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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감귤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28 14:11:18
집을 팔겠다는 아빠의 말에 나는 그 일을 대신 처리해주었다.

아빠에게는 두 채의 집이 있었는데 하나는 회사에서 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이 재개발할 때 받은 것이었다.

위치도 좋아서 집은 내놓은 지 며칠 만에 팔렸고 총 3억을 받게 되었다.

내가 그 카드를 아빠에게 건네자 아빠는 병원비와 대출금부터 갚으라고 했는데 그때 엄마가 카드를 뺏어내더니 말했다.

“안돼, 우리 지훈이가 아직도 감옥에 있는데 이 돈으로 지훈이부터 꺼낼 거야.”

나는 그제야 엄마가 지금껏 오빠를 빼내려고 사람을 찾아다니느라 그렇게 바빴다는 걸 알아챘다.

건너건너 결국 사람을 알아봤는데 2억만 주면 오빠를 꺼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거라면 이미 진절머리가 난 아빠는 엄마를 향해 소리쳤다.

“누가 그런 걸 도와주겠어, 지훈이가 감옥 가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야. 그러니까 빨리 돈이나 내놔.”

엄마는 카드를 손에 꼭 쥐고 아빠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안 줘! 사기꾼한테 주면 줬지 당신한텐 절대 안 줘, 우리 집이 이렇게 된 건 다 당신이 여기저기 돈을 빌려줘서야. 당신이 돈만 안 빌려줬어도 우리 지훈이가 간병인으로 그 집에 들어갈 일은 없었어. 죽으려면 당신 혼자 죽어!”

“그리고 너!”

“이 배은망덕한 년, 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네 아빠가 매일 널 때려도 넌 아빠 말만 들었지, 널 낳지 말았어야 했어!”

이번에는 나를 가리키며 말하는 엄마에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나한테 잘해줬다고요? 언제요? 내가 아빠한테 맞을 때 멀리 도망간 거요 아니면 좋은 건 다 오빠한테만 준 거요? 나도 이해가 안 돼요. 그렇게 날 싫어하면서 오빠만 낳을 것이지 왜 나까지 낳은 거예요?”

내 말에 당황하던 엄마는 이내 표정을 굳히며 으름장을 놓았다.

“아무튼 이 돈은 절대 못 줘! 한지민, 네가 이 카드 뺏으면 나 평생 너 안 볼 거야.”

나는 엄마를 구석으로 몰고는 웃으며 그 손에 들린 카드를 뺏어 들었다.

