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 선배님, 연무명이 하늘을 찢고 미지의 공간으로 사라진 후 백만 대군들도 전부 다 같이 그 공간으로 사라졌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설마 이 세상에 정말 천계가 존재하는 걸까요?” “꼭 천계라고 확정 지을 순 없지만 그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야.” 제갈 홍루는 잠시 사색하다가 말을 이어갔다. “이 세상에 고대의 신령이 개척한 공간이 이렇게 많다면 다른 세계가 존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말이야.” “그러나 그것이 도대체 어떤 세계인지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네 말처럼 연무명이 하늘을 직접 찢었다면 그의 실력은 아마 신령의 경지에 이르렀을 지도 모르지.” “신령이라고요?” 하천은 깜짝 놀랐다. “설마요. 그 묘지에 들어가지 가기 전까지 분명 화경의 경지에만 머물러있던 묘아가 어떻게 갑자기 두 단계나 뛰어넘어 신령이 될 수 있겠어요?” “하물며 오늘날 이 세상에 신령이란 존재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제갈 홍루가 대답했다. “묘지에서 네가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을 종합해보면 아마 선대 왕조의 황제가 서인복과 함께 그 묘지를 만든 진정한 목적은 영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과 같은 날을 기다렸던 게 아닌가 싶구나.” “백만 대군을 데리고 날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이 말에 하천은 어안이 벙벙했다. “제갈 선배님의 뜻은 그러니까 연무명이 선대 왕조의 황제가 확실하다는 거죠?” 그러자 제갈 홍루가 말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한 건 선대 왕조의 황제는 틀림없이 연무명과 우리가 알 지 못하는 일종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거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알 수 있는 범주가 아니야. 연무명이 공간을 찢었다는 건 정말 신령일 가능성이 크고 그 신령들의 세계는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야.” 제갈 홍루의 말에 하천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오늘날 반신이 된 하천도 아직 허공에 약간의 균열만 낼 수 있을 정도였기에 하늘을 찢는 건 아마 정말로 신령만이 가능
비록 하천과 위면은 서로 제대로 교류한 적은 없었지만 하천에게 있어서 위면은 생명의 은인이었다. 정원의 앞에 도착한 하천은 문 앞에서 겸손하게 절부터 올렸다. “하천이 위면 선배님을 뵈러 합니다.” 정원 안은 두꺼운 눈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 안은 꽃들이 만발하여 마치 따스한 봄과 같았다. 이때 정원 안의 한 방에서는 군 외투를 입은 백발의 늙은 남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고 그가 손을 휘젓자 정원의 대문은 자동으로 열렸다.하천은 정원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다시 절을 하며 말했다. “하천이 위면 선배님을 뵙겠습니다.” “허허, 다시 돌아왔구나.” 하천을 본 위면은 웃으며 한 마디 던지더니 옆에 있는 주전자를 들고 정원의 꽃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정원은 가슴속을 스며드는 꽃향기로 가득 찼는데 이 화초들을 밖에서 전혀 본 적 없는 것이었기에 하천은 분명 영약과 영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면은 제갈 홍루처럼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하천은 곧바로 그 회춘단을 꺼냈는데 정원에서 풍기던 꽃향기는 순식간에 회춘단이 뿜어내는 신비한 향기에 덮였다. 하지만 위면은 그 회춘단의 신비한 향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 정원의 화초에 물을 주었다. “위면 선배님, 이 회춘단은 제가 묘지에서 가져온 겁니다. 복용하시면 회춘할 수 있고 그 젊음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위면은 손에 든 주전자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하천을 바라보았다. “너가 잘 간직하고 있거라. 난 이 단약이 필요 없다.” “필요 없다고요?” 하천은 제갈 홍루가 이 회춘단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칠성등 때문이라고 하지만 위면은 왜 또 필요 없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위면은 하천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자신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 사람이건 동물이건 그 수명은 다 정해져 있어. 이 회춘단이 사람의 수명을 강제로 늘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나 위면은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
