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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감귤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28 14:11:18
내 말을 들은 아빠는 눈을 빛내더니 엄마나 오빠한테 전화하는 게 아니라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은행카드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자꾸만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아빠에 나는 엄마한테 따로 카드를 만들어 놓으라고 언질을 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어린 게 뭘 안다고 큰 소리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엄마는 결국 내 말대로 새로운 통장을 만들어 지금껏 1억 가까이 모아왔었다.

그 돈은 오빠가 결혼하고 차를 살 때 쓸 거라고 지난 생에 내가 감옥에 들어가게 생겼을 때도 엄마는 돈이 있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도 않았었다.

돈이 없어서 내가 영감의 도우미로 들어가던 그 날 오빠는 엄마가 준 돈으로 새 차를 뽑았었다.

집안을 이 잡듯이 뒤지던 아빠는 결국 엄마의 통장을 찾아내었고 그 위에 적혀있는 액수를 보자마자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유주연 이 망할 놈의 여편네! 감히 나를 속이고 돈을 이렇게 많이 모아?!”

욕을 다한 아빠는 자신과 엄마의 신분증을 들고 바로 밖으로 나가려 하자 나는 아빠에게 마지막 경고를 해주었다.

“이 돈 어디에 쓰려고 모은 건지 진짜 엄마한테 안 물어보실 거에요?”

“묻긴 뭘 물어! 다 내가 벌어온 돈이야!”

집을 나선 아빠는 8천만 원을 현금으로 들고 이웃에게 전해주었다.

“이렇게 많이요? 저는 4천만 원만 있으면 되는데요!”

“다 들고 계세요, 나머지는 인테리어 하셔야죠.”

아빠는 자신이 마치 부자라도 된 양 자연스럽게 말했다.

이웃은 차용증이라도 쓰겠다고 했지만 아빠는 극구 사양하며 말했다.

“절 뭘로 보시는 거예요, 이런 거 안 써도 돼요.”

돈을 들고 신나서 집으로 가는 이웃에 아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아빠의 행동에 나는 참다못해 한마디 거들었다.

“아빠, 돈을 빌려줬으면 차용증을 써야죠, 그거 없으면 돈 안 갚을 수도 있잖아요.”

“차용증 받으면 얼마나 정 없니, 너는 아직 인간관계에 대해서 잘 몰라.”

아빠는 늘 인간관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게 다 어릴 적 가난한 집안 배경 때문에 아빠네와 연락을 하는 친척이 없어서 생긴 트라우마였다.

그래서 아빠가 가정을 꾸린 뒤로는 남들이 어려우면 돈을 빌려주거나 돈이 없으면 힘쓰는 일을 도와주거나 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힘쓰는 일에는 우리 온 가족이 다 나서니 정말 친척들의 연락도 잦아졌다.

하지만 친척들도 공짜로 도와주는 데 안 부르면 손해라고 생각해서 부른 것일 뿐, 정말로 우리 집과 가까워지고 싶은게 아니었다.

그나마 이번 생엔 인부들의 월급을 제대로 주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빠는 또 나에게 귀찮은 일을 만들어주었다.

유 사장이라는 분을 자신의 친구라며 장부를 좀 봐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전에 회계는 와이프가 직접 해서 세무국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 같다며 이쪽이 전문분야인 사람을 찾고 싶어서 왔다고 아주 입이 째지게 웃으며 말하는 그들에 나는 장부를 건네받아 확인하고는 단칼에 거절했다.

“못 도와드려요.”

내 대답에 표정이 굳어버린 아빠는 그래도 사람이 있다고 손은 들지 않고 목소리만 깐 채 말했다.

“다시 한번 봐봐, 작은 회사라서 너희 회사 것보다 쉽잖아. 좀 도와줘.”

“유 사장님, 이 장부 잘못된 거 아시잖아요. 얼른 세무국 가서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출입금이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한눈에 보아도 조작된 게 알리는 장부였다.

지금 이걸 나한테 정리해달라고 하는 건 책임을 나누자는 뜻인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 이런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던 내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유 사장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우리 집을 나갔다.

그 사람을 쫓아가던 아빠는 내가 샤워하려고 옷을 절반쯤 벗었을 때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비명을 지르는 나는 신경도 안 쓰고 내 뺨을 때렸다.

