끈기 있게 행동한다고 하지만 이제 보니 정작 그 부분에서는 일인자는 당신인 것 같은데.”하현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대꾸도 하지 않았다.자신이 설 씨 가문 데릴사위로 3년을 지내면서 이미 이런 일엔 아주 익숙하다는 걸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자, 원가령의 얘기는 잠시 접어두자고.”하현은 카레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며 아주 만족한 듯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와 원가령은 원래 당신 때문에 알게 된 사이잖아.”“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한테 붙어서 콩고물이라도 먹으려고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신은 진실을 알잖아?”“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원한을 하나 더 만든 셈이야.”하현은 껄껄 웃으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드러내었다.원가령은 마치 사람이 한순간에 바뀐 것처럼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이는 하현이 절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둘의 관계는 이제 친구도 아니어서 완전히 원수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여기에는 물론 양호남과 원천신의 부채질이 한 이유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가치관이 이렇게 맞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내 잘못이야.”“난 원가령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내가 오래전에 남양을 떠나버렸지. 그래서 언제 양호남과 사귀게 되었는지도 몰랐어.”“말하자면 그녀도 참 불쌍한 여자야.”“그녀는 사생아였어.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을 꺼려서 원 씨 가문 내에서도 그 둘의 입지는 참 곤란해.”“원가령을 양호남과 사귀게 한 데에는 아마 원천신의 강력한 요구도 한몫했을 거야.”“내가 남양에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이미 원천신한테 한 말이 있는데 지금은 그 말을 당신한테 해 주고 싶군.”“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자유롭게 연애하고 자유롭게 결혼하는 시대야!”“그러
“촹!”양유훤의 얼굴이 붉어진 순간 별장의 창문이 활짝 열렸다.곧이어 검은 그림자가 번쩍였다.검은 그림자는 손에 총을 들고 있었고 하현과 양유훤을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탕탕탕!”여섯 발의 탄이 한꺼번에 날아와 두 사람의 퇴로를 틀어막았다.아주 빠르고 정확한 솜씨였다.하현은 반쯤 열려 있는 주방의 은신처로 양유훤의 보드라운 몸을 밀어 넣었다.동시에 그는 몸을 굴려 양식용 칼을 손에 집어 들고 상대방을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챙챙’하는 소리와 함께 하현이 내던진 칼이 상대의 총에 부딪혔다.칼은 부서지며 그대로 주방 후드에 날아와 꽂혔다.검은 그림자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총을 든 손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마침내 하현은 검은 그림자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작은 체구에 교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용모가 딱 봐도 여느 평범한 여학생의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동작은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했다.하현의 움직임과 칼놀림에 이 킬러는 잠시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킬러는 하현과 양유훤 사이에 분위기가 오묘하게 흐르는 틈을 타 상대가 손쓸 겨를 없이 공격해 왔다.그러나 결국은 실패했다.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말았다.“말해 봐! 누가 보냈어?”하현은 손을 탁탁 털며 탁자 위의 과도를 잡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쓱!”상대가 입을 열지 않았다.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이익도 얻기 어려울 것임을 아는 게 분명했다.잠자코 있던 그녀는 갑자기 왼손을 휘둘러 소매 속에서 화살침을 던졌다.하현은 재빨리 몸을 뒤로 젖히고 여유롭게 화살침을 피했다.하지만 킬러의 목적은 화살침을 날려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흩트린 뒤 창문으로 도망가는 것이었다.이때 바깥에 있던 경호원들이 얼른 반응했다.그들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와서 하나둘 총을 꺼냈지만 킬러의 동작은 그들을 능가했다.먼저 방아쇠를 당긴 킬러는 경호원들을 따돌린 후 담을 넘어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킬러의 마스크를 확 잡아당겼다.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독주머니를 꺼내 던지고 그녀의 손에 든 총도 걷어찼다.그러자 청순하고 앳된 얼굴이 하현의 눈앞에 드러났다.스무 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앳된 얼굴에 오기로 끓어오르는 억척스러운 눈빛이었다.소녀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살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독살스러운 얼굴로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말해 봐. 도대체 누구야? 누가 당신을 보냈어?”하현이 냉엄한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소녀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은 채 죽이든지 살리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듯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오히려 양유훤이 다가와 잠시 소녀를 쳐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 추측이 맞다면 남양에서 가장 유명한 킬러 조직인 남해궁에서 왔겠군.”“당신은 오늘 하현을 죽이러 온 게 아니라 날 죽이러 온 거야.”