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한은 손을 내밀어 아주 부드럽고 다정하게 이유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신 또 헛생각하기 시작했구나?”이유영은 오전에 그랬던 거처럼 또 단번에 강이한의 손을 때려치웠다.강이한은 이유영을 한눈 보고는 또다시 물었다.“루이스 이미 돌아갔다면서!”“...”이 얘기를 안 하면 모를까, 루이스 얘기가 나오자, 강이한을 바라보는 이유영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온 오후, 이유영에게 있어서 그 시간은 아주 지옥이었다.“은지를 데려간 사람이 도대체 누구야?”그녀의 말투는 아주 날카로웠다. 심지어 이걸 물어보는 이유영은 가슴이 아팠다.‘강이한이 어떻게...’차는 반산원에 세워졌다. 밖에는 이미 큰비가 내리고 있어 커다란 빗방울은 차창을 때리고 있었다. 협소한 차 안의 분위기는 아주 무거웠다.지잉 지잉-핸드폰 진동이 울렸다.강이한은 핸드폰을 꺼내서 보니 이시욱의 전화였다.그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도련님, 빨리 핸드폰을 확인하십시오.”“무슨 일이야?”“큰일 났습니다!”원래 안 좋던 분위기는 이시욱의 이 말에 더욱 극한으로 얼어붙었다.전화 통화음 소리가 낮지 않아서 이유영도 통화 내용을 다 들었다. 강이한이 전화를 끊기 전에 이유영은 이미 핸드폰을 들었다.[로열 글로벌 대표, ‘전남편의 새로운 사랑에 끼어들었다’ 의혹][로열 글로벌 대표 아직도 전남편이랑 뒤엉켜, 현 여친은 모리나 호텔에서 지냄][로열 글로벌 대표...]등등 관련된 기사들이 온 파리를 뒤흔들어놨다.“...”지금 강이한도 핸드폰을 열어 기사들을 보고 눈앞이 캄캄했다.강이한은 이유영 손안의 핸드폰을 확 뽑아갔다.그는 온몸에 차가운 기운을 뿜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부숴버릴 것같이 위험해 보였다...“일단 보지 마.”이유영은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아까 그 기사들로 가득 찼다.이유영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기운도 강이한보다 얼마 낫지 않았다!강이한은 이유영을 확 끌어안았다.“유영아.”줄곧 힘 있던 팔은 이유영을 안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이유영이 왜 제일 진주를 인수하려고 하는지 강이한은 그제야 깨달았다.분명한 건... 이건 대중들에게 두 사람의 관계에 대응하는 것이었다.가슴은 질식할 것처럼 숨이 막혔다.다시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다.“이시욱더러 최대한 빨리 서류들을 준비하라고 할게.”이유영에게 수속 문제에 대해 협조해 줄 거라는 말이었다.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강이한을 쳐다보았다.필경 이유영의 마음속에 강이한은 절대로 지지 않는 성격이었다. 이유영은 강이한더러 자기한테 협조하라고 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줄 알았다.하지만 강이한이 이렇게 쉽게 대답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런데 이유영이 모르고 있는 건, 파리에서 성립된 지 제일 짧은 시간 내에 상장한 제일 진주는 원래부터 강이한이 그녀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었다.그리고 이 회사에 연루된 프로젝트들은 또 한없이 방대했다...하지만 회사를 이유영에게 넘겨주게 된 게... 이런 계기하에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전화 안 받아?”끊임없이 진동하는 강이한의 핸드폰을 보고, 특히 핸드폰 화면에 뜬 발신자에 지음이라는 두 글자를 보며, 이유영은 강이한의 이 협조가 그저 우습게만 느껴졌다.강이한은 이제야 자신의 핸드폰을 보았다.한눈 보자마자 바로 끊어버렸다.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아주 끈질기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왔다.“유영아, 나랑 지음 사이는...”강이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의 얘기를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강이한이랑 이유영도 아무 사이가 아니었다.만약 소은지가 아니었으면 이유영도 어찌 다시 강이한이랑 엮였겠는가!?그래서 강이한과 한지음이 도대체 어떤 사이인지, 이유영과는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차에서 내린 이유영은 강이한을 등으로 진 채, 온몸의 기운은 점점 차가워졌다.그리고 강이한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모든 해석의 말도 다시금 삼켰다.“강이한, 당신 정말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으면 은지 소식을 나한테
