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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Author: 진헤이
이유영은 앞에 놓인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오후에 시간 있어?”

“왜?”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흰색 실내복을 입고 있었지만 온몸에서 고귀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그에게서 풍기는 엄격함은 타고난 것이었다.

이유영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하려고.”

차갑고 냉담한 음성이 떨어지자, 맞은편의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숟가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적으로 흔들린 눈빛이 그의 동요를 말해주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이내 평온을 되찾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이유영의 그릇에 정성스럽게 익힌 소고기를 집어주며 말했다.

“장난치지 마, 응?”

마치 말썽꾸러기 아이를 다독이듯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박연준은 알고 있었다. 이유영이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는 걸. 마치 그때의 강이한처럼.

이유영은 강이한의 세계에서 한지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을 때, 미친 듯이 이혼을 요구했었다.

그때는 가진 것도 없었지만 단호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 그녀의 뒤에는 정씨 가문이 있다.

이유영의 결심은 박연준에게 거대한 거리감을 안겨주었다. 몸이 멀어지는 건 다시 가까워질 수도 있지만, 마음이 멀어지면 어쩔 수 없었다.

이유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박연준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내가 너랑 장난하는 것처럼 보여?”

박연준은 쓰디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아. 난 그럴 자격도 없다는 거.”

이제는 화를 내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둘 사이에는 감정의 균열이 깊어져 있었다.

박연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나랑 이혼하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아?”

과거, 강이한과 이혼하려 했을 때, 강이한은 이유영의 목을 조르며 물었다.

“날 떠나면 어떤 결과가 올 것 같아?”

전생이든 현생이든, 그 질문은 반복되었다.

강이한은 처음부터 이유영이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유영은 그의 곁에 남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지금, 박연준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마치 이유영이 하는 모든 선택이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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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뭔가 달랐다. 소은지가 이렇게 길게 말을 이어간 건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엔데스 명우가 아무리 화를 내도 소은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그의 분노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차분하게 명우를 바라보았다.그 시선은 심장을 움켜쥐듯 강렬했다.소은지가 말했다.“그 여자는 쓰레기니까.”그 순간, 엔데스 명우에게서 위험한 기운이 감돌더니 폭발이라도 한 듯한 소리가 공간을 갈랐다.곧이어 소은지의 목덜미를 움켜쥐는 손길이 느껴졌다.그 힘에는 폭발 직전까지 억눌려 있던 명우의 분노가 거칠고 강렬하게 실려 있었다.“퍽!”차가운 재떨이가 남자의 이마에 떨어졌고 분위기는 더 살벌하게 얼어붙었다.흘러내리는 붉은 핏줄기 사이로 살기를 머금은 눈빛이 번뜩였다.모든 걸 집어삼킬 듯한 짐승의 눈빛이었다.공기가 멎은 듯 정적이 감돌았고 시간마저 멈춰버린 것 같았다.소은지는 조용히 그의 손목을 붙잡고 천천히 내려놓았다.소은지의 움직임은 침착하고 단단했다.엔데스 명우는 그녀의 눈빛에서 두려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죽는 게 무섭지 않아?”몇 년 동안 아무도 설선비라는 이름을 그의 앞에서 함부로 꺼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은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흥!”소은지의 웃음엔 비웃음과 연민이 섞여 있었고 그녀는 엔데스 명우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그 누구도 그런 눈빛으로 그를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소은지는 달랐다.과거에도 그녀는 그의 앞에서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변함없이 똑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죽음을 무서워했던 건 내가 아니라 설선비였지. 그렇게 죽는 게 무서웠던 사람이 왜...”“팍!”손바닥이 소은지의 뺨을 세차게 갈랐다.명우의 입술이 일그러지고 온몸이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참으려 애써도 감정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그는 더 이상 소은지를 예전처럼 대할 수 없었다. 눌러왔던 분노는 이제 금방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1화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쏘아보며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그녀는 차디찬 말투로 엔데스 명우를 향해 내뱉었다.“당신 볼 때마다 떠올라. 그 여자와 설선비를 위해 이성 잃고 날뛰던 모습.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니까.”“소은지!”분노에 찬 엔데스 명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설선비라는 이름은 엔데스 명우에겐 입에 올려서는 안 될 금기였다.치유되지 않은 상처처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몰려와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지금까지 그 누구도 명우의 앞에서 감히 설선비를 언급하지 못했다.소은지가 그의 곁에 머물던 시절에도 그는 늘 그 이름을 입에 담지 말라고 경고하곤 했다.마치 그녀의 입에서 설선비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그 존재 자체가 더럽혀지기라도 하는 것처럼.하지만 소은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으며 눈빛엔 오히려 조롱이 가득 담겨 있었다.“정말 불쌍해.”“닥쳐!”“당신은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지?”“닥치라고!”“쾅!”분노에 찬 엔데스 명우가 다과상을 걷어찼다.소은지는 부서진 잔해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냉소를 띠었다.“화났어?”명우의 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지난 몇 년간, 소은지가 설선비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마다 명우는 항상 이런 반응을 보이며 그녀를 창문조차 없는 방에 가두었다.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그 어둠 속에서 그녀는 서서히 무너져갔다.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곳에 오래 있다 보면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소은지는 설선비라는 이름 때문에 몇 번이나 벌을 받았는지 헤아릴 수도 없었다.그녀는 그 이름만 꺼내도 한동안 엔데스 명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하지만 얼굴을 보지 못한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소은지는 조금씩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그 여자의 이름 때문에 죽고 싶지 않았던 소은지는 더는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물론 엔데스 명우가 가끔 이성을 잃고 날뛰는 일도 있었지만 설선비의 이름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0화

