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겸이 말했다.“이미 포시즌 호텔에 룸 하나 잡았어. 김하린, 타.”“영광입니다.”오후, 모임에 가던 박시언을 태운 차가 A대 앞을 지날 때 그는 학교 안에서 오가는 학생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김하린을 떠올렸다.“차 세워.”박시언은 차갑게 말했고 말을 뱉은 순간 자신도 당황했다.대체 왜 차를 세우라고 한 걸까?이미 차를 세운 이 비서가 물었다.“대표님, 소은영 씨 데리고 가실 겁니까?”박시언이 침묵하자 이 비서가 다시 물었다.“사모님께 연락해 볼까요?”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바라보는 박시언의 서늘한 눈빛에 이 비서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A대 대문 앞, 먼저 박시언의 차량을 단번에 알아본 안소이는 옆에 있던 소은영을 끌어당겼다.“은영아, 네 남자 친구 차 아니야? 데리러 온 건가?”멀리서 차량 번호를 단번에 알아본 소은영은 안소이의 말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유가람은 부러운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어휴, 남자 친구까지 데리러 왔는데 우리랑 같이 밥 먹겠다고? 다음에 밥이나 사!”“그만해, 나 먼저 갈 테니까 너희는 가서 밥 먹어.”소은영은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한동안 보러 오지 않던 박시언이 오자 소은영은 뒷유리창을 두드렸다.이 비서가 창문을 내리자 소은영인 것을 확인한 박시언의 얼굴이 일순간 실망감에 휩싸였다.“대표님, 여기 왜 오셨어요? 저 보러 오셨어요?”소은영의 얼굴에는 기대에 찬 표정이 가득했다.박시언은 덤덤하게 말했다.“일단 차에 타.”소은영은 차에 올라타 박시언의 표정이 좋지 않자 그저 기분이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박시언이 말했다.“출발해.”“네, 대표님.”차 안에서 박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은영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평소에도 표현을 서툴렀던 박시언이었지만 이렇게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모임 있어요?”보통 이 시간이면 박시언과 함께 모임에 동행하던 그녀였다.“응.”“그럼 옷부터 갈아입고 올까요?”“필요 없어.”박시언은 시큰둥했다.말을 아끼는 박시언
“먹고 싶은 게 있나 한번 봐.”서도겸이 김하린의 손에 메뉴판을 쥐여주었고 김하린은 무심코 훑어보았다.“배주원이 방금 말한 것들 하나씩 다 시키자!”서도겸은 그 말을 듣고 입술을 다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옆에 앉아 있던 배주원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역시 도겸이가 뭘 아네! 전부 하린이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잖아!”김하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도겸을 바라봤지만 서도겸은 딱히 설명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죄송합니다만 게살 두부는 방금 재료가 소진되어서 비슷한 가격의 다른 메뉴로 대체해 드리면...”웨이터는 서도겸이 화를 낼까 봐 조심스러워했고 배주원은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지, 분명 예약했는데 왜 없다는 거죠?”자리를 만드는 데 능했던 그는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는데 이건 그의 체면을 깎는 일이 아닌가?“정말 죄송합니다. 게살 두부는 다른 테이블에서 먼저 시키셔서요. 주방에서 실수했습니다. 음식 두 가지를 서비스로 드릴 테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이건 보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테이블입니까, 제가 가서 얘기하죠!”배주원이 일어나려 하자 김하린이 말했다.“됐어, 안 먹어도 돼. 나 원래 해물 안 좋아해.”박시언이 좋아하던 음식이라 그녀도 좋다고 한 것일 뿐이었다.사실 그녀는 해산물이 싫었다.“네가 해산물 비린 걸 싫어해서 도겸이가 특별히 게살 두부를 주문한 건데! 짜증 나.”배주원은 화가 난 표정이었고 김하린은 직원에게 담담하게 말했다.“킹크랩으로 바꿔주세요.”“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김하린은 턱을 괴고 배주원을 바라보며 말했다.“게살 두부보다는 킹크랩이 더 낫지?”김하린의 말을 듣고 나서야 배주원은 겨우 화를 풀었다.“나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먼저 얘기하고 있어.”김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서는 순간 게살 두부를 들고 복도 반대편 룸으로 들어가는 웨이터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손님, 화장실은 바로 앞에 있습니다.”웨이터는 김하린에게 위치를 알려주었다.“알았어요, 고마워요.”김
