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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가만두지 않을 거야

Author: 연의 수정
서원의 얼굴에 미묘한 실망이 스쳤다.

“민여진 씨, 강아지 안 좋아하세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은 생명체는 그녀의 온기를 느낀 듯, 코끝을 들이밀며 손가락을 살짝 핥았다.

“하지만 난 볼 수도 없고... 강아지를 돌보기도 힘들어요. 게다가...”

그녀의 손길이 잠시 멈췄다.

“난 여기서 주인 행세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잖아요. 박진성 씨 허락도 없이 내가 어떻게 이 아이를 키울 수 있겠어요?”

“아, 그게 걱정이었어요?”

서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강아지 돌보는 건 제가 도울 테니까요. 그리고 박 대표님도 강아지 한 마리 갖고 신경 쓰진 않을걸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서원이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이 강아지, 이제 돌려보낼 수도 없어요. 어미가 죽었거든요. 이웃분도 너무 마음 아파서 새끼들을 다 키울 수 없어 절반은 다른 곳에 보냈어요. 그런데 저는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여진 씨까지 거절하면 정말 갈 곳이 없어요.”

민여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작고 연약한 생명체는 마치 어미를 잃고 길을 잃은 새끼처럼 그녀의 손을 찾듯 몸을 비볐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서원 씨, 가족 없어요?”

그러면서도 그녀는 강아지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너무 작고 가벼웠지만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품에 들어오자마자 따뜻한 숨결을 내뿜으며 편안하게 웅크렸다.

‘꼭 나를 닮았네?’

분명 가족이 있는데도, 단 한 번도 품에 안겨본 적 없는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요...”

그녀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처음으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가 키울게요.”

서원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순간 말을 잃은 듯,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잘됐어요! 그럼 염소젖 분유라도 사 올게요. 아직 어려서 우유보다는 그게 좋을 거예요.”

“네.”

서원이 급히 뛰어나간 후, 민여진은 강아지를 위해 담요를 상자에 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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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이 필요하면 내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생활하는 데 부족한 것도 없잖아. 그런데도 굳이 나가서 일하겠다고 하는 걸 보니 도망가고 싶은 거잖아.”박진성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민여진에게 다가가 어깨를 꽉 잡았다.“민여진, 며칠 내버려 뒀더니 정말 날개 달고 날아가 버리고 싶은 모양이지?”민여진은 문에 밀쳐진 채 박진성의 화난 목소리를 들으며 무력감을 느꼈다.“진성 씨, 나도 살아있는 사람이야. 그런데 나가서 일할 자유도 없어?”“네가 나가서 일하려면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지. 내가 없으면 넌 겨울도 못 넘길 거야. 어디 길바닥에서 얼어 죽어도 아무도 모를걸!”박진성은 단지 밖에서 시각장애인이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 너무 심하게 나가 버렸다.민여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배어 나왔지만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진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민여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돈이 필요하면 내가 줄게. 네가 외출하는 것도 막지 않았잖아. 너한테 충분한 자유를 줄 테니까 제발 나가서 일하겠다는 소리는 하지 마. 너 밖에서 잘못되면 아무도 책임 못 져.”민여진은 박진성의 손을 뿌리치고는 차가운 손끝과 표정 없는 눈으로 말했다.“알았어.”박진성은 민여진의 턱을 들어 올리고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갑자기 다시 공허해진 눈빛에 그는 짜증이 났다.“민여진,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알아. 나 이만 나갈게.”민여진은 문을 열고 나갔다. 마음이 무감각했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마음이 아팠다.그녀의 욕심이 과했던 것 같았다. 민영미가 무사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박진성의 인내심을 시험한 건 그녀의 잘못이었다.방으로 돌아온 민여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정수향은 결과를 예상했지만 그래도 물었다.“왜 그래? 진성이가 허락 안 했어?”민여진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진성 씨는... 내가 밖에서 힘든 일을 겪을까 봐 걱정하더라고요. 눈이 안 보이니까.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47화 도망가려고

