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간파한 것을 보고 양유훤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왜 그 킬러를 죽이지 않고 경찰서로 보냈는지도 맞춰 봐!”“킬러를 죽이지 않고 일부러 병원과 경찰서에 보낸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을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첫째, 양 씨 가문 사람들이 보낸 킬러가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리는 거지. 그들이 허둥대고 휘청거리게 만드는 거야.”“둘째, 남해궁을 이용해 양 씨 가문을 괴롭히기 위해서.”“양 씨 가문이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 남해궁을 고용했더라도 그들이 양 씨 가문에 이용당하고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결과는 뻔하지.”“일석이조. 현장에서 바로 이런 생각을 했다니! 양 방주, 당신의 기묘한 계략에 감복했어!”“하지만 이렇게 하는 건 조금 위험해 보여. 하구봉한테 고수를 몇 명 더 보내달라고 해서 일단 당신을 보호하는 게 좋겠어.”양유훤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되었지만 이 상황을 빌어 양 씨 가문을 공격할 생각이다.양 씨 가문이 이미 움직였으니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뻔뻔한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양 씨 가문 대청.조용한 대청홀 안에서 양 씨 가문 노부인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용머리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졸린 듯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탁자 위에 있던 핸드폰이 심하게 요동쳤다.그녀는 눈을 뜨고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되었어?”노부인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물었다.“그 계집애는 죽었어?”“노부인, 이번에 보낸 킬러가 그만 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전화기 맞은편에서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사람들은 상대의 수중에 들어가더라도 절대 입을 여는 일이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바로 두 번째 암살 작전을 수행하겠습니다.”“다만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노부인은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양 씨 가문 노부인의 오른손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가득 눌러 담은 목소리로 무겁게 내뱉었다.“개자식! 날 가지고 노는 거야?!”“대하 촌뜨기 하나 상대하는데 천억?!”“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상대방이 짐짓 예의 차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반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지만 특별히 노부인께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하 씨 그놈 신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역량도 뛰어나구요.”“우리가 입수한 단서에 따르면 양유훤이 양 씨 가문을 이 지경으로 만든 데는 그놈의 공이 큽니다.”“그가 죽지 않으면 양유훤을 죽이기 어렵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그리고 그의 존재는 분명 양 씨 가문을 분열시킬 겁니다.”“다 말씀드렸으니 손을 쓸지 말지는 노부인 마음에 달렸습니다.”말을 마치며 상대는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노부인도 한 명의 고객일 뿐이었다.“잠깐!”노부인은 심호흡을 한 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천억, 주지!”“하지만 이것만은 꼭 약속해야 하네. 양가백약의 조제법은 내 손안에 꼭 가져와야 해.”“문제없습니다.”상대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임무를 완수하는 게 우리 일이니까요. 약속드립니다.”“우리가 그와 죽기 살기로 싸워 그도 죽고 우리도 죽고 양 씨 가문도 다 죽는다 하더라도 양가뱍약 조제법은 무슨 일이 있어도 노부인 손에 드리겠습니다.”“개자식!”노부인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끊었다.킬러가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렸던 노부인은 잠시 분노한 후 핸드폰의 은행 앱을 열어 곧바로 은행 계좌에 들어갔다.곧이어, 천억이 그 자리에서 이체되었다......노부인이 킬러에게 추가금을 보내던 그 시각, 양유훤과 함께 주방을 정리하던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가 핸드폰을 힐끔 쳐다보며 얼른 받았다.반대편에서 약간 초조해하는 듯한 소미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양유훤은 하현의 옆자리에 긴 다리를 꼬고 앉아 말했다.“새 가게를 열 때까진 피를 보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어. 