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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작가: 진헤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5 19:00:00
여진우가 돌아왔을 때, 강이한은 여전히 정원 한가운데 서 있었고 떠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심코 집 안쪽을 힐끗 보았다.

여진우는 주먹을 가볍게 쥔 채 천천히 강이한에게 걸어갔다. 두 사람이 마주 선 순간, 공기는 팽팽하게 얼어붙었다.

“지금 상황에 여기까지 올 여유가 있다니, 놀라운 일이군.”

여진우가 말했다.

서주의 상황은 어떠한가? 정국진이 발을 뗀 이후 이유영은 서주와 거리를 두었지만 여진우만큼은 그곳의 변화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지금 서주는 강이한과 박연준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서주의 혼란 속에서도 강이한은 이곳까지 올 결심을 한 것이다.

강이한은 여진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이유영을 떠올리게 할 만큼 닮아 있었다. 그 얼굴을 보며 강이한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전생에, 강이한은 이유영과 여진우가 남매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실 조금만 더 주의 깊게 봤더라면 그들의 닮은 점을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랬다면 서주에서 여진우를 만났을 때 이유영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았을지도 모른다.

“널 과소평가했어. 이렇게 빠져나올 줄이야!”

강이한은 서주를 언급하며 말했다.

여진우가 만약 능력이 없었다면, 이번 서주 사태는 여진우에게도 큰 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진우는 담담히 말했다.

“인생은 많은 선택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때로는 중요한 것 중 일부를 포기해야 해!”

여진우의 말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강이한은 여진우의 말을 곱씹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중요한데 포기한다고?

여진우는 강이한이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이어갔다.

“하지만 너한텐 포기라는 건 없어 보이네.”

“...”

“예를 들면, 이온유...”

이온유. 그렇다.

강이한과 이유영 사이의 핵심 갈등은 연서였고 그 문제를 가로막는 가장 큰 존재는 바로 이온유였다.

강이한은 여진우를 바라보며 입술을 다물었다.

여진우는 더는 말을 덧붙이지 않고 등을 돌려 집 안으로 걸어가며 조용히 말했다.

“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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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한은 이유영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에 닿았다.이유영이 물었다.“대체 어디 가는 거야?”“염 선생님이 드디어 진료를 허락하셨어.”지난 스무날 동안.아무리 이유영이 강이한을 거부하고 밀어내도, 강이한은 단 한 순간도 이유영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한결같이 이유영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서주의 상황이 어떨지 알 수 없었지만, 이유영은 혼란에 휩싸였겠다고 짐작했다.그럼에도 강이한은 이곳에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차 안에서.이유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한다고 내가 널 용서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감동이라도 했냐고? 전혀, 조금도 감동하지 않았다. 강이한은 이 험난한 순간에도 이유영의 곁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유영의 마음은 요지부동이었다.이유영의 말에 옆자리의 강이한이 잠시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망설임 없이 이유영을 품에 끌어안으며 부드럽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용서는 필요 없어. 난 네가 낫기만 하면 돼.”용서?강이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유영은 평생 그를 용서하지 않을지도 몰랐다.그렇다.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었다.하지만 괜찮았다.강이한이 바라는 것은 오직 이유영이 건강을 되찾는 것뿐이었다. 깊은 어둠 속에서, 강이한은 마치 지난 생에서 스친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그때의 이유영도 지금처럼 고집스러웠다.이유영은 그때도 어둠 속에서 자신을 적응시키려 애썼다. 강이한은 이런 이유영을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누군가가 도우려 해도 이유영은 완강히 거부했다. 우지와 우현이 곁을 지켰음에도 이유영은 그 누구의 손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지난 생에서, 이유영의 곁에는 강이한 밖에 없었고 이유영은 결국 강이한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어둠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강이한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 혼자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그러나 이번 생은 달랐다. 이유영 곁엔 가족도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이유영은 여전히 어둠 속에 익숙해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6화

