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훈은 여자를 무릎에 앉히고는 거친 손을 여자의 치마 밑으로 집어넣었다. 여자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그의 손을 잡았다.“이러지 말아요. 사람 있잖아요.”여자의 향기가 강지훈의 코에 흘러들어왔다. 조금 전 여자의 냄새와는 다른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고급 향수 냄새였다.강지훈 주변의 여자들은 늘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쫓겨났다. 시간이 지나면 신선함을 잃어버리는 강지훈에게 말이다.중간 칸막이가 서서히 올라갔다.“지훈 씨, 제가 서비스해드려도 괜찮을까요? 치마가 어지러워질까 봐요.”남자가 다리를 벌리자 여자가 나른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집에 돌아온 소현아는 어떻게 하면 서문정을 처단할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장소 월의 물건을 훔쳐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소현아는 어느덧 돼지 인형을 껴안고 곤히 잠이 들었다. 꿈속 그녀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고, 설상가상으로 무서운 짐승들까지 쫓아오고 있었다.돌연 무서운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철창에 가두고 수갑과 쇠사슬을 채웠다. 그러고는 복종하지 않으면 영원히 가두겠다고 윽박질렀다.얼굴이 선명해질 때까지 뚫어지라 쳐다보니, 바로 그 남자였다!소현아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어둠 속, 딸기 잠옷은 식은땀에 흠뻑 젖어있었다.그녀는 불을 켜고 돼지 인형을 꼭 껴안고는 부들부들 떨었다.“왜 꿈에 그 사람이 나타난 거야!”소현아는 자신의 얼굴을 내리쳤다. “너무 무서웠어! 꿈이라 다행이야.”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새벽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일 소월이를 보러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소현아는 서둘러 돼지 인형을 안고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다시 잠에 들었다.서문정이 허태현의 첫 제자가 된다는 소식은 서울 모든 사람들에게 퍼졌다. 하지만 그들은 허태현은 이미 마지막 제자를 받았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칠 후.서울 공항.허이준은 허태현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갔다. 차 안에서 허태현은 신문의 헤드라인을 보며 혀를 끌
스카이 스튜디오.박원근은 전화를 받고는 허 교수님을 기다리던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교수님께서 일이 생기셔서 조금 늦게 스튜디오에 도착하신대.”방금 스튜디오에 들어온 학생들은 아쉬움이 역력한 얼굴이었다.“오늘 교수님을 만나 뵐 수 있을 줄 알았어요.”“참, 선배님, 소월 선배님은요? 왜 계속 스튜디오에 안 나오시는 거예요?”“맞아요! 지난주에 소월 선배님의 그림이 또 금상을 받았잖아요. 저희 언제 소월 선배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교수님이 제자로 삼은 건 소월 선배님이 유일하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하지만 교수님이 제자는 한 명만 받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제자가 혹시 서소월 씨인가요?”박원근은 연이어 던져지는 질문 앞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선 쓸데없는 추측하지 마. 지금은 우선 각자 손에 쥔 일에 열중해. 교수님과 소월 후배가 돌아오면 알게 될 거야.”“서소월과 우리 스카이 스튜디오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됐어. 각자 돌아가 일해.”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지자 박원근은 전화를 들고 복도로 나갔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그가 입을 열었다. “교수님이 돌아오셨어. 대체 언제까지 꽁해 있을 거야?”핸드폰 너머로 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다 장소월 편이잖아. 난 실력도 소월이보다 떨어져서 스튜디오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 내가 떠났으니까 소월이를 불러오면 되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다시는 전화하지 마. 내가 직접 교수님께 스튜디오를 그만두겠다고 말할게.”“장소월의 능력은 확실히 우리들보다 뛰어나. 그건 명백한 사실이야. 이번 장소월의 수상 소식은 너도 들었을 거야. 그 대회 금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 그걸로 장소월의 실력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잖아? 서현아... 소월이는 우리의 막내 여동생이기도 해. 너도 알다시피 소월이는 너무 순진하고 단순해서 사회생활을 잘 못 해. 그리고 네가 소월이를 미워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네가 가장 잘 알겠지.”“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
