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언이 자신의 옷을 찢으려는 것을 본 김하린의 빠르게 등 뒤에 숨겨져 있던 전기충격기를 꺼냈다.이윽고 박시언은 바닥에 쓰러졌다.붉어진 얼굴로 바닥에 쓰러진 박시언을 바라보며 김하린은 미간을 어루만졌다.이건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 날 텐데.김하린은 박시언을 화장실로 끌고 간 뒤 욕조에 죽지 않을 만큼의 찬물을 받아놓고 박시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하지만 바로 그때 박시언이 눈을 떴고 옷을 벗기던 김하린이 멈칫했다.젠장, 전기 충격기의 힘이 약했던 모양이다!“내 말 들어봐. 도와주려는 거지 다른 뜻은 없어.”김하린은 두 손을 높이 들었다.아직 약효로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지만 박시언은 방금 받은 전기 충격으로 인해 조금은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당장 꺼져!”박시언은 푹 잠겨 완전히 갈라진 목소리였다.김하린은 그 말에 얼른 욕실 밖으로 뛰쳐나가며 문까지 닫았다.쏴아아-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이 틈을 타 김하린은 위층으로 올라갔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특유의 달콤한 냄새를 맡았다.이건 박시언이 평소 쓰는 아로마 향이었다.잠을 잘 자지 못하는 박시언이 자기 전에 캔들을 켜놓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최미진이 캔들에 약을 타서 증발시킨 것 같았다.어쩐지 그녀는 괜찮더라니.이 생각에 김하린은 곧바로 이 해로운 곧바로 냄새를 차단했다.박시언이 욕실 안에서 나오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평소와 다름없는 박시언의 얼굴을 보며 김하린은 안도했다.하지만 김하린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박시언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알 수 있었기에 김하린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전생에서든 현생에서든 박시언은 여전히 같은 생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박시언은 줄곧 그녀가 최미진과 힘을 합쳐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생각했다.“방에 있는 캔들 쓰지 마.”그렇게 말한 후 김하린은 위층으로 올라갔다.똑똑한 박시언은 이내 최미진이 캔들에 약을 탔다는 걸 깨달았다.역시나 다음날 캔들은 그대로
“정말?”유가람은 두 눈을 반짝이다가 이내 풀이 죽었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면 나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겠지. 근데 우리 학교엔 왜 왔을가, 설마 여자 친구 데리러 온 건 아니겠지?”소은영은 곧바로 김하린을 떠올렸다.앞서 경매에서 서도겸은 김하린의 편을 들었는데 설마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아니나 다를까, 김하린과 배주원은 수업을 마치고 건물에서 나와 서도겸의 차로 함께 걸어갔다.서도겸은 김하린을 위해 다정하게 차 문까지 열어줬다.그 모습에 유가람은 깜짝 놀랐다.“저, 저 여자는 네 남자 친구 뺏으려던 내연녀 아니야? 어떻게 다른 사람 차에 타는 거지, 설마 서도겸과 아는 사이인가? 에이…”소은영은 그 장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질투심을 느꼈다.왜 항상 김하린의 주위엔 이런 남자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걸까?차 안에서 배주원은 당연한 듯 운전자 역할을 맡았다.“급하게 불렀다는 건 익명으로 소문을 퍼뜨린 사람에 대해 알아냈다는 건가?”서도겸은 언제나 빠르고 효율적인 일 처리를 지향했다.“새로 등록한 아이디인데 게시물을 올린 위치를 찾았어.”“어디야?”“바로 여기 A대.”서도겸의 말을 들은 김하린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예상했던 대답인가 보네.”“클럽도 A대 바로 옆에 있고, 내 주위 사람들만 봐도 A대 사람일 가능성이 크잖아.”서도겸은 느긋하게 말했다.“아이디 등록한 사람 소은영이야.”“소은영?”김하린은 미간을 찌푸렸다.소은영은 왜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을까?그녀는 전생에서 소은영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고 이번 생에도 그다지 자주 엮일 일이 없었다.늘 연약하고 순수한 이미지인 소은영이 왜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짓을 했을까/“기억나네. 전에 인터넷에서 떠돌던 박시언 여자 친구 아니야??” 배주원은 나름 경험이 많은 듯 이렇게 말했다.“여자들의 질투심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거야.”“소은영이 문제가 아니라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보자고 했어.”
