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신은 긴 다리로 하현의 곁으로 성큼 걸어갔고 눈동자에는 안하무인의 도도한 기운이 가득했다.그녀는 어제 자신의 딸과 양호남이 다시 결합했다는 걸 분명히 아는 듯했다.이것이 그녀의 딸에게 있어 가장 좋은 결말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오늘 하현의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이곳에 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과 예비 사위를 지지하러 온 것이다.“하현, 기분이 어때?”“후회돼? 그러니까 내가 처음에 제안한 걸 받아들였어야지!”“만약 당신이 처음부터 다른 생각이 없이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도 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잖아. 그랬으면 내 딸의 조력자로서 풍족하게 살았을 텐데 말이야.”“그리고 지금처럼 짐을 옮겨 이사할 필요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원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었을 거야.”“안타깝게도 당신은 너무 탐욕스러웠어. 감히 너무 욕심을 부려서 웃전으로 올라서려고 했지!”말을 하면서 원천신은 하현에게 다가와 아름다운 얼굴을 내밀며 비꼬듯 말했다.“그렇지만 지금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어.”“고급스러운 오피스 빌딩, 대로에 있는 큰 상가는 이제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되었지!”“당신은 이 콧구멍만 한 구멍가게에 틀어박혀 개가죽 고약이나 팔아야 해.”원천진의 말에 그녀를 따르던 여자들은 작은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특히 하현이 아직 떼지 않은 개가죽 고약 간판을 보고는 저마다 눈을 힐끔거리며 웃었다.상류층의 고분고분한 개가 되어 편하게 살 기회가 있었는데 저놈은 그런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목숨을 걸고 대항하고 있지 않은가!참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그녀들의 눈에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길거리에 나앉는 것밖에 없다!“후회?”하현은 득의양양한 원천신을 보며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두 번이나 목숨을 구한 사람에게 호의를 보이기는커녕 비아냥거릴 줄은 몰랐군요.”“이 가게를 두고 뭐라고 하시는데, 원 사장님. 당신이 정말로
”순진하다고?”하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눈앞에 있는 원천신을 쳐다보았다.“원 사장님. 사람은 항상 자신이 아는 것만큼만 보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영역은 잘 보지 못합니다.”“지금 그런 말을 하시고 나중에 또 저한테 된통 당하지 않을까 두렵지도 않습니까?”“의약에 있어서 사람들은 광고를 보지 않아요. 치료 효과를 보죠. 설마 이런 사실도 모르는 건 아니죠?”“양 씨 가문이 백약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어요. 그런데 다른 상처치료제보다 못합니다.”“제가 이런 기업 하나쯤 뭉개버리는 게 어렵겠습니까?”“개업하는 그날이 내가 이끄는 양가백약이 전설이 되는 날일지도 모릅니다!”“허! 하현. 당신의 순진무구함은 정말 마음에 드는군.”원천신이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턱을 치켜세우며 직원들에게 이리저리 지시를 하다가 하현에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식견도 좀 있고 수완도 좋아. 그렇다고 사업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야.”“화환 몇 개라도 좀 사서 문 앞에 둬. 저게 뭐야? 문 앞이 너무 없어 보이잖아! 내가 다 창피하다니까!”“만약 살 돈이 없으면 얼마든지 말해. 내가 당신을 배웅해 주는 의미로 화환 몇 개 사 줄 수 있으니까.”원천신의 말에 그녀와 함께 온 일행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필요없어요. 여기 좁아서 놓을 자리도 없어요. 그리고 일부러 그런 걸로 있어 보이는 척할 필요도 없구요.”“전 지금 물건을 어떻게 더 잘 배치할지 고민하는 걸로도 머리가 아프거든요.”“하하하.”하현이 이렇게 너스레를 떨며 의기양양하게 나오자 원천신 일행은 가소로운 듯 허리를 앞뒤로 숙여가며 비웃었다.양호남은 이 광경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자신이 이런 얼뜨기를 상대하는 데 그렇게 화를 내었다니!그럴 필요도 없었잖아?화환 몇 개도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니!그렇지만 정말로 그랬다.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남양 황실의 핏줄이거나 혹은 남양 3대 가문 도련님인 줄
하현은 원가령과 원천신이 떠들어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일을 다 지시한 후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났다.이 일은 결국 양유훤의 일이었기 때문에 그는 늦은 밤이었지만 그녀가 요양하고 있는 곳을 찾아왔다.이곳은 교외에 있는 별장이었다.하구봉이 양유훤을 위해 마련한 거처였다.양유훤뿐만 아니라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양제명도 이곳에서 요양 중이었다.안팎으로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보안 문제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하현은 이곳을 매우 안전한 곳이라 생각했다.별장 로비에 들어서자 열린 부엌 사이로 남양 가요를 흥얼거리며 야채를 썰고 있는 양유훤의 모습이 보였다.하현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싸움과 살육에 능한 남양방 방주에게 이런 여성스러움이 있었다니!