이제 허태현이 도착하는 일만 남았다.그가 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허태현은 오랫동안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업계 최고 거장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분장실에서 서문정은 메이크업을 마치고 전시회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허태현이 열었던 전시회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성대했다.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완벽한 얼굴에 감탄하며 말했다. “내가 준비하라고 한 건 다 준비됐어요?”“이미 준비됐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이리 가져와 봐요.” 서문정은 허태현이 반드시 자신을 제자로 받아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확신하는 듯했다. 그녀는 경호원이 가져온 고풍스러운 그림을 펼쳐보았다. 이 그림은 조선 시대 유명 화가의 진품으로서 허태현이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명화였다.이 그림만 있으면 허태현은 반드시 그녀의 체면을 살려줄 것이다.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었다......전연우가 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던 중, 잠시 한눈판 사이에 별이는 장소월 침대 쪽으로 기어가 옹알이를 했다. “엄마.”별이는 입에 침을 잔뜩 흘리며 장소월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에 뽀뽀하려는 모양이다. 전연우는 휴지로 손을 깨끗이 닦은 뒤 한 손으로 별이를 안아 들었다.“나도 못 하는 뽀뽀를 네가 해?”전연우는 아이에게까지 질투를 느끼며 얼굴을 찡그렸다.기성은이 말했다. “대표님, 이제 출발하셔야 합니다.”전연우는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장소월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네가 빼앗긴 거 다시 가져올 테니 기다려.”별이의 옷도 전연우가 직접 입혔다. 몇 벌을 겹겹이 입힌 탓에 동그랗게 돌돌 굴러갈 것만 같았다.“엄마... 엄마...”별이는 전연우의 어깨에 엎드려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울지는 않았다.누구랑 말하고 있는 걸까?“엄마...”“아가...” 장소월이 새하얀 빛이 만연한 한 곳에 서 있었다. 돌연 안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
“아이... 내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요!”“제 아이를 구해주세요...”“아가야... 엄마 여기 있어...”장소월은 제자리에 갇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그때 밖에서 한 사람이 들어와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그 사람과 정말 닮았네요. 그 사람은 원래... 내 아내였어요.”“모두 그놈 때문이에요. 그놈이 내 아내를 빼앗아갔어요...”“다행히... 신이 다시 내게 그 사람의 피를 물려받은 당신을 선물해 주셨네요.”한의준은 떨리는 손을 뻗어 성예진과 지극히 닮은 얼굴에 매혹된 듯 몸을 숙여 그녀의 체취를 느꼈다. 그는 예전의 아름다웠던 장면을 추억하듯 눈을 감았다.“아이... 아이...”침대에 누워 있던 여자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냈다.그녀의 아기는 죽지 않았다...그녀의 아기는 돌아왔다.별이가 바로 그녀의 아기였다.꿈속에서 무언가를 보았는지, 4개월 가까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장소월이 마침내 반응을 보였다. 눈물이 풍성하고 까만 속눈썹을 적셨다.장소월도 심장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느꼈다...옆방 별이의 울음소리가 점차 가라앉고, 바닥엔 피가 가득 뒤덮였다...전시회가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났다.수많은 미디어가 허태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허태현 화가님 설마 안 오시는 건 아니겠죠?”“믿을 수 있는 소식은 맞을까요? 괜히 기다린 걸까요?”기자 중 한 명이 물었다. “서소월 씨, 허태현 교수님 정말 오시나요?”서문정은 마음속의 불만을 감추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이미 모시러 갔으니 마음 놓고 기다려 주세요.”그녀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꼭 오실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허태현은 미술 학원을 설립하려 하고 있다. 순조롭게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때문에 오기 싫어도 반드시 와야만 한다.15분 뒤, 허태현이 도착했다. 직접 지도했던 박원근과 주시윤 등 학생들과 함께 말이다.