“서도겸, 지금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고작 폐수 구역 땅이 2조가 넘는다고?”지금 그 땅으로 돈세탁을 해도 2조가 안 될 것이다.배주원이 서도겸의 이마를 만지려 하자 서도겸은 그의 손을 내리쳤다.“해성에서 승인이 내려왔어.”“승인?”배주원은 어리둥절했다.이건 또 뭐야?김하린이 천천히 말했다. “도시의 환경 보호와 녹화를 위해 모든 폐수 구역을 해성 측에서 비용을 부담해 처리하고 해당 구역을 전부 녹지대로 바꾸는 거야. 나는 한 푼도 낼 필요 없이.”배주원은 의아했다.“그런 좋은 일도 있어?”김하린이 말했다.“그것도 모자라 면적에 따라 4천억 상당의 기업 지원금도 받게 될 거야.“얼마?”배주원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서도겸은 옆에서 덤덤하게 거들었다.“그리고 주변 땅의 원래 소유주는 부동산 재벌 스티븐이었는데 폐수 구역이 녹지대로 바뀌면서 스티븐도 이미 주변을 고급 빌딩과 각종 시설로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어.”배주원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여기에 건물을 세운다고?”“그리고 하린이는 이 땅의 일부에 대규모 상업 거리를 세우겠지.”서도겸이 망설임 없이 말하자 김하린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어떻게 알았어?”서도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김하린은 서도겸의 똑똑한 머리로 분명 최적의 방안을 생각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는 확실히 그녀에게 최적의 해결책이었다.배주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근데 새로 상업 거리를 만드는 건 돈이 많이 드는데.”“4천억 지원금도 있고 어차피 스티븐이 그 주변에 고급 건물을 지을 거니까 나중에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수월할 거야. 그러면 자금 문제는 해결되지.”김하린은 진작 이 단계까지 생각하고 있었고 배주원은 이 말을 듣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대단해.”“고마워.”김하린은 살짝 미소 지었다.“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이 승인은 오늘에서야 내려졌고 우리 모두 전에는 소문조차 듣지 못했는데 이곳을 녹지대로 바꿀 거라는 걸 어떻게 알
김하린이 휴대전화를 꺼냈다. 줄곧 무음 상태로 두었던 휴대폰을 켜니 김석진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 두 통이 있었다.김하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소식 참 빠르네.”배주원은 호기심에 물었다.“누구?”“둘째 큰 아버지.” 김하린이 말했다.“나 오늘 학교 못 갈 것 같으니까 두 사람이 날 김씨 저택에 데려다줘야 할 것 같네.”그 말에 둘은 단번에 눈치를 챘고 서도겸이 먼저 말했다.“내가 직접 데려다줄게.”김하린은 멈칫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뭐야, 내 운전 실력 못 믿어?”“그럴 리가, 서도겸 씨를 너무 귀찮게 해서 좀 미안하네.”김하린의 말을 들은 배주원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미안하다고?”“나도 그 정도 염치는 있어.”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서도겸이 직접 데려다준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서도겸은 김씨 저택 문 앞에 차를 세우고 김하린을 위해 직접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었다.그 소식이 빠르게 진애경의 귀에 들어왔다.그녀는 다소 믿을 수 없었다.“누구라고, 서도겸?”가정부는 고개를 끄덕였다.김석진은 서도겸의 이름을 듣자마자 곧바로 물었다.“뭐야, 서도겸이 왔어? 우린 잘못한 게 없는데.”서도겸의 악명은 이미 해외에서 국내까지 퍼져 있었고, 최근 서도겸이 서호철의 손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는 순식간에 해성에서 명성과 지위를 갖게 되었다.김석진은 감히 그런 큰 인물을 건드릴 수 없었다.김씨 가문은 그저 얌전히 사업만 잘하면 그만이었다.진애경은 김석진을 노려보며 말했다.“겁먹기는, 서도겸이 잘난 당신 조카 데려다줬다잖아요!”“하린이? 하린이가 오는데 왜 서도겸이 데려다줘?”김석진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찰나 김하린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진애경은 김하린을 보자마자 환한 표정을 지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아가씨 오셨네. 어서 앉아.”“큰어머니, 이렇게까지 예의를 차리시니 좀 어색하네요.”김하린은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앉았다.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던 김석진이 물었다.“하린아, 서도겸은 같이 안 들