그렇지 않으면 가게에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하지만 이렇게 된 거 할 수 없지. 관청에 신고해서 쫓아내면 돼.”오늘 밤 일로 양유훤은 확실히 기가 쇠잔해졌는지 크게 싸울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걱정하지 마. 우리 양가백약이 앞으로 순탄하도록 한 방울의 피도 보지 않을 테니까.”하현은 핸드폰을 들고 메시지를 보내며 미소를 지었다.“관청에 신고할 필요도 없어.”“페낭의 수사팀장들이 그렇게 밤 생활을 좋아하시는데 우리가 방해하면 안 되지.”“우리처럼 훌륭한 시민은 자잘한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지.”가벼운 농담을 하는 사이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옆에 있는 양씨백약 플래그십 스토어의 화려함에 비해 하현의 양가백약은 더없이 쓸쓸하고 어두워 보였다.정성껏 준비한 간판은 부서져 있었고 현장에는 무도복을 입은 수십 명의 남녀가 둘러앉아 있었다.선두에 선 180센티미터가량의 젊은 남자는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얼굴에는 살기를 띠고 있었다.비록 그의 두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없었지만 위협하듯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소미담을 향해 거칠게 입을 열었다.“빨리 하 씨 그놈 오라고 해!”“안 오면 또 얼굴을 때릴 거야!”“감히 우리 페낭 무도관에 가서 사람을 때려? 우리 양 씨 가문 도련님 얼굴을 때리려는 거야?”“간덩이가 부었군!”“이 일은 내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내가 그놈 스스로 가게를 직접 부수게 만들 거야! 그리고 양씨백약 앞에 사흘 동안 무릎 꿇게 만들 거야!”낮에 하현을 공격했음에도 원가령은 분명 마음이 시원하지 않았던 것이다.양신이가 직접 황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로 호소하자 여수혁과도 견줄 수 있는 황지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사람들을 끌고 양가백약으로 밀어닥쳤다.황지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의분을 감추지 못했다.“개자식! 감히 촌놈
그때 멀지 않은 곳에 포르쉐 718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다.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좋은 구경이나 하려던 원가령은 갑자기 자세를 고쳐앉았다.하현이 양유훤과 함께 온 것을 보고 그녀의 눈에서 복잡미묘한 빛이 스쳤다.하현이 정말로 양유훤을 앞세워 뒤에 숨으려는 생각인가?지금 페낭 무맹의 공격을 받고 있는 위험한 상황에 떡하니 양유훤을 데리고 나타나다니!허세를 부리려고 작정을 한 것인가?!정말 재수 없는 남자가 아닐 수 없다!원가령은 속으로 하현을 욕하고 경멸했지만 자신이 왜 이런 하현 때문에 마음이 힘든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도대체 하현은 양유훤과 함께 온갖 일을 하면서 왜 자신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왜 자신의 개가 되어 신상을 봐주지 않는 것일까? 왜?!원가령은 질투인지 다른 감정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마음이 괴로웠다.“형님! 바로 이 사람입니다. 이 개자식이 양호남 도련님을 다치게 했습니다!”“맞아요. 이놈이 양호남 도련님을 기습해서 때리기까지 했어요!”“우리 페낭 무맹은 안중에도 없는 놈입니다!”“그런 음탕한 짓을 하고 우리 페낭 무맹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거들먹거렸어요! 형님이 손을 봐줘야 합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참다못한 남녀가 고함을 질렀다.그들은 원래 이런 임무를 띠고 온 사람들이었다.이번에 온 목적은 하현의 가게를 부수고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일이었다.그들은 하나둘씩 앞으로 나와 하현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황지호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양유훤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스쳤다.그런 다음 그는 약간 술기운이 도는 입으로 햐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개자식! 네가 우리 페낭 무도관을 기습한 놈이냐?”“황지호, 황지호라고?”하현은 황지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더니 진열대에서 연고 한 개를 가지고 나왔다.“이거 우리가 만든 양가백약이야. 외상이나 내상 두루두루 효과가 있는 약이야.”“여기까지 왔는데 성의 표시는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무예를 익히는 사람이 무예 기술은 부족하고 남녀가 패거리를 이루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나 좋아해서야 되겠어?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사람을 이끄는 진정한 무도인이라고 할 수 있겠어?”“내가 만든 양가백약은 효과가 뛰어난 연고야. 이거 가지고 가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유비무환이라고 하잖아.”하현은 여전히 당당한 모습으로 말했고 황지호 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태도를 보였다.