한애가 말했다. “형님이 조씨 가문에서 가져온 그 공법들과 하곤륜 할아버지 그들의 지도까지 더해져 우리 천왕궁 여러 대장들과 천죄의 성원들은 이미 육속 회경의 경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그동안 이 환용도에 화경의 고수가 너무 많이 늘어 강 밑의 봉인되었던 물건이 더욱 요동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어.” 하천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더 이상 말하지 않은 채 그 강을 향해 뛰어내렸다. 차갑고 살을 에는 듯한 강물을 따라 하천은 강바닥까지 가라앉았고 그 용궁의 자리에 도착했다.그리고 혼강용의 말처럼 용궁을 에워싸고 있던 거대한 쇠사슬이 이미 3개나 부러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하천은 그 용궁 앞에 서서 다시 한번 대문으로 손을 뻗었다. 순간 문 앞에는 황금색의 빛줄기가 눈앞을 가렸고 강력한 압력이 하천을 뒤로 밀어냈다. 이것은 매우 강력한 진법이었는데 지난 번 하천이 혼강용과 이곳에 왔을 때는 이 진법에 의해 엄청 멀리 튕겨 났었다. 그러나 이번에 실력이 많이 강화된 하천은 단지 진법의 충격으로 인해 몇 걸음 밀려났을 뿐이었다. 이때 하천은 용궁 안에서 무언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들었는데 곧이어 강바닥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에는 많은 소용돌이가 생겨나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하천 체내의 패세황 도서와 주세황 도서가 갑자기 그 대문 앞으로 날아갔다. 뿐만 아니라 삽시간에 두 책은 마치 생명을 얻은 것처럼 그 용궁의 대문 앞에서 미친 듯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두 책이 안의 무언가와 감응을 일으킨 건가?” 이 장면을 본 하천은 순간 무언가 깨달은 것 같았다. “설마 이 용궁 안에 5서 중 하나인 제3서가 있는 건가?” 이 생각에 하천은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하지만 하천은 감히 제멋대로 눈 앞의 진법을 깨뜨리고 용궁 안에 진입할 수는 없었기에 몸을 돌려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 섬으로 돌아온 하천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재빨리 제갈 홍루에게
천왕궁이 일찍이 해외 제1의 조직이었을 때 이 국제 다크웹에는 천왕궁에 관한 소식들이 자주 실리곤 했는데 전체 지하 세계에 관련한 정보들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물론 이 다크웹에 실리는 내용들은 모두 킬러나 용병 그리고 지하 세계의 유명한 인물에 관한 내용들이었지 해외 제2의 세계나 H국 고대 무림계에 관한 정보는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해외 제2의 세계가 국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H국 고대 무림계의 움직임 또한 점차 커짐에 따라 국제 다크웹에서는 이들에 관한 정보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다크웹의 첫 페이지의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새로 추가된 부분이 바로 GPE였다.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GPE가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으며 돈만 내면 어떤 정보든지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시에 이 조직은 매우 신비로웠는데 그들의 정보 거래는 늘 온라인에서만 이루어졌고 지금까지 GPE의 조직원과 실제로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그런데 매우 은밀하게 거래하기로 유명하던 GPE가 지금 뜻밖에도 국제 다크웹에 자신의 장악한 각종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자연히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H국 고대 무림계의 반신이며 천왕궁의 궁주인 하천이 선대 왕조의 묘지에 들어갔고 그 안에서 회춘단과 기서 한 권을 얻었다.] 이 기사를 본 하천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이 기사는 GPE가 보도한 것이며 바로 하천이 선대 왕조의 묘지에 들어간 그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하천은 이 기사에 적힌 내용들을 보면서 소름이 쫙 끼쳤다. GPE가 H국 고대 무림계의 일을 너무나도 정확히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하천이 동영에서 비밀키를 얻은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천이 다른 네 명의 반신들과 함께 묘지에 들어간 것도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그 안에서 백만 대군을 만난 것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이와 함께 GPE는 하천이 묘지에서 반신 세 명을 연달아 참수했으며 현존하는 반신들
