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녀들이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앞에 나타날지 알았겠나, 소만영과 전예의 웃음소리는 순간 없어지고, 똑같이 못생긴 두 얼굴엔 당황한 기색을 띠며 문으로 들어온 소만리를 쳐다봤다.“너, 여기가 어디라고 와! 너 여태 얼마나 문 앞에 서 있었던 거야. 뭘 엿 들었어!”전예는 말을 하며 일어나, 소만리를 가리키며 고래고래 소리쳤다.소만영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두 눈 크게 뜨고 주의하며 소만리를 쳐다봤다.소만리가 눈썹을 치켜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왜? 방금 무슨 하면 안 되는 말을 했길래, 제가 들었을까 봐 두려워요?”“......” 전예는 안색이 변했다.“너....”“제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분명 소만영의 양어머니죠? 쯧쯧, 그쪽 딸의 성격은 완전 그쪽한테 옮았나 보네. 모 씨 부인처럼 고귀한 여자가 어떻게 소만영 같은 미천한 딸을 낳겠어요.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전예는 부끄러움에 화를 못 이겨 소만리에게 손을 쓰려 했다.소만리는 손을 뻗어 전예의 손목을 잡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역시 이 인간들은 하는 짓이 똑같네, 너네는 몰라, 아직도 너희가 친 모녀인 줄 알지! ”이 말을 듣자, 소만영과 전예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천미랍! 당장 닥치지 못해! ”소만영은 참지 못하고 위협하며 소리 질렀다.주변에 아무도 없자 그녀는 그녀의 험악하고 더러운 본성을 드러냈다.그녀는 이불을 치우고 침대에서 일어나 말했다.“천미랍, 나랑 여기서 이럴 시간에 인터넷에서 난리 난 일부터 처리하는게 좋을걸!”소만영은 의기양양하게 두 손으로 팔짱을 끼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지, 나를 상대해봤자 좋을 거 없다고! 네가 그렇게까지 내 남자를 뺏으려 한다면, 인터넷의 모든 사람이 너를 욕하게 만들 거야!”“짝!”소만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만리가 깔끔하게 소만영의 뺨을 때렸다.“꺅!”소만영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얻어맞은 볼을 만졌다.전예가 잠깐 당황해하더니 곧바로 욕을 하려고 하자 소만리가
“천미랍 네가 감히 날 농락해!”소만영은 완전히 폭발했고, 영상 속에 있던 가냘픈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그녀는 이를 갈며 침구 위에 있던 과도를 들어 소만리의 얼굴로 향했고, 전예는 옆에서 말리지 않을뿐더러 소만영이 앞에 있는 그녀에게 본때를 보여줄 거란 기대를 가졌다.칼이 떨어지기 직전, 소만리는 그녀가 이전에 소만영에 의해 얼굴에 베인 칼자국을 떠올리자 어두운 악몽이 되살아 났다.그녀는 어렴풋이 정신을 차리고 칼끝을 보고는 급히 옆으로 피했다.“어딜 피해!”소만영은 화가 잔뜩 나 다시 한번 과도를 휘두르며 말했다.“천미랍, 내가 경고하는데 그 당시 소만리도 이렇게 얼굴을 망가뜨렸지. 네가 감히 날 건드리다니, 곧 소만리랑 똑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줄게!”소만리는 급히 몸을 피했지만, 전예가 달려와 그녀를 붙잡았다.소만영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피를 보면 미치는 마녀와 같이 얼굴이 흉악스럽게 변하더니 칼을 소만리에게 휘둘렀다.“조심해!”일촉즉발의 순간, 소만리의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기모진이 쏜살같이 달려와 소만리를 품에 꼭 안으며, 한 손으로는 그녀를 보호하고, 한 손으로는 소만영이 들고 있던 과도를 붙들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그가 이전에 없었던 매서운 말투로 그녀에게 소리쳤다.소만영은 순간 얼었고, 전예도 기모진이 이때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모, 모진아?!”소만영이 말을 더듬으며 설명을 하려는 순간 기모진이 그녀의 손목을 거세게 내리쳤다.그러자 그녀는 중심을 잃고 뒤로 쓰러졌다.뒤에 있는 옷장에 부딪히기 싫었던 그녀는 손에 과도를 들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무의식적으로 벽을 짚으려다가 날카로운 칼날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떨어졌다.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고, 기모진의 품에 안긴 소만리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설마, 어떻게 이럴 수가!분명 내가 착각한 걸 거야, 절대 이럴 리 없어!모진이 가장 싫어하는 게 저렇게 소만리와 똑같이 생긴 얼굴인데!