안 대표는 의아한 표정으로 박시언을 바라봤다.이렇게 좋은 소식을 부동산에 관련된 사람들이라면 이미 전해 들은지 오래였다.오늘 아침부터 김하린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박시언의 이마가 찡그려졌다.“안 대표님, 건배하시죠.”소은영은 박시언이 온통 김하린 생각뿐이라는 걸 알고 애써 참으며 박시언에게 술을 따랐다.하지만 박시언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을 떠났다.“엇, 대표님!”방 안의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했고 소은영의 표정은 더더욱 일그러져 있었다.그 땅이 어떻게 녹화 구역으로 지정됐지?화장실에서 막 손을 씻은 김하린은 세면대 위에 놓인 휴대폰이 계속해서 울리고 발신자가 박시언인 걸 확인하자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어디야?”박시언의 어투는 그리 친절하게 들리지 않았다.대체 또 뭣 때문에 이러는 거야. 김하린이 말했다.“친구들이랑 저녁 먹기로 했으니까 이따 저녁에 가서 얘기해.”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소은영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시언 씨, 빨리 와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김하린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자기는 밖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면서 나한테는 어디냐고 물어?김하린은 폰을 넣고 고개를 돌려 화장실을 나갔다.룸 문을 닫으려던 소은영은 고개를 들어 화장실에서 나오는 김하린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서둘러 문을 닫았다.“은영아, 이리 와.”뒤를 돌아본 소은영은 박시언이 문밖에 있는 김하린을 못 봤다는 걸 알고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저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그래.”나름 온화한 말투에 주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소은영이 박시언을 따라 이런 자리에 참석한 게 처음은 아니었다. 남자들은 술자리에 보통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왔고, 동행한 여자가 어떤 존재인지 다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소은영은 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자 김하린이 가던 방향으로 걸어갔다.그렇게 걷다가 남녀가 수다를 떠는 목소리가 들렸다.“너 안목이 진짜 타고난 것
룸으로 돌아온 소은영의 일그러진 얼굴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그녀가 애써 태연한 척 자리에 앉자 박시언은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어디 불편해?”소은영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저, 저 방금 언니 본 것 같아요.”“김하린?”소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부러 난감한 척 말했다.“언니만 본 게 아니라 지난번 경매에서 본 두 남자분도 있었는데, 그중 한 분이... 언니랑 무척 다정해 보였어요.”서도겸?박시언의 머릿속에 순식간에 서도겸이 떠올랐다.차가워진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성큼성큼 문밖으로 걸어갔고, 소은영도 뒤따라가자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바로 앞에 있어요.”소은영이 앞장섰고 박시언이 문을 열자 룸 안에는 서도겸과 배주원이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배주원은 문을 열고 들어온 박시언을 보고 당황했다.“박시언?”김하린이 보이지 않자 소은영은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곧 테이블 위에 놓인 접시와 수저를 발견했다.“대표님, 저기 접시랑 수저요.”박시언도 이를 눈치채고 눈빛이 더욱 서늘해졌다.“김하린 어딨어?”“김하린?”배주원은 의아한 듯 물었다.“박시언, 네 와이프를 왜 우리한테 물어?”“모르는 척하지 마. 은영이가 방금 김하린 여기 있는 거 봤다고 했어. 어디 갔어?”“은영이 누군데?”배주원은 박시언의 곁에 서 있던 소은영을 보고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너구나. 왜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다니지?”“헛소리가 아니라 내 눈으로 직접 봤어요!”“그래, 뭘 봤는데?”서도겸이 차갑게 말하자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적인 기운에 소은영은 숨통이 조여오는 기분이었다.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박시언을 붙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세 분이 웃고 떠들면서 술 마시는 걸 봤어요. 언니한테 음식도 집어줬어요! 두 사람 무척 가깝게 있었고 손도 잡았어요.”진실과 거짓이 섞인 소은영의 말에 서도겸은 피식 웃었고 박시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다시 물어볼게, 그 여자 어디 있어?”“실
