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사흘 후면,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모든 사람들이 생중계 되는 그들의 성대한 결혼식을 보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도 모두 알게 될 것이다.그렇게 생각하자, 소만영의 얼굴에 웃음이 되돌아 왔다.그날 저녁, 소만영은 미용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웨딩드레스 숍으로 출발했다.그녀가 주문한 웨딩드레스는 어제 밤 막 항공으로 도착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레스 브랜드 였다. 기모진을 만나기 전까지, 소만영은 평생 이렇게 값 비싼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 있으리라고는 그녀의 평생 꿈에서 조차 꿈꿀 수 없던 일이었다. 이제 곧, 그녀는 모씨 집안의 아가씨의 신분에서 벗어나, 내놓으라 하는 명문 가문의 며느리가 될 것이다.그녀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일찌감치 소식을 전한 터라 소만영이 웨딩샵에 도착하자마자 이를 취재하려는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들었다.“미스 모, 이틀 후면 당신은 치 도련님과 결혼 할 예정인데, 소감이 어떠세요?”“오늘 일은 웨딩드레스가 고가의 드레스라고 하던데, 사실 인가요?”소만영은 행복한 얼굴로 카메라를 마주하며, “모진이 특별히 웨딩드레스를 주문했는데, 드레스에 있는 크리스탈 하나하나가 모두 진짜예요.” 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기 도련님은 왜 당신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러 오지 않았나요?”“모진은 무척 바빠요. 당신도 알다시피 그는 그렇게 큰 다국적 그룹을 관리해야 해요. 저는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이런 사소한 일로 그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지 않을 거예요.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살림을 하고. 저는 개의치 않아요.”소만영이 이렇게 말하자, 언론들과 행인들은 그녀의 이해심에 대해 칭찬했다.소만영은 그런 칭찬들에 만족스러워 하며 돌아서서 비서와 함께 웨딩드레스 숍으로 들어갔다.“모 아가씨, 잠시 후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가면, 언론들이 미친듯이 사진을 찍어서 대대적으로 보도 할 거예요.” 여비서 에이미가 아첨하듯 말했다.소만영은 사람
“흠.”소만리는 입술을 오므려 미소를 지으며 가녀린 깍지 낀 손가락으로 치맛자락의 반짝이는 크리스탈을 스쳤다.“모진은 정말 눈썰미가 좋아서 내 사이즈까지 딱 맞췄네.”“......너, 너 지금 뭐라고 했어?”“뭐? 사람 말 못 알아듣니?” 소만영이 웃으면서 걸음을 떼자 직원이 얼른 올라가 드레스 자락을 드는 것을 도왔다.그녀는 여왕처럼 중후하고, 우아한 걸음걸이로 소만영에게 다가갔다.“이 웨딩드레스가 네 것이라고 생각한 거 아니지?”“......” 소만영은 노발대발하며, “천미랍, 너 빨리 이 웨딩드레스 벗어, 이건 기모진이 내가 그와 결혼하는 날에 입으라고 준 건데, 니가 뭔데 내 웨딩드레스를 입어?”그녀는 기세등등하게 소만리를 노려보다가 말을 마치자 갑자기 키득키득 웃었다.“천미랍, 너 어째서 이러는 거야? 너가 기모진을 많이 좋아하는 건 나도 알아. 그런데 모진은 내 약혼자고, 우리는 이틀후에 결혼하게 돼. 부부가 된다고, 그런데 이런 짓을 하면 너는 완전 첩이 된다는 것을 알아? 소만영은 일부러 더 크게 소리쳐, 모든 직원들이 들을 수 있게 일부러 더 크게 소리쳤다.그러나 소만리는 살며시 웃으며, “첩을 이야기 하자면, 미스 소 당신과 비교하면 어떨까?그 말을 듣고 소만영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반격하려고 할 때, 소만영은 소만리의 속삭임을 들었다.“3년전 모진의 전처 소만리와 모진이 이혼한 것을 경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 당신과 모진의 아이는 겨우 두 살이었어. 이것만으로도 당신이 뻔뻔한 첩이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지 않겠어?”이 말을 듣고 주위에 있던 직원들이 그녀를 보며 속삭이는 모습을 보고 소만영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녀의 감정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너, 천미랍 닥치지 못해! 내가 지금 당장 웨딩드레스를 벗겨 버릴 거야!”소만영은 급박하게 화제를 바꾸려 말을 돌려 명령했다.“너희 몇 명, 어서 저 여자의 웨딩드레스를 벗기기 못해! 너희들 똑바로 알아둬, 이것은 모진