소만영이 당황해하며 자신의 얼굴을 만지자, 뜨뜻미지근한 액체가 만져졌고, 깜짝 놀라 말했다.“피! 내 얼굴이 피투성이야!”피 묻은 손바닥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소만리는 소만영의 오른쪽 뺨에 칼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경악했지만 이내 속으로 비웃었다.소만영의 얼굴이 망가지는 날이 오다니, 인과응보인 것이다.“만영아, 만영아 무서워하지 마. 모진이 여기 있으니까, 너한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 거야!”전예가 황급히 그녀를 위로하며 기모진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모진아, 어서 만영이를 의사한테 데려가, 안 그러면 만영이 얼굴에 흉터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전예는 다급한 말투로 말하며 소만영을 기모진의 옆으로 밀었다.소만영은 눈물 맺힌 눈을 들어 여전히 소만리를 안고 있는 기모진을 보며 말했다.“모진아, 내 얼굴, 나 지금 엄청 못생겼지......”“모진아, 왜 아직도 만영이를 데려가서 치료하지 않는 거야? 만영이 이렇게 계속 피를 흘리면 죽을 지도 몰라!”전예는 과장하여 말했다.소만리가 기모진을 쳐다보자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하지만 잠시 뒤,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있던 손을 천천히 떼며 소만영 쪽으로 가려고 하는 듯했다.“하.”소만리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내었다.그러자 기모진은 소만영에게로 향했던 눈을 또다시 소만리에게로 돌렸다.“왜 그래요?”“모진씨는 저 신경 쓰지 마세요. 그저 발이 조금 삐어서 그래요. 모진씨는 저 귀한 소만영씨가 피 흘려 죽기 전에 데려가세요.”소만리는 비꼬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고, 전예와 소만영은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소만리를 다시 대응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모진아, 만영이 안색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 어서......”“먼저 소만영을 데려가세요.”기모진은 싸늘한 말투로 전예의 말을 끊었고, 몸을 돌려 소만리의 손을 잡고 말했다.“가죠, 정형외과로 데려다줄게요.”“......”소만영과 전예가 놀랬다.소만리는 난처
하지만 너는 단 한 번도 나에게 따스함을 느끼게 해 준 적이 없었어.한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게 얼마나 그 사람을 아프게 하는지 너는 모르겠지......기모진이 소만리을 데리고 의사를 보러 갔고, 그녀가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는 비로소 안심하는 듯했다.소만리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을 해도 기모진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기묵비가 집에 없는 것을 보자, 기모진은 다소 여유로워 보였다.그는 소만리를 부축해 방으로 들여보낸 뒤 주변을 한 번 훑어보았다.기모진이 무슨 낌새를 눈치 챌 까 걱정했던 소만리가 말을 건넸다.“모진씨, 빨리 병원으로 돌아가서 약혼녀를 돌보세요.”“내가 말했잖아요. 그 사람은 이미 내 약혼녀가 아니라고.”그가 냉담하게 대답했고, 미묘한 시선으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다음번에 만나면, 모진씨라고 하지 말고 좀 더 친근하게 불러 줄래요.”소만리는 뜻밖이라는 듯 그를 쳐다보며 말을 하려는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가 휴대폰을 꺼내 보자 순간 얼굴이 경직됐다.그가 전화를 끊은 뒤, 몇 초가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이번에 그가 전화를 받았는데, 방이 아주 조용해서 소만리는 휴대폰 너머로 한 여자가 다급한 어조로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전예의 전화인 것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제가 갈게요. 다시 전화하지 마세요.”기모진은 냉담하게 말한 뒤 전화를 바로 끊었다.그가 침대에 기대 쉬고 있는 소만리를 보며 말했다.“편히 쉬세요, 다시 연락할게요.”그러자 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네요.”기모진은 석양 아래 아름다운 얼굴을 몇 초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비로소 몸을 돌렸다.그는 방을 나와 의식적으로 옆 객실을 둘러봤다.잠시 생각을 하다 그는 천천히 객실 방문을 돌렸고, 문이 잠겨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자 기모진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그저 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한참을 보다가 발아래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것을