서문정은 해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다.“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승님께서 오신다는 것을 알고 제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옆에 있던 경호원이 흰 장갑을 끼고 배나무로 만든 고풍스러운 색의 그림 상자를 손에 들고 왔다. 서문정이 꺼내려 한 순간, 허태현이 손을 들어 올려 그녀를 제지했다.“오늘은 그림만 보러 왔으니 다른 것은 필요 없어.”허태현은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그리고 웅장하게 넘실거리는 파도가 생동하게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 그림이 묘사한 곳이 어디인지 궁금하군. 이런 풍경은 흔치 않잖아.”아는 사람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꽤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스승님, 저와 함께 저쪽으로 가 다른 그림을 보시지요.”허태현은 못마땅한 듯 툭 한 마디 내뱉었다. “어떻게 자기가 그린 그림도 모를 수가 있어?”소현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건 자기가 그린 게 아니니까요.”허태현이 손을 흔들자 소현아는 곧바로 입을 닫았다. 그중 눈치를 챈 기자도 있었으나, 허태현이 막는 바람에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서문정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다. “아가씨, 말조심하세요. 여기는 마음껏 떠들어도 되는 시장이 아닙니다. 한 번만 더 선을 넘으면 경비원에게 얘기해 강제로 끌어낼 겁니다.”소현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허태현이 물었다. “어느 쪽으로 가 볼까?”“이쪽입니다.” 서문정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사람들의 시선 모두가 거대한 붉은 천으로 막은 그림으로 향했다. 경호원이 붉은 천을 걷어내자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서문정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그렸던 것이다.그림 속 인물은 얇은 흰 베일을 허리에 두르고, 매끈한 등을 드러낸 채, 팔짱을 끼고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등에 흩어져있는 한올 한올 긴 머리카락까지... 모든 부분이 선명하고 뚜렷했다. 허리에 두른 천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까지도 생생히 그려져 있었다. 이는
“난 그냥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야. 초대해 줬으니 헛된 걸음은 하지 말아야지.”옆에 있던 기자들은 이미 오늘 취재의 목적을 잊어버렸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바로 그때, 고급 롤스로이스 세단이 문 앞에 정차하고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는 하얀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랐다. 소리는 울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놀랍게도 성세 그룹 대표가 이곳에 온 것이다.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걸어오는 전연우의 위압적인 아우라에 사람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전연우가 입을 열었다.“기성은.”“네, 대표님.”기성은은 앞으로 나와 서문정을 향해 걸어갔다. “서문정 씨, 오늘 대표님께선 그때 서문정 씨가 아가씨에게서 빼앗아갔던 물건을 돌려받으러 오셨습니다.”서문정은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얼굴로 돌연 나타난 전연우를 멍하니 쳐다보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기세에 압도되었는지, 아니면 마음속의 나약함과 소심함 때문인지 심장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당신들 모두 내가 뭘 훔쳤다고 하는데, 내가 훔치는 거 본 사람 있어요? 당신들 계속 이렇게 루머를 퍼뜨리면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서문정 씨, 지금은 그렇게 오리발을 내밀 때가 아닙니다. 대표님께선 이미 당신에게 시간과 기회를 주었습니다. 물론 서문정 씨가 무참히 짓밟아버렸지만요.”“마지막으로 충고하겠습니다. 자신의 물건이 아닌 것은 주인에게 돌려주세요.”소현아는 옆에서 다가오는 전연우를 보고는 두려움에 허태현의 뒤로 조용히 몸을 숨겼다.전연우가 말했다.“내 인내심은 늘 한계가 있어요. 계속 그렇게 고집부린다면, 이번 전시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난 보장 못 해요.”남자가 한번 손을 휙 흔들자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몽둥이를 들고 들어와 벽에 걸린 그림들을 모두 부숴버렸다.순간 서문정은 미친 듯이 앞으로 나가 소리쳤다.“멈춰! 다들 멈추란 말이에요!"