소만영의 환한 미소를 보고 소만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감미로운 미소를 지었다.“미스 소, 당신 망상증이 있는 것 같은데요? 모진은 저를 데리고 왔어요.”???소만영은 낯이 부끄러워 머릿속 가득 의문 투성이였다.하지만 이때 그녀는 기모진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가 사모하는 남자는 오히려 천미랍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모진?!” 소만영은 자신이 본 광경이 믿기지 않아 가슴이 큰 돌로 막힌 듯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소만리는 빙그레 웃으며 손을 뻗어 기모진의 셔츠 네크라인을 단정하게 만져주었다.“모진, 당신 오늘 또 다른 매력이 있네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미스 소가 첩이 되어 당신의 침대에 올라가고 싶었나 봐요.”“......너, 천미랍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소만영의 가식적이었던 얼굴은 무너져 내렸다.“분명히 네가 나의 약혼자를 꼬셨어, 이 나쁜 년!”그녀는 죽일 것처럼 소만리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소만영의 그 해치려는 모습에 놀라 기모진의 품에 안긴 소만리의 모습은, 기모진의 강한 보호 본능과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그는 온통 냉랭한 기색의 눈초리로 소만영의 손목을 움켜 잡았다. “감히 내 앞에서 미랍을 이렇게 괴롭히는데, 내가 보이지 않는 동안 당신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협박을 했겠어?”소만영은 너무 깜짝 놀라, 단념할 수 없었다.“모진, 아니에요, 나는 그녀를 괴롭힌 적이 없어요. 그녀가 일부러 내 앞에 나타나서 지금껏 나를 노리고, 내 곁에서 당신을 뺏으려 하고 이제 와서 내 웨딩드레스까지 뺏어가는 걸, 내가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요?” “나 기모진은 누가 뺏고 싶다고 빼앗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그의 가느다란 입술에서 냉정한 말들이 쏟아지더니, 이내 손을 뿌리쳤다.“웨딩드레스는 내가 미랍에게 선물한 건데 오늘 네가 여기 올 줄은 몰랐어. 다시는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뭐? 모진, 뭐라고요? 이 웨딩드레스를 당신이 선물했다고요?”소만
소만영은 앞에 있는 커플을 향해 소리쳤다.소만리와 기모진의 발걸음이 거의 동시에 멈추었다.그녀가 무슨 소리를 들었죠?유골이요?내 유골이요?그녀는 멍하니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그녀가 두 눈을 실명했던 그 해, 그녀는 오로지 더듬는 느낌으로 그와 소만영의 약혼 식장에 도착했었다.그와 깨끗하게 이별하기 위해, 그리고 그 집념을 떨쳐 버리기 위해, 그녀의 유골을 포함해 모두 그에게 돌려줬었다. 비록 그녀는 나중에 죽지 않았지만, 그녀의 “유골”은 존재 했다.그런 그 “유골”을 기모진이 진작에 뿌려야 했지 않았을까?그녀는 갑자기 기모진의 손바닥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기억을 멈추었다. 그는 무엇을 참는 것 같았다.소만영은 슬픈 눈빛으로 서둘러 기모진 앞으로 달려갔다.“모진, 제발 나를 강요하지 말아줘요. 내가 그렇게 많은 일을 한 것은, 다 당신을 위해서 였어요.”소만영은 정말 대단했다.소만리가 눈을 들어 기모진을 바라 보았다, 분명 양 미간에 살벌한 냉기가 감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만영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그녀는 몇 초 동안 재빨리 생각하고서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모진, 오늘 당신과 함께 드레스를 입어본 것 만으로도 전 너무 기뻤어요. 당신을 곤란하게 하는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아요.”소만리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기모진의 넥타이를 잡고, 기모진의 복잡해 보이는 깊은 눈을 마주했다.“나를 향한 당신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그녀는 몸을 돌려 직원에게 웨딩드레스를 벗겨 달라고 했다.“미랍.”기모진은 그녀를 부르다 눈앞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바라보다 말을 멈추었다.소만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기모진의 깊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기다릴게요.”그녀는 음흉하게 웃는 소만영의 얼굴을 힐끗 돌아보며 웃었다.......소만영이 돌아간 후, 시종일관 소만영이 그때 말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3년 전, 그녀는 사망선고를