흐릿한 달빛이 가득한 지금 우아하면서도 고운 그녀의 자태가 보는 이로 하여금 금방이라도 품에 안고 싶게 만들었다.하현은 살짝 숨을 내쉬며 나대는 심장을 잠시 누그러뜨린 뒤 손을 뻗어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는 벽을 살짝 두드렸다.“어, 왔어?”양유훤은 하현을 보며 방긋 웃었다.“듣자 하니 요 며칠 원가령이랑 사이가 틀어졌다면서?”“원가령이 내 체면도 봐주지 않고 당신한테 기회도 주지 않았다던데. 아주 우릴 밟아버릴 작정인가 봐?”“내가 당신 성격을 알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로 당신이 겁먹은 줄 알았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남양식 카레를 휘저었고 이어 하현을 위해 밥 한 그릇을 담았다.그런 다음 카레와 조합해 하현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하현은 숟가락을 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양가백약은 솔직히 말하면 당신 사업이고 원가령도 말하자면 당신 절친이야.”“난 그냥 잠시 도와주는 알바 정도의 사람이고.”“요 며칠 내가 당신 일을 도와줬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날 원망하는 투로 말하다니 양심이 있는 거야? 어? 양유훤?”양유훤은 힐끔 하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그동안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야.”“
양유훤은 하현을 보며 말했다.“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내가 절치부심하며 끈기 있게 행동한다고 하지만 이제 보니 정작 그 부분에서는 일인자는 당신인 것 같은데.”하현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대꾸도 하지 않았다.자신이 설 씨 가문 데릴사위로 3년을 지내면서 이미 이런 일엔 아주 익숙하다는 걸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자, 원가령의 얘기는 잠시 접어두자고.”하현은 카레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며 아주 만족한 듯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와 원가령은 원래 당신 때문에 알게 된 사이잖아.”“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한테 붙어서 콩고물이라도 먹으려고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신은 진실을 알잖아?”“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원한을 하나 더 만든 셈이야.”하현은 껄껄 웃으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드러내었다.원가령은 마치 사람이 한순간에 바뀐 것처럼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이는 하현이 절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둘의 관계는 이제 친구도 아니어서 완전히 원수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여기에는 물론 양호남과 원천신의 부채질이 한 이유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가치관이 이렇게 맞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내 잘못이야.”“난 원가령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내가 오래전에 남양을 떠나버렸지. 그래서 언제 양호남과 사귀게 되었는지도 몰랐어.”“말하자면 그녀도 참 불쌍한 여자야.”“그녀는 사생아였어.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을 꺼려서 원 씨 가문 내에서도 그 둘의 입지는 참 곤란해.”“원가령을 양호남과 사귀게 한 데에는 아마 원천신의 강력한 요구도 한몫했을 거야.”“내가 남양에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이미 원천신한테 한 말이 있는데 지금은 그 말을 당신한테 해 주고 싶군.”“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자유롭게 연애하고 자유롭게 결혼하는 시대야!”“그러
“촹!”양유훤의 얼굴이 붉어진 순간 별장의 창문이 활짝 열렸다.곧이어 검은 그림자가 번쩍였다.검은 그림자는 손에 총을 들고 있었고 하현과 양유훤을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탕탕탕!”여섯 발의 탄이 한꺼번에 날아와 두 사람의 퇴로를 틀어막았다.아주 빠르고 정확한 솜씨였다.하현은 반쯤 열려 있는 주방의 은신처로 양유훤의 보드라운 몸을 밀어 넣었다.동시에 그는 몸을 굴려 양식용 칼을 손에 집어 들고 상대방을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챙챙’하는 소리와 함께 하현이 내던진 칼이 상대의 총에 부딪혔다.칼은 부서지며 그대로 주방 후드에 날아와 꽂혔다.검은 그림자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총을 든 손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마침내 하현은 검은 그림자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작은 체구에 교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용모가 딱 봐도 여느 평범한 여학생의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동작은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했다.하현의 움직임과 칼놀림에 이 킬러는 잠시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킬러는 하현과 양유훤 사이에 분위기가 오묘하게 흐르는 틈을 타 상대가 손쓸 겨를 없이 공격해 왔다.그러나 결국은 실패했다.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말았다.