    아직도 협박할 수 있냐고?송연미가 말한 것들이 정말 소은지에게 아무런 위협이 될 수 없는 걸까? 그렇다면 이 여자가 두려워하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송연미는 소은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꼿꼿하게 걸어가고 있는 소은지의 뒷모습은 세상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태도가 느껴졌다.“여섯째 도련님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여섯째 도련님이 날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넌 네가 원하는 걸 평생 이룰 수 없다는 거야.”차분하게 말을 마친 소은지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소은지의 발걸음은 가볍지도, 급하지도 않았다.그 발걸음에서는 오직 평온함만이 느껴졌다. 지금의 소은지는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두려움도 없는 사람 같았다.그런 소은지를 보며, 송연미는 소은지가 무엇을 두려워할 수 있을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송연미는 오랫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밖으로 나간 소은지에게 도우미가 한 마리의 주황색 고양이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는 더욱 그랬다.소은지의 옆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이런 상황에서도 고양이를 품에 안고 쓰다듬을 여유가 있다니. 이 여자는 정말 두려움이란 감정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소은지는 품에 안긴 작은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요?”조그맣고 여린 새끼 고양이를 바라보며 소은지가 말했다.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일곱째 도련님께서 길에서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사모님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 보내셨다고요.”길에서 발견했다니? 현우의 따뜻한 마음씨에 소은지는 미소를 지었다..보통 남자라면 이런 행동을 할 리 없는데, 현우는 달랐다. 현우의 이런 모습은 귀엽다 못해 믿음직스러웠다. 현우는 믿음직스럽고 의지할 수 있는 남자였다.소은지는 고양이를 소중히 품에 안았다.작은 고양이는 소은지의 품 안에서 몸을 비비며 귀엽게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오씨 아줌마.”“네, 사모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5화

    눈앞에서 떨고 있는 송연미를 바라보며 소은지는 담담히 말했다.“이런 무의미한 일은 이제 그만둬.”애써 더 많은 노력을 쏟을수록 결국 더 깊은 실망만 남는 법이다. 그리고 그 실망의 원인을 현우에게 돌릴 뿐이다.소은지는 이런 광경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결국, 혼자만의 집착일 뿐이었다.송연미의 분노는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여섯째 도련님이지?”“...”송연미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와 억압이 깃들어 있었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소은지의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너와 여섯째 도련님의 일, 아무도 모를 것 같아? 만약 그분이 알게 된다면...”송연미는 말을 멈추고 소은지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경고와 위협이 담겨 있었다.소은지는 그 속셈을 간파한 듯 가볍게 웃었다.“날 협박하겠다는 거야?”“그분이 알게 된다면, 현우는 반드시 우리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야 할 거야. 그때도 현우가 널 선택할 것 같아?”“그럼 해보던가.”송연미의 감정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소은지는 앞에 앉아 있는 송연미를 바라보며 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소은지의 태도는 단호했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소은지의 모습에 송연미의 마음은 한층 더 흔들렸다.그랬다.이 상황에서도 송연미는 여전히 소은지와 여섯째 도련님 사이의 일이 자신의 유리한 카드라고 믿고 있었다. 엔데스 가문의 일이 끝나기 전인데도 말이다.이 카드는 소은지에게도, 현우에게도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송연미는 비열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 애썼다. 단지 소은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주길 바랐을 뿐이다.하지만... 소은지는 이 모든 상황에서도 여전히 냉정하고 무심했다. 소은지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그렇다.송연미가 소은지에게 느낀 감정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 여자는 마치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그리고 그 점이 송연미의 마음을 더 초조하게 했다.“해볼래?”소은지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4화

    소은지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는 듯했다.겉으론 무심해 보였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내 생각엔, 현우가 이미 네 아버지의 지원을 거절한 것 같은데?”송연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소은지가 말을 이어갔다.소은지의 말투는 비아냥으로 가득 찼고 송연미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렸다.소은지는 정곡을 찔렀다. 정말 마녀 같은 여자였다.바로 그 순간, 송연미는 현우가 이렇게 오랜 세월 한곳에 머물러 있다가 왜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는지 깨달았다.바로 이 여자... 소은지 때문이었다.소은지 때문에 최근 들어 현우가 여러 일에 뛰어든 것이었다. 예전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소은지가 등장한 뒤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현우는 송연미가 엔데스 운빈과 결혼한 이후로 파리를 떠났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간 엔데스 가문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현우는 전혀 돌아오지 않았다.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돌아왔고 그것도 이 여자 때문이라니?송연미는 소은지를 응시했다.송연미의 눈빛은 마치 소은지를 꿰뚫으려는 듯한 날카로움으로 가득했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반응을 보며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한 말이 맞는 모양이네.”“만족스러워?”소은지의 태도에 송연미는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송연미는 수년간 엔데스 가문에서 겪은 일들로 인해 이미 모든 인내심을 잃어버렸다.모든 것을 잃은 송연미는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지금 소은지의 태도는 송연미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현우의 곁에 이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가 없었다.모든 것이 끝나야 할 타이밍이었다. 송연미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리며 긴 시간을 보냈고 이제야 겨우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하지만 현우가 돌아왔을 때, 현우의 곁에는 소은지가 있었다. 소은지는 그렇게 이곳 반산월에 머물고 있었다.소은지는 반산월이 가진 의미를 알 리 없었다. 그곳은 송연미와 현우가 함께 설계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결혼하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3화