“이 X발년이, 내가 널 너무 오냐오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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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나온 뒤 나는 바로 구해놓은 월셋집으로 들어갔다.원래도 오늘 나오려고 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핑계를 따로 찾을 필요도 없이 나오게 되어서 일 하나를 던 셈이었다.며칠 뒤 오빠는 예정대로 간병인 자격으로 사장의 집에 갔는데 좋은 일이 없을 건 알았지만 감옥까지 들어갔을 줄은 몰랐는데 일이 내 생각보다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게다가 아빠는 또 무슨 일인지 입원까지 했고 엄마는 전화를 하면서도 계속 울고 있어 나는 병원에 도착한 다음에야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오빠는 내 생각대로 성추행을 당했는데 홧김에 참지 못하고 노인네를 때려버려 나이 든 노인네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다.재산 상속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는데 죽어버린 아버지에 화가 난 자식들이 가장 좋은 변호사들을 선임한 탓에 오빠는 그대로 감옥에 들어가 버렸고 아빠가 그 많다는 인맥들을 찾아 오빠를 꺼내오려 했지만 번번이 헛수고였다.그러던 어느 날, 차를 타고 오던 길에 재수 없게도 차가 폭발해버렸는데 다행히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구해줘서 몸의 70%는 화상을 입었지만 목숨은 건지게 된 것이다.그 화재에 차까지 타 버려서 아빠는 보험회사를 불렀지만 보험회사에서 전한 말은 아주 절망적이었다.“이 차는 침수차예요, 그래서 저희가 배상을 못 해드려요. 상부에 보고할 때도 할 말이 없거든요.”금방 고비를 넘긴 아빠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침수차라뇨? 달린 지 3천 킬로미터도 안 된 새 차인데. 친한 친구가 소개해준 차예요. 그럴 리가 없어요!”“운전은 많이 안 했지만 침수차는 맞아요.”보험회사 담당자가 안타까운 듯 말하자 넋을 잃은 아빠는 다급히 차를 판 친구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친구도 모르쇠를 대며 몇 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그에 아빠는 자신에게 검사 보고서도 있다면서 보험회사에서 돈을 주기 싫어서 잡아떼는 거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는데 아빠의 하소연을 들은 담당자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았다는 듯 설명해주기 시작했다.“아무래도 사기당하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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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받았지, 한 달에 6백만 원씩 6달만 갚으면 돼.”“뭐? 우리 집에 6백이 어딨다고 그걸 갚아?”아빠의 퇴직금은 매달 백만 원이 전부였고 엄마와 오빠의 월급은 합쳐봤자 4백만 원이었는데 온 집안이 아무것도 안 먹고 모은다 해도 한 달에 6백만 원은 무리였다.하지만 아빠는 헤실거리며 대답했다.“친구가 일자리 하나 소개해줬는데 기업 회장이 간병인을 구한대, 한 달이 이렇게 주겠대.”손가락 네 개를 펼치며 말하는 아빠에 그래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엄마는 바로 믿지 않고 아빠부터 의심했다.“무슨 간병인이 한 달에 8백씩 줘, 그런 좋은 일이 우리한테 일어날 것 같아?”“이게 정보라는 거야, 내가 평소에 사람들 안 도와줬으면 누가 이렇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주겠어. 말은 간병인인데 그 집엔 이미 도우미도 있고 기사도 있대. 그러니까 집사를 찾는 거나 마찬가지지. 젊고 입 무겁고 말 잘 듣는 사람을 찾는대. 한 달에 8백이면 일 년이면 거의 1억이야. 그 정도면 결혼은 쉽게 하지.”아빠 거듭되는 세뇌에 엄마와 오빠는 벌써부터 눈을 반짝이며 곧 다가올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그게 얼마나 큰 함정인지를 아는 이는 나밖에 없었다.저번 생에서는 사장님의 돈을 하루라도 빨리 갚기 위해서 아빠가 소개해준 일자를 받아들였지만 그 상대는 기업 회장이자 변태였다.침대에 누워있던 그 회장은 내가 들어서자마자 바지를 갈아입히라고 명령했다.애써 마음의 준비를 한 내가 다가가자 회장은 나를 그대로 바닥에 눕혀버렸었다.그 회장이라는 사람에게 당한 뒤에야 알게 된 건데 사실 그는 자식들에 의해 집안에 갇혀버린 것이었다.그가 밖에서 다른 여자와 아이를 낳으며 돌아다닐까 봐 도우미와 기사도 일부러 나이 든 남자로 뽑아놨는데 회장이 어렵게 사람을 구해서 우리 아빠의 친구한테 소식을 흘린 것이었다.회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나는 이 사실을 집안에 알렸지만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일을 그만두는 것까지 반대했었다.엄마와 오빠는 당연히 돈 때