“뭐? 진정한 무도인이라고 할 수 있겠냐고?”황지호는 냉소를 흘렸다.“개가죽 고약이나 파는 놈이 날 협박하는 거야?”황지호는 손을 뿌리치며 하현이 준 연고를 땅에 떨어뜨렸다.“지금 당장 혼쭐을 내 주지!”“당신이나 발라! 양가백약인지 뭔지! 얼마나 약효가 좋은지 두고 보겠어!”“당신 체면을 봐서 연고를 줬는데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누가 당신한테 그럴 용기를 준 거지?!”바로 그때 군중들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몇 명의 남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페낭 무맹 사람들은 모두 험악한 얼굴로 돌아서서 호통을 치려고 했다.그런데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자마자 페낭 무맹 사람들은 모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순간적으로 발에 힘이 쭉 빠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황지호도 누가 자신의 말을 가로막나 싶어서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개자식! 나 황지호가 말하는데 누가 감히 막는 거야?”“오지랖이 넓으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내가 당장...”말을 마치기도 전에 황지호의 눈꺼풀이 갑자기 파르르 떨렸다.흰옷을 입은 남자가 냉담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페낭 무맹 일인자, 황천화!그의 지위는 황지호보다 훨씬 높았고 여수혁보다도 훨씬 높았다.그를 보면 무릎부터 꿇어야 할, 그야말로 대단한 사람이었다.그러나 황천화가 나타난 것을 보고도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그저 돌아서서 가게로 들어가 직원들에게 맡은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안에서는 불이 지펴졌고 은은한 약 냄새
서울시 SL빌라. 오늘은 설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집안에는 이미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설씨 집안의 자손들은 너나 할것없이 준비해온 선물을 어르신께 드리면서 이구동성으로 웨쳤다."어르신, 항상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세요."의자에 앉아있는 설씨 어르신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래, 아가들아. 오늘 내 기분이 참 좋으니 너희 소원을 각각 하나씩 들어주도록 하자꾸나! 갖고 싶은 것을 말해 보도록 하거라.""할아버지, 저는 바다 근처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싶어요. 그리 비싸지 않아요. 2억 정도밖에 안 돼요...""할아버지, 저는 한정판 샤넬 백을 갖고 싶어요...""할아버지, 저는 BMW 스포츠카 한 대를 갖고 싶어요...""할아버지, 저는 롤렉스 시계를 갖고 싶어요...""...""좋아. 내가 너희 소원을 하나 하나 다 이루어주마!" 설 씨 어르신은 망설임 없이 약속했다.선물을 요구한 설씨네 젊은이들은 너무 기뻐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싶은 분위기였다.이때, 설 씨 집안 데릴 사위 하현이 갑자기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 스쿠터 하나만 사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시장에 채소 사러 갈 때 사용하려고 그러는데.."하현의 말이 끝나자, 설 씨 집안 사람들은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 진채로 하나같이 바보 쳐다보듯 하현을 바라봤다.저 데릴사위 녀석 정신이 나간 건가? 이게 무슨 경우지? 어떻게 고작 데릴 사위 따위가 입을 뻥긋할 수 있지?게다가 하현은 설 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 선물 하나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 신세에 어쩜 저토록 뻔뻔하게 설 씨 어르신께 무언가를 요구하는 걸까? 심지어 다른 것도 아니고 스쿠터였다. 일부러 모욕하려고 그런건가?3년 전, 설 씨네 할머니가 거지같은 몰골인 하현이라는 자를 집안에 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맏손녀인 은아를 강제로 하현에게 시집보냈다. 그러나 결혼 당일, 설 씨네 할머니는 손녀딸의 결혼
“하엔 그룹에서 보낸 문자잖아.” 하현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하 씨 집안은 강남에서 영향력이 제일 큰 집안이었다. 원래 하현은 가문의 황태자이자 상속자였다.3년 전, 하현은 자기 힘으로 쇠퇴해져가는 가문을 이끌고 천만조에 달하는 대그룹 정상 자리에 다시 등극했었다.그가 하엔 그룹을 이끌고 전국 10위권에 드는 재벌 가문의 서열에 들어설 무렵, 집안 사람 누군가가 하현에게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씌었다. 그래서 하현의 후계자 신분은 박탈되었다.그후, 하엔 그룹은 하현을 아예 호적에서 파버렸고, 그의 부모님은 곧바로 얼토당토 않는 모 인수계획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에 이송되었다. 그 이후로 하현은 부모님을 만나보지 못했다.3년 전에 하현이 하 씨 집안에서 쫓겨날 때, 그에게는 단 한 푼도 없었다. 그 엄청난 타격으로 인해 하현은 심하게 앓아누웠다.그무렵, 다행히도 설 씨네 할머니가 하현을 집안의 데릴 사위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하현은 거리바닥을 헤매는 거지신세는 면하게 되였다.