“약속 꼭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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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받았지, 한 달에 6백만 원씩 6달만 갚으면 돼.”“뭐? 우리 집에 6백이 어딨다고 그걸 갚아?”아빠의 퇴직금은 매달 백만 원이 전부였고 엄마와 오빠의 월급은 합쳐봤자 4백만 원이었는데 온 집안이 아무것도 안 먹고 모은다 해도 한 달에 6백만 원은 무리였다.하지만 아빠는 헤실거리며 대답했다.“친구가 일자리 하나 소개해줬는데 기업 회장이 간병인을 구한대, 한 달이 이렇게 주겠대.”손가락 네 개를 펼치며 말하는 아빠에 그래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엄마는 바로 믿지 않고 아빠부터 의심했다.“무슨 간병인이 한 달에 8백씩 줘, 그런 좋은 일이 우리한테 일어날 것 같아?”“이게 정보라는 거야, 내가 평소에 사람들 안 도와줬으면 누가 이렇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주겠어. 말은 간병인인데 그 집엔 이미 도우미도 있고 기사도 있대. 그러니까 집사를 찾는 거나 마찬가지지. 젊고 입 무겁고 말 잘 듣는 사람을 찾는대. 한 달에 8백이면 일 년이면 거의 1억이야. 그 정도면 결혼은 쉽게 하지.”아빠 거듭되는 세뇌에 엄마와 오빠는 벌써부터 눈을 반짝이며 곧 다가올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그게 얼마나 큰 함정인지를 아는 이는 나밖에 없었다.저번 생에서는 사장님의 돈을 하루라도 빨리 갚기 위해서 아빠가 소개해준 일자를 받아들였지만 그 상대는 기업 회장이자 변태였다.침대에 누워있던 그 회장은 내가 들어서자마자 바지를 갈아입히라고 명령했다.애써 마음의 준비를 한 내가 다가가자 회장은 나를 그대로 바닥에 눕혀버렸었다.그 회장이라는 사람에게 당한 뒤에야 알게 된 건데 사실 그는 자식들에 의해 집안에 갇혀버린 것이었다.그가 밖에서 다른 여자와 아이를 낳으며 돌아다닐까 봐 도우미와 기사도 일부러 나이 든 남자로 뽑아놨는데 회장이 어렵게 사람을 구해서 우리 아빠의 친구한테 소식을 흘린 것이었다.회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나는 이 사실을 집안에 알렸지만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일을 그만두는 것까지 반대했었다.엄마와 오빠는 당연히 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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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차를 사려던 돈을 이웃에게 빌려줬다는 아빠의 말에 아까까지만 해도 통 큰 척 하던 오빠는 미친 사람처럼 아빠에게 달려들었다.“8천만 원이에요! 그걸 모르는 사람한테 무턱대고 빌려줬다고요? 우리 집에 남은 거라고는 겨우 그게 전부인데, 나랑 유진이 곧 결혼할 건데 그 돈마저 없으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요!”“내 돈이야, 내가 빌려주고 싶으면 빌려주는 거라고. 차도 사고 결혼도 하고 싶으면 네가 직접 돈을 벌었어야지.”그런데 이 와중에도 태연하기만 한 아빠에 엄마는 손까지 떨며 말했다.“당신 돈이라고?”“당신이 돈이 어딨어! 월급만 받으면 다 남들한테 빌려줬잖아, 그 8천만 원은 내가 한 푼 한 푼 아껴서 모은 거였어. 어떻게 그걸 눈 하나 안 깜빡이고 빌려줘?!”“둘 다 미쳤어? 어디서 성질이야 지금!”남들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인 아빠는 가족들 앞에서만은 가정폭력범이었다.아빠는 바로 가까이에 있는 오빠의 뺨부터 때렸는데 성인 남성이라 똑같이 손을 휘두르거나 아니면 날아오는 손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오빠는 손을 내저었음에도 아빠에게 눌리어 연속으로 몇 대나 얻어맞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엄마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오빠 앞에 나서며 소리 질렀다.“한성준, 당장 그 손 못 내려?! 여기서 더 하면 나 당신이랑 이혼할 거야!”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아빠는 자신이 폭력을 휘둘러서 이혼당했다는 소리가 동네에 퍼지는 건 원치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이혼하기만 해.”내가 맞을 때는 방관만 하던 엄마가 사실은 아빠의 폭력을 멈출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는 또 가슴이 아파왔다.엄마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나랑 계속 살고 싶으면 돈 다시 받아와.”“다 같은 이웃인데 어떻게 받아와, 얼마나 힘들었으면 빌려달라고 말했겠어. 준 지 며칠 됐다고 그걸 다시 받아오는 게 말이 돼?”아빠의 반응은 전생과 똑같았지만 엄마는 바닥에서 구르며 소리쳤다.“그 돈은 내가 내 아들 주려고

  • 평생 돈만 빌려주던 성부 아빠의 최후   제3화

    “회계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시키면 할 것이지 어디서 거절이야, 관계 하나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이미 해준다고 했으니까 잔말 말고 장부 봐줘.”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화를 내는 아빠에 나는 고개를 더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안 해요, 할 사람 다시 구하라고 하세요. 그거 조작된 장부예요, 들키기라도 하면 나 감옥 가야 한다고요.”“그게 뭐 그렇게 쉽게 들키겠어, 그냥 네가 게으른 거지.”아빠가 소매를 걷으며 나에게 손을 휘두르려고 할 때 엄마와 오빠가 들어오자 나는 다급히 엄마 뒤로 가 숨었지만 엄마는 그런 나를 오히려 앞세우며 말했다.“또 아빠 화나게 했어? 그럼 너 혼자 맞아, 괜히 나까지 엮이게 만들지 말고.”어릴 때부터 아빠가 나를 때리려고 할 때면 엄마와 오빠는 괜히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튈까 봐 멀찍이 떨어져 있곤 했는데 오늘도 역시나 똑같은 반응에 나는 괜스레 서운해졌다.아빠가 화내는 이유를 들은 오빠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나무랐다.“그냥 장부 좀 조작하라는 거잖아,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너는 이런 일로 아빠 체면을 구기면 어떡해. 맞을 짓 했네.”“할 줄 모른다고 둘러댈 생각 마, 나도 회계사니까 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 알아.”엄마의 말에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아빠는 정년퇴직을 했지만 엄마는 정년이 아직 2년이나 더 남아있는 기업의 회계사였다.엄마 회사는 직원복지도 좋고 월급도 높아서 엄마는 오빠가 졸업하자마자 그를 회사에 입사시키려고 했지만 내가 졸업했을 때는 내가 엄마의 일자리를 뺏기라도 할까 봐 자신의 정년을 연장하려고 일부러 사람을 찾아서 면접까지 통과한 내 이름을 입사자 명단에서 빼버렸었다.그 일이 생각난 나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 아빠를 향해 말했다.“아빠, 아까 그분 앞에서 거절한 건 죄송해요. 장부 저도 볼 줄은 아는데 제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사고 칠까 봐 겁나서 그랬어요. 엄마가 경험은 나보다 많으니까 엄마한테 부탁하는 건 어때요?”내 말에 아빠가 시선을 엄마에게로 돌리