유 아주머니는 한지음의 말을 듣고 얼굴의 웃음기를 전부 다 거두었다.그리고 한지음을 보며 얼굴색이 어두워졌다.“그 사람은 지금 주인님 곁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주인님이 아주 잘 대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만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네?”“...”‘아주 잘 대해준다고? 허허!’이 말을 들은 한지음은 입가에 비웃음의 미소를 지었다.한지음이 입을 떼기도 전에 유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아가씨가 말을 잘 듣기만 하면 그 사람도 아주 잘 지낼 거라고 주인님이 말씀하셨습니다.”유 아주머니는 ‘말을 잘 들기만 하면’이 네 단어에 중점을 두면서 말했다. 이건 분명 주인님이 한지음에게 주는 경고였다.원래 안색이 안 좋던 한지음의 얼굴색은 지금 더욱 하얘졌다.한지음은 목이 멘 소리로 입을 열었다.“저에게 기한 좀 줄 수 있어요?”그래, 기한! 한지음은 기한이 필요했다.이렇게 끝이 안 보이는 삶은 너무 힘들었다. 아무리 암흑 속에 있더라도 한지음은 지금 이런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암흑 속에서 한지음은 유 아주머니의 기운이 변한 것을 느꼈다.예전과 같이, 유 아주머니는 한지음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그저 한지음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는 옷을 갈아입혔다.“뭐 하는 거예요?”매번 유 아주머니가 옷을 갈아주려고 할 때면 한지음은 무의식적으로 반항했다.왜냐하면 매번 옷을 갈아입은 후면 외출을 해야 했다.“이유영 아가씨랑 저녁 식사하러 가셔야 합니다.”“...”‘뭐라고!?’한지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말했다.“아무래도 로열 글로벌의 대표님을 만나는 자리인 만큼 너무 초라하게 입어서도 안되지 않습니까?”한지음은 가슴이 벌렁벌렁했다.입고 있는 옷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끝내는 두 손에 주먹을 꾹 쥐고 참았다.‘도대체 이런 공제 당한 삶은 언제 끝이 나는 거야?’분명한 건, 이유영이 구치소에서 큰 화재를 당한 이후에, 한지음은 이유영에 대한 원한을 이미 내려놓았다.아무리 큰 원한이 있었더라도 이
말이 끝나자, 한지음은 정확히 전화 반대편의 숨소리가 거칠어진 것을 느꼈다.그리고 한지음의 숨소리도 따라서 줄어들었다.‘강이한 뿐만이 아니고 이유영과도 모순이 있지 않고서는...’이 사람은 도대체 왜 강이한과 이유영이 같이 있을 때, 강이한에게만 손을 쓰는 건지 한지음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만약 정말 강이한만 증오하고 미워하는 거면.... 강이한이 감옥에 있던 그 2년 동안에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지 않았나?’“지음아, 너 정말 말을 안 듣네.”전화 반대편 남자의 말투는 극도로 매혹적이었다.그리고 한없는 위험함도 깃들어 있었다.”“...”한지음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 속 남자는 아주 사람을 달래는 목소리로 말했다.“들어 가봐. 날 실망하게 하지는 말고.”이건 사람을 달랜다기보다는 압박의 경고에 더 가까웠다.그리고 한지음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사람은 비록 한지음의 물음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한지음에게 더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이 사람은 강이한과 이유영이랑 절대로 원한이 깊어!”...반산월의 불빛은 아주 어두웠다.저녁 식탁에, 집사는 다가와 한지음의 방문 소식을 이유영에게 전했다. 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숟가락을 들고 있던 손마저 멈칫했다...우지랑 우현도 한지음이 왔다는 것을 듣고 순간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이로써 이유영을 돌보는 아랫사람들은 다 이유영 곁에 오기 전에 이미 한지음이 이유영의 세상에서 어떤 사람인지를 다 소개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가씨, 그냥 쫓아내셔도 되십니다.”우지는 앞으로 다가와 이유영에게 아주 공손하게 말을 건넸다.이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우지를 한눈 보았다.특히 아주 경계를 내세운 우지의 모습을 보고 외숙모가 우지한테 당부를 적지 않게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리고 이유영은 전에 외삼촌이 한 말이 떠올랐다.이유영은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탁- 접시에 내려놓고는 냅킨을 들어 입가를 닦았다.그러고는 냅킨을 내려놓으며 집사에게 말했다.“가서
지금 정말 강이한에게 단 일말의 감정이라도 남았더라면 이유영은 꼭 사람을 불러서 한지음을 집에서 내쫓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유영은 그러지 않았다!그저 한지음이 입고 있는 임부복이 좀 눈에 거슬렸을 뿐이었다. 필경... 두 사람도 전에는 사이가 그렇게 깊고 치열했는데 이제는 정말 과거밖에 안 남은 것 같았다.한지음은 오히려 사양하지 않았다. 하인은 그녀를 부축하여 식탁에 앉힌 후 그녀의 앞에다 몇 개의 음식을 갖다 놓았다. 한지음은 몇 모금 먹어보더니 입가에는 쓴 미소를 지었다.“넌 지금 정말 잘 지내고 있구나!”“...”이유영은 한지음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저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내려놓았다.한지음은 가슴이 따끔거렸다.이유영은 두 눈을 가리고 있어도 한지음의 몸에서 자신과 조금 다른 기운을 느꼈다. 그건 마치 유감, 두려움 그리고... 외로움?예전에 한지음은 정말 히스테리 할 정도로 이유영을 미워했다. 하지만 지금 못 믿을 만큼, 한지음의 몸에서 전혀 이유영에 대한 미움을 느낄 수 없었다.“말해 봐. 무슨 일이야?”이유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필경 이유영과 한지음 사이에는 서로 이야기 나눌 옛정도 없었다.특히 얼마 전, 사무실에서 두 사람 사이에 그런 불유쾌한 일도 있었으니 더욱 나눌 얘기가 없었다.하지만...예전에 이유영을 만나기만 하면, 한지음은 그저 쉴 새 없이 이유영더러 강이한 곁을 떠나라고 재잘재잘 얘기했었다. 아니면 이유영이 어떤 사람인지 비하하면서 그녀에게 모욕감을 주기도 했다.하지만 오늘 한지음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한지음은 온몸의 기운은 그렇게 무거운데 그저 이유영의 방향을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유영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고의로 임부복을 입고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전에 사무실에서 임신했다고 말한 지 얼마나 됐다고, 지금 배도 안 부어올랐는데 벌써 임부복을 입었다.특히 지금 한지음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기운은 전에 사무실에서 유 아주머니가 계실 때랑 완전히 달랐다...사무실에 있을 때