그러나 하현과 은아는 이제 결혼 3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둘은 명목상의 부부일뿐 잠자리를 가진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설 씨네 가문에서 이미지에 신경쓰지 않았다면 하현은 아마 서재에서 잠을 잘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벌써 3년이 지났다. 하현은 자신이 이런 삶에 익숙해져 있는 줄 알았다. 데릴 사위면 데릴 사위답게 사는게 정상 아닌가?하지만 하현에게는 말못할 고충이 있었다.그건 바로 그의 아내 은아때문이였다.비록 은아는 늘 무례했고 하현의 체면을 봐준적 없었지만, 그녀는 너무 특출하게 아름다웠다. 3년 동안 은아와 함께 지내다 보니, 하현은 자신이 어느새 그녀를 몰래 사랑하게 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에 또 여러 통의 문자가 왔다.“도련님, 하엔 그룹이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현재 파산 직전에까지 이르렀습니다.""간절히 부탁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도련님이라면 방법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30분 후, 하현은 은아의 회사에 도착했다. 하현이 입구로 들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경호원 한 명이 그를 호신봉으로 막아섰다. 경호원이 차갑게 말했다. “썩 꺼져! 여기는 거지들을 반기지 않아.”하현은 일어나자 마자 구멍난 티셔츠에 반바지 하나를 걸쳐입고 씻지도 않고 나왔기에 거지처럼 보이긴 했다. 하현은 그런 거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전 제 아내한테 서류를 전해주러 온 사람이에요.”“그 꼴에 아내가 있다고?” 경호원은 의심했다. “청소부 희진이야 아니면 뒤에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수빈이야?”“제 아내는 은아에요.” 하현이 말했다.경호원은 순간 벙져 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렇구나. 당신이였구나. 말로만 듣던 설 씨 집안 데릴사위님...하하하하하.” 경호원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이렇게 유명한 줄은 전혀 몰랐다.“알았어, 알았어. 서류를 내놔. 설 씨 아가씨께서 당신이 오면 서류를 받아달라고 했어.” 경호원은 말했다.“아니요.” 하현은 고개를 저으며 고집스레 말했. “우리 처제가 꽤 중요한 것이라고 했으니 제가 직접 아내한테 전해줘야 겠어요. 잠깐 비켜주시겠어요?”“당신!” 경호원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 ‘미친 거 아니야? 설 씨들이 얼마나 자기를 싫어하는지 모르나? 게다가 이렇게 옷을 입고 나오다니. 회사 이미지를 망칠까 걱정은 안 하나?’그들이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뒤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부릉부릉 크게 들렸다. 얼마 후 BMW 5 시리즈 하나가 빠른 속도로 드리프트를 하며 하현의 스쿠터 옆에 주차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준이 한 손에 장미 다발을 든 채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강 부장님! 안녕하세요.” 이준을 본 건방진 경호원은 어느 친절한 얼굴로 돌변하더 알랑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호원은 말했다. “강 부장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정사장님 사무실에서 부장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하현에게 눈길 한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무예를 익히는 사람이 무예 기술은 부족하고 남녀가 패거리를 이루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나 좋아해서야 되겠어?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사람을 이끄는 진정한 무도인이라고 할 수 있겠어?”“내가 만든 양가백약은 효과가 뛰어난 연고야. 이거 가지고 가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유비무환이라고 하잖아.”하현은 여전히 당당한 모습으로 말했고 황지호 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태도를 보였다.“뭐? 진정한 무도인이라고 할 수 있겠냐고?”황지호는 냉소를 흘렸다.“개가죽 고약이나 파는 놈이 날 협박하는 거야?”황지호는 손을 뿌리치며 하현이 준 연고를 땅에 떨어뜨렸다.“지금 당장 혼쭐을 내 주지!”“당신이나 발라! 양가백약인지 뭔지! 얼마나 약효가 좋은지 두고 보겠어!”“당신 체면을 봐서 연고를 줬는데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누가 당신한테 그럴 용기를 준 거지?!”바로 그때 군중들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몇 명의 남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페낭 무맹 사람들은 모두 험악한 얼굴로 돌아서서 호통을 치려고 했다.