    ‘그러게. 박진성은...’민여진의 눈빛에 실망감이 어렸다. 박진성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정수향은 풀이 죽은 민여진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여진아, 별장에서 지내는 게 편하지 않아? 왜 굳이 나와서 일하고 싶어 하는 거야?”“나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껴 보고 싶어서요.”민여진은 자조하며 말했다.“그리고 언제까지나 남한테 기대 살 수는 없잖아요. 만약에 내가 이 일을 잘 해내면,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만약... 만약에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박진성에게 손 벌리지 않고 엄마를 도울 수 있고요.”정수향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 살아가기도 힘든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민여진은 생각보다 훨씬 독립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어쩌면 민여진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의지해서 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정수향은 그제야 박진성처럼 훌륭한 남자가 왜 민여진을 잊지 못하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의 매력은 외모보다 훨씬 강력하다.“그렇다면 진성이와 상의해 보는 게 좋겠다. 너희는 부부니까, 네가 스스로를 잘 챙길 수 있다면 그도 이해해 줄 거야.”민여진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얘기해 볼게요.”민여진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저녁에 방에서 기다렸다. 9시가 되어서야 박진성이 돌아왔지만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서재로 향했다.민여진은 준비한 디저트를 들고 조심스럽게 서재 문을 두드렸다.“들어와.”민여진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를 본 박진성은 화가 누그러졌다.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답답하고 고지식한 성격이라 내가 화난 줄도 모를 거라 여겼다“무슨 일이야?”박진성은 여전히 퉁명스럽게 말하며 책상 위의 서류를 뒤적였지만 눈에는 글자가 들어오지 않았다.민여진은 겁이 났지만 나가고 싶은 마음을 참고 박진성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디저트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저기...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46화 러브콜

    민여진은 망설였다.‘나는 속상해할까? 예전 같았으면 정말 속상했을 테지.’속상한 정도가 아니라 마음이 아프고 숨쉬기조차 힘들었을 것이다.하지만 도도한 박진성이 예전의 그녀와 같은 생각일 수 있겠는가.“생각해 볼게요.”민여진은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그때 옆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고급 피아노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민여진은 마음이 끌렸다.정수향은 민여진의 마음을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진아, 저 피아노 한번 쳐 보고 싶어?”“내가요?”민여진은 당황하며 말했다.“안 돼요. 난 잘 못 쳐요. 잠깐 배운데다가 지금은 눈도 안 보이잖아요. 아마 다 잊어버렸을 거예요.”“쳐 보지 않고 어떻게 알아?”정수향은 종업원을 불러 피아노를 잠깐 써도 되는지 물었다.종업원은 흔쾌히 허락했다.“네, 괜찮습니다.”정수향은 민여진을 부축해 피아노 앞에 앉혔다.민여진은 피아노 건반에 손가락을 올려놓자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건반을 누르며 기억 속의 멜로디를 연주했다.민여진에게는 음악적 재능이 있었다. 빈민가에서 남들이 버린 전자 피아노를 민영미가 가져와 전원을 연결해 주자 민여진은 며칠 만에 그럴듯하게 연주했었다.민영미는 아프기 전에 민여진의 연주를 들으며 웃으며 말했었다.“우리 여진이는 정말 재주가 많구나. 나중에 피아노 연주자가 될지도 몰라. 좀만 기다려. 엄마가 일 더 해서 음악 선생님을 모셔 줄게.”민영미는 약속을 지켰다. 정말로 피아노 선생님을 구해 줬지만 그 후 건강이 나빠졌다. 민여진은 자신이 피아노를 치는 바람에 민영미가 아프게 됐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 다시는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그런데 이제 민영미가 다시 용기를 주었다. 연주를 마친 민여진은 목이 메어왔다.“바보야, 왜 울어? 네가 피아노 치는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운데.”정수향은 민여진의 얼굴을 감싸며 칭찬했다.민여진은 눈물을 참으며 웃었다.“아니에요. 그냥 너무 기뻐서... 엄마가 무사히 돌아와서 나랑 함께 있어 줘서 너무 다행이에요.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45화 다툼