하지만 그 인내는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결국 한지음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을 이었다.“난 사실 이제 널 증오하지 않아..”“...”‘증오!?’그러니까 지금 한지음이 말하기를 처음에 이유영 옆에 나타난 건 확실히 증오 때문이라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 그 증오는 이미 사라졌다고 했다.“증오 안 한다고?”“그래. 난 이제 널 증오하지 않아!”이유영이 믿든 안 믿든 지금 이 시각, 한지음의 말은 다 사실이었다.처음엔 미워했다.한지음이 왜 이유영을 증오했더라? 그건 이유영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증오는 이유영이 그 불 속에 뛰어들었을 때, 이미 사라졌다.그리고 다시 이유영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도 한지음은 그저 이유영의 명줄이 참 길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이유영의 말투는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여기와 와서 고작 그거 알려주려고 왔어?”“강이한 곁에서 떠나!”“...”‘그래, 화제는 결국은 강이한을 떠나지 못하네.’“너 강이한을 사랑해?”“그래. 사랑해. 날 불쌍하게 생각해서라도 제발 오빠랑 함께 있지 마.”한지음은 아주 기원하듯 말했다.하지만, 이 기원에는 이전의 가련함과 겹쳤다.일이 오늘날 이렇게 된 이상 이유영도 대충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알았다.오늘 한지음이 여기에서 걸어 나가기만 한다면 강이한은 꼭 이유영을 찾아와 한바탕 그녀를 질의할 것이 분명했다.이유영은 정말 잠시 미쳐서 한지음의 배후에 사람이 있고 누군가가 계략을 짜고 조종했다고 생각했다.“우지.”“네.”“이 사람을 내보내세요.”여기까지 들은 이유영은 도무지 더 들어줄 수가 없었다.당연히 한지음이 강이한의 얘기만 꺼내면 이유영은 아주 결코 듣기 싫어했다.“이유영. 내가 이렇게 빌게.”우지가 한지음을 식탁 의자에서 잡아당기는 순간에도 그녀는 아주 간절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유영은 눈앞에 놓인 물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우지는 강제적으로 한지음을 밖으로 데려 나
필경 외삼촌의 말대로 이유영은 지금 로열 글로벌의 대표라는 신분을 갖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당연히 신중하게 처리해야 했다.그리고 분명한 건 이번 일은 이유영을 노린 것이었다.이유영의 머릿속에는 아까 한지음이 이상했던 점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시기에 이런 소식이 터졌다는 건...이유영은 눈을 감고 아파나는 미간을 어루만졌다.안민의 전화를 끊자마자 강이한의 전화가 걸려들어 왔다.이유영은 머리가 엄청나게 아팠지만 그래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한지음이 반산월에 갔어?”강이한의 차가운 어투 속에는 심문하는 느낌이 진하게 깃들어 있었다.이유영은 입술을 세게 오므리며 눈 밑에는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이유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 반대편의 강이한은 다시 입을 열고 말했다.“유영아, 너랑 한지음 사이의 일들은 다 지나갔어? 알지?”“강이한! 너랑 나 사이의 일도 다 지나갔어!”강이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유영은 날카롭게 대꾸했다.‘한지음이랑 있었던 일은 다 지나갔다고? 그게 무슨 뜻이지?’‘설마 강이한은 내가 사람을 보내서 한지음을 여기로 데려온 거로 생각하는 건가?’지금, 이 순간, 마치 바늘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두 사람은 그 누구도 먼저 기를 죽이지 않았다. 반대로 점점 더 세졌다. 한참 지나 이유영은 군말 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녀의 얼굴은 정말 잿빛이 되도록 어두워졌다.가슴은 끊임없이 벌렁거렸다.“아가씨.”우지는 아주 걱정스럽게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이유영은 눈을 날카롭게 뜨며 눈 밑에는 쌀쌀한 기운이 스쳐 지났다. 그리고 바로 루이스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끼의 저녁 식사가 지금까지 한시도 조용할 틈이 없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루이스가 전화를 받자, 이유영은 상대방이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당장 가서 한 가지 일 좀 해주세요.”“네! 말씀하세요.”“한지음을 파리에서 꺼지게 해주세요.”이유영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생각해