그런데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자마자 페낭 무맹 사람들은 모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순간적으로 발에 힘이 쭉 빠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황지호도 누가 자신의 말을 가로막나 싶어서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개자식! 나 황지호가 말하는데 누가 감히 막는 거야?”“오지랖이 넓으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내가 당장...”말을 마치기도 전에 황지호의 눈꺼풀이 갑자기 파르르 떨렸다.흰옷을 입은 남자가 냉담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페낭 무맹 일인자, 황천화!그의 지위는 황지호보다 훨씬 높았고 여수혁보다도 훨씬 높았다.그를 보면 무릎부터 꿇어야 할, 그야말로 대단한 사람이었다.그러나 황천화가 나타난 것을 보고도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그저 돌아서서 가게로 들어가 직원들에게 맡은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안에서는 불이 지펴졌고 은은한 약 냄새
그때 멀지 않은 곳에 포르쉐 718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다.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좋은 구경이나 하려던 원가령은 갑자기 자세를 고쳐앉았다.하현이 양유훤과 함께 온 것을 보고 그녀의 눈에서 복잡미묘한 빛이 스쳤다.하현이 정말로 양유훤을 앞세워 뒤에 숨으려는 생각인가?지금 페낭 무맹의 공격을 받고 있는 위험한 상황에 떡하니 양유훤을 데리고 나타나다니!허세를 부리려고 작정을 한 것인가?!정말 재수 없는 남자가 아닐 수 없다!원가령은 속으로 하현을 욕하고 경멸했지만 자신이 왜 이런 하현 때문에 마음이 힘든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도대체 하현은 양유훤과 함께 온갖 일을 하면서 왜 자신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왜 자신의 개가 되어 신상을 봐주지 않는 것일까? 왜?!원가령은 질투인지 다른 감정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마음이 괴로웠다.“형님! 바로 이 사람입니다. 이 개자식이 양호남 도련님을 다치게 했습니다!”“맞아요. 이놈이 양호남 도련님을 기습해서 때리기까지 했어요!”“우리 페낭 무맹은 안중에도 없는 놈입니다!”“그런 음탕한 짓을 하고 우리 페낭 무맹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거들먹거렸어요! 형님이 손을 봐줘야 합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참다못한 남녀가 고함을 질렀다.그들은 원래 이런 임무를 띠고 온 사람들이었다.이번에 온 목적은 하현의 가게를 부수고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일이었다.그들은 하나둘씩 앞으로 나와 하현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황지호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양유훤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스쳤다.그런 다음 그는 약간 술기운이 도는 입으로 햐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개자식! 네가 우리 페낭 무도관을 기습한 놈이냐?”“황지호, 황지호라고?”하현은 황지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더니 진열대에서 연고 한 개를 가지고 나왔다.“이거 우리가 만든 양가백약이야. 외상이나 내상 두루두루 효과가 있는 약이야.”“여기까지 왔는데 성의 표시는
양유훤은 하현의 옆자리에 긴 다리를 꼬고 앉아 말했다.“새 가게를 열 때까진 피를 보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어. 그렇지 않으면 가게에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하지만 이렇게 된 거 할 수 없지. 관청에 신고해서 쫓아내면 돼.”오늘 밤 일로 양유훤은 확실히 기가 쇠잔해졌는지 크게 싸울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걱정하지 마. 우리 양가백약이 앞으로 순탄하도록 한 방울의 피도 보지 않을 테니까.”하현은 핸드폰을 들고 메시지를 보내며 미소를 지었다.“관청에 신고할 필요도 없어.”“페낭의 수사팀장들이 그렇게 밤 생활을 좋아하시는데 우리가 방해하면 안 되지.”“우리처럼 훌륭한 시민은 자잘한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지.”가벼운 농담을 하는 사이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옆에 있는 양씨백약 플래그십 스토어의 화려함에 비해 하현의 양가백약은 더없이 쓸쓸하고 어두워 보였다.정성껏 준비한 간판은 부서져 있었고 현장에는 무도복을 입은 수십 명의 남녀가 둘러앉아 있었다.선두에 선 180센티미터가량의 젊은 남자는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얼굴에는 살기를 띠고 있었다.비록 그의 두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없었지만 위협하듯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소미담을 향해 거칠게 입을 열었다.“빨리 하 씨 그놈 오라고 해!”“안 오면 또 얼굴을 때릴 거야!”“감히 우리 페낭 무도관에 가서 사람을 때려? 우리 양 씨 가문 도련님 얼굴을 때리려는 거야?”“간덩이가 부었군!”“이 일은 내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내가 그놈 스스로 가게를 직접 부수게 만들 거야! 그리고 양씨백약 앞에 사흘 동안 무릎 꿇게 만들 거야!”낮에 하현을 공격했음에도 원가령은 분명 마음이 시원하지 않았던 것이다.양신이가 직접 황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로 호소하자 여수혁과도 견줄 수 있는 황지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사람들을 끌고 양가백약으로 밀어닥쳤다.황지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의분을 감추지 못했다.“개자식! 감히 촌놈