“말해 봐! 누가 보냈어?”하현은 손을 탁탁 털며 탁자 위의 과도를 잡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쓱!”상대가 입을 열지 않았다.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이익도 얻기 어려울 것임을 아는 게 분명했다.잠자코 있던 그녀는 갑자기 왼손을 휘둘러 소매 속에서 화살침을 던졌다.하현은 재빨리 몸을 뒤로 젖히고 여유롭게 화살침을 피했다.하지만 킬러의 목적은 화살침을 날려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흩트린 뒤 창문으로 도망가는 것이었다.이때 바깥에 있던 경호원들이 얼른 반응했다.그들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와서 하나둘 총을 꺼냈지만 킬러의 동작은 그들을 능가했다.먼저 방아쇠를 당긴 킬러는 경호원들을 따돌린 후 담을 넘어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킬러의 마스크를 확 잡아당겼다.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독주머니를 꺼내 던지고 그녀의 손에 든 총도 걷어찼다.그러자 청순하고 앳된 얼굴이 하현의 눈앞에 드러났다.스무 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앳된 얼굴에 오기로 끓어오르는 억척스러운 눈빛이었다.소녀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살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독살스러운 얼굴로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말해 봐. 도대체 누구야? 누가 당신을 보냈어?”하현이 냉엄한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소녀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은 채 죽이든지 살리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듯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오히려 양유훤이 다가와 잠시 소녀를 쳐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 추측이 맞다면 남양에서 가장 유명한 킬러 조직인 남해궁에서 왔겠군.”“당신은 오늘 하현을 죽이러 온 게 아니라 날 죽이러 온 거야.”양유훤의 말에 소녀는 무심코 양유훤을 쳐다보고는 코웃음을 치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내 예상이 맞다면 아마 당신을 사주한 사람은 양 씨 가문일 거야.”“어쨌든 내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뒤 양가백약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기념일에 맞춰 오픈한다면 양 씨 가문 입장에선 아주 창피한 일이니까.”“그래서 날 죽이려고 했던 거야.”“날 죽인 다음 당신의 임무는 아마도 양가백약의 조제법을 손에 넣는 거겠지, 안 그래?”양유훤이 속을 훤히 내다본 듯한 말을 하자 눈 밑이 살짝 요동치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어떻게 알았죠?”소녀는 너무나 놀랐다.양유훤이 한 말이 그녀의 임무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그녀의 신분도 꿰뚫어 보았을 뿐만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미리 일러준 것처럼 임무 내용까지 알고 있었다.“물론 양 씨 가문 쪽 사람이 나한테 알려줬지.”“양가백약 조제법을 아예 없애버릴까 봐 두려웠던 거지. 그래서 그들은 이런 일을 벌여 날 협박하면서 내 입을 막으려고 했던 거야.”양유훤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입을
하현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간파한 것을 보고 양유훤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왜 그 킬러를 죽이지 않고 경찰서로 보냈는지도 맞춰 봐!”“킬러를 죽이지 않고 일부러 병원과 경찰서에 보낸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을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첫째, 양 씨 가문 사람들이 보낸 킬러가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리는 거지. 그들이 허둥대고 휘청거리게 만드는 거야.”“둘째, 남해궁을 이용해 양 씨 가문을 괴롭히기 위해서.”“양 씨 가문이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 남해궁을 고용했더라도 그들이 양 씨 가문에 이용당하고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결과는 뻔하지.”“일석이조. 현장에서 바로 이런 생각을 했다니! 양 방주, 당신의 기묘한 계략에 감복했어!”“하지만 이렇게 하는 건 조금 위험해 보여. 하구봉한테 고수를 몇 명 더 보내달라고 해서 일단 당신을 보호하는 게 좋겠어.”양유훤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되었지만 이 상황을 빌어 양 씨 가문을 공격할 생각이다.양 씨 가문이 이미 움직였으니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뻔뻔한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양 씨 가문 대청.조용한 대청홀 안에서 양 씨 가문 노부인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용머리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졸린 듯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탁자 위에 있던 핸드폰이 심하게 요동쳤다.그녀는 눈을 뜨고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되었어?”노부인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물었다.