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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당신과 박진성은 무슨 관계인가요

Author: 연의 수정
찢어질 듯 아파져 오는 가슴에 민여진은 눈가가 뜨거워졌다.‘진실을 알고 싶다고? 이 지경이 되어서도 날 속였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거야?’

민여진은 어지러운 머리를 억누르며 눈을 감았다가 힘겹게 다시 뜨고는 맑은 눈동자로 진시우를 응시하며 물었다.

“임재윤, 대체 누구예요?”

“임재윤이요?”

진시우는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

“아직도 민여진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임재윤은 당연히 임재윤이죠. 짜개 바지 시절부터 저와 함께했던 친구예요. 그에게 다른 신분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직도 그런 말씀을 하시네요?”

민여진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간호사실에서 전부 들었어요. 1106호에 박진성 씨가 입원해 있다는데 그곳은 분명 임재윤 씨의 병실이었죠. 즉 그들은 같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맞죠? 임재윤이라는 사람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당신들이 나를 속이기 위해 만든 가짜 신분 아니에요? 진시우 씨, 당신과 박진성은 나를 속이기 위해 정말 온갖 심혈을 다 기울였군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진시우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반박했다.

“임재윤과 박진성이 어떻게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런 식이라면 나도 임재윤 그 새끼한테 속은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가 사실은 양성 대영그룹의 사람이라고요?”

예상치 못한 진시우의 반응에 민여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걸 밝히면 진시우 역시 솔직해질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진시우는 오히려 극도로 화를 내며 그녀의 소매를 잡고 말했다.

“오늘은 임재윤의 수술 준비보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겠네요. 따라오세요!”

말을 마친 진시우는 민여진을 강제로 끌고 간호사실로 향했다.

민여진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희망 때문이었는지, 저항하지 않고 그를 따라갔다.

간호사실로 찾아간 진시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1106호 병실에 누가 입원해 있죠?”

“1106호요?”

간호사가 기록을 확인하더니 대답했다.

“박진성 씨입니다.”