양유훤의 말에 소녀는 무심코 양유훤을 쳐다보고는 코웃음을 치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내 예상이 맞다면 아마 당신을 사주한 사람은 양 씨 가문일 거야.”“어쨌든 내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뒤 양가백약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기념일에 맞춰 오픈한다면 양 씨 가문 입장에선 아주 창피한 일이니까.”“그래서 날 죽이려고 했던 거야.”“날 죽인 다음 당신의 임무는 아마도 양가백약의 조제법을 손에 넣는 거겠지, 안 그래?”양유훤이 속을 훤히 내다본 듯한 말을 하자 눈 밑이 살짝 요동치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어떻게 알았죠?”소녀는 너무나 놀랐다.양유훤이 한 말이 그녀의 임무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그녀의 신분도 꿰뚫어 보았을 뿐만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미리 일러준 것처럼 임무 내용까지 알고 있었다.“물론 양 씨 가문 쪽 사람이 나한테 알려줬지.”“양가백약 조제법을 아예 없애버릴까 봐 두려웠던 거지. 그래서 그들은 이런 일을 벌여 날 협박하면서 내 입을 막으려고 했던 거야.”양유훤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입을
하현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간파한 것을 보고 양유훤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왜 그 킬러를 죽이지 않고 경찰서로 보냈는지도 맞춰 봐!”“킬러를 죽이지 않고 일부러 병원과 경찰서에 보낸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을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첫째, 양 씨 가문 사람들이 보낸 킬러가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리는 거지. 그들이 허둥대고 휘청거리게 만드는 거야.”“둘째, 남해궁을 이용해 양 씨 가문을 괴롭히기 위해서.”“양 씨 가문이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 남해궁을 고용했더라도 그들이 양 씨 가문에 이용당하고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결과는 뻔하지.”“일석이조. 현장에서 바로 이런 생각을 했다니! 양 방주, 당신의 기묘한 계략에 감복했어!”“하지만 이렇게 하는 건 조금 위험해 보여. 하구봉한테 고수를 몇 명 더 보내달라고 해서 일단 당신을 보호하는 게 좋겠어.”양유훤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되었지만 이 상황을 빌어 양 씨 가문을 공격할 생각이다.양 씨 가문이 이미 움직였으니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뻔뻔한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양 씨 가문 대청.조용한 대청홀 안에서 양 씨 가문 노부인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용머리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졸린 듯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탁자 위에 있던 핸드폰이 심하게 요동쳤다.그녀는 눈을 뜨고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되었어?”노부인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물었다.“그 계집애는 죽었어?”“노부인, 이번에 보낸 킬러가 그만 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전화기 맞은편에서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사람들은 상대의 수중에 들어가더라도 절대 입을 여는 일이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바로 두 번째 암살 작전을 수행하겠습니다.”“다만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노부인은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양 씨 가문 노부인의 오른손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가득 눌러 담은 목소리로 무겁게 내뱉었다.“개자식! 날 가지고 노는 거야?!”“대하 촌뜨기 하나 상대하는데 천억?!”“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상대방이 짐짓 예의 차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반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지만 특별히 노부인께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하 씨 그놈 신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역량도 뛰어나구요.”“우리가 입수한 단서에 따르면 양유훤이 양 씨 가문을 이 지경으로 만든 데는 그놈의 공이 큽니다.”“그가 죽지 않으면 양유훤을 죽이기 어렵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그리고 그의 존재는 분명 양 씨 가문을 분열시킬 겁니다.”“다 말씀드렸으니 손을 쓸지 말지는 노부인 마음에 달렸습니다.”말을 마치며 상대는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노부인도 한 명의 고객일 뿐이었다.“잠깐!”노부인은 심호흡을 한 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천억, 주지!”“하지만 이것만은 꼭 약속해야 하네. 양가백약의 조제법은 내 손안에 꼭 가져와야 해.”“문제없습니다.”상대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임무를 완수하는 게 우리 일이니까요. 약속드립니다.”“우리가 그와 죽기 살기로 싸워 그도 죽고 우리도 죽고 양 씨 가문도 다 죽는다 하더라도 양가뱍약 조제법은 무슨 일이 있어도 노부인 손에 드리겠습니다.”“개자식!”노부인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끊었다.킬러가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렸던 노부인은 잠시 분노한 후 핸드폰의 은행 앱을 열어 곧바로 은행 계좌에 들어갔다.곧이어, 천억이 그 자리에서 이체되었다......노부인이 킬러에게 추가금을 보내던 그 시각, 양유훤과 함께 주방을 정리하던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가 핸드폰을 힐끔 쳐다보며 얼른 받았다.반대편에서 약간 초조해하는 듯한 소미담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