“그 계집애는 죽었어?”“노부인, 이번에 보낸 킬러가 그만 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전화기 맞은편에서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사람들은 상대의 수중에 들어가더라도 절대 입을 여는 일이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바로 두 번째 암살 작전을 수행하겠습니다.”“다만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노부인은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양 씨 가문 노부인의 오른손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가득 눌러 담은 목소리로 무겁게 내뱉었다.“개자식! 날 가지고 노는 거야?!”“대하 촌뜨기 하나 상대하는데 천억?!”“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상대방이 짐짓 예의 차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반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지만 특별히 노부인께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하 씨 그놈 신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역량도 뛰어나구요.”“우리가 입수한 단서에 따르면 양유훤이 양 씨 가문을 이 지경으로 만든 데는 그놈의 공이 큽니다.”“그가 죽지 않으면 양유훤을 죽이기 어렵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그리고 그의 존재는 분명 양 씨 가문을 분열시킬 겁니다.”“다 말씀드렸으니 손을 쓸지 말지는 노부인 마음에 달렸습니다.”말을 마치며 상대는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노부인도 한 명의 고객일 뿐이었다.“잠깐!”노부인은 심호흡을 한 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천억, 주지!”“하지만 이것만은 꼭 약속해야 하네. 양가백약의 조제법은 내 손안에 꼭 가져와야 해.”“문제없습니다.”상대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임무를 완수하는 게 우리 일이니까요. 약속드립니다.”“우리가 그와 죽기 살기로 싸워 그도 죽고 우리도 죽고 양 씨 가문도 다 죽는다 하더라도 양가뱍약 조제법은 무슨 일이 있어도 노부인 손에 드리겠습니다.”“개자식!”노부인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끊었다.킬러가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렸던 노부인은 잠시 분노한 후 핸드폰의 은행 앱을 열어 곧바로 은행 계좌에 들어갔다.곧이어, 천억이 그 자리에서 이체되었다......노부인이 킬러에게 추가금을 보내던 그 시각, 양유훤과 함께 주방을 정리하던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가 핸드폰을 힐끔 쳐다보며 얼른 받았다.반대편에서 약간 초조해하는 듯한 소미담의 목소리가 들렸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
”장청 캐피털은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야. 결코 깨끗한 회사가 아니라구!”“고명원도 사실 깨끗하지 않아!”“그런 더러운 인물과 호형호제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났어?”“지금은 옛날이 아니야!”“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오래가지!”“고명원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살 수 있겠어?”이의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한껏 교만하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시대가 변했어. 더러운 방법으로 얻은 영광은 결코 오래갈 수 없어. 결국 우리처럼 큰 회사가 정도를 걷고 있는 거지!”“맞아. 가문을 빛내려면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해!”이영산은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하현을 마구 헐뜯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이참에 다 같이 퍼부어 하현을 짓밟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정도를 걸어야지! 정정당당하게!”이의진은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당신이 내가 이룬 성과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룬다면 설 씨 집안에서 당신한테 한 번 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이의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룸 바깥 복도를 보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보였다.그들은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 값나가는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이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더욱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들어왔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이의진은 하현을 몰아붙이다 말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문 앞까지 달려왔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왕인걸이었다.왕인걸은 여전히 지방시에서 맞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가 팍팍 풍겼고 이루 말할 데 없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다만 머리와 얼굴에 칭칭 감은 거즈가 그를 약간 바보스럽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이의진이 왕 사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의진의 부모는 하나같이 얼른 일어나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서 맞이했다.“왕 사장님. 여기서