  • 평생 돈만 빌려주던 성부 아빠의 최후   제4화

    자신이 차를 사려던 돈을 이웃에게 빌려줬다는 아빠의 말에 아까까지만 해도 통 큰 척 하던 오빠는 미친 사람처럼 아빠에게 달려들었다.“8천만 원이에요! 그걸 모르는 사람한테 무턱대고 빌려줬다고요? 우리 집에 남은 거라고는 겨우 그게 전부인데, 나랑 유진이 곧 결혼할 건데 그 돈마저 없으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요!”“내 돈이야, 내가 빌려주고 싶으면 빌려주는 거라고. 차도 사고 결혼도 하고 싶으면 네가 직접 돈을 벌었어야지.”그런데 이 와중에도 태연하기만 한 아빠에 엄마는 손까지 떨며 말했다.“당신 돈이라고?”“당신이 돈이 어딨어! 월급만 받으면 다 남들한테 빌려줬잖아, 그 8천만 원은 내가 한 푼 한 푼 아껴서 모은 거였어. 어떻게 그걸 눈 하나 안 깜빡이고 빌려줘?!”“둘 다 미쳤어? 어디서 성질이야 지금!”남들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인 아빠는 가족들 앞에서만은 가정폭력범이었다.아빠는 바로 가까이에 있는 오빠의 뺨부터 때렸는데 성인 남성이라 똑같이 손을 휘두르거나 아니면 날아오는 손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오빠는 손을 내저었음에도 아빠에게 눌리어 연속으로 몇 대나 얻어맞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엄마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오빠 앞에 나서며 소리 질렀다.“한성준, 당장 그 손 못 내려?! 여기서 더 하면 나 당신이랑 이혼할 거야!”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아빠는 자신이 폭력을 휘둘러서 이혼당했다는 소리가 동네에 퍼지는 건 원치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이혼하기만 해.”내가 맞을 때는 방관만 하던 엄마가 사실은 아빠의 폭력을 멈출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는 또 가슴이 아파왔다.엄마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나랑 계속 살고 싶으면 돈 다시 받아와.”“다 같은 이웃인데 어떻게 받아와, 얼마나 힘들었으면 빌려달라고 말했겠어. 준 지 며칠 됐다고 그걸 다시 받아오는 게 말이 돼?”아빠의 반응은 전생과 똑같았지만 엄마는 바닥에서 구르며 소리쳤다.“그 돈은 내가 내 아들 주려고

  • 평생 돈만 빌려주던 성부 아빠의 최후   제3화

    “회계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시키면 할 것이지 어디서 거절이야, 관계 하나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이미 해준다고 했으니까 잔말 말고 장부 봐줘.”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화를 내는 아빠에 나는 고개를 더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안 해요, 할 사람 다시 구하라고 하세요. 그거 조작된 장부예요, 들키기라도 하면 나 감옥 가야 한다고요.”“그게 뭐 그렇게 쉽게 들키겠어, 그냥 네가 게으른 거지.”아빠가 소매를 걷으며 나에게 손을 휘두르려고 할 때 엄마와 오빠가 들어오자 나는 다급히 엄마 뒤로 가 숨었지만 엄마는 그런 나를 오히려 앞세우며 말했다.“또 아빠 화나게 했어? 그럼 너 혼자 맞아, 괜히 나까지 엮이게 만들지 말고.”어릴 때부터 아빠가 나를 때리려고 할 때면 엄마와 오빠는 괜히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튈까 봐 멀찍이 떨어져 있곤 했는데 오늘도 역시나 똑같은 반응에 나는 괜스레 서운해졌다.아빠가 화내는 이유를 들은 오빠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나무랐다.“그냥 장부 좀 조작하라는 거잖아,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너는 이런 일로 아빠 체면을 구기면 어떡해. 맞을 짓 했네.”“할 줄 모른다고 둘러댈 생각 마, 나도 회계사니까 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 알아.”엄마의 말에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아빠는 정년퇴직을 했지만 엄마는 정년이 아직 2년이나 더 남아있는 기업의 회계사였다.엄마 회사는 직원복지도 좋고 월급도 높아서 엄마는 오빠가 졸업하자마자 그를 회사에 입사시키려고 했지만 내가 졸업했을 때는 내가 엄마의 일자리를 뺏기라도 할까 봐 자신의 정년을 연장하려고 일부러 사람을 찾아서 면접까지 통과한 내 이름을 입사자 명단에서 빼버렸었다.그 일이 생각난 나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 아빠를 향해 말했다.“아빠, 아까 그분 앞에서 거절한 건 죄송해요. 장부 저도 볼 줄은 아는데 제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사고 칠까 봐 겁나서 그랬어요. 엄마가 경험은 나보다 많으니까 엄마한테 부탁하는 건 어때요?”내 말에 아빠가 시선을 엄마에게로 돌리