민여진은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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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윤이 헐떡거리며 문을 박차고 들어오자, 민여진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며 물었다.“검사 다 끝났어요?”임재윤은 말없이 다가와 있는 힘껏 그녀를 품속에 꽉 끌어안았다.그의 옷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희미하게 전해지는 그의 숨결에 왠지 마음이 안정된 민여진은 농담을 건넸다.“전면 검사가 원래 이렇게 오래 걸려요? 혹시 잠들었던 거 아니에요?”그제야 임재윤은 민여진을 품에서 놓고 휴대전화를 꺼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기계에 문제가 생겨서 좀 기다리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진시우 한테서 민여진 씨가 병실에 와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왔는데.”민여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하지만 그녀의 손을 잡던 임재윤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눈살을 찌푸리더니 망설임 없이 자기 외투를 벗어 민여진에게 걸쳐주었다.민여진은 깜짝 놀라 외투를 밀어내며 말했다.“안 돼요. 임재윤 씨! 지난번에도 나한테 옷을 벗어주는 바람에 감기까지 걸리고 이제는 수술까지 하게 생겼잖아요. 이번에 또 이러다가 몸이 더 나빠지면 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해요.”임재윤은 저항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두드렸다.“저는 방금 뛰어오느라 땀나서 괜찮아요. 민여진 씨는 계속 소파에만 있었을 거 아니에요. 민여진 씨까지 감기 걸리면 머리 아픈 건 진시우예요. 그러니까 그냥 걸치고 있어요.”타자를 끝낸 뒤 임재윤은 휴대전화를 침대에 던지고 민여진에게 옷을 걸쳐준 뒤 창문을 꼭 닫았다.따뜻하게 전해지는 온기에 민여진은 가만히 있다가, 문득 뭔가 생각나 소파에서 일어섰다.“아, 맞다. 식사는 했어요? 배고프지 않아요? 레스토랑에서 포장해 온 디저트가 있는데 이거라도 드세요.”임재윤이 소파에서 봉투를 집어 들자, 포장이 찌그러져 크림이 새어 나와 있었다.민여진은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짐작할 수는 있었다. 아마도 아까 박진성을 피해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면서 케이크가 망가진 모양이었다.“혹시 케이크가 망가졌어요? 그러면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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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연 씨는...”비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로비에서 하이힐 소리가 급하게 울려 퍼졌다. 긴장과 걱정이 묻어나는 발걸음이었다.“진성 씨!”문채연이 핸드백을 들고 달려왔다.“왜 나와 있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지금은 수술 후 휴식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어요?”박진성은 변함없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병실에만 있으면 몸이 굳어 버릴 것 같아.”“그래도 저한테는 말했어야죠. 그리고 옷 단추도 제대로 채우지 않으셨네요. 감기라도 다시 걸리면 어쩌려고요?”문채연은 핸드백을 비서에게 건네고 예쁜 손가락으로 박진성의 옷 단추를 하나씩 채워줬다. 단추를 모두 잠그고 나서야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오히려 잘됐네요. 진성 씨가 다친 뒤로 우리 오랫동안 데이트도 못 했잖아요. 좀 움직이는 것도 좋아요. 오늘 나랑 같이 저 앞에 있는 레스토랑의 커플 메뉴를 먹으러 가요.”공포감에 숨이 막힐 것 같았던 민여진은 구석에 웅크린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그나마 압박감은 사라졌지만 얼굴은 여전히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박진성과 문채연의 대화를 들어보니 두 사람의 관계는 꽤 가까워 보였다. 만약 박진성이 다치지 않았다면, 아마 결혼 계획까지 세워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안정적이라면, 민여진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져 갈 터였다. 그렇다면 설령 박진성이 나중에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 생각에 민여진은 비록 안도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억울함에 자기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녀의 눈가에는 고통이 서려 있었다.하지만 조현준이 말했듯, 권력과 배경을 전부 가진 사람들 앞에서 아무 힘도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여진 씨? 왜 여기 웅크리고 계세요?”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진시우는 창백한 얼굴로 화분 뒤에 웅크려 앉은 민여진을 발견했다.“무슨 일 있었어요?”“아니에요.”민여진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아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54화 우연한 마주침