우지의 말을 듣고 나니 이유영 눈 밑의 한기는 사라지고 대신 침착함이 감돌았다.‘설마 이것이 바로 한지음 배후의 사람이 원하던 건가? 배후의 사람...’오늘 저녁에 한지음을 만나고 나니 이유영은 착각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정국진이 전에 말했던 짐작들도 다 들어맞았다. 한지음의 배후에는 사람이 있었다.이런 생각들이 들자, 이유영은 핸드폰을 들어 또다시 루이스에게 전화를 걸었다.루이스는 전화를 아주 빠르게 받았다.“아가씨!”“강이한에게 내 뜻만 보여주면 돼요.”이 말인즉, 진짜로 일을 벌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반드시 상대방에게 교훈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네! 알겠습니다.”...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밤이었다.이튿날 대 아침 정국진은 아침 식사 자리에서 이유영을 보고 깜짝 놀랐다.“난 네가 한동안은 여기 안 올 줄 알았어.”이유영은 정국진을 보며 말했다.“외삼촌이 전에 한지음이 저랑 강이한 곁에 나타난 건 다 의도를 하고 나타난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왜 뜬금없이 이 소리야?”“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이유영이 말했다.“...”‘유영이도 알아챘다고?'이유영을 바라보는 정국진의 눈 밑에는 심오함이 반짝거렸다. 로열 글로벌에 있는 이 2년 동안 이유영도 정말 많은 경험치를 쌓았다.2년 동안에 이유영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는지 아무도 모른다.그리고 매번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합작과 어울리는지를 정확히 알아내야 했다.이유영이 오늘날의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정말 쉽지만은 않았다.그래서 2년 전에는 안 보이던 일들이, 잘 모르겠다던 사실들이 이제는 지금은 조금씩 감이 잡히기도 했다.정국진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정국진의 탄식 소리에 이유영은 더 어안이 벙벙했다.“외삼촌.”“나도 아직은 강이한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어. 강이한 배후자의 신분이 확인되면 그때는 한지음의 배후자가 누구인지도 알아낼 수 있어.”“강이한의 신분?”“너 설마
강이한 때문에 이유영은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는데, 박연준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특히 소은지가 연서의 존재를 알게 된 후부터는 더욱 그렇다. 박연준과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어떤 보호를 해주었는지와 상관없이 이유영은 그 둘에게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했다.그 이유는 그들이 이유영에게 접근한 이유가 처음부터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이유영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자존심 강한 이유영은 진영숙의 억압 속에서도 강이한을 위해 참았지만, 이제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이유영의 현재 모습이 바로 그 고통스러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소은지가 부엌으로 간 사이, 박연준은 이유영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이유영은 손을 빼려 했지만 박연준은 더욱 힘을 주었다.“박연준!”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박연준은 이유영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답답한 듯 말했다.“대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박연준의 질문은 이유영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어떻게 하면 좋을까?이미 다 설명했는데, 왜 이유영은 서로 힘들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이유영의 차가운 대답은 박연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요즘 이유영은 박연준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항상 차가웠다. 마치 높은 벽을 쌓아놓은 듯, 넘어설 수 없을 만큼 차가운 태도였다. 박연준은 이유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괴로워했다.이유영은 냉담한 시선으로 박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박연준은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이유영의 차가운 말에 박연준의 끈기와 노력은 무너져 내렸고 결국 그는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늘, 약 먹고 어땠어?”박연준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이유영이 대답하기 전에 박연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영아, 진심으로 대답해 줘. 네 건강과 관련된 문제야.”박연준은 이유영이 진심으로 이야기해 주기를 바랐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아무런 느