    박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민여진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항상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물었다.“그래서 지금은? 아직도 의심하고 있어요?”정수향은 고개를 저으며 흉터투성이인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다행히 미리 준비해 둔 덕분에, 바로 의심을 풀었습니다.”“다행이네요.”박진성의 얼굴은 어두웠다.“당신이 옷 갈아입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누군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을 거예요. 내가 알아볼 테니 당신은 당신 할 일이나 제대로 하세요.”“알겠습니다.”정수향은 눈치껏 나가려고 했다.“잠깐만.”박진성은 정수향을 불러 세우고 눈살을 찌푸렸다.“민여진이 선물 살 때 당신은 계속 옆에 있었나요?”“왜 그러세요?”“서원이랑 강태화 선물 말고 다른 것도 샀어요?”정수향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잘 기억이 안 나네요. 제가 계산할 때 잠깐 밖에 나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민여진 씨 손에는 두 개밖에 없었으니 아마 그 두 사람 것뿐이었을 거예요.”박진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알았어요.”그 후 이틀 동안, 정수향도 별장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박진성과 민여진의 사이가 갑자기 서먹해졌다. 아침에 마주쳐도 두어 마디 나누고 박진성은 나가 버렸고 밤늦게야 돌아왔다.꼭 싸운 연인 같았다.하루는 외식을 하다가 정수향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여진아, 엄마가 오지랖 넓게 참견하는 것 같지만 너 혹시 진성이랑 무슨 일 있었니?”민여진은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아... 아니요...”정수향은 웃으며 말했다.“말 못 할 거 뭐 있어? 오래 같이 산 부부도 싸울 때가 있는데 너희는 아직 젊으니까 가끔 싸우는 것도 당연하지. 그런데 벌써 이틀째잖니. 나도 이유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이유요...”민여진은 입술을 깨물고 혼란스러운 듯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나도 모르겠어요.”“네가 어떻게 몰라? 다투는 데는 이유가 있어야지. 설마 진성이 혼자 꽁해 있는 거니?”민여진은 정말 몰랐다. 아무리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44화 그녀가 널 의심해?

    박진성은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돈? 무슨 돈?”“선물 산 돈... 나 지금 돈이 없어서 당신 카드를 썼어. 갚을게.”박진성은 갑자기 짜증이 났다. 그는 돈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다. 민여진이 자신의 돈을 쓰는 게 오히려 좋았다.“뭘 그렇게 선을 그어?”박진성은 퉁명스럽게 말했다.“내가 겨우 몇백만 원 가지고 그럴 것 같아?”민여진은 침묵했다.‘돈 때문이 아니라면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박진성은 심호흡을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 건?”“뭐?”“태화랑 서원이한테는 선물을 사 줬잖아. 그럼 내 선물은 네가 갖고 있는 거야?”이 말에 민여진은 말문이 막혔다.민여진의 멍한 표정을 본 박진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음침하게 말했다.“민여진, 나한테는 안 사 준 거야?”“난...”민여진은 당황하며 입술을 깨물었다.“뭘 사 줘야 할지 모르겠어. 당신은 부족한 게 없고 갖고 있는 건 다 비싸니까...”박진성은 탁자 위의 물건들을 바닥에 던졌다. 민여진은 깜짝 놀라 박진성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팔을 들어 올렸지만 박진성은 그녀의 옆을 지나쳐 차갑게 위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쾅 닫았다.민여진은 2층을 바라보았다. 박진성이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선물을 사 주지 않았다고?하지만 재벌가로 도도한 박진성에게 부족한 게 뭐가 있을까? 분명 예전처럼 그 물건이 싸구려라고 생각하며 역겨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민여진, 꼴값 떨지 마. 이런 유치한 건 바닥에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안 주워.”민여진은 멍하니 돌아갔다. 정수향은 침대를 정리하고 있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민여진을 보고 물었다.“여진아, 물 뜨러 간 거 아니었어? 왜 빈손으로 돌아왔어? 못 찾았어?”민여진의 표정을 본 정수향은 하던 일을 멈추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래?”정수향은 민여진에게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야?"“엄마, 아무 일도 아니에요.”민여진은 억지로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43화 모두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아, 이거요.”강태화는 넥타이를 다시 매만지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민여진 씨가 오늘 쇼핑 나갔다가 선물을 사 왔어요. 제 거는 이 넥타이고 서원이한테는 휴대폰 액세서리를 사 줬어요.”박진성 뒤에 서 있던 서원은 순간 멍해졌다.박진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민여진이 쇼핑을 나가서 다른 남자들 선물까지 챙겨 오다니.“휴대폰 액세서리는 어디 있어?”강태화는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저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 이만...”“가 봐.”박진성은 짜증스럽게 손을 휘젓고 탁자로 다가갔다. 탁자 위에는 정말 귀여운 강아지 모양의 휴대폰 액세서리가 담긴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서원의 시선은 좀처럼 액세서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박진성은 뒤돌아 서원을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마음에 들어?”서원은 고개를 저었다가 머뭇거리며 말했다.“민여진 씨가 사 온 건데, 민여진 씨의 마음을 헛되게 할 순 없잖아요.”그 말인즉 그것은 자신의 것이니 갖고 싶다는 뜻이었다.박진성은 순간 불같이 화가 났다. 그는 휴대폰 액세서리를 상자에 담아 손에 들고 말했다.“내가 갖고 있을게. 그럼 마음이 헛되지 않겠지.”서원은 속이 쓰렸지만 감히 불평할 수 없었다.“민여진 씨는 아마 모두에게 선물을 샀을 거예요. 분명 박 대표님 선물도 있을 겁니다. 방에 있을지도 몰라요.”민여진은 꼼꼼한 성격이었다. 결혼 생활 2년 동안,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박진성이 맡긴 일은 항상 완벽하게 처리했다. 물론 이번 선물도 강태화와 서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박진성은 불쾌하면서도 기대감을 감출 수 없었다.‘민여진이 나에게 준 선물은 뭘까?’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박진성은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반쯤 올라가다가 멈춰 서서 서원에게 말했다.“너는 이제 할 일 없으니까 일찍 돌아가 쉬고 내일 다시 와.”박진성은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하지만 침대, 소파, 책장, 어디에도 선물은 없었다.서재에도 없었다.설마 민여진이 직접 주려고 가지고 있는 걸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42화 의혹을 거두다