이때 회의실 정중앙의 위치한 한 노인이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조용히 하거라.” 삽시간에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아무도 감히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이 사람은 바로 동방 가문의 현 가주인 동방운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밖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동방명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이 소리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공손하게 일어섰다. 이때 문 밖에서는 동방명이 초췌한 얼굴로 한 걸음 한 걸음 회의실 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동방명님을 뵙겠습니다.” “동방명님을 뵙겠습니다.” “동방명님을 뵙겠습니다.” 회의실 안의 동방 가문 고위층들은 전부 신하들이 황제를 맞이하듯 동방명을 향해 절을 올렸다. “할아버지.” 그리고 가주인 동방운은 절을 한 뒤 성큼성큼 동방명의 곁으로 달려가 그를 부축하고 중앙의 자리로 걸어갔다. 뿐만 아니라 동방명이 의자에 앉은 뒤 동방운은 공손하게 한쪽에 서 있었다. 그 후 동방명은 주위의 사람들은 빙 둘러보았는데 모두들 동방명을 감히 직시하지 못했다. 이때 동방명은 또 한 번 격렬한 기침을 했는데 이전에 하천과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은 이미 70~80% 회복되었지만 몸이 이미 많이 노화되어 있던 탓에 여전히 많이 쇠약한 상태였다.지금의 동방명은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었고 만약 이 상태에서 호전이 되지 않는다면 그는 1년도 안 되어 완전히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동방명은 이 모든 것을 결코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때문에 동방명은 반드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삶을 누릴 만큼 다 누린 동방명에게 있어서 부와 명예는 큰 의미가 없었고 그가 추구하는 건 단지 영생만이 아니었다. 즉 동방명의 최종 목적은 바로 그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그 신령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었다.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는데 동방명의 무슨 일로 직접 회의를 소집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이
“그건 더욱 안 된다.” 이번에는 동방명이 입을 열기도 전에 동방운이 먼저 말했다. “당시 H국이 새 나라를 세울 때 우리 고대 무림계는 절대로 범속 도시의 일에 개입하지 않기로 협정을 맺었어.” “그런데 만약 하천의 가족과 친구들을 잡아 둔다면 우린 그 약속을 깨는 것이야. 그렇게 되면 고대 무림계의 다른 세가들의 질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용조도 이 사건에 개입하게 돼.” “그런데 하천은 용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자야. 뿐만 아니라 용조는 또 H국의 정부를 대표하는 조직이기에 때문에 일단 일이 커지면 우리 동방 가문이 파멸적인 타격을 입게 될 거야.” 동방운의 말이 정확했다. 동방 가문은 비록 H국 9대 세가 중의 하나라고는 하지만 정부측과 한 협정을 어길 수는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 방안은 절대 진행시킬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동방명도 결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가문이 전체 H국의 미움을 사는 꼴을 지켜볼 수 없었기에 동방운의 의견에 찬성을 표시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50대의 중년 남자가 일어났다. 이 사람은 동방웅이었는데 바로 동방운의 막내 사촌동생으로 동방 가문에서 꽤 높은 관직을 맡고 있었다. “가주님, 우리가 사람을 파견하여 하천의 가족과 친구들을 잡아오는 건 확실히 정부측과의 협정을 어기는 일입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고대 무림계의 사람을 잡아와 하천을 협박한다면 그건 협정을 어기는 건 아니니 정부에서도 개입할 수 없고 괜찮지 않겠습니까?” “고대 무림계의 사람?” 동방웅의 이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고위층들은 전부 두 눈이 번쩍였다. 하지만 곧이어 어떤 사람들이 반박의 의견을 냈다. “그 하천이란 자는 고대 무림계에서 친분이 그다지 많지 않아. 그와 연관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고작 백씨 가문과 천왕궁 뿐이야.” “게다가 그 어느 쪽이라고 결코 쉬운 세력은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동방웅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여러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하천이 범속 도시에 있을