    소은지의 웃음은 날카롭고 싸늘했다.엔데스 명우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얼굴이 일그러졌다.“여섯째 도련님.”단순한 호칭이 아닌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였다. 엔데스 명우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고 소은지를 향한 날카로운 눈빛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의 모든 것을 꿰뚫을 듯했다.하지만 그런 눈빛 앞에서도 소은지는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소은지, 네가 현우 곁에 왜 있게 됐는지 설마 잊은 거야? 아니면 두 사람 관계가 계속 이렇게 유지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소은지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현우 씨 곁에 있게 된 이유?’과거 청하시에 있으며 소은지는 절망의 끝에 몰리게 되었고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철저하게 무너질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엔데스 명우는 그녀를 끝까지 몰아세웠고 그녀는 끝없는 절망 속에서 기회만 엿보았다.그리고 마침내 그 기회를 잡아 주저 없이 현우의 곁으로 간 것이다.현우와 함께하게 된 이유, 소은지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관계가 얼마나 오래갈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엔데스 명우는 거칠게 소은지의 턱을 움켜쥐었다.턱뼈가 부서질 듯한 고통이 전해졌지만 소은지의 눈빛은 그 순간조차 흔들리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의 눈동자에는 깊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예전에 그녀 곁에서 수없이 봐온 차가운 눈빛이었다.“그거 알아? 네가 이런 눈으로 날 볼 때마다 그 눈 다 뽑아버리고 싶다는 거.”소은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눈빛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그 눈에는 언제나 차갑고 독특한 냉기가 깃들어 있었다.소은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엔데스 명우의 손목을 붙잡았다. 힘을 준 건 아니지만 명우는 그녀의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엔데스 명우도 처음부터 그녀의 이런 모습을 잘 알고 있었다. 몇 년 동안 그렇게 그녀의 고집과 강인함을 꺾으려 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흥!”결국 그는 차갑게 웃으며 소은지의 손을 뿌리쳤다. 차갑게 몸을 돌린 그의 기운은 얼음처럼 냉랭했다.소은지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19화