서호철은 외손녀를 무척 애지중지했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전…”“그만!”강한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박시언을 향해 쏘아붙였다.“누군가 했더니 박시언 씨였네요. 내연녀 관리 똑바로 하셔야겠어요. 운 좋게 돈 많은 남자한테 빌붙은 가난한 대학생이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요?”내연녀라는 말을 들은 소은영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고 반박하려던 찰나 박시언이 그녀를 말렸다.그의 표정도 잔뜩 굳어 있었다.소은영은 박시언의 모습에 너무 충격을 받아 감히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은영이가 잘못 보고 오해했습니다. 이 식사는 제가 대접할 테니 다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됐어요, 강씨 가문은 고작 그런 돈 필요 없거든요.”강한나는 박시언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오늘 일 반드시 기억하겠습니다. 손님 보내.”경호원 몇 명이 박시언과 소은영을 룸 밖으로 내보냈다.룸을 나설 때쯤 박시언의 얼굴은 극도로 어두워져 있었다.“시언 씨... 저, 전 정말...”“됐어, 오늘 일 다시는 꺼내지 마.”박시언은 가슴 속 분노를 억누르면서도 소은영을 향한 말투는 나름 부드러웠다.소은영은 죄책감에 입술을 깨물었다.잘못 볼 리가 없는데! 분명 김하린이 수작을 부린 것이다!박시언과 소은영이 자리를 뜬 뒤에야 옆 방에서 강한나의 옷으로 갈아입은 김하린이 들어오며 말했다.“고마워요, 언니.”강한나가 말했다.“고맙긴, 한 가족끼리 무슨.”“흠흠.”배주원이 헛기침했고 그녀의 말에 의아해하는 김하린을 뒤로한 채 서도겸이 말했다.“오늘 너한테 누나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박시언 때문에 망쳤네. 일단 집에 가, 박시언한테 들키지 말고.”“그래.”김하린도 같은 생각이었다. 막 나가려다가 그래도 강한나한테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서도겸의 사촌 누나인 강한나는 그보다 두 살 위였고 해외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서도겸이 그녀를 소개하는 자리에 인사도 하지 않고 이대로 가버릴 수는 없었다.“언니, 다음에
끼익-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희미한 불빛이 안으로 비쳤다.“김하린.”박시언의 목소리가 무거웠다.김하린은 못 들은 척했다.박시언은 다시 언성을 높였다.“김하린!”김하린은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 얼굴을 찡그렸다.“이 밤에 왜 내 잠을 방해하는 거야?”“일어나!”박시언의 말투에는 억눌린 분노가 가득했다.김하린도 씩씩거리며 일어나 문 앞에 서 있는 박시언을 바라보며 물었다.“박시언, 미쳤어?”그런데 갑자기 박시언이 앞으로 달려들었고 김하린은 깜짝 놀랐다. 이윽고 침대 위에서 박시언이 그녀를 덮친 자세가 되었다.문간에서 희미한 빛이 박시언의 몸 위로 쏟아져 들어와 왠지 모르게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김하린은 순간 숨이 멎을 뻔하다가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뭐 하는 거야?”“저녁에 어디 있었어?”“친구랑 저녁 먹었어.”“어느 친구?”김하린은 얼굴을 찡그렸다.“내가 너한테 일일이 말해야 할 의무는 없지 않아? 잊지 마, 우리는 단지 필요로 서로를 이용하는 것뿐이야.”“그래?”박시언이 피식 웃자 김하린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고 곧 박시언이 그녀의 잠옷을 찢어버렸다.“법적으로 넌 내 아내니까 아내의 의무를 다해야 하지 않겠어?”“박시언! 너 미쳤어!”박시언의 힘이 워낙 세서 옷을 완전히 찢으려는 것을 본 김하린은 참지 못하고 그의 뺨을 때렸다.짜악-날카로운 따귀 소리가 울려 퍼지고 방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김하린이 차갑게 말했다.“박시언, 난 네 장난감이 아니야!”김하린을 덮치고 있던 박시언의 몸이 굳어지고 조금 전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가슴이 들썩이고 있었다.“나가!”김하린이 문을 가리켰다. 화가 난 탓인지 눈가가 다소 붉어져 있었다.박시언은 다시 평정심을 되찾은 후 일어나 김하린의 방을 나섰다.방의 문이 닫히는 순간 박시언은 미간을 꾹 눌렀다.미친 거야,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짓을.곧바로 박시언은 뒤돌아 손잡이로 손을 뻗었지만 망설이다가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방 안에서 김하린은 조금 전