  • 평생 돈만 빌려주던 성부 아빠의 최후   제2화

    내 말을 들은 아빠는 눈을 빛내더니 엄마나 오빠한테 전화하는 게 아니라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은행카드를 찾기 시작했다.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자꾸만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아빠에 나는 엄마한테 따로 카드를 만들어 놓으라고 언질을 준 적이 있었다.그때는 어린 게 뭘 안다고 큰 소리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엄마는 결국 내 말대로 새로운 통장을 만들어 지금껏 1억 가까이 모아왔었다.그 돈은 오빠가 결혼하고 차를 살 때 쓸 거라고 지난 생에 내가 감옥에 들어가게 생겼을 때도 엄마는 돈이 있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도 않았었다.돈이 없어서 내가 영감의 도우미로 들어가던 그 날 오빠는 엄마가 준 돈으로 새 차를 뽑았었다.집안을 이 잡듯이 뒤지던 아빠는 결국 엄마의 통장을 찾아내었고 그 위에 적혀있는 액수를 보자마자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유주연 이 망할 놈의 여편네! 감히 나를 속이고 돈을 이렇게 많이 모아?!”욕을 다한 아빠는 자신과 엄마의 신분증을 들고 바로 밖으로 나가려 하자 나는 아빠에게 마지막 경고를 해주었다.“이 돈 어디에 쓰려고 모은 건지 진짜 엄마한테 안 물어보실 거에요?”“묻긴 뭘 물어! 다 내가 벌어온 돈이야!”집을 나선 아빠는 8천만 원을 현금으로 들고 이웃에게 전해주었다.“이렇게 많이요? 저는 4천만 원만 있으면 되는데요!”“다 들고 계세요, 나머지는 인테리어 하셔야죠.”아빠는 자신이 마치 부자라도 된 양 자연스럽게 말했다.이웃은 차용증이라도 쓰겠다고 했지만 아빠는 극구 사양하며 말했다.“절 뭘로 보시는 거예요, 이런 거 안 써도 돼요.”돈을 들고 신나서 집으로 가는 이웃에 아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그런 아빠의 행동에 나는 참다못해 한마디 거들었다.“아빠, 돈을 빌려줬으면 차용증을 써야죠, 그거 없으면 돈 안 갚을 수도 있잖아요.”“차용증 받으면 얼마나 정 없니, 너는 아직 인간관계에 대해서 잘 몰라.”아빠는 늘 인간관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게 다 어릴 적 가난한 집안 배경 때문에 아

  • 평생 돈만 빌려주던 성부 아빠의 최후   제1화

    “지민 씨, 돈 찾으면 회사 오지 말고 그냥 오후에 바로 공사장으로 가서 월급 줘.”다시 내 손에 카드를 쥐여주는 사장님을 보니 나는 자신이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저번 생에는 봉투라도 사서 인부들에게 건네주려고 돈을 방 서랍에 넣어놓고 잠시 외출을 했었는데 그 잠깐 사이에 아빠가 잠가놓은 서랍을 열고 돈을 꺼내 간 것이다.이웃이 집을 사는 데 보태줬다는 아빠의 말에 나는 당장 이웃을 찾아가 돈을 받아내려 했지만 아빠는 그런 나를 말리며 말했다.“이미 빌려준 돈인데 어떻게 달라고 해, 이웃 관계 이렇게 말아먹을 거야?”“아빠가 빌려준 그 돈은 회삿돈이에요. 공금횡령으로 사장님이 신고하면 나 감옥 갈 수도 있다고요!”“사장이면 돈도 많을 텐데 뭐 그 4천만 원 가지고 신고를 하겠어.”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아빠에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나는 빠르게 이웃집으로 달려갔지만 이웃에게 돈을 돌려달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뒤따라온 아빠에게 이끌려 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문을 닫자마자 아빠는 내 뺨을 때리며 호통을 쳤다.“너는 어쩜 이렇게 이기적이야, 이웃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사장한테 가서 말해, 저 돈은 잠시 빌린 거고 곧 갚겠다고.”“아빠가 빌린 거라고요? 그럼 어떻게 갚을 건데요? 돈도, 적금도 없는 사람한테 우리 사장님이 뭘 믿고 돈을 빌려주겠어요!”내 말에 제대로 열 받은 아빠는 나를 차서 넘어뜨리고는 내 몸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어디 감히 아빠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그때 집으론 돌아온 엄마와 오빠도 맞는 나를 봤지만 그들 역시 냉랭하게 내려다보기만 했다.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엄마는 오히려 냉소를 흘리며 나를 나무랐다.“네 아빠가 돈 빌려주기 좋아하는 거 다 알면서 잘 숨겼어야지 그러게.”나는 어쩔 수 없이 사장님한테 사실대로 말했고 그길로 나는 회사에서 해고 처리되었다.사장님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건 정말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었지만 나는 또 아빠 때문에 직장을 잃고 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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