속마음을 들킨 진애경은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김석진이 이렇게 말하면 김하린도 거절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무려 6만 평에 달하는 땅이다!이렇게 두둑한 먹잇감을 김하린에게 줄 수는 없었다.김하린은 놀란 척 물었다.“무슨 녹화요?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넌 이런 걸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으니까 당연히 그런 정보를 모르지. 큰아빠가 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그 땅을 김씨 가문에 넘기면 분명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야.”진애경은 말을 하며 눈을 반짝거렸다.조금이라도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녹지 승인이 떨어진 뒤 땅값이 얼마나 오르는지 알 수 있었다.김하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큰아버지,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지금 와서 말하기에는 너무 늦었네요.”“그게 무슨 말이야?”진애경은 곧바로 긴장하기 시작했고 김석진마저 이렇게 말했다.“하린아, 너 설마…”“그 땅, 벌써 세 시간 전에 팔았어요.”“뭐?!”진애경은 할 말을 잃었다.“사실 거긴 제가 시언 씨와 다투고 홧김에 샀던 땅인데 그 후로 계속 손해 보는 것 같아서요. 폐수 구역인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동안 계속 마음에 걸려서 팔고 싶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 서도겸 씨가 찾아와서 땅을 사고 싶다고 하니까 너무 기뻤어요. 말을 바꿀까 봐 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벌써 돈도 받았어요. 그 땅은 이제 그 사람 소유에요.”김하린은 마치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듯 말했다.진애경은 급하게 김석진의 옷을 잡아당겼다.“이, 이제 어떡해요!”그렇게 큰 고깃덩어리를 그냥 넘겨준다고?“그럼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까?”김석진이 조심스럽게 묻자 김하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럴 수는 없죠!”이를 본 진애경은 서둘러 나서서 말했다.“아니면 네가 서도겸 씨랑 다시 얘기해 보는 게 어때, 우리가 안 팔겠다고 하면 되잖아.”김하린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으면서도 겉으로는 진지하게 말했다.“저는 이 땅을 가지든 안 가지든 상관없는데, 큰어머니께서 그렇게 원하시면 큰아버지가 직
서도겸이 말했다.“이미 포시즌 호텔에 룸 하나 잡았어. 김하린, 타.”“영광입니다.”오후, 모임에 가던 박시언을 태운 차가 A대 앞을 지날 때 그는 학교 안에서 오가는 학생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김하린을 떠올렸다.“차 세워.”박시언은 차갑게 말했고 말을 뱉은 순간 자신도 당황했다.대체 왜 차를 세우라고 한 걸까?이미 차를 세운 이 비서가 물었다.“대표님, 소은영 씨 데리고 가실 겁니까?”박시언이 침묵하자 이 비서가 다시 물었다.“사모님께 연락해 볼까요?”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바라보는 박시언의 서늘한 눈빛에 이 비서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A대 대문 앞, 먼저 박시언의 차량을 단번에 알아본 안소이는 옆에 있던 소은영을 끌어당겼다.“은영아, 네 남자 친구 차 아니야? 데리러 온 건가?”멀리서 차량 번호를 단번에 알아본 소은영은 안소이의 말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유가람은 부러운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어휴, 남자 친구까지 데리러 왔는데 우리랑 같이 밥 먹겠다고? 다음에 밥이나 사!”“그만해, 나 먼저 갈 테니까 너희는 가서 밥 먹어.”소은영은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한동안 보러 오지 않던 박시언이 오자 소은영은 뒷유리창을 두드렸다.이 비서가 창문을 내리자 소은영인 것을 확인한 박시언의 얼굴이 일순간 실망감에 휩싸였다.“대표님, 여기 왜 오셨어요? 저 보러 오셨어요?”소은영의 얼굴에는 기대에 찬 표정이 가득했다.박시언은 덤덤하게 말했다.“일단 차에 타.”소은영은 차에 올라타 박시언의 표정이 좋지 않자 그저 기분이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박시언이 말했다.“출발해.”“네, 대표님.”차 안에서 박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은영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평소에도 표현을 서툴렀던 박시언이었지만 이렇게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모임 있어요?”보통 이 시간이면 박시언과 함께 모임에 동행하던 그녀였다.“응.”“그럼 옷부터 갈아입고 올까요?”“필요 없어.”박시언은 시큰둥했다.말을 아끼는 박시언