현우에 대한 생각은 소은지와는 달랐다.그들 사이의 관계는 처음부터 그런 방식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강제로 바꿀 수는 없었다.또한 그녀와 엔데스 명우의 관계는 그녀의 인생에서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치욕이었다.온몸이 더럽혀진 자신이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남자, 현우와 어울릴 수 있겠는가?그는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였고, 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 자격도 없었다....소은지는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갔다.파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유영에게는 그것이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정확히 일주일이 지났고 소은지는 우천시의 날씨가 생각보다 불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여기는 정말 비가 자주 오네.”소은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지는 비 오는 느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 기분은 정말 좋지 않았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시간이 지나면 마음도 답답해지곤 해.”처음 이곳에 왔을 때, 밤에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이런 곳에서 자면 꽤 편안함을 느꼈었다.하지만 밤이 되자, 소은지는 바로 이유영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여기 밤에 정말 추워!”소은지는 이불을 두 겹 덮어도 여전히 추웠다.사람들은 우천시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지만, 소은지는 이곳이 춥기만 했다. 여름밤에도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니. 겨울이 오면 이곳 날씨는 정말 아무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소은지는 이곳이 벌써 싫어졌다.이유영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넌 정말!”그 목소리에는 살짝 애정 어린 톤이 담겨 있었다. 소은지는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요즘 너 기분이 훨씬 좋아진 것 같아.”소은지는 이유영의 세상이 정말 간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를 그렇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박연준과 강이한 덕분에, 그녀는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서주나 파리 어디에서도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었다.이유영은 대답했다.“네가 왔으니까, 당연히 행복하지.”“그렇구나.”소은지
소은지는 이유영이 어둠 속에서 익숙하게 그릇을 들고 숟가락을 집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서 더 깊은 안타까움과 아픔을 느꼈다.“그 사람은... 떠났어?”그는 강이한을 말한 거였다.박연준은 아침에 이유영과 불편한 대화를 나눈 후, 일 보러 밖으로 나갔다.게다가 엔데스 회장의 별세는 서주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박연준은 이유영 곁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를 둘러싼 일이 정말 많았다.“응.”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지는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고 눈빛은 더욱 깊어져 갔다.여기에 오고 나서, 현우의 사람들은 이곳 주변이 아주 평온하다고 했다. 확실히 이곳은 아무도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말을 떠올렸다. 송연미는 그 이유를 말하길, 이유영 뒤에 있는 박연준과 강이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들이 엔데스 가문이 원하는 중요한 것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이유영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와의 관계는 정말 끝난 거야?”소은지가 이유영에게 물었다.“응.”이유영은 아주 간단하게 답했다. 마치 그들 사이에 깊은 감정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그녀의 한마디는 그렇게 단호했다. 그 말은 마치 그들 사이에 애초에 아무 감정도 없었다는 듯이, 끝났다는 말조차 아무 감정 없이 무덤덤하게 말하는 듯했다.소은지는 웃었다.“예전부터 난 네가 행복하기만 바랐어, 강이한과 멀리해.”“맞아, 그때 넌 모든 걸 다 알고 있었지.”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유영은 그 가운데서 무엇도 보지 못했다.소은지는 여러 번 말했었다. 여자가 감정에 휘둘리면 이성이 사라진다고.그러나 그때의 이유영은 소은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강이한에게 큰 상처를 받게 되었다.만약 그때 소은지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고통스러운 결말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은지야.”“응?”“엔데스 가문의 남자들, 조심해.”이유영은 소은지를 향해 깊고