    민여진은 떨리는 입술로 애써 손을 뻗으며 말했다.“엄마, 손... 한번 만져 봐도 돼요?”민영미의 손은 알고 있었다. 굳은살이 박인 그 손을 어렸을 때 잡았던 느낌은 지금과는 달랐다.특히 몇 군데는 유난히 달랐다.전에는 제대로 느껴 본 적이 없었는데 문채연의 말 때문에 의심이 생겼다.정수향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야? 여진아... 왜 그래?”“아니에요...”민여진은 심호흡을 하고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예전에 엄마 손을 자주 잡았었잖아요. 그때가 갑자기 생각나서.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손잡고 집에 데려다주던 게 그리워요...”“그랬구나.”정수향은 웃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민여진이 뭔가를 눈치채고 불안해하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었다.“그래, 우리 여진이 손잡아 줘야지.”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다.하지만 민여진은 갑자기 두려워졌다. 혹시나 매끄럽고 부드러운 마치 평생 고생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손을 잡게 될까 봐 말이다.만약 그렇다면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민여진은 떨리는 손을 들어 정수향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손에 느껴지는 거친 감촉에 민여진은 순간 멍해졌다. 문채연의 말과는 달리 굳은살이 가득한 손으로 젊은 여자의 손이 아니었다.기쁜 동시에 민여진의 마음은 착잡해졌다. 민영미의 손에 비하면 이 손은 너무 부드러웠다.“왜 그래?”정수향의 마음은 불안했다. 민영미의 영상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 손을 눈여겨봤었다.늙고 메말랐으며 굳은살이 가득하고 누렇게 변색된 손이었다.영상 속 민영미는 50대처럼 보였지만 그 손은 마치 말라 죽은 나무처럼 흔적투성이였다.정수향은 그 손을 재현하기 위해 며칠 동안 사포로 자신의 손을 문질렀다. 하지만 민영미의 손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아니에요...”민여진은 손가락으로 민영미의 손에서 익숙한 굳은살을 찾았다. 딱딱하고 거친 굳은살이 손끝에 닿자 민여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민영미다. 틀림없는 엄마야!’이곳은 오랫동안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41화 그 사람은 민영미가 아니다