양 씨 가문 노부인의 오른손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가득 눌러 담은 목소리로 무겁게 내뱉었다.“개자식! 날 가지고 노는 거야?!”“대하 촌뜨기 하나 상대하는데 천억?!”“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상대방이 짐짓 예의 차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반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지만 특별히 노부인께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하 씨 그놈 신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역량도 뛰어나구요.”“우리가 입수한 단서에 따르면 양유훤이 양 씨 가문을 이 지경으로 만든 데는 그놈의 공이 큽니다.”“그가 죽지 않으면 양유훤을 죽이기 어렵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그리고 그의 존재는 분명 양 씨 가문을 분열시킬 겁니다.”“다 말씀드렸으니 손을 쓸지 말지는 노부인 마음에 달렸습니다.”말을 마치며 상대는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노부인도 한 명의 고객일 뿐이었다.“잠깐!”노부인은 심호흡을 한 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천억, 주지!”“하지만 이것만은 꼭 약속해야 하네. 양가백약의 조제법은 내 손안에 꼭 가져와야 해.”“문제없습니다.”상대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임무를 완수하는 게 우리 일이니까요. 약속드립니다.”“우리가 그와 죽기 살기로 싸워 그도 죽고 우리도 죽고 양 씨 가문도 다 죽는다 하더라도 양가뱍약 조제법은 무슨 일이 있어도 노부인 손에 드리겠습니다.”“개자식!”노부인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끊었다.킬러가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렸던 노부인은 잠시 분노한 후 핸드폰의 은행 앱을 열어 곧바로 은행 계좌에 들어갔다.곧이어, 천억이 그 자리에서 이체되었다......노부인이 킬러에게 추가금을 보내던 그 시각, 양유훤과 함께 주방을 정리하던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가 핸드폰을 힐끔 쳐다보며 얼른 받았다.반대편에서 약간 초조해하는 듯한 소미담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현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간파한 것을 보고 양유훤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왜 그 킬러를 죽이지 않고 경찰서로 보냈는지도 맞춰 봐!”“킬러를 죽이지 않고 일부러 병원과 경찰서에 보낸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을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첫째, 양 씨 가문 사람들이 보낸 킬러가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리는 거지. 그들이 허둥대고 휘청거리게 만드는 거야.”“둘째, 남해궁을 이용해 양 씨 가문을 괴롭히기 위해서.”“양 씨 가문이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 남해궁을 고용했더라도 그들이 양 씨 가문에 이용당하고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결과는 뻔하지.”“일석이조. 현장에서 바로 이런 생각을 했다니! 양 방주, 당신의 기묘한 계략에 감복했어!”“하지만 이렇게 하는 건 조금 위험해 보여. 하구봉한테 고수를 몇 명 더 보내달라고 해서 일단 당신을 보호하는 게 좋겠어.”양유훤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되었지만 이 상황을 빌어 양 씨 가문을 공격할 생각이다.양 씨 가문이 이미 움직였으니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뻔뻔한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양 씨 가문 대청.조용한 대청홀 안에서 양 씨 가문 노부인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용머리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졸린 듯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탁자 위에 있던 핸드폰이 심하게 요동쳤다.그녀는 눈을 뜨고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되었어?”노부인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물었다.“그 계집애는 죽었어?”“노부인, 이번에 보낸 킬러가 그만 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전화기 맞은편에서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사람들은 상대의 수중에 들어가더라도 절대 입을 여는 일이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바로 두 번째 암살 작전을 수행하겠습니다.”