박연준은 어둠 속 이유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꼭 괜찮아져야 해...”그 말은 깊고 아픈 감정이 담겨 있었다.마치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한 말이었다.이유영은 비 내리는 소리에 집중하며 박연준의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강이한이 떠난 이후, 그들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이렇게 차가웠다.“탁탁탁!”하이힐 소리와 바퀴 소리가 뜰에서 울려 퍼지자 이유영은 미간을 찡그리며 일어섰다.“소은지 씨입니다.”이유영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쳐 지나자 우지는 급히 이유영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누구도 알지 못했다.하이힐 소리가 들렸을 때, 이유영의 마음속에 느껴진 감정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괴로웠다.홍문동이 불타던 그날도 이유영은 그 하이힐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어둠 속에서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그것은 차가움의 상징처럼 느껴졌고 이유영에게 공포로 다가왔다.우지가 소은지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이유영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소은지가 왜 여기에 온 건지 의문이었다.“유영아.”소은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은지야.”이유영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맞아, 나야.”“왜 갑자기...”소은지의 예고 없는 방문에 이유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이유영에게 가장 답답한 일이 바로 소은지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소은지를 돕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답답한 마음이 이유영을 괴롭게 했다.“현우 씨가 너한테 가라고 해서 왔어.”소은지가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소은지는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손은 약간의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이유영은 소은지의 손을 반대로 잡으며, 현우가 소은지를 보낸 것이라면, 아마 엔데스 명우는 이 시점에서 매우 바쁜 상황일 것임을 짐작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안쓰러웠다.소은지 역시 이유영의 텅 빈 눈을 보며 가슴 속에서 숨 막히는 고통이 퍼졌다. 현우가 이유영의 시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을 때는 그저 듣기만 했지만, 이유영이 정말로 보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영의 마음속에는 어쩔 수 없이 우울함이 서려 있었다. 이유영은 이런 기분이 싫었다.“오늘은 어때?”한 남자가 그녀의 옆에 나타나 덩굴 의자에 앉았다.이유영은 이미 이 의자의 냄새에 익숙해졌다.익숙함, 그건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의자나 의자에 앉을 때마다 딱딱한 느낌만 들곤 했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위해 덩굴 의자를 가져다주었고 그 위에 부드러운 쿠션을 깔아 주었다. 이유영은 덩굴 의자에서 나는 냄새가 좋았다.화려한 소파는 아니지만 그 자리는 이유영에게 편안함을 주었다.그러나 박연준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녀의 얼굴은 차가워졌다.“아니.”이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그는 매일 아침 마치 일과처럼 그녀에게 묻곤 했지만 여전히 같은 대답만 했다.이유영은 남자의 기운이 조금 더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염 선생은 의술이 뛰어난 분이시니 걱정하지 마.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몸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박연준은 사람을 위로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유영이 이렇게 오랜 시간 약을 복용했음에도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마음이 조금 다급해졌다.남자의 말을 듣고 이유영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이제 바로 네가 보고 싶었던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박연준의 마음은 점점 더 조여왔다.“유영아, 내가 너한테 무엇을 원하는지 너도 알잖아. 왜 이렇게 날 비꼬는 거야?”맞다, 이유영은 알고 있었다.이유영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강이한과의 관계가 그렇게 엉망이 되어 버린 사람도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한 편에 서 있었다.그들이 이유영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우리 이러지 말자, 응?”박연준의 목소리는 씁쓸했다.박연준은 한때 이유영과의 관계가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박연준의 마음은 점점 더 조여오고 있었다.이유영은 차갑게 대답했다.“괴롭다면 떠나도 좋아.”