  • 평생 돈만 빌려주던 성부 아빠의 최후   제2화

    내 말을 들은 아빠는 눈을 빛내더니 엄마나 오빠한테 전화하는 게 아니라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은행카드를 찾기 시작했다.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자꾸만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아빠에 나는 엄마한테 따로 카드를 만들어 놓으라고 언질을 준 적이 있었다.그때는 어린 게 뭘 안다고 큰 소리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엄마는 결국 내 말대로 새로운 통장을 만들어 지금껏 1억 가까이 모아왔었다.그 돈은 오빠가 결혼하고 차를 살 때 쓸 거라고 지난 생에 내가 감옥에 들어가게 생겼을 때도 엄마는 돈이 있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도 않았었다.돈이 없어서 내가 영감의 도우미로 들어가던 그 날 오빠는 엄마가 준 돈으로 새 차를 뽑았었다.집안을 이 잡듯이 뒤지던 아빠는 결국 엄마의 통장을 찾아내었고 그 위에 적혀있는 액수를 보자마자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유주연 이 망할 놈의 여편네! 감히 나를 속이고 돈을 이렇게 많이 모아?!”욕을 다한 아빠는 자신과 엄마의 신분증을 들고 바로 밖으로 나가려 하자 나는 아빠에게 마지막 경고를 해주었다.“이 돈 어디에 쓰려고 모은 건지 진짜 엄마한테 안 물어보실 거에요?”“묻긴 뭘 물어! 다 내가 벌어온 돈이야!”집을 나선 아빠는 8천만 원을 현금으로 들고 이웃에게 전해주었다.“이렇게 많이요? 저는 4천만 원만 있으면 되는데요!”“다 들고 계세요, 나머지는 인테리어 하셔야죠.”아빠는 자신이 마치 부자라도 된 양 자연스럽게 말했다.이웃은 차용증이라도 쓰겠다고 했지만 아빠는 극구 사양하며 말했다.“절 뭘로 보시는 거예요, 이런 거 안 써도 돼요.”돈을 들고 신나서 집으로 가는 이웃에 아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그런 아빠의 행동에 나는 참다못해 한마디 거들었다.“아빠, 돈을 빌려줬으면 차용증을 써야죠, 그거 없으면 돈 안 갚을 수도 있잖아요.”“차용증 받으면 얼마나 정 없니, 너는 아직 인간관계에 대해서 잘 몰라.”아빠는 늘 인간관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게 다 어릴 적 가난한 집안 배경 때문에 아

  • 평생 돈만 빌려주던 성부 아빠의 최후   제1화

    “지민 씨, 돈 찾으면 회사 오지 말고 그냥 오후에 바로 공사장으로 가서 월급 줘.”다시 내 손에 카드를 쥐여주는 사장님을 보니 나는 자신이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저번 생에는 봉투라도 사서 인부들에게 건네주려고 돈을 방 서랍에 넣어놓고 잠시 외출을 했었는데 그 잠깐 사이에 아빠가 잠가놓은 서랍을 열고 돈을 꺼내 간 것이다.이웃이 집을 사는 데 보태줬다는 아빠의 말에 나는 당장 이웃을 찾아가 돈을 받아내려 했지만 아빠는 그런 나를 말리며 말했다.“이미 빌려준 돈인데 어떻게 달라고 해, 이웃 관계 이렇게 말아먹을 거야?”“아빠가 빌려준 그 돈은 회삿돈이에요. 공금횡령으로 사장님이 신고하면 나 감옥 갈 수도 있다고요!”“사장이면 돈도 많을 텐데 뭐 그 4천만 원 가지고 신고를 하겠어.”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아빠에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나는 빠르게 이웃집으로 달려갔지만 이웃에게 돈을 돌려달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뒤따라온 아빠에게 이끌려 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문을 닫자마자 아빠는 내 뺨을 때리며 호통을 쳤다.“너는 어쩜 이렇게 이기적이야, 이웃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사장한테 가서 말해, 저 돈은 잠시 빌린 거고 곧 갚겠다고.”“아빠가 빌린 거라고요? 그럼 어떻게 갚을 건데요? 돈도, 적금도 없는 사람한테 우리 사장님이 뭘 믿고 돈을 빌려주겠어요!”내 말에 제대로 열 받은 아빠는 나를 차서 넘어뜨리고는 내 몸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어디 감히 아빠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그때 집으론 돌아온 엄마와 오빠도 맞는 나를 봤지만 그들 역시 냉랭하게 내려다보기만 했다.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엄마는 오히려 냉소를 흘리며 나를 나무랐다.“네 아빠가 돈 빌려주기 좋아하는 거 다 알면서 잘 숨겼어야지 그러게.”나는 어쩔 수 없이 사장님한테 사실대로 말했고 그길로 나는 회사에서 해고 처리되었다.사장님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건 정말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었지만 나는 또 아빠 때문에 직장을 잃고 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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