    무언가 생각난 듯, 송연미는 소은지를 바라보았다.송연미의 눈빛은 단순히 차가운 것을 넘어 얼음처럼 날카로웠다.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엔데스 가문이 어떤 상황인지 너도 알고 있겠지?”“...”“우리 아버지의 지지가 현우에게 굉장히 중요해.”송연미가 엔데스 운빈과 결혼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송연미를 차지했기 때문이다.결혼 후, 엔데스 운빈이 아무리 송연미를 존중했어도, 송연미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존재였다.수년 동안, 송연미는 엔데스 운빈의 곁을 떠날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최근에야 드디어 아버지를 설득해 아버지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하지만 그 결과가 송연미를 이렇게까지 괴롭게 만들 줄은 몰랐다.“소은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을 거라고 믿어.”소은지가 침묵하자, 송연미는 더욱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껏 방법을 찾지 못했던 그녀가 이번에는 왜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걸까?그 이유는 단 하나, 소은지 때문이었다.소은지가 느낀 현우의 변화를 송연미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둘이 느낀 대상은 완전히 달랐다. 송연미의 눈에는 엔데스 현우의 변화가 모두 소은지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그렇기에 송연미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이대로 두면 상황은 더욱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달을 것이었다.송연미는 그런 결말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소은지에게 단호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그러나 소은지는 그런 송연미를 비웃으며 조소 섞인 미소를 지었다.소은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네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면 어떡할 건데?”소은지는 자신이 하는 말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태연한 척하는 게 분명했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송연미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걸까?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그 이유는 명백했다. 송연미는 이미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엔데스 현우도 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2화

    현우는 소은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이유영 씨에 대한 소식, 알고 있나요?”“유영이 말인가요?”“네.”“며칠 전에 백산 별장에 갔었는데, 거기서 들은 말로는 유영이의 두 눈이 이제 거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소은지의 마음은 조여드는 듯한 답답함에 사로잡혔다.예전에 정씨 가문에 있을 때, 임소미가 얼마나 이유영의 시력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렇기에 소은지마저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시력을 잃는다는 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게다가 강이한에게 끌려간 상태라서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강이한은 이유영에서 늘 문제가 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이 말을 들은 순간, 옆에 있던 현우의 몸이 떨렸다.소은지는 현우의 변화를 감지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엔데스 현우는 떠났다. 현우는 늘 그렇듯 나가면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아무리 바빠도 엔데스 명우가 이곳에 올 때마다 현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돌아왔다는 점이었다.소은지가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위험에 처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현우는 계약 조건에 따라 소은지를 철저히 보호하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어떤 상황에서도 소은지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소은지를 철저히 보호했다.소은지는 그에게 필요한 단서를 제공했고 현우도 소은지에게 필요한 보호를 제공했다.현우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송연미가 찾아왔다.송연미와 소은지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갔다.카페에는 둘만 남아 있었다. 송연미는 앞에 놓인 커피잔을 손에 들었지만,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그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엔데스 운빈과 어제 이혼했어.”소은지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잠시 멈췄다.놀란 얼굴로 송연미를 바라보았고 눈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빛이 스쳤다.송연미는 그런 소은지를 바라보며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평온함과 해방감이 어렴풋이 비쳤다.하지만 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1화

    긴장감이 폭발 직전까지 치달았다. 두 사람은 차갑게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고 소은지는 두 사람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싸늘하고 날카로운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소은지는 여태껏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않았다.소은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청하시에서도 오직 이유영만이 유일한 존재였을 뿐,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이유영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부분 이유영이 소은지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강이한이 나타난 후로 이유영의 삶은 늘 혼란스러웠다.대부분의 시간 동안, 소은지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유영을 붙잡아주며 지탱해야 했다.파리에 온 이후, 소은지의 삶은 엔데스 명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의지할 생각을 더욱 하지 않게 되었다.그런데 지금...“흥! 현우야, 앞으로 네가 얼마나 더 보호할 수 있을지 지켜볼게.”엔데스 명우는 비웃듯 말하고는 매섭게 돌아섰다.그의 등 뒤로는 차가운 기운이 스며 나왔다.현우는 소은지를 바라보았다. 소은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방금 전에 있었던 긴장된 상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현우는 가볍게 웃었다. 그 소리에 소은지는 정신이 번쩍 들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뭐가 그렇게 웃겨요?”“당신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는 게 웃겼어요.”두려움? 그렇다.조금 전, 엔데스 명우 앞에서 어떻게든 힘을 짜내 맞서 싸웠지만,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그 순간, 소은지는 진심으로 두려웠다.그리고 엔데스 명우가 떠난 뒤에도 소은지의 등에선 여전히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당신도 알잖아요. 당신 형은 완전히 미친 사람이란 걸!”소은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미친 사람이죠.”소은지가 엔데스 명우 곁에 있을 때 어떤 비인간적인 고통을 겪었는지, 여러 번 도망쳤다가 결국 어떻게 붙잡혔는지, 그는 모두 알고 있었다.현우를 만난 뒤에야 소은지는 반격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소은지는 모든 것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00화