“다만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노부인은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킬러의 마스크를 확 잡아당겼다.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독주머니를 꺼내 던지고 그녀의 손에 든 총도 걷어찼다.그러자 청순하고 앳된 얼굴이 하현의 눈앞에 드러났다.스무 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앳된 얼굴에 오기로 끓어오르는 억척스러운 눈빛이었다.소녀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살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독살스러운 얼굴로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말해 봐. 도대체 누구야? 누가 당신을 보냈어?”하현이 냉엄한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소녀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은 채 죽이든지 살리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듯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오히려 양유훤이 다가와 잠시 소녀를 쳐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 추측이 맞다면 남양에서 가장 유명한 킬러 조직인 남해궁에서 왔겠군.”“당신은 오늘 하현을 죽이러 온 게 아니라 날 죽이러 온 거야.”양유훤의 말에 소녀는 무심코 양유훤을 쳐다보고는 코웃음을 치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내 예상이 맞다면 아마 당신을 사주한 사람은 양 씨 가문일 거야.”“어쨌든 내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뒤 양가백약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기념일에 맞춰 오픈한다면 양 씨 가문 입장에선 아주 창피한 일이니까.”“그래서 날 죽이려고 했던 거야.”“날 죽인 다음 당신의 임무는 아마도 양가백약의 조제법을 손에 넣는 거겠지, 안 그래?”양유훤이 속을 훤히 내다본 듯한 말을 하자 눈 밑이 살짝 요동치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어떻게 알았죠?”소녀는 너무나 놀랐다.양유훤이 한 말이 그녀의 임무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그녀의 신분도 꿰뚫어 보았을 뿐만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미리 일러준 것처럼 임무 내용까지 알고 있었다.“물론 양 씨 가문 쪽 사람이 나한테 알려줬지.”“양가백약 조제법을 아예 없애버릴까 봐 두려웠던 거지. 그래서 그들은 이런 일을 벌여 날 협박하면서 내 입을 막으려고 했던 거야.”양유훤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입을
“촹!”양유훤의 얼굴이 붉어진 순간 별장의 창문이 활짝 열렸다.곧이어 검은 그림자가 번쩍였다.검은 그림자는 손에 총을 들고 있었고 하현과 양유훤을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탕탕탕!”여섯 발의 탄이 한꺼번에 날아와 두 사람의 퇴로를 틀어막았다.아주 빠르고 정확한 솜씨였다.하현은 반쯤 열려 있는 주방의 은신처로 양유훤의 보드라운 몸을 밀어 넣었다.동시에 그는 몸을 굴려 양식용 칼을 손에 집어 들고 상대방을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챙챙’하는 소리와 함께 하현이 내던진 칼이 상대의 총에 부딪혔다.칼은 부서지며 그대로 주방 후드에 날아와 꽂혔다.검은 그림자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총을 든 손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마침내 하현은 검은 그림자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작은 체구에 교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용모가 딱 봐도 여느 평범한 여학생의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동작은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했다.하현의 움직임과 칼놀림에 이 킬러는 잠시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킬러는 하현과 양유훤 사이에 분위기가 오묘하게 흐르는 틈을 타 상대가 손쓸 겨를 없이 공격해 왔다.그러나 결국은 실패했다.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말았다.“말해 봐! 누가 보냈어?”하현은 손을 탁탁 털며 탁자 위의 과도를 잡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쓱!”상대가 입을 열지 않았다.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이익도 얻기 어려울 것임을 아는 게 분명했다.잠자코 있던 그녀는 갑자기 왼손을 휘둘러 소매 속에서 화살침을 던졌다.하현은 재빨리 몸을 뒤로 젖히고 여유롭게 화살침을 피했다.하지만 킬러의 목적은 화살침을 날려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흩트린 뒤 창문으로 도망가는 것이었다.이때 바깥에 있던 경호원들이 얼른 반응했다.그들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와서 하나둘 총을 꺼냈지만 킬러의 동작은 그들을 능가했다.먼저 방아쇠를 당긴 킬러는 경호원들을 따돌린 후 담을 넘어