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넋이 빠지는 듯했다.왜?왜 고 사장이 데릴사위인 하현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설마 다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씨 가족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건 말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습니다. 별일 아닌 일입니다. 이대로 없던 일로 하시죠.”“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고명원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하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나중에 여쭤볼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게나 티슈를 꺼내 번호를 적은 뒤 그의 앞에 내놓았다.“고맙습니다.”고명원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이 씨 가족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실례 많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있고 하니 오늘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겠습니다.”몇몇 장청 캐피털 핵심 간부들도 모두 겁에 질려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제 좀 꺼져 주시죠!”하현은 말을 툭 내뱉으며 마치 고명원을 그의 부하처럼 대했다.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설은아는 이를 보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다음에 제가 식사 대접 제대로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치며 고명원은 직원에게 가더니 마오타이 몇 병을 테이블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의 공손한 자세에 장내는 순식간에 충격에 빠졌다.이영산의 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방금 하현에게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퍼부으며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라고 모욕했던 그들이었다.그러나 순식간에 하현이 장청 캐피털 고명원이 떠받드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고명원이 공손히 차를 따르던 모습은 그들에게 직접 얼굴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몰고 왔다.이영산은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그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
설은아는 안색이 약간 변하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하현에게 제지당했다.그가 오늘 여기 온 것은 이영산이 도대체 어떻게 기고만장한 허풍을 떠는지 보기 위해서였다.이제 막 좋은 볼거리가 시작되었는데 못하게 막아서면 얼마나 무례한 일인가!이영산의 부모도 소리를 듣고 와서 눈동자에 살벌한 눈빛을 떠올린 채 주시하고 있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우리 아들의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에 와서 재를 뿌리겠다는 것인가?!하현이 아니었으면 자신의 아들에게 아내가 하나 더 생겨 설 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아이고, 이게 누구야? 바로 그 전설의 데릴사위 아니야?!”“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어쩜 저렇게 머리가 안 돌아갈까?!”“머리가 좋았으면 노점에서 사 온 무 따위를 장모에게 선물했을까?! 흥!”“게다가 우리 영산이가 선물한 그림을 감히 가짜라고 모욕하다니!”“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꼴같잖게 센 척하기는!”이영산은 그동안 설 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포장해서 이 씨 일가들에게 한껏 허풍을 떤 것이 분명했다.장리나는 당연히 이영산의 편이니 이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은아는 이영산이 이렇게 낯짝이 두꺼울 줄은 몰랐다.순간 그녀는 참지 못하고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됐어! 뭐가 어떻게 되고 저렇게 되고 상관없어!”“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고 그 분수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거야!”“자기 것이 아니라면 노력해서 얻을 생각을 해야지!”이 씨 가문 둘째 할아버지는 경험자 같은 자태로 말을 이었다.“젊은이, 내가 자네라면 지금쯤 순순히 설 씨 집안을 떠나 경비원이라도 해서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했을 거야. 그게 데릴사위보다는 훨씬 나아!”“자네가 그러는 걸 자네 조상이 알면 무덤에서도 벌떡 일어날 거야!”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씀입니다. 딱 봐도 데릴사위 경험자로서 하시는 말씀이신 듯하군요!”“뭐?