무슨!기모진의 말에 소만영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다리에 힘이 풀려 뒷걸음질 쳤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다름 아닌 과거 자신이 천미랍에게 했던 경고와 협박의 말들이었다.“천미랍, 그때 소만리 얼굴을 망가트렸던 사람이 바로 나야. 감히 나한테 대든다면 너도 그와 똑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 줄 거라고!”소만영은 아까보다 얼굴이 더 희게 질려있었고 얼마나 긴장한 건지 심장은 쿵쿵대며 뛰고 있었다. 조금 전 그 말들은 정말 홧김에 내뱉은 말들이었다. 천미랍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차에 자신의 본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자신이 했던 일들을 전부 불어버린 것이었다.기모진은 소만영의 안색과 눈빛의 변화를 살펴보더니 실망 가득한 얼굴로 얘기했다.“너 나한테 그랬었잖아. 만리의 얼굴이 그렇게 된 건 네 아빠인 모현이 사람을 시켜서 그런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그런 짓을 한 건 바로 너였던 거야.”“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소만영은 기모진의 팔뚝에 매달리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했다.“난 진짜 만리를 다치게 한 적이 없어. 난 진짜 아니야… 난 피만 봐도 기겁을 하는데 어떻게 칼을 들고 만리를 해치겠어? 만리가 군군을 다치게 하는 바람에 아빠가 화가 나서 걔 혼쭐을 내주겠다고 그런 거야. 그 일은 정말 나랑은 상관없어. 모진아, 나 믿어줘. 천리 좀 믿어줘…”천리의 이름이 나오자 그때 그 시절 그 감정이 떠올라 모진은 치밀어오르는 노기를 천천히 가라앉혔다. 그가 내뿜던 싸늘한 냉기가 조금 가시자 소만영은 억울하다는 듯한 어투로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모진아, 날 믿어줘. 날 자꾸 몰아붙여서 어쩔 수 없었어. 내가 그런 몹쓸 짓을 할 이유가 없잖아. 아까는 내가 실수한 거야. 천미랍이 자꾸 날 괴롭히길래 걔 겁주려고 그런 거지. 내가 진짜 그 사람을 해칠 리가 없잖아, 모진아…”소만영은 이 틈에 기모진의 동정을 사려 시도했지만 기모진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의 손을 쳐냈다. 사람을 홀릴 듯이 아름다운
전예는 기모진과 소만영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고, 그녀도 일이 이렇게 탄로가 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애써 소만영을 위로하며 말했다.“만영아, 너 지금 와서 포기하면 안 돼. 기씨 집안 사모님 자리는 네가 가져야지. 이건 단지 지위를 상징하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끝도 없는 부를 가져다주는 거라고!”탐욕으로 번들거리는 전예의 눈동자에서 독기가 흘렀다.“천미랍은 엄마한테 맡겨!”소만영은 한동안 분풀이를 하다가 자신의 얼굴 위에 난 상처를 매만지며 말했다.“내가 이렇게 물러날 것 같아? 감히 내 남자를 빼앗으려 하다니, 죽여버리겠어!”그녀의 눈동자는 독기로 가득 차 있었고,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보이는 건 음흉하고 악랄한 간계였다.“흥, 천미랍은 엄마가 손 봐야지. 하지만 엄마가 아니라 사화정이야 해.”……기모진은 병원에서 나와 차를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그는 마치 감각과 사고를 전부 잃어버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무감각하게 운전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소만영이 했던 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소만리의 얼굴을 그렇게 만든 이가 소만영이었다니. 하. 기모진은 겉으로는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속으로는 차게 웃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리미티드 에디션인 스포츠카가 한 낡은 아파트 아래에 멈춰 세워졌다. 기모진은 매우 익숙하게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서 어느 집 문 앞에 섰다. 그곳은 소만리가 생전에 지내던 곳으로 기모진은 그곳을 두 배의 가격으로 사들였다. 이미 3년이나 지났으니 그녀의 숨결은 남아있지 않지만 기모진은 병적인 수준으로 이곳의 모든 것에 집착했다. 소만리가 그리워질 때마다 그는 묘원으로 가 그녀의 비석 앞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그게 아니면 여기로 향했다. 그 모든 게 전부 쓸모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이미 너무 늦어버렸단 걸 알면서도 말이다,텅 비어버린 집 안. 그가 처음 소만리의 얼굴 위에 칼로 두 번 그어진 흉터를 보게 된 곳이 이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바닥에 쓰러진 채로