#전생에 박시언과 결혼한 후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배부터 사로잡아야 한다는 최미진의 말을 듣고, 물에 손도 담그지 않던 그녀는 온갖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결국 박시언은 그녀의 손맛을 맛보지도 못했다.그 또한 박시언이 소은영을 더 사랑했기 때문이겠지.아침 식사가 준비되고 박시언은 자신의 몫이 없자 미간을 찌푸렸다.“내 거는?”“먹고 싶으면 직접 만들어 먹어.”김하린이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역시나 박시언이 화를 냈다.“김하린!”김하린은 이를 무시하고 빵을 냠냠 먹었다.더 이상 박시언을 좋아하지도 않으니 굳이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난 다 먹었어.”김하린이 다 먹은 접시를 부엌에 가져간 다음 가방을 챙겨 문을 나서려던 찰나 박시언이 물었다.“어디 가?”“오전에 수업 있어.”“째.”“박시언, 미친 거야?”김하린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아침부터 박시언은 유난히 삐뚤어진 모습을 보였다.유미란에게 휴가를 주더니 그녀 혼자 아침밥을 차리게 하고 이제는 수업까지 가지 말란다.잠시 후 박시언은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 땅은 어떻게 된 거야?”이게 목적이었구나. 김하린은 박시언이 물어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어쩐지 오늘 이상하게 굴더라니 전부 다 이득을 보기 위해서였나.김하린이 말했다.“그 땅 이미 팔았어.”“팔아? 누구한테?”“그건 내 자유니까 굳이 당신한테 설명할 필요 없잖아.”“김하린!”박시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그 땅값이 얼마인지 알아?”“몰라. 그저 내 손에서 오랫동안 썩히느니 빨리 팔고 싶었어.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당연히 팔지.”“너 진짜!”김하린은 자신 때문에 화를 내는 박시언을 바라보면서 은근히 통쾌했다.“왜 그러세요, 대표님? 전에는 그 땅 하찮게 여기셨잖아요. 이제 그 가치를 아셨어요?”박시언은 화를 꾹 참았다.“대체 누구한테 팔았어?”김하린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박시언이 다시 물었다.“그 땅이 녹지로 지정될 거란 걸 이미 알고 있었어?
그 일에 관해서는 김하린도 할 말이 없었기에 박시언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알았어, 갈게.”‘어차피 내 돈 쓰는 것도 아닌데 뭐.’박시언은 그녀 몰래 입꼬리를 씩 올렸다.백화점에 도착한 후 김하린은 외관 설계와 인테리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곧 있으면 쇼핑 거리를 세워야 하기에 기존에 있는 것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었다.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손을 잡아 왔다. 이에 백하린이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옆을 보니 거기에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박시언이 있었다.“뭐 하는 거야?”“사진 찍게 손잡는 거잖아.”박시언은 멀지 않은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두 사람을 찍고 있는 파파라치 쪽으로 고개를 까딱했다.김하린은 그의 고개를 따라 파파라치를 힐끔 보고는 순순히 손을 맞잡았다.그때 박시언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카메라를 켰다.“또 뭐 하려고?”“셀카.”“...”김하린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걸 보던 박시언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그녀를 향해 물었다.“웃을 줄 몰라?”그녀도 처음에는 웃으려고 했지만 함께 나란히 서 있는 박시언의 얼굴을 보고는 도저히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그의 닦달에 잔뜩 굳어버린 입꼬리를 조금 위로 올렸다.그러나 차라리 무표정한 얼굴이 더 나았다.박시언은 찍힌 사진을 보고는 혀를 한번 차더니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었다.김하린은 사진 타임이 끝난 건가 싶어 곧바로 매장에 들어가 옷을 골랐다.어차피 박시언의 돈이라 그녀는 원하는 만큼 골랐다.오후, 박시언은 김하린을 데리고 조용한 카페 안으로 들어와 디저트를 주문했다.김하린은 오늘 쇼핑한 물건이 꽤 마음에 드는 듯 기분 좋은 얼굴로 디저트를 먹었다.그 모습이 어쩐지 마음 한편이 따뜻해져 박시언은 휴대폰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반만 내놓은 채 그녀와 셀카를 찍었다.찰칵하는 소리에 김하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방금 뭐한 거야?”박시언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담담하게 대답했다.“디저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