“먹고 싶은 게 있나 한번 봐.”서도겸이 김하린의 손에 메뉴판을 쥐여주었고 김하린은 무심코 훑어보았다.“배주원이 방금 말한 것들 하나씩 다 시키자!”서도겸은 그 말을 듣고 입술을 다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옆에 앉아 있던 배주원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역시 도겸이가 뭘 아네! 전부 하린이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잖아!”김하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도겸을 바라봤지만 서도겸은 딱히 설명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죄송합니다만 게살 두부는 방금 재료가 소진되어서 비슷한 가격의 다른 메뉴로 대체해 드리면...”웨이터는 서도겸이 화를 낼까 봐 조심스러워했고 배주원은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지, 분명 예약했는데 왜 없다는 거죠?”자리를 만드는 데 능했던 그는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는데 이건 그의 체면을 깎는 일이 아닌가?“정말 죄송합니다. 게살 두부는 다른 테이블에서 먼저 시키셔서요. 주방에서 실수했습니다. 음식 두 가지를 서비스로 드릴 테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이건 보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테이블입니까, 제가 가서 얘기하죠!”배주원이 일어나려 하자 김하린이 말했다.“됐어, 안 먹어도 돼. 나 원래 해물 안 좋아해.”박시언이 좋아하던 음식이라 그녀도 좋다고 한 것일 뿐이었다.사실 그녀는 해산물이 싫었다.“네가 해산물 비린 걸 싫어해서 도겸이가 특별히 게살 두부를 주문한 건데! 짜증 나.”배주원은 화가 난 표정이었고 김하린은 직원에게 담담하게 말했다.“킹크랩으로 바꿔주세요.”“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김하린은 턱을 괴고 배주원을 바라보며 말했다.“게살 두부보다는 킹크랩이 더 낫지?”김하린의 말을 듣고 나서야 배주원은 겨우 화를 풀었다.“나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먼저 얘기하고 있어.”김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서는 순간 게살 두부를 들고 복도 반대편 룸으로 들어가는 웨이터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손님, 화장실은 바로 앞에 있습니다.”웨이터는 김하린에게 위치를 알려주었다.“알았어요, 고마워요.”김
안 대표는 의아한 표정으로 박시언을 바라봤다.이렇게 좋은 소식을 부동산에 관련된 사람들이라면 이미 전해 들은지 오래였다.오늘 아침부터 김하린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박시언의 이마가 찡그려졌다.“안 대표님, 건배하시죠.”소은영은 박시언이 온통 김하린 생각뿐이라는 걸 알고 애써 참으며 박시언에게 술을 따랐다.하지만 박시언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을 떠났다.“엇, 대표님!”방 안의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했고 소은영의 표정은 더더욱 일그러져 있었다.그 땅이 어떻게 녹화 구역으로 지정됐지?화장실에서 막 손을 씻은 김하린은 세면대 위에 놓인 휴대폰이 계속해서 울리고 발신자가 박시언인 걸 확인하자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어디야?”박시언의 어투는 그리 친절하게 들리지 않았다.대체 또 뭣 때문에 이러는 거야. 김하린이 말했다.“친구들이랑 저녁 먹기로 했으니까 이따 저녁에 가서 얘기해.”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소은영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시언 씨, 빨리 와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김하린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자기는 밖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면서 나한테는 어디냐고 물어?김하린은 폰을 넣고 고개를 돌려 화장실을 나갔다.룸 문을 닫으려던 소은영은 고개를 들어 화장실에서 나오는 김하린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서둘러 문을 닫았다.“은영아, 이리 와.”뒤를 돌아본 소은영은 박시언이 문밖에 있는 김하린을 못 봤다는 걸 알고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저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그래.”나름 온화한 말투에 주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소은영이 박시언을 따라 이런 자리에 참석한 게 처음은 아니었다. 남자들은 술자리에 보통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왔고, 동행한 여자가 어떤 존재인지 다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소은영은 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자 김하린이 가던 방향으로 걸어갔다.그렇게 걷다가 남녀가 수다를 떠는 목소리가 들렸다.“너 안목이 진짜 타고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