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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작가: 일설연우
가마 안.

봉구안은 관영으로 돌아가는 가마 안에서 소욱에게 물었다.

“어떻게 투기장의 주인을 잡으러 갈 생각을 하셨습니까?”

소욱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는 법이다. 나도 전쟁을 해 본 사람이다.”

봉구안은 맑은 눈빛으로 소욱을 바라보며, 살짝 시험하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제가 혹시 우상에게 질까 봐 두렵진 않았습니까?”

소욱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번 밤떡 사건 이후로 그는 깨달은 바가 있었다. 여자들이 묻는 질문에는 신중하게 대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큰일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생각한 후 진지하게 답했다.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너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를 위해 후퇴할 길을 마련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봉구안은 한참 동안 말없이 있었다.

소욱은 자신이 또다시 잘못 말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을 때,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때, 제가 우상의 행적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시간도 없이 혼자 찾아갔지요.”

“그가 한 마을에 숨어 있었는데, 제가 올 걸 이미 예상했는지, 마을 사람들을 장악해 그들이 그를 따르도록 만들었습니다. 우상은 그들과 저 사이가 단순한 개인적인 원한이라며, 그들을 끌어들이지 않으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와 싸우기 전,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선택하라 했습니다. 어젯밤 투기장에서 내기를 걸었던 것처럼, 그날도 그들은 어느 쪽이 이길지 선택해야 했죠.”

“다만, 어젯밤과 달랐던 점은, 그들이 건 것이 금은보화가 아니라 자신들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으며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그 당시 저는 열여섯 살이었습니다. 젊고 혈기가 왕성했으며,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지요.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우상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들은 우상이 이길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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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가 출가할 때는 반드시 친정 오라버니가 업어 꽃가마에 태워야 한다.봉구안은 남장을 하고 친정 오라버니 신분으로 변장하여 봉장미를 업었다.그녀의 걸음은 한없이 안정적이었다.장미는 그녀의 등에 기대어 안도감에 젖었다.“언니, 우리 둘 다 행복해야 해.”한 방울의 눈물이 봉구안의 목덜미로 떨어졌다.봉구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 될 것이다.”모든 고생 끝에 행복이 찾아온다 하지 않는가. 장미가 그간 겪은 고난을 생각하면, 이후 그녀의 인생길은 분명 순탄할 것이다....기쁜 나팔 소리와 함께 꽃가마는 송가에 도착했다.신부가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가마에서 내려왔다.송려는 혼례복을 입고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그는 서둘러 신부를 부축하려 했지만, 희포가 막아서며 말했다.“신랑님, 너무 급하면 안 됩니다. 먼저 의식을 치러야지요!”주위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송려는 얼굴이 빨개졌다.그는 너무 오랫동안 장미를 보지 못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만약 소환의 사고가 없었다면, 그들은 이미 부부가 되었을 것이다.오늘 온 하객들 중에는 송려의 강호 친구들도 있었는데, 강림 또한 그를 찾아왔다.그는 봉구안을 보자마자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소환! 역시 자네 목숨은 정말 질기군! 몇 달 전 자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자네를 찾느라 적지 않은 돈을 썼다네!”봉구안은 강림을 흘겨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오늘은 송려의 혼인식이네. 자네가 붉은 옷을 입고 온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강림은 평소 붉은색을 좋아했기에 이런 점을 생각지 못했었다.그가 문을 들어설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그는 스스로를 더욱 멋있어졌다고 착각했던 것이다.강림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 남자를 붙잡았다.“어서 옷을 벗게.”그 남자는 황당해하며 말했다.“이보시오, 지금 제정신이오?”하지만, 장면이 바뀌자 그 남자는 속옷만 남기고 벗은 채 금덩이를 손에 들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형님, 형님은 정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74화