    얼마나 오래됐을까?소은지는 생각했다.‘엔데스 명우와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한 게 대체 언제였지? 현우 씨 곁에 머물게 된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네.’현우와 함께하며 그녀는 자연스레 엔데스 명우와 멀어졌다.하지만 이렇게 마주한 순간이 극히 드물었는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의 증오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두 사람의 마음속엔 격렬한 파도가 일렁였고 서로의 눈빛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금유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엔데스 명우가 침묵을 깼다.그 말에 소은지는 차갑고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여섯째 도련님, 그게 무슨 말이세요?”그 말이 떨어지자 엔데스 명우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소은지는 ‘여섯째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일부러 또렷이 힘을 실어 말했다.소은지를 바라보는 엔데스 명우의 눈빛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졌고 마치 소은지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사실 명우를 만나기 전 소은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그동안 줄곧 반산월에 머물며 가장 자주 마주친 인물이 송연미였다. 송연미를 통해 엔데스 가문의 인물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현우가 어디 있는지 아직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기에 그녀의 마음엔 불안으로 가득 찼다.혹여 자신이 실수라도 해서 현우에게 피해를 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막상 이 순간이 오자 오히려 마음은 조용히 가라앉았다.“여섯째 도련님?”엔데스 명우가 아무 말 없이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자 소은지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남자의 깊은 눈동자는 더욱 어두워졌고 그 안엔 불투명한 그림자가 깔려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이미 꿰뚫어 본 듯한 기색이 느껴졌다.하지만 소은지는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평온한 듯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잠시 후, 엔데스 명우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이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걸 봐서 소은지는 고집이 셀 뿐만 아니라 정신력 또한 만만치 않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18화

    이유영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고 월이를 떠올리자 눈빛에 따스한 온기가 어려 들었다.정국진은 이유영이 어젯밤 반산월에서 소은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이유영과 소은지의 관계를 떠올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진우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어.”“응.”이유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어때? 괜찮은 것 같아?”“누구?”이유영은 되물었다.여진우가 누구를 걱정하고 있는 건지 이유영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이유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여진우은 굳은 표정으로 이내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여진우의 이상한 모습을 바라보며 이유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내가 뭘 잘못했나? 왜 저러지?’‘설마 은지를 말하는 건가? 은지를 걱정하고 있다고?’‘에이, 설마. 두 사람은 전혀...’하지만 엔데스 명우와 소은지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겉으로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는 것이다.그래서 여진우가 소은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도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 가능성을 떠올리며 이유영은 숨을 길게 들이켰다....한편, 이유영이 남기에게 했던 말대로라면, 현우의 일이 정말 소은지와 연관되어 있다면 오늘 아침 엔데스 가문은 분명 반산월을 시험해 올 것이다.그리고 그 예감처럼,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엔데스 란서였다.그녀는 과거 엔데스 가문에서 소은지에게 처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그저 평범한 이야기만 나누고는 돌아갔다.“아저씨.”“네.”“아홉째 아가씨가 왜 왔을까요?”그들은 오직 엔데스 가문에서만 마주쳐 왔기에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소은지는 지금 반산월에 나타나는 인물이라면 누구든 철저히 경계하고 분석해야 했다.남기는 조심스레 말했다.“아홉째 아가씨는 순수합니다. 만약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분명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을 겁니다.”소은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17화

    소은지는 지금 이런 일이 자신에게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하지만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은 현실이 되어 소은지를 괴롭혔다.이유영은 떠났고 소은지는 홀로 남겨진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아저씨.”“네, 사모님.”집사 남기가 조용히 소은지 앞으로 다가왔다.그는 현우가 직접 데려온 사람이었다. 현우는 소은지에게 남기 집사라면 믿어도 된다고 말했었다.어제 일이 벌어졌을 때도 남기는 누구보다 먼저 소식을 막으라고 조언했다.그 빠르고 정확한 대처를 보면 아마도 오랜 시간 현우 곁을 지켜온 인물이었을 것이다.그리고 지금 남기는 소은지의 곁에 남아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중요한 시기인 만큼 소은지 곁에 머무는 이상 언제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할 게 없다는 사실을 남기도 모를 리 없었다.그런 남기를 통해 소은지는 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었다.어제 분명히 무슨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엔데스 명우에게 잡혀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엔데스 가문의 일원으로서 처음 겪은 일이었다.그것은 이전에 경험했던 어떤 일과도 완전히 결이 달랐다.복잡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자 처음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낯설었다.어찌할 바 모를 상황 속에서 다행히도 남기의 존재 덕분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아직도 소식이 없어요?”소은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어젯밤부터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그래도 계속 물어봐야만 했다.남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소은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이유영 앞에서 보였던 연약함은 온데간데없고 그 대신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지금 이 일은 절대 엔데스 가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원래 가문 간의 다툼이라는 것이 이리도 잔인했던가?’과거에 엔데스 가문의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그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었다.어찌 됐든 그들은 가족이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16화