”물론 두 사람이 오늘의 이 성과를 이룬 데는 여러 친척들, 어른들, 형제, 자매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저와 제 남편이 이런 연회를 마련한 것은 여러분에게 감사하기 위해서입니다.”이영산의 부친은 거만한 자세로 껄껄 웃으며 일어섰다.“여러분, 오늘은 마음 편히 즐겁게 먹고 마시길 바랍니다!”“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82년산 마오타이든 뭐든 원하는 만큼 준비해 뒀으니까요!”이영산도 의기양양한 얼굴로 일어섰다.“부모님, 여기 어르신들, 형제, 자매 여러분!”“오늘 저를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빛내 주셔서 고맙습니다.”“저 이영산, 절대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건배!”말을 마치며 그는 호탕한 얼굴로 술 한 잔을 마셨다.“영산이와 의진이가 능력이 있었던 거죠. 그러니 이렇게 빨리 출세할 수 있었던 거구요! 앞으로 우리 친척들 좀 많이 살펴 주세요!”“맞아요.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대단한 성과를 거두다니! 정말 대단해요!”“장청 캐피털 일을 따내다니! 그게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요?!”“성월TV도 마찬가지예요! 배후에 금정 간 씨 가문이 떡 받치고 있는 곳이죠! 따라서 이것은 금정 간 씨 가문과 연줄을 맺은 거나 마찬가지예요!”“이제 우리 이 씨 가문이 완전히 떴어요!”친척들은 하나같이 영광스러운 얼굴로 이영산 남매를 바라보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았다.항렬이 가장 높은 둘째 할아버지가 테이블을 탁 치며 큰소리로 말했다.“자손을 낳으려거든 이영산 같은 아들을 낳아야지!”“우리 이 씨 가문에 이영산이 있으니 이제 우리 가문은 더 높은 곳으로 갈 일만 남은 거야!”이에 이영산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입에 내걸며 호탕하게 웃었다.“둘째 할아버지, 숙모님, 숙부님. 과찬이십니다!”“저와 제 여동생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이 씨 가족이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습니다!”“이 씨 가문에 꼭 보답하겠습니다!”이어 이의진도 곱게 화장한 얼굴
이튿날 아침, 밤잠을 설친 하현은 방을 나서자마자 설은아의 차에 몸을 실었다.차에 오르자마자 그녀는 하현을 원망하기 시작했다.분명 오늘 이영산이 밥을 사기로 했다고 어제 다 얘기를 했는데 결국 하현은 이렇게 늦게 일어난 것이다.설은아의 스포츠카에 올라타서야 하현은 알게 되었다.이영산이 요 며칠 동안 무슨 개똥 같은 운이 그렇게 좋았는지 수천억짜리 공사를 수주했고 그와 함께 신분이 순식간에 치솟았다는 것이다.그리고 그의 여동생, 이의진도 직장에서 순풍에 돛 단 듯 승진하며 겹경사를 맞았다고 했다!최희정과 설재석 부부도 원래 이 자리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임시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설은아를 대표로 내세웠다.설은아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이영산은 하현을 콕 집어 말하며 꼭 데려오라고 했다.말하자면 자신의 높아진 위상을 하현에게 보여줌으로써 코를 납작하게 할 셈인 것이다.하현도 이영산이 절대 좋은 마음으로 자신을 부른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상관없었다.설은아가 참석하라고 하니 함께 가 보는 것이다.낮 12시.하현과 설은아가 홍궁관 2번 룸에 도착했다.룸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안에는 커다란 테이블 다섯 개가 놓여 있어서 한 번에 오십 명 정도가 함께 식사할 수 있었다.테이블당 최소 몇백만 원이 든다고 하니 이영산이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했다.테이블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고 화색이 가득한 그들의 얼굴은 상류층 자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설은아는 낮은 목소리로 이 사람들이 모두 이 씨 집안사람들이라고 하현에게 설명했다.이 씨 집안은 삼류 가문이었지만 그 수는 적지 않았다.게다가 금정 토박이였기 때문에 항상 자신들의 지위가 높다고 생각하며 한껏 자존심을 치켜세우고 다녔다.설은아와 하현의 등장은 이 씨 집안사람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이영산의 친부모는 이 자리를 주최한 장본인이지만 하현을 보고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거만하기 짝이 없는 자태로 문 바로 앞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