    봉구안의 표정이 단호해졌다.“스승님, 사모님, 저에게 대체 무엇을 숨기고 계셨던 겁니까?”맹 부인은 깊은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구안이 스스로와 인연을 끊겠다며 약쟁이의 일을 추적하려고 하는 상황이니, 이제 더는 막을 힘이 없었다.이내 그녀는 비통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성주는 예전에 약쟁이에 대해 알게된 후 신분을 숨긴 채 조사를 계속했단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 편지를 보내왔었지. 약쟁이들의 소굴을 발견했다며, 직접 조사하러 가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 후에…”“사형께서 그들에게 살해당했습니까?” 봉구안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그동안 스승님과 사모님의 아픈 과거를 들추는 것이 두려워 사형의 죽음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았다.그렇게나 자애로웠던 사형. 그녀는 스승님이 말한 대로, 누군가를 구하다가 사고로 사망했다고 믿고 있었다.평소 침착하고 강인했던 맹 부인.하지만 아들의 일을 떠올리자 몇 번이고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이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맹 장군은 멍한 얼굴로 남은 이야기를 전했다.“부인이 직접 성주의 시신을 검시했는데, 성주의 무릎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고, 눈은 부서졌으며, 오장육부는 산 채로 도려내졌었다. 그놈들이 놈을 고문했던 게야.”“이 모든 세월 동안 나는 계속 이 일을 비밀리에 조사해왔다.”“그런데 천룡회는 약쟁이의 뿌리가 아니야.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은 어둠 속에서 활 쏘는 것과 같단다.”“구안아, 죽은 자는 돌아오지 못한다. 성주는 더는 이 세상에 없고, 이제 우리에겐 너 하나뿐이다. 그저 네가 평안하고 순조로운 삶을 살아주길 바랄 뿐이다. 이번엔 내 말을 듣거라. 약쟁이의 일에는 더 이상 관여하지 말거라.”그가 그때 명확히 말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구안이 집요하게 파고들다 성주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을까 두려워서였다.하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그녀는 끝내 약쟁이에 대해 알아버린 것이다…사형의 진짜 죽음의 이유를 알게 된 후, 봉구안의 마음은 격랑처럼 요동쳤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73화

    단정은 병약한 모습으로 여전히 기운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남을 욕할 힘은 남아 있었다.“꺼져… 시중드는 사람 따위는 필요 없어! 날 만지지 마. 멀리 꺼지란 말이야!”곁에서 시중드는 하녀는 온순한 성격이었다. 단정이 아무리 모욕하고 욕을 해도 그녀는 묵묵히 약을 먹이려 애썼다.그때 단정이 봉구안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화를 억누르며 태도를 바꿨다. 마치 이전에 자신이 욕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는 듯, 큰 억울함을 담아 말했다.“형수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봉구안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다리가 나무판으로 묶여 있는 것이 보였다.단정은 눈을 붉히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토로했다.“염추가 제 다리를 묶었습니다. 그 아이는 형님의 유골을 원했어요.”“하지만 전 끝까지 그 아이에게 형님이 어디에 계신지 말해 주지 않았어요.”“그러자 그 아이가 제 내공을 다 빨아먹었어요.”“참, 형수님께서는 아직 모르시겠군요! 그 아이는 만간성법을 익혔습니다!”“겨우 탈출해 나왔는데, 다리를 다치고 말았어요. 이 모든 건 다 그 아이 때문이입니다!”“형수님, 절 대신해서 꼭 그 아이를 죽여주세요! 그 아이가 정말 증오스럽습니다!”단정은 사람들에게 구출된 후, 자신을 북방 장군부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맹 장군의 도움으로 그는 자유각에서 요양하게 되었다.의원은 그가 평생 다시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단정은 염추를 증오했다. 그녀의 가죽을 벗겨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다!봉구안은 하녀가 손에 든 약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약부터 먹어라.”단정은 고개를 돌리며 체념한 듯 말했다.“먹기 싫습니다! 어차피 다시 나아질 수도 없는 몸인데! 이 약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전 그저 염추가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형수님, 저를 잘 보살펴 주겠다고 형님에게 약속하지 않았습니까?”“형수님께서 제 복수를 해주세요…”“염추는 이미 죽었다.” 봉구안은 차갑게 말했다.“뭐라고요?” 단정이 그녀를 돌아보며 눈빛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72화

    “거짓말입니다.”봉구안은 소욱이 서왕과 관련된 일을 말하자마자 단호히 말했다.“완부옥의 주량을 제가 모를 리 없지요. 술에 취해 실수했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아니면, 완부옥이 일부러 그런 척했겠지요. 하지만 완부옥은 여인을 좋아하니, 서왕과 무슨 일이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소욱 역시 완부옥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그 아이가 굳이 그런 일을 벌인 이유는 단순하지. 황성에 남아서 네 곁에 있고 싶었던 게다.”그는 그럴듯한 이유를 찾았지만, 문제는 서왕의 태도였다.‘서왕이 정말 완부옥에게 마음이 생긴 거라면, 이건 좀 골치 아파지겠군.’소욱이 머릿속에서 상황을 정리하려던 찰나, 봉구안이 말했다.“폐하, 잠시 북방에 가야 할 듯합니다. 내일 떠날 것입니다.”소욱은 문득 생각에서 깨어나더니 그녀의 손을 잡았다.“혼례를 앞두고 있는데, 북방에 가겠다는 게냐?”그는 이미 여러 번 버림받은 경험이 있어 불안함을 느꼈다.봉구안은 차분한 눈빛으로 진지하게 답했다.“장미가 곧 혼례를 치릅니다.”장미의 혼례는 원래 작년 11월 말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봉구안이 천지설산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연기된 상태였다.소욱은 머릿속으로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만약 지난번 사건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혼례는 3월 초닷새에 치러질 터였겠지.’하지만 천룡회의 잔당을 궁에서 철저히 소탕하느라 만사가 미뤄졌고, 혼례복 역시 제작이 지연되어 지금까지도 완성되지 않았다.이제 와서 소욱은 길일 같은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든 준비만 끝나면 바로 혼례를 치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혼례복이 5월은 되어야 완성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호위병을 데리고 가거라.”봉구안은 그제야 은육을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소욱은 그녀가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듯 당부했다.“빨리 돌아와야 한다. 알겠느냐?”그는 천지설산에서의 일이 떠올라 여전히 가슴이 철렁했다.…다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71화