양유훤은 하현을 보며 말했다.“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내가 절치부심하며 끈기 있게 행동한다고 하지만 이제 보니 정작 그 부분에서는 일인자는 당신인 것 같은데.”하현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대꾸도 하지 않았다.자신이 설 씨 가문 데릴사위로 3년을 지내면서 이미 이런 일엔 아주 익숙하다는 걸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자, 원가령의 얘기는 잠시 접어두자고.”하현은 카레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며 아주 만족한 듯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와 원가령은 원래 당신 때문에 알게 된 사이잖아.”“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한테 붙어서 콩고물이라도 먹으려고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신은 진실을 알잖아?”“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원한을 하나 더 만든 셈이야.”하현은 껄껄 웃으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드러내었다.원가령은 마치 사람이 한순간에 바뀐 것처럼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이는 하현이 절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둘의 관계는 이제 친구도 아니어서 완전히 원수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여기에는 물론 양호남과 원천신의 부채질이 한 이유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가치관이 이렇게 맞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내 잘못이야.”“난 원가령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내가 오래전에 남양을 떠나버렸지. 그래서 언제 양호남과 사귀게 되었는지도 몰랐어.”“말하자면 그녀도 참 불쌍한 여자야.”“그녀는 사생아였어.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을 꺼려서 원 씨 가문 내에서도 그 둘의 입지는 참 곤란해.”“원가령을 양호남과 사귀게 한 데에는 아마 원천신의 강력한 요구도 한몫했을 거야.”“내가 남양에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이미 원천신한테 한 말이 있는데 지금은 그 말을 당신한테 해 주고 싶군.”“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자유롭게 연애하고 자유롭게 결혼하는 시대야!”“그러
하현은 원가령과 원천신이 떠들어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일을 다 지시한 후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났다.이 일은 결국 양유훤의 일이었기 때문에 그는 늦은 밤이었지만 그녀가 요양하고 있는 곳을 찾아왔다.이곳은 교외에 있는 별장이었다.하구봉이 양유훤을 위해 마련한 거처였다.양유훤뿐만 아니라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양제명도 이곳에서 요양 중이었다.안팎으로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보안 문제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하현은 이곳을 매우 안전한 곳이라 생각했다.별장 로비에 들어서자 열린 부엌 사이로 남양 가요를 흥얼거리며 야채를 썰고 있는 양유훤의 모습이 보였다.하현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싸움과 살육에 능한 남양방 방주에게 이런 여성스러움이 있었다니!흐릿한 달빛이 가득한 지금 우아하면서도 고운 그녀의 자태가 보는 이로 하여금 금방이라도 품에 안고 싶게 만들었다.하현은 살짝 숨을 내쉬며 나대는 심장을 잠시 누그러뜨린 뒤 손을 뻗어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는 벽을 살짝 두드렸다.“어, 왔어?”양유훤은 하현을 보며 방긋 웃었다.“듣자 하니 요 며칠 원가령이랑 사이가 틀어졌다면서?”“원가령이 내 체면도 봐주지 않고 당신한테 기회도 주지 않았다던데. 아주 우릴 밟아버릴 작정인가 봐?”“내가 당신 성격을 알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로 당신이 겁먹은 줄 알았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남양식 카레를 휘저었고 이어 하현을 위해 밥 한 그릇을 담았다.그런 다음 카레와 조합해 하현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하현은 숟가락을 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양가백약은 솔직히 말하면 당신 사업이고 원가령도 말하자면 당신 절친이야.”“난 그냥 잠시 도와주는 알바 정도의 사람이고.”“요 며칠 내가 당신 일을 도와줬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날 원망하는 투로 말하다니 양심이 있는 거야? 어? 양유훤?”양유훤은 힐끔 하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그동안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