“후회? 흥! 후회 할 사람은 바로 너 뿐이야! 천미랍 너는 전혀 내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일찌감치 경고했었지.네가 정말로 모진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해도, 그는 전혀 귀하게 생각하지 않을 걸, 그런데 난 손에 에이스 카드를 쥔 사람인데, 넌 무엇으로 나와 싸울 거니? 하, 하하하......!!!소만영의 방자한 웃음소리가 귀를 찢고 나올 것만 같았다.소만리는 웃으며 전화를 끊고, 청첩장에 적힌 신랑, 신부의 이름을 보며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떴다.내일, 그녀는 반드시 제시간에 도착해야 한다.사흘의 시간이 매우 빨리 흘러갔다. 이 사흘은 소만영에게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이미 인터넷에는 그녀와 기모진의 기사가 헤드라인으로 장식 되었다. 그녀는 내심 여러 매체에 기모진의 결혼식 시간과 장소가 은연중에 폭로되어, 이 일이 더욱 시끄러워 지길 바랬다.그녀는 이 날을 너무 오래 기다렸기 때문이다.우선 결혼해서 기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기만 하면, 그녀를 믿지 않고 수단으로 생각하는 기모진이 정말 그녀와 이혼할 수 있을까?말도 안 돼!결혼식 당일, 소만영은 일찍 일어났다.분명히 어제 일기예보에서 오늘 맑다고 했는데, 하필이면 이슬비가 끊임없이 내리기 시작했다.소만영은 약간 불만이었지만, 곧 기모진과 결혼 할 것을 생각하니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다.스타일리스트는 그녀의 뜻에 따라 디자인을 완성했다.소만영은 그녀가 임시로 구입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 값비싼 웨딩드레스 였는데, 기모진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녀는 입을 수가 없었다.옷을 다 입은 후 소만영은 서둘러 웨딩카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흥, 소만리, 천미랍, 니네는 무슨 근거로 나와 싸우니?결국 모진은 여전히 내 것이야.소만영은 측은하게 생각하며, 그녀의 미소는 점점 더 퍼졌다.하늘이 높고 상쾌해야 할 가을날,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소만리는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차는
소만리는 단도직입적으로 사실을 말했다.사화정은 듣자마자,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천미랍, 나는 네가 나와 만영이의 사이를 이간질 하려는 너의 속셈을 알고 있어. 만영이가 나의 친 자식인지 아닌지 내가 엄마로서 잘 알고 있어. 너는 우리 모녀의 감정을 이간질 할 생각 마!”사화정은 단호한 말투로 이야기하고 군군을 잡아 끌고 갔다.“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이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도 있어요.”소만리가 사화정의 뒷모습을 향해 이야기 했다.“모 부인, 나중에 후회 하지 않으려면 3년 전 당신 곁에서 돌아가신 누군가와 당신이 비슷한 점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소만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오자 사화정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그날 소만영의 병실 밖에서, 전예가 당신의 친딸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제가 확실히 들었어요.”“입 닥쳐!”사화정은 화가 난 듯 적대적인 눈빛으로 돌아섰다.“천미랍, 오늘은 내 딸이 시집가는 좋은 날이야. 나는 너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하고 싶지 않은데, 내 소중한 딸을 또 욕한다면, 나는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사화정은 엄숙하게 충고를 하고 발을 떼어 갔다.소만리의 마음에 가시가 박힌 듯, 희미하게 아파왔다.“나는 분명히 당신 앞에 서 있는데, 왜 당신은 나를 전혀 못 느끼는 거죠, 혈육, 당신은 전혀 느낄 수가 없는 건가요?”사화정이 과감히 자리를 뜨는 뒷모습을 보며, 소만리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녀는 제자리에서 잠시 정신을 잃고서야 비로소 몸을 돌렸다.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소만리가 몸을 돌렸을 때, 손에 꽃다발을 든 소만영이 하얀색의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앞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목격했다.소만리를 보자마자 소만영도 일부러 걸음을 재촉했고, 순간 얼굴에는 미소가 더 짙어졌다. “네가 진짜 정말 올 줄 몰랐어.” 소만영은 음흉하고 야릇한 웃음 소리를 내며 “천미랍, 너 얼굴 정말 두껍구나.” 라고 말했다.소만리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