이때 허름한 학당에서 책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 천, 땅 지.”“검을 현, 누를 황.” 구창풍은 10여 명의 학생들에게 진지하게 강의를 하고 있었고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 아이들은 제일 어린 이들은 5~6세였고 가장 큰 아이는 11~12살쯤 되어 보였는데 나이 구분이 없이 모두 한 교실에 앉아 있었다. 비록 이 아이들은 도시의 아이들보다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마음속에는 모두 언젠가 이 구석진 마을을 벗어나 큰 인물을 되고 싶다는 갈망을 품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뒤 구창풍은 교실을 나와 담배 한 대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이때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구창풍의 마음엔 자기도 모르게 좋지 않은 예감이 엄습해왔다. “구창풍 할아버지, 바깥 세상은 정말 그렇게 멋집니까?” “정말 매일 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진짜로 엄청나게 빠른 기차가 있나요? 하루에 수천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으면 저희 아빠도 하루면 우리 마을로 돌아올 수 있는 거예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이 끝난 아이들은 모두 구창풍의 주위를 에워싸고 재잘재잘 끊임없이 물음을 던졌다. 이들의 물음은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는 약간 멍청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진지한 물음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1년에 한두 번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나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엄마 아빠가 장난감을 가지고 그들을 보러 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구창풍 할아버지,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면 정말 앞으로 도시에서 살 수 있나요?” 구창풍은 나이가 비교적 많았기에 아이들은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고 할아버지라 불렀다. 그리고 구창풍도 아이들이 그를 할아버지라 부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때 가장 어린 아이를 안아주며 말했다. “당연하지. 물론 고생도 적지 않게 하겠지만 그것 또한 다 과정이야. 너희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커서 무슨 일이든 해낼
“구씨 형님, 왜 그러시는 겁니까?” 왕씨 노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구창풍을 바라보았지만 구창풍은 오히려 히죽거리며 동방운을 바라보았다. “동방 형제, 당신들은 고대 무림계에서 최고의 세가 사람들이라면서 고작 돈을 요만큼만 가져온 거야? 너무한 거 아니야?” “이 마을 좀 봐. 여기는 수도와 전기도 통하지 않는 곳이야. 게다가 마을 사람들도 시내에 한 번 가려면 온 하루가 걸리고 이곳 아이들은 일 년 중에 고작 한 번 고기를 먹을까 말까 해.” “솔직히 이곳은 내가 밖에서 거지로 떠돌아다닐 때보다 더욱 최악이야.” “그러니 부유한 당신들이 이곳에 온 이상 뭐든지 좀 더 기부해도 되지 않겠어?” 구창풍은 전혀 거리낌 없이 구구절절 마을 상황을 읊었는데 즉 돈을 달라는 뜻이었다. 동방웅도 자연히 구창풍의 뜻을 눈치 챘고 즉시 몸을 돌려 자신이 데려온 부하들을 보면서 말했다.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빨리 움직여!” 순간 동방웅의 부하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내키지는 않지만 자신의 지갑에 들어있던 현금들을 전부 꺼냈다. 그리고 동방웅은 이 현금을 모두 구창풍의 손에 넘겨주었다. “우리가 가진 전부입니다.” “허허, 그래.” 구창풍은 그 돈을 들고 다시 왕씨에게 다가가 손에 쥐어 주었다. “이거 마을 사람들끼리 나눠서 써. 지난 일년 동안 함께해서 즐거웠어.” 왕씨는 구창풍의 말에서 무언가 알아차린 듯했다. “구씨 형님, 설마 떠나시려고요?” “그래.” 구창풍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에 옆에 있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즉시 구창풍을 에워쌌다. 구창풍은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아들에게 글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이었으니 만약 그가 떠난다면 이곳의 아이들은 또다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가지 마세요.” “맞아요. 가지 마세요. 앞으로 강의 더 열심히 들을 테니까 가지 마요.” “할아버지까지 가시면 앞으로 누구도 저희를 가르치러 오지 않을 거란 말이예요.” 아이들은 모두 눈물을 머금고 구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