    봉구안이 다시 한 번 검을 시험해 보니, 눈에 날카로운 빛이 서렸다.보검이 손에 쥐어지자, 그녀는 무언가를 베어 검의 예리함을 확인하고 싶어졌다.소욱은 그녀가 이 적연검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며, 눈가의 미소가 더욱 부드러워졌다.그러나 점차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검에 쏟는 관심이 자신보다 크다는 것이다.특히 그녀가 검을 바라보는 눈빛은, 자신을 바라볼 때보다 훨씬 더 깊고 진지해 보였다!“나는 그럼 바깥에서 상소를 좀 보겠다.”소욱은 이 말을 하며 그녀가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보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검을 만지작거릴 뿐,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간단히 대답했다.“네.”그 외엔 한마디도 없었다.“저 검이 그렇게 좋은 것이냐?”마음에 한가득 서린 불만을 품고, 그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 상소를 읽으러 갔다.그러다 마침 진 나라 태종 황제의 묘에 묻힌 부장품 목록을 보며, 그의 불만은 눈 녹듯 사라졌다.이런 아내를 얻었으니, 이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자신이 속이 좁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어찌 검 하나도 포용하지 못할 수 있겠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그렇게 소욱은 스스로를 달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궁 밖서왕부.서왕은 요즘 완부옥에게 시달리고 있었다.정말로 시달리는 중이었다.그의 팔에는 한 마리의 뱀이 감겨 있었고, 호위무사 유화는 대장부임에도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전하…”그녀는 대체 어디에서 온 요괴란 말입니까! 너무 심한 게 아닙니까!서왕은 훨씬 더 침착하게 눈을 감고 속으로 울분을 삼키며 말했다.“완 낭자, 마지막으로 충고하겠소. 이제 그만두시오.”“낭자가 나를 죽인다 해도, 나는 결코 낭자와 혼인하지 않을 것이오.”완부옥은 마치 이 서왕부의 안주인이라도 된 듯, 당당히 대청에 앉아 요염하게 웃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제가 마지막으로 충고하겠습니다. 술을 권할 때 마시지 않고 벌주를 받으려 하다니요! 제가 전하를 마음에 둔 것은 영광인 일입니다.”“지금 당장 저와 함께 입궁하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70화

    소욱은 정말 어이가 없고 웃기기도 했다.어쩐지 며칠간 사라졌다 싶더니, 이렇게 엉망진창인 꼴로 돌아온 이유가 밝혀졌다.알고 보니 남의 선산을 파헤치러 간 것이었다!소욱은 봉구안 앞으로 걸어가, 손을 뻗어 그녀 얼굴에 묻은 흙을 직접 닦아주며 말했다."이리도 위험한 일을, 꼭 네가 직접 해야 했더냐? 그냥 편히 혼례 준비나 하면 안 되겠느냐?"지금 혼례복만 완성되면 바로 그녀를 궁으로 맞아들일 참이었다. 그래야 매일 그녀 걱정으로 속을 끓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하지만 이 순간, 그는 문득 자신이 어린 시절의 봉구안을 키웠던 맹건 부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어릴 적 그녀 역시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온종일 뛰어다니고 돌아다녔을 것이다.봉구안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묘 안에는 온갖 장치가 있더라고요. 꼭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그녀가 학문적으로 지식에 대한 갈망을 보이며 진지한 태도를 보이자, 소욱은 마음이 부드러워졌다.그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받치며, 입술에 두 번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그녀가 너무 좋아서,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였다.그러나 봉구안은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정신 차리세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 부장품들, 전부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소욱은 그녀의 뒤통수를 한 손으로 잡아 고정하며,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 말을 끊었다."넌 자꾸 정사만 이야기하자 하는구나. 나는 너와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그는 다른 손으로 그녀 허리띠를 슬쩍 당기며, 의도를 암시하듯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날 밤 말이다. 네가 욕조에서 날 두고 혼자 도망친 일 말이야. 그때의 빚, 아직 내가 정산하지 못했어. 네가 어찌 갚아야겠느냐?"봉구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대혼례 전까지는 몸을 아끼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소욱은 잠시 멍해졌다.큰일이다. 자신이 쏜 화살에 스스로 맞아버렸다.하지만 그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69화