    “그런 사이 아니라고?”조현준은 잠깐 멈칫하다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깜짝 놀랐잖아.”조현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여진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절대로 상류 사회의 다툼에 끼어들어선 안 돼. 권력도 배경도 없는 우리는 그들한테 아무 위협도 안 되는 사람들이야.”조현준의 말에 민여진은 이 충고를 조금 일찍 해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알겠어요. 현준 오빠, 진시우 씨는 안진에 리조트를 건설한다고 자주 다녀서 알게 된 거예요.”“리조트를 건설한다는 사람이 그 사람이었구나.”조현준은 굳은 표정으로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안진에 리조트를 세운다면 물론 수익은 있을 수 있지만, 진시우를 좀 과소평가한 일 아닌가?”“동진에서는 형이 모든 사업을 독차지해서 따로 나와 독립하는 거라고 했어요.”“그랬구나.”조현준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민여진은 입술을 깨물며 계속 말했다.“현준 오빠, 한 사람만 더 조사해 주셨으면 하는데요.”“임재윤?”민여진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떻게 아셨어요?”조현준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조사할 생각이었어.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너하고도 접촉이 많은 사람 같아서 확실히 알아두지 않으면 불안하거든.”“고마워요. 현준 오빠, 이 신세를 다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여진아, 우리는 이웃이기 전에 친구라는 사실을 잊지 마. 너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러는 건 아니야.”조현준은 주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넌 일단 쉬어. 나한테 기자인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한테 부탁하면 돼. 조사가 끝나면 다시 연락할게.”“네, 수고해 줘요.”통화를 마치고 민여진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하루 종일 긴장했던 탓인지 마음이 놓이자 이내 눈꺼풀이 무거워졌다.다시 눈을 뜨자 휴대전화 시계는 이미 저녁을 가리키고 있었다.민여진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호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여진 씨, 깨셨나요?”“네. 잠시만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53화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래. 조금 늦게 돌아오는 것도 좋겠어.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길이 다 막혔거든. 진시우 씨와 임재윤 씨가 거기 있어서 나도 걱정은 안 해.”조인화는 민여진더러 안전에 신경 쓰고 사람 많은 데서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한참 동안 잔소리를 늘어놓은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민여진은 침대에 앉아 한참을 망설이다 조현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여진아.”너무 빠른 응답에 민여진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현준 오빠, 왜 이렇게 빨리 받아요? 쉬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조현준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대답했다.“몇 시간 자고 지금은 회사로 들어가는 중이야.”민여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죄송해요. 나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도 바쁜데 피곤하겠어요.”조현준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여진아, 전화한 이유가 단지 사과하려는 거라면, 차라리 이 전화를 받지 말 걸 그랬어.”민여진도 함께 웃었다. 그녀는 조현준의 친절함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먹먹해졌다.“여진아,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한 거지?”조현준이 물었다.“내가 뭐 도와줄 거라도 있어?”“역시 현준 오빠는 못 속이겠네요.”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워져 있었다.비록 오늘의 오해는 풀렸지만, 민여진은 임재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임재윤이라는 이름과 말을 못 한다는 것 외에 가족 상황은 어떠한지, 집은 어디에 있는지, 형제자매가 있는지 등등 임재윤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심지어 민여진은 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고 얼굴도 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매번 그녀한테 불리한 입장을 안겨주었다.“현준 오빠, 사실 두 사람에 관해 물어보고 싶어서요.”민여진은 긴장하며 휴대전화를 꽉 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말했다.“오빠도 동진 출신이시잖아요. 진시우라는 사람을 알아요?”“진시우?”조현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잠시만, 동료에게 물어볼게.”얼마 지나지 않아 말을 잇는 조현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52화 임재윤에 관해 묻고 싶은 거예요

    박진성의 이름과 그와의 관계에 관한 질문에 민여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진시우는 다행히 더 캐묻지 않았다.“됐어요.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억지로 말하진 마세요.”“고마워요.”민여진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때 간호사실의 한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까 문채연 씨가 오셨을 때 제가 임재윤 씨 병실을 알려드렸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접 가서 말씀드릴까요?”간호 실장이 답했다.“괜찮아요. 위층 간호사에게 알려주면 돼요.”“알겠어요.”목소리들이 점차 사그라들자, 민여진은 문채연이 있을 것 같아 다시 임재윤의 병실로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입술을 깨물고 고민했다.이때, 진시우가 말을 꺼냈다.“민여진 씨, 호텔에서 좀 쉬다가 저녁에 오는 게 어때요?”민여진은 잠깐 멈칫하다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의도치 않게 진시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민여진은 차 안에서 문득 의문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진시우 씨는 동진 사람이에요?”“그렇죠.”진시우는 태연하게 핸들을 돌리며 대답했다.“그런데 왜 안진까지 와서 리조트를 지을 생각을 하신 거예요? 너무 멀지 않아요?”“물론 멀긴 하죠. 하지만 저는 외동도 아니고 가족들 사이에서도 특별히 대우를 받는 위치도 아니에요. 동진의 사업은 대부분 형이 쥐고 있으니, 생계를 위해서라면 새로운 길을 찾아야죠.”민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복잡한 사정이 있었구나.’그녀는 입술을 깨물다가 또 물었다.“그럼, 임재윤 씨는요?”진시우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 웃으며 말했다.“민여진 씨, 혹시 임재윤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렇게 돌려서 물어보는 건 아니죠?”진시우의 말에 당황한 민여진은 허둥지둥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무심코 여쭤본 거예요.”진시우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임재윤도 동진 사람이에요. 우리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고 제가 회사를 나와 독립한다고 그러니까 재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51화 당신과 박진성은 무슨 관계인가요