    한껏 완화된 긴장감은 소은지의 한마디로 다시 불이 붙었다.소은지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조롱과도 같았고 어딘가 날카로운 독기를 풍겼다.소은지는 분노로 붉어진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핏빛으로 물든 그의 눈은 분노가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생생히 드러냈다.하지만 소은지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담담히 말했다.“병이 그렇게 심각했다면 죽음도 끔찍했겠네.”소은지의 말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더욱 후벼팠다.설유나는 죽기 직전까지 엔데스 명우에게 애원했다. 설유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온갖 수단과 계략으로 쟁취한 모든 것을 이렇게 허망하게 잃을 순 없었다.하지만 설유나가 신처럼 여기던 엔데스 명우조차도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그 상황에선 누구도 설유나를 구할 수 없었다.그렇게 설유나는 엔데스 명우의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고 그 절망감은 지금까지도 엔데스 명우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그는 설유나를 구할 방법이 있었지만, 결국 구하지 못한 이유는... 소은지 때문이었다.“이게 진짜...”남자는 이를 악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소은지는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말했다.“설유나는 시작일 뿐이야.”소은지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앞으로도 엔데스 명우에게 닥칠 일이 더 많을 텐데, 벌써 이렇게 화를 내면 나중에는 어쩌려고?소은지는 가벼운 미소를 띠며 도발하듯 엔데스 명우를 바라봤다.분위기는 폭발 직전의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조여들었다.엔데스 현우가 설유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현장으로 달려왔다.형제 관계가 아무리 냉랭해도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엔데스 현우도 예외는 아니었다.역시나, 엔데스 현우가 이곳에 나타났다.“형, 지금 뭐 하는 거야?”엔데스 현우는 한걸음에 다가가 엔데스 명우의 손에서 소은지를 빼내 품에 안았다.엔데스 현우가 소은지를 감싸는 모습을 보자 엔데스 명우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너, 저 여자를 감싸는 거야?”“형은 세상이 이미 변했다는 걸 잊었나 보네.”엔데스 현우의 목소리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99화

    소은지의 냉정한 태도와 엔데스 명우의 거칠고 격렬한 분노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소은지는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고 무관심해 보였다.엔데스 가문의 일원으로 수많은 일들을 경험해 온 엔데스 명우조차도 지금 소은지가 풍기는 차가움에 섬뜩해질 정도였다.“정말 냉정한 사람이네.”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내뱉으며 목소리에는 위험이 가득했다.소은지는 차분히 답했다.“미안하지만,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나 일에 대해선 공감이 잘 안돼.”일이 직접 자신의 삶에 닥치지 않는 한, 그 감정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이건 냉정함이나 무관심의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소은지는 설선비, 설유나와 특별한 관계도 없었다.그들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해도 결코 유쾌한 사이는 아니었다.그러니 설선비와 설유나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소은지는 그저 냉정했을 뿐이다.더군다나,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설선비와 설유나가 겪은 일에 어떠한 연민이나 슬픔도 느낄 수 없었다.그 순간, 갑자기 목덜미에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엔데스 명우의 손은 마치 소은지의 목을 으스러뜨릴 듯 강하게 조였다.분명한 건, 엔데스 명우는 설선비와 설유나의 죽음이 모두 소은지의 탓이라고 믿고 있었다.설선비는 소은지의 고소로 궁지에 몰려 죽게 된 것이었고 설유나는 소은지의 외면으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했다.“소은지, 너 같은 여자는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도 없어!”남자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잔혹했다.팍!뺨을 세게 내려치는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공간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엔데스 명우가 손을 놓는 순간, 소은지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앉았다.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소은지는 흔들림 없는 고요한 기운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은지에게는 조금의 동요도, 당황스러움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숨을 삼켰다.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엔데스 명우의 사람들에게 통제당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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