이유영의 분위기와 태도는 박연준의 마음을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한쪽은 날카롭고 잔인했고 다른 한쪽은 두려움 없는 조롱을 던졌다.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소은지가 딱 그랬다.엔데스 명우가 아무리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인물이라 해도 소은지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소은지의 눈빛에 비친 두려움 없는 모습이 그의 마음을 더욱 자극했다. 차라리 그녀의 눈을 빼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야만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여섯째 도련님!”여섯째 도련님이라니.엔데스 명우는 처음으로 이런 모욕감을 느꼈다. 그전에는 감히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특히 여자들은 그에게 끊임없이 구애했지, 감히 이렇게 대들지 못했다. 소은지는 정말 대단했다.남자는 소은지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더니, 돌아서며 말했다.“소은지, 기다리고 있겠어.”“...”“현우가 너를 버리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남자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묻어났다.마치 그 일이 눈앞에서 곧 벌어질 것처럼.남자가 더 말하지 않아도 소은지는 알 수 있었다. 일단 현우가 그녀를 버리면,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엔데스 명우의 무자비한 복수뿐이었다.그들의 앙숙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오히려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하지만 소은지는 이 사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마치 두려움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남자가 문까지 가다가 발을 멈추고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넌 엔데스 가문 남자들을 너무 쉽게 생각해!”심지어 너무 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은 늑대들이었다...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남자들. 소은지는 그들 사이에 갇혀 이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소은지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엔데스 명우가 떠나고 소은지의 얼굴에는 짙은 어둠만 남아 있었다......파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엔데스 현우는 사람을 보내 소은지를 전용기를 태웠다.비행기가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소은지는 파리
“가고 싶어?”“가면 안 돼?”소은지는 차갑고 비꼬는 표정으로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는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목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목이 부서질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소은지의 등이 차가운 벽에 밀쳐졌고 집사와 하인들이 다가가려 하자 남자가 고함쳤다.“다 꺼져!”집사와 하인들은 그 자리를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아 얼어붙어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나가세요.”이 남자가 미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소은지의 눈빛에는 오히려 두려움이 없었다.집사와 하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렸다. 나갈 수도, 안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소은지는 목소리를 높여 다시 말했다.“다들 나가세요!”“...”사모님의 엄한 명령에 마음이 조여왔지만 결국 모두 급히 자리를 떠났다.엔데스 명우와 소은지만 남았을 때, 소은지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증인들은 다 나갔어. 네 마음대로 해.”소은지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표정은 예전에 그와 함께 있을 때와 똑같았다. 그가 아무리 고문해도 그녀는 항상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었다.명우가 소은지를 가장 아프게 해도, 소은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했다.마치 그녀의 세계에는 고통도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소은지에게는 약점이 없었다.한때 엔데스 명우는 이런 여자가 길들여지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녀의 교만한 뼈 구조마저 너무 미워서 하나하나 뜯어내고 싶을 정도였다.그녀의 오만함은 뼈와 피에서부터 자라 세포로 뻗어 나온 듯했다. 그렇게 끈질기게 자라 아무리 짓밟고 억눌러도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두 눈을 직접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눈빛이 싫었다.그녀는 항상 무관심하고 두려움 없는 눈빛으로 명우를 바라봤기 때문이다.“왜? 안 때릴 거야?”“그렇게 쉽게 내 손에 죽고 싶어?”“흥!”하긴, 이렇게 쉽게 그녀를 보내줄 순 없었