    찢어질 듯 아파져 오는 가슴에 민여진은 눈가가 뜨거워졌다.‘진실을 알고 싶다고? 이 지경이 되어서도 날 속였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거야?’민여진은 어지러운 머리를 억누르며 눈을 감았다가 힘겹게 다시 뜨고는 맑은 눈동자로 진시우를 응시하며 물었다.“임재윤, 대체 누구예요?”“임재윤이요?”진시우는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아직도 민여진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임재윤은 당연히 임재윤이죠. 짜개 바지 시절부터 저와 함께했던 친구예요. 그에게 다른 신분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아직도 그런 말씀을 하시네요?”민여진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간호사실에서 전부 들었어요. 1106호에 박진성 씨가 입원해 있다는데 그곳은 분명 임재윤 씨의 병실이었죠. 즉 그들은 같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맞죠? 임재윤이라는 사람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당신들이 나를 속이기 위해 만든 가짜 신분 아니에요? 진시우 씨, 당신과 박진성은 나를 속이기 위해 정말 온갖 심혈을 다 기울였군요.”“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진시우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반박했다.“임재윤과 박진성이 어떻게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런 식이라면 나도 임재윤 그 새끼한테 속은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가 사실은 양성 대영그룹의 사람이라고요?”예상치 못한 진시우의 반응에 민여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걸 밝히면 진시우 역시 솔직해질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진시우는 오히려 극도로 화를 내며 그녀의 소매를 잡고 말했다.“오늘은 임재윤의 수술 준비보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겠네요. 따라오세요!”말을 마친 진시우는 민여진을 강제로 끌고 간호사실로 향했다.민여진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희망 때문이었는지, 저항하지 않고 그를 따라갔다.간호사실로 찾아간 진시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1106호 병실에 누가 입원해 있죠?”“1106호요?”간호사가 기록을 확인하더니 대답했다.“박진성 씨입니다.”민여진은 속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50화 그가 바로 박진성이었다

    ‘1106호? 이건 임재윤의 병실이잖아? 어떻게 박진성의 병실이 될 수 있는 거지? 분명 임재윤이였는데? 내가 방금까지 그곳에 있었는데? 만약...’얼굴이 하얗게 질린 민여진은 공포에 눈동자가 확장되며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만약 임재윤과 박진성이 같은 사람이라면?’민여진은 넋을 잃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에게 이건 너무나도 숨 막히는 가정이었다.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니었다. 임재윤은 처음 나타난 순간부터 계속 벙어리 행세를 해왔고 그녀는 앞을 볼 수 없었다.결국 박진성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다면 그는 얼마든지 완벽하게 낯선 사람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알레르기 사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박진성의 짓일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박진성이 입원했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임재윤도 바로 입원했고 마침 또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민여진은 이 모든 걸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그녀는 눈앞에 펼쳐진 현실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벙벙하게 서 있었다. 고통보다 더 큰 건 속임수에 대한 슬픔이었다.‘임재윤은 가짜였고 그의 다정함도 가짜였구나.’민여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벽을 짚고 눈물을 참으며 밖으로 나갔다.‘도망쳐야 해!’머릿속에 남은 유일한 생각이었다. 가능한 한 멀리 이곳에서 떠나야 했다. 박진성만 없다면 어디든 상관없었다.“민여진 씨?”하필이면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진시우와 마주쳤다. 그는 민여진한테 다가오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민여진 씨, 여기서 뭐 하세요? 아까 문 앞에서 우연히 보고 잘못 본 줄 알았어요. 어딜 가시려고요?”진시우의 친절하고 따뜻한 태도에 오히려 오싹함을 느낀 그녀는 그를 무시한 채 이를 악물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민여진 씨?”민여진의 태도에 당황스러워진 진시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 하자, 민여진은 바로 뿌리치며 공포에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49화 같은 층