    염추가 이미 죽었고, 천룡회와 금련파도 철저히 몰락했다. 양연삭은 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백성들이 던진 돌더미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이로써, 강호에는 더 이상 천룡회가 없으며, 진국 황실의 후손도 완전히 끊어졌다.소욱의 생일 이튿날, 봉구안은 사람들을 이끌고 궁림에 도착했다. 진나라 태조 황제의 묘를 찾기 위해서였다.이를 위해 그녀는 감옥에서 몇몇 도굴꾼들을 끌어냈다.전문가를 대동한 이유는 일을 더욱 수월하게 처리하기 위함이었다.도굴꾼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며칠 되지 않아 대략적인 묘 위치를 확정했다.계속해서 땅을 파내자, 한 관이 드러났다.기묘한 점은, 이 관이 세로로 세워져 있다는 것이었다.도굴꾼들은 흥분하며 말했다.“세로로 세워진 묘입니다! 관 속의 사람 신분이 지극히 고귀하다는 뜻이죠! 틀림없습니다! 이건 진 나라 태조 황제의 묘입니다!”한 호위가 흙이 느슨해진 것을 발견하고 외쳤다.“이상합니다! 흙이 헐거워졌습니다!”느슨한 흙을 파내자, 낮은 문 하나가 드러났다.봉구안은 그 낮은 문을 바라보다가 즉시 명령을 내렸다.“관은 옮겨 다른 곳에 다시 묻어라.”이어 다시 말했다.“문을 열어라. 문 뒤에 뭐가 있는지 보도록 하자.”잠시 후, 문이 열렸다.문 안쪽에는 극도로 좁은 통로가 있었고, 오직 작은 체격의 사람만 기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한 도굴꾼이 스스로 나섰다.“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저는 축골공을 익혔습니다!”그는 이 상황의 첫 목격자가 되어 역사의 이름을 남길 수 있다고 믿었다.봉구안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에게 밧줄을 묶어라.”“예!”곧, 그 도굴꾼은 밧줄을 묶은 채 좁은 통로로 기어들어갔다.밧줄은 그의 움직임에 따라 계속해서 앞으로 뻗어나갔다.대략 열 장 정도 갔을 때, 밧줄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그 도굴꾼이 끝까지 도달한 듯했다.다른 도굴꾼들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나으리, 저희도 이제 들어갈 수 있습니다!”도굴 작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68화

    소욱의 말을 들은 봉구안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시험을 해보라니?봉구안은 몸을 돌려,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어떻게 시험하면 될까요?”소욱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 두었다. 동시에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고정되어 그녀의 표정 변화를 확인하려 했다.봉구안의 숨결이 약간 흐트러졌고, 그녀의 눈은 반쯤 내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 속 감정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소욱은 그녀의 귀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농담한 것이다.”그녀는 언제나 이렇게 냉정하고 담담했으니,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기란 참으로 어려웠다.그렇게 말한 뒤, 소욱은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는 다시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신혼 첫날밤은 지키고 싶구나.”대혼례 전까지 그는 성욕을 자제해야 했다.그가 물러나려던 찰나, 봉구안이 갑자기 앞으로 나섰다.그녀는 그의 옷깃을 잡아채며 전장에서 적을 마주하는 것처럼 공격적인 눈빛을 보였다.“제가 꼭 원한다면요?”소욱은 한 걸음 물러섰다. 얼굴에는 믿기 힘든 당혹감이 스쳤다.“구안아, 진정하거라.”그도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완전한 혼례를 지키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했다.봉구안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눈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그 말의 내용은 다소 도발적이었다.“벗으시죠, 폐하.”소욱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너… 진심으로 원하느냐?”그는 여전히 고민하는 듯했다.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은 차갑고 결연해 보였다.“네, 주실 건가요?”소욱은 한숨을 내쉬었다.“어찌 여인으로서 이리 늑대처럼 구느냐.”결국 그는 포기했다.신혼 첫날밤이 뭐 대수겠는가. 그녀와 함께 있는 모든 밤이 신혼 첫날과 같을 터였다!잠시 후, 소욱은 옷을 벗고 욕조에 들어갔다.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봉구안은 오지 않았다.뒤돌아보니,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내관 진한길이 들어와 병풍 밖에서 보고했다.“폐하, 마마께서 보내신 옷입니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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