소은지는 누군가를 한 번도 깊이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송연미의 눈 속에서 마치 그런 깊은 사랑을 보는 것 같았다. 상대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이었다.송연미의 눈에 담긴 감정은 차분하고 억제된 것이었으며 심지어 극단적이고 날카롭게 느껴졌다.모두 그 한 사람만을 위한 감정이었다.처음 송연미를 봤을 때, 엔데스 가문의 여자들 사이에서 송연미는 유난히 고독하고 차가운 아름다움으로 돋보였다.엔데스 가문에 변화가 생기자 송연미는 반산월에서 그녀는 네 번째 사모님과 송씨 가문의 아가씨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고 미친 듯이 화를 냈었다.아버지가 사촌 여동생을 양녀로 삼으려는 얘기를 했을 때, 송연미는 절망적이면서도 차분한 모습이었다.이유영에게서 보았던 것, 즉 결혼의 끝을 생각하면 소은지는 감정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가 없었다.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그런 사랑이 송연미에게서 보인 것이다. '그가 좋다면 나는 뭐든지 괜찮다'는 그런 사랑을.그 사랑은 소은지가 감정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을 뒤엎어 버렸다. 송연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소은지는 이제 송연미가 불쌍하고 애석하게 느껴졌다.엔데스 운빈과 송씨 가문과의 관계를 깨면서까지 현우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송연미를 파리에서 떠나게 한 이유도 현우 때문이었다.그리고 지금, 아버지가 사촌을 입양한 사실을 참고 있는 이유도 현우 때문이었다.이런 여자가 감정적으로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이 있을까?“난 오늘 밤 떠나.”잠시 후 소은지는 송연미에게 이렇게 말했다."..."송연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 속에 기쁨이 스쳤다.“진짜로 떠날 거야?”“응.”소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지는 진심이었다.송연미가 한숨을 돌린 듯했다. 마치 그 전까지의 모든 계획이 소은지에게 걸려 있었던 것처럼.이제 소은지가 입을 열었으니 그들도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반응을 보며 송연미의 눈 속에서 깊고 날카
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큰 압박감을 주었고 그 느낌이 너무나도 무겁고 답답했다.송연미는 단호하게 말했다.“왜냐하면 현우는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이기 때문이야.”그 말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왜?”송연미의 아버지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 일은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엔데스 가문의 회장은 현우에게 무언가를 남겼을 거야. 그분이 가장 아끼던 사람은 바로 현우였으니까.”가장 아끼던 사람이 현우라고?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남겨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그 회장이 정말로 자신의 사람을 아꼈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리가 없었다.“내 아버지가 쥐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파리에서의 권력이었어. 네 좋은 친구인 이유영에게 물어보면, 내 아버지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야.”송연미도 소은지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소은지는 강압적인 방식보다는 부드러운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써왔던 여러 방법이 소은지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결국,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은지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일이 너무 복잡하고 방대하기도 했고 현우가 이 사건에 소은지를 전혀 끌어들이지 않아서 이 복잡한 관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정씨 가문은 이 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거야?”소은지는 문득 그렇게 물었다.정씨 가문은 매우 큰 상업 제국이었다. 정국진은 언제나 무사히 지나갔고 그만큼 이 사람이 능숙하다는 뜻일 것이다.정씨 가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송연미는 이렇게 말했다.“만약 이유영 옆에 강이한과 박연준이 없었더라면, 엔데스 가문이 정국진을 그냥 놔뒀을 리가 없어.”하지만 아쉽게도 정씨 가문의 유일한 딸 이유영은 강이한과 박연준과 관계가 있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따라서 이유영을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었다.사실 송연미가 가장 부러워한 사람은 바로 이유영이었다.왜냐하면 이유영이 이 파리에서 보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