    ‘지켜준다고?’박진성을 만난다면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민여진도 잘 알고 있었다.민여진한테 박진성은 기분이 좋으면 웃어주고 기분이 나쁘면 어떻게든 망가뜨리는, 그야말로 자기 마음대로 날뛰는 미친놈이었다. 그런 그를 상대로 자신을 지켜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런데 왜 하필 임재윤과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거야?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민여진은 손바닥을 꽉 움켜쥔 채 몇 번이고 숨을 들이마신 뒤에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문지르며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요. 어제 차에서 잘 못 잤거든요.”그녀의 말에 임재윤은 다시 휴대전화를 두드렸다.“진시우가 깨면, 쉴 곳에 데려다주라고 할게요.”“네.”이 기회를 틈타 민여진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박진성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싶었고 그러려면 지금 당장은 박진성이 어느 층, 어느 병실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민여진은 더듬더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걸어갔다.그녀의 안색을 살피던 간호사 한 명이 환자인 줄 알고 질문했다.“눈이 안 보여서 약을 못 받으시는 건가요?”“아니요.”민여진이 설명했다.“저는 환자가 아니에요.”간호사는 잠시 멈칫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그럼 무슨 일로 오셨나요?”“그게...”민여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박진성 씨가 어느 병실에 계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민여진의 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그녀를 출세하기 위해 능력 있는 남자에게 아첨하는 여자로 단정 짓고 표정을 확 바꾸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죄송하지만, 환자분의 프라이버시 문제라 가족이 아니라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가족이라. 사망한 전 부인도 포함하나요?’민여진은 이렇게 말했다가는 미친 사람 취급받을 거란 걸 알고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직접 찾아가서 방해하진 않을 거예요.”“찾아가지 않으신다 해도 답변해 드릴 수 없습니다.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48화 박진성이 병원에 있다

    “네가 일부러 우리를 걱정하게 한 건 아니란 걸 알아. 다만 이럴 때 내가 네 곁에 없어서 더 유감스러울 뿐이야.”조현준은 피로가 섞인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그런데 임재윤은 누구야?”민여진은 잠시 멈칫하다 임재윤에게 잠시 나가야 한다고 설명한 뒤, 더듬더듬 문을 닫고 나와서 대답했다.“막 알게 된 친구예요.”“그 사람은 나에게 큰 거부감을 보이는 것 같더라.”조현준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어딘가 진지했다.“내가 네 곁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민여진이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입을 열려는 찰나, 지나가던 사람들의 흥분에 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거 알아? 양성의 박진성이 우리 병원에 있대!”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린 민여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쪽 대화는 계속되고 있었다.“결혼도 안 했다고 하던데. 소문대로 멋지고 품위 있다면 한번 보고 싶다.”“꿈 깨.”옆에 있던 사람이 놀렸다.“결혼은 안 했어도 곧 할 거 아니야. 약혼한다는 소문 몰라? 여자 친구가 엄청 예쁘고 명문가의 규수라고 하던데.”“약혼이 결혼은 아니잖아. 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할 수도 있지.”“됐어. 그것보다.”여자가 물었다.“박진성은 왜 우리 병원에 온 거래? 여기서 양성까지 차로 두 시간은 걸리는데?”“몰라. 들리는 말로는 양성 병원에 기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불편하다나 봐. 그래서 여기서 요양 중이래.”목소리는 점점 멀어졌지만, 민여진은 한바탕 찬물을 뒤집어쓴 듯 몸이 떨렸고 머릿속이 하얘졌다.‘박진성이 이 병원에 있다고?’민여진은 박진성의 소유욕과 냉혹함 그리고 입버릇처럼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던 모습이 떠오르자, 이가 덜덜 떨리며 몸서리가 쳐졌다.‘만약 박진성이 내가 살아있는 걸 알게 된다면? 그것도 이 병원에 있단 걸 안다면...’공포와 두려움이 그녀의 이성을 거의 삼켜버릴 무렵, 조현준의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돌려놓았다.“여진아? 무슨 일이야?”민여진은 두 다리가 얼어붙은 듯 움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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