기모진은 소만리를 한눈에 보고선, 소만영의 기대에 찬 눈빛속을 스쳐 지나쳐 곧장 소만리 앞으로 걸어갔다.소만영은 온몸이 경직된 채 레드카펫 한 가운데 서 있었다.“당신 여기 어떻게 왔어?” 기모진이 소만리 앞에 이르자 그의 부드러운 눈길이 그녀의 단아한 얼굴을 비추었다.“미스 소가 나를 초대했어요.” 소만리는 웃으며, 손을 들어 기모진의 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미스 소는 당신이 오늘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며, 당신이 곧 그녀의 남자가 될 거라고 저에게 더이상 헛된 망상을 하지 말고 빨리 가버리라고 했어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의 손을 놓을 수 있겠어요?” “.....” 소만영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졌다.기모진의 눈초리에 냉기가 돌자, 그녀는 급히 변명을 늘어놓으며, “모진, 천미랍의 헛소리 듣지 마세요, 전 방금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미스 소 당신은 책임질 일이 없는데, 말해놓고 왜 또 부인해요?“너......”“나는 너와 완전히 달라, 난 모진을 사랑한다고 말했어, 절대로 이렇게 포기하지 않을 거야.”“......”소만영은 순간 소만리가 한 말이 믿어 지지 않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기모진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그윽이 바라보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당당하게 그의 복잡해 보이는 눈빛을 바라 보며 그의 섬세해 보이는 옆 얼굴에 입술을 대고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입맞춤이 끝나는 순간, 기모진의 가슴이 뭉클해지고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이 그의 마음을 스쳐지나 갔다. “가서 그녀와의 약속을 지켜요. 전 당신을 기다릴게요.”소만리는 기모진의 넥타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말했다.소만리가 이 장면을 보고 완전히 넋을 잃었다.그녀는 소만리가 이런 식으로 행동 할 것이라고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 반면 소만리는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소만영 곁을 지나며, “왜 그렇게 놀라? 미스소가
사회자가 말을 마치자, 소만영은 얼굴을 붉히며 열망하는 눈빛으로 기모진을 바라 보았다.모진, 그렇다고 빨리 말해요!난 이 날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기다렸어!소만영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고, 그녀는 곧 인생의 절정에 도달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이때 기모진이 전에 그의 눈빛에서 본 적 없는 부드러움이 담긴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소만영은 이 상황들이 안정되었다고 생각했다.그때 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분위기가 깨지자 소만영은 조금 불만스러웠지만, 소리가 나는 것은 모진의 휴대폰 이었다.모진은 잠시 멀어진 마음을 거두고, 휴대폰을 꺼냈다.화면에 표시된 메모를 본 그는 눈을 들어 맨 뒷줄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소만리를 쳐다보았다.“모진, 갑자기 배가 불편해요. 우리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어요. 당장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봐야 할 것 같아요.”전화기 속 소만리의 목소리가 쓸쓸하게 들려왔다.소만영은 기모진 곁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없지만, 그녀는 전화기 넘어서 들리는 모든 말을 똑똑히 들었다.그녀는 소만리가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니 동시에 기모진도 몸을 돌리려는 것을 보고, “모진!” 소만영은 급히 그를 잡아 끌며 말했다. “모진, 결혼식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당신 제발......”소만영이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기모진이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소만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를 뒤쫓았다.“모진! 너 어디 가니!” 기 여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모진, 모진!” 소만영은 거의 피를 토 할 것 같이 화가 났다!“이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기 도련님을 보니, 무슨 심각한 일이 생긴 것 같아요.”하객들은 모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기자들은 소식을 알아내기 위해 재빨리 따라갔다소만리는 기모진이 따라잡을 때까지 일부러 천천히 갔다.그녀는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낯익은 발자국 소리를 듣고, 소만리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