    문채연은 혀를 찼다.“민여진, 너 설마 저기 너랑 웃고 떠드는 여자가 민영미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직도 그렇게 순진해? 박진성이 아무 여자나 데려다 놓으니까 진짜인 줄 알겠지?”“진짜 민영미이면 너보다 키가 이렇게 크고 이렇게 젊고 정상인처럼 너랑 같이 옷을 사러 다니겠어? 게다가 외모는 네가 눈이 안 보인다고 해도 너무 멍청한 거 아니야? 저 여자는 관리를 잘해서 주름 하나 없어. 네가 손으로 만져보면 몰라? 저런 여자가 너랑 같이 빈민가에서 고생했던 엄마일 리가 없잖아!”“닥쳐!”민여진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지만 가슴은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뭐라고? 문채연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방금 전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여자가 엄마가 아니라고? 말도 안 돼. 분명 길에서도 함께 웃고 다정하게 이야기했잖아. 어색한 부분도 전혀 없었는데. 어떻게 낯선 사람일 수가 있지?’민여진은 눈이 붉게 충혈된 채 문채연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만해, 문채연! 이런 수작, 언제까지 부릴 거야! 내가 또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우리 엄마는 멀쩡히 살아 계시는데 어떻게 돌아가셨겠어! 넌 그저 나랑 박진성 사이를 갈라놓고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거잖아. 꿈 깨!”민여진은 입술을 깨물었다.“너한테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내가 엄마라고 부른 사람이 누군지!”문채연은 동정하는 어조로 말했다.“정말 알고 있는 거야? 민여진, 너 정말 우스워. 박진성 말은 믿으면서 내 말을 안 믿다니. 잊었어? 널 지옥으로 밀어 넣은 건 박진성이라고!”민여진의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잊었어? 널 지옥으로 밀어 넣은 건 박진성이라고!’순간, 한기가 온몸을 휘감으며 민여진의 오장육부를 짓눌렀다.민여진의 눈은 붉게 달아올랐고 문채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민여진, 네가 날 안 믿는 건 당연해. 하지만 네가 확인할 방법은 많다는 걸 알아. 눈은 안 보이지만 손과 입은 있잖아? 결과가 나오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게 되겠지. 나와 박진성 중에.”문채연은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40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마

    “저 사람들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나요?”점원은 고개를 저었다.“모녀 두 분뿐이었어요. 다른 사람은 못 봤어요.”문채연은 순간 동공이 수축되며 점원의 팔을 와락 붙잡았다.“모녀? 모녀라니!”그녀의 감정이 격해지자 점원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문채연의 어떤 부분을 건드렸는지 알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지금 문의하신 두 분 말씀이시죠? 두 분은 모녀 사이세요... 얼굴에 흉터가 있는 젊은 여성분이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어머니께 옷을 골라드리겠다고 하셨는데, 모녀가 아니면 뭐겠어요...”문채연의 눈에 엄청난 충격이 어렸다. 민영미가 1년 전에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문채연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으니까.그러니 민여진에게 어머니는 있을 수 없었다.문채연은 음침한 표정으로 점원에게 다가가 말했다.“확실해요? 젊은 여자가 저 여자를 자기 어머니라고 인정했다는 게 확실하냐고요?”점원은 마늘 찧듯 고개를 끄덕였다.“백 퍼센트 아주 확실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확실하지 않은 건 말하지 않습니다. 그 젊은 여자분은 매장에 들어온 후로 계속 옆에 있는 분을 엄마라고 불렀어요. 거짓일 리가 없어요.”“알겠어요...”문채연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흔들리며 민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정수향은 문채연을 몰랐고 민여진은 더더욱 볼 수 없었다. 그러니 문채연은 전혀 거리낌 없이 민여진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와 낯선 여자에게 의지하는 모습, 행동거지와 말투까지 모두 어머니를 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그러다가 민여진이 하는 말을 들었다.“엄마, 이 옷 괜찮은 것 같아요. 한번 입어봐요. 잘 맞는지.”“하...”문채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박진성이 모든 것을 감추기 위해 낯선 여자까지 데려와 민여진을 속였다는 사실이 문채연은 믿기지 않았다.어쩐지, 민여진이 민영미의 죽음에 대해 갑자기 침묵하고 박진성이랑 나가는 것도 받아들이더라니. 처음에 그녀는 민여진이 어머니의 죽음에 무덤덤해진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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