    그 생각을 하며 이유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이유영은 말없이 소은지를 꼭 껴안았다.소은지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를 알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소은지는 현우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엔데스 가문 도련님인데도 불구하고 소은지 곁에서 함께 일하는 현우를 보며 이유영은 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소은지의 마음을 마주하고 나서 이유영은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이유영은 밤을 꼬박 새워 소은지 곁을 지켰다.두 사람 아무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하지만 반산월에서는 여전히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아침 식탁 위에는 정적만 감돌았다.“오빠한테 전화해서 조용히 찾아보라고 했어.”소은지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유영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필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현우가 사라졌다.‘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수없이 많은 생각이 소은지의 머릿속을 맴돌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휘몰아쳤다.“일단 밥은 먹어.”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는 소은지를 보며 이유영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소은지는 이유영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유영아, 나...”“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만약 이 일이 정말 엔데스 가문과 얽혀 있다면 네가 해야 할 일이 많아. 그리고 나는 여기에 오래 머무를 수 없어.”이유영이 겁이 나서 떠나려는 게 아니었다.그 말은 소은지에게 이유영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워주는 말이었다.소은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이유영이 곁에 오래 머물수록 주변의 의심은 커질 거라는 것을.그래서 이유영은 아침 식사 후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소은지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유영이 곁에 있어 주길 바랐지만 동시에 오직 이 상황을 먼저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예전 청하시에서의 이유영 삶은 비록 힘들었지만 강씨 집안은 적어도 순수했다.그래서 힘들 땐 소은지를 찾아갈 수 있었고 가끔은 훌쩍 여행도 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15화

    “은지야...”이유영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술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 외에 어떤 위로의 말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그 자식은 자격이 없어, 유영아!”엔데스 명우를 말하는 것이었다.파리에서 너무 많은 것을 봐온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는 절대 자격이 없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이유영은 조용히 대답했다.“알아.”“하지만 현우 씨는...”소은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현우는 무고하다고,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과거 그녀와 엔데스 명우 사이의 원한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명우와 현우는 겉보기엔 사이가 좋았다.그러나 그녀로 인해 현우가 일에 휘말리게 되었고 두 사람 사이엔 서늘한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격렬하게 대립하게 되었다.“너무 걱정하지 마. 이제 막 시작된 일이야.”이유영이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현우는 오늘 하루 사라졌을 뿐이니 벌써 이렇게 초조해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유영아, 넌 몰라.”이유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은지가 급히 받아쳤다.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영은 잘 모르기에 긴장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소은지는 그럴 수가 없었다.소은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현우의 차가 금유산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소은지는 미친 듯이 전화를 걸었고 심지어 직접 금유산까지 달려갔다.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현우가 정말 무사하다면 그 전화를 받지 않을 리 없었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소은지는 금유산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이유영에게 털어놓았다.이야기를 들을수록 이유영의 눈빛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실종일 거라 생각했지만 점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현우의 실종은 단순한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 바로 그 점이 가장 불안하게 했다.“현우 씨,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야. 어쩌면 무소식이 희소식일 수도 있어.”어쨌든 그는 엔데스 가문의 일곱째 도련님이었고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절대 감춰질 수 없는 인물이었다.소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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