본가로 돌아가는 길에 기모진의 머릿속은 조금 전 어머니가 했던 얘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속도를 높였고, 십여 분 정도 지나 본가에 도착한 그는 차고에 차를 주차해두었다. 차에서 내린 뒤 그는 곧바로 거실로 향했고 입구에 도착해보니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발걸음이 멈췄고, 심장이 두근댔다. 소만리가 고개를 들어 기모진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그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는 마치 유리구슬처럼 맑고 깨끗했다.“전 묵비 씨께서 오신 줄 알았는데, 기모진 씨였군요.”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쿵쾅대던 기모진의 심장은 다시 평온함을 되찾았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기묵비 씨를 기다렸나요?”“묵비 씨랑 저랑 여기 같이 오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하길래 제가 먼저 왔죠.”소만리는 느긋하게 설명했다.“모진씨 때마침 잘 오셨네요. 저랑 묵비씨가 따로 얘기를 전할 필요는 없겠네요.”“무슨 얘기요?”기모진은 소만리의 앞에 서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고, 기모진의 탐구심 가득한 눈동자를 그녀는 태연하게 마주하며 얘기했다.“저랑 묵비씨 결혼하는 거요.”부드러운 그녀의 말이 기모진의 귓가에 닿고, 심장에 닿았다. 그는 그 말이 이상하게도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다. 순간 호흡이 멈추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기모진 씨는 저랑 묵비씨 축하해 주실 거죠? 어쨌든 묵비씨가 삼촌인데.”순간 굳어진 기모진의 얼굴을 보며 소만리는 환히 웃고 있었다.“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랑 결혼하는데,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기모진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게 소만리는 꽤 의외라고 생각됐지만 그녀는 담담히 웃어 보였다.“그럼 기모진 씨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꼭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그녀의 역질문에 기모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고, 소만리의 웃음은 더욱더 짙어졌다.“제가 알기론 기모진씨 전처인 소
기모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기묵비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소만리가 그의 곁을 지날 때 그녀의 단아한 향기가 그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 향은 무척이나 달고 특별한 것이었다.“모진아.”기묵비는 기모진을 보고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한결같이 우아하면서도 여유가 넘쳤고 그가 하는 행동들은 무척이나 신사다웠다. 기모진은 자신의 앞에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을 차가운 눈빛으로 스쳐 가듯 쳐다보았고, 소만리는 그런 기모진을 힐긋 보고는 고개를 돌려 기묵비를 보며 생긋 미소 지어 보였다.“묵비씨, 저희 들어가요.”“응.”기묵비는 부드러운 얼굴로 미소 짓고는 소만리의 손을 잡고 거실로 향했다. 기모진의 어머니는 통화 중인지 전화를 들고 있었고 소만리와 기묵비가 손을 잡고 다정히 들어오는 모습에 불쾌한 얼굴로 눈을 흘기고는 전화를 끊었다.“어, 묵비씨, 왔어요?”기모진의 어머니는 의미심장한 어투로 말하면서 소만리를 힐긋 쳐다봤다.“정말 이 여자랑 결혼하려고요?”기묵비는 신사답게 미소 지으면서 예의 있게 대답했다.“어른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세요. 이 여자라뇨, 제 약혼녀예요.”“흥.”기모진의 어머니는 우습다는 듯이 냉소를 흘렸고 기모진이 돌아온 걸 보고는 얼른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모진아, 너 들었니? 너도 봤지? 네 삼촌이 네 전처랑 똑같이 생긴 여자랑 결혼한단다! 정말 재밌네.”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고, 막 계단에서 내려오려던 기모진의 할아버지도 그 소리를 들었다.“묵비 씨, 그때 본가로 돌아왔을 때 그렇게 소만리를 챙기던 게 다 이유가 있었네요. 그때 이미 마음에 둔 거죠? 소만리가 죽고 나니 이젠 소만리랑 똑같이 생긴 여자를 어디서 찾아와선 그 여자를 대신하려고, 묵비 씨도 참 대단하네요.”어머니의 말에 기모진은 그때 그날 밤 일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소만리는 기묵비와 가까이 지냈었고 그 모습에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눈에 거슬렸던 게.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질투였다. 소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