“찾았어요!”소현아가 약간 해진 핑크색 가죽 화첩을 잡고 위층에서 뛰어 내려왔다.“저 소월이의 화첩 찾았어요. 서문정의 휴게실 가방 안에 있었어요.”그녀가 모든 사람들에게 화첩을 펼쳐 보여주었다.“여러분들, 저 절도범에게 속지 마세요. 여기 보세요. 소월이의 이름도 있잖아요. 절대 서문정의 것이 아니에요.”“아니... 그건 내 화첩이야...”서문정이 달려들어 빼앗으려 하자, 기성은이 그녀를 막아 세웠다.마지막 한 겹의 가면까지 벗겨져 버린 서문정은 순간 완전히 이성을 잃고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화첩을 다시 빼앗으려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그건 내 것이야!”옆에 있던 허태현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전연우를 약간 무서워하는 소현아는 우물쭈물 앞으로 나가 화첩을 건네주었다.“제가 화첩을 찾았어요. 이제... 저 소월이를 보게 하면 안 돼요?”“저번 일은 죄송했어요...”“소월이가 깨어나면 꼭 사과할게요.”전연우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기성은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말했다.“소현아 씨와 아가씨께선 막역한 사이신데 당연히 병문안 오실 수 있죠.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셔서 감사합니다.”소현아는 곧바로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보조개를 드러냈다.“당연하죠. 우린 평생 소중한 친구일 거라고 소월이가 말했어요. 저 여자가 소월이의 물건을 빼앗아갔는데, 당연히 제가 찾아줘야죠.”“그건... 내 것이라고...”목적을 달성한 전연우는 미련 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전시장을 떠났고, 기성은은 잠시 남아 기자들에게 말했다.“오늘 일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들 아실 거라 믿습니다. 내일 성세 그룹 네 글자는 신문에 보도되지 말아야 할 겁니다.”기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기성은은 촬영 감독으로부터 메모리를 건네받은 뒤 말했다“저희가 이 안의 내용을 처리한 뒤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남은 영상은 알아서 사용하시면 됩니다.”차 안, 전연우는 장소월의 그 두꺼운 화첩을 한 장씩 펼쳐보았다. 그건 전연우가 예전 그녀에게 준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장소월은 차가워진 손을 모으고 초조한 얼굴로 수술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덜컥 겁이 났다. 설마 별이가 정말 그녀의 아이인 걸까?별이가 방에서 크게 다쳤을 때, 그 위험이 장소월에게 전해지기라도 한 듯, 심장에서 전해져오는 극심한 통증이 그녀를 깨웠다. 꿈속에서... 그녀의 아이는 별이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장소월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전생 그녀가 낳았던 그 아이는 분명 여자아이였다. 어떻게 남자아이로 태어나 별이가 되었단 말인가?아니면 그냥 모든 것이 그녀의 허황된 망상일 뿐인 걸까?아마 그렇겠지.그녀의 아이는 이미 죽었다. 어떻게 이 세상에서 살고 있을 수 있겠는가.장소월은 순간 몸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 순간, 남자가 빠르게 걸어와 뒤에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장소월의 희미한 시선이 전연우에게 닿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의식을 잃고 말았다.전연우는 무게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여자를 안았다.“의사 선생님! 기성은, 빨리 서철용한테 오라고 해.”기성은은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전연우의 모습에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연구원에 있는 서철용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철용은 소식을 들은 뒤 모든 일을 미뤄두고 십여 분 안에 병원에 도착했다.서철용은 그녀의 주치의다. 간단한 검사를 마친 뒤, 그의 얼굴에서 예전 같은 정도의 어둠은 보이지 않았다.“한 번 깨어났으니, 이미 거의 회복됐다는 걸 설명해. 조금 전엔 그저 몸이 너무 약해져서 정신을 잃은 거야.”“잠시 쉬게 놔뒀다가 깨어나면 먼저 죽을 먹여 체력을 회복하게 해. 앞으론 마음대로 움직이게 해선 안 돼.”전연우는 소중히 그녀의 손을 잡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성은을 노려보았다.“아이는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다친 건데?”기성은은 변명할 얼굴도 없었다.“급히 나가야 해서 아이를 침대에만 눕혀두고 나왔습니다. 그 뒤의 일은 저도 모릅니다.”서철용은 기성은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저 사람 탓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