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마 우리 장 씨 가문은 정말 이대로 끝인 것 같아요.” 장천호는 스크린 속 의기양양한 하천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시큰거렸다. 그는 매우 후회스러웠다. 만일 당시 주지연의 말을 듣지 않아 주가을에게 손을 대지 않고 그녀를 겨냥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하천의 덕을 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지금과 같은 파산의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두 네 녀석이 그 계집애의 말만 믿고 우리 장 씨 가문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거야!” “예전에 내가 너에게 놀되 너무 거칠게 놀지는 말라고 했거늘, 그렇게 말을 안 듣더니.” 장산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의 평생으로 이룬 가업이 아들 때문에 2~3년 사이에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화가 났다. 그러나 장천호는 이 말을 들은 후 다소 불쾌해하며 말했다. “아버지, 당시 제가 주지연과 사귈 때, 주 씨 가문을 칠 생각을 한 것은 아버지이고 제가 한 모든 일들은 아버지의 동의를 거친 것인데 이제 와서 어찌 저를 탓하는 겁니까?” “그러나 결국 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잖니.” “젠장, 난 왜 너처럼 병신 같은 아들을 낳은 거야.” 장천호는 곁에 앉아 억울한 감정을 느꼈다. 당시 주지연과 사귈 때, 그가 한 대부분의 나쁜 짓들은 전부 아버지가 배후에서 빨리 손을 써서 주 씨 가문을 손에 넣으라고 재촉했기 때문에 벌인 일들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 장산은 장천호를 탓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장천호는 매우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필경 상대방은 자신의 아버지였으니 말이다. 이때 장산의 높은 목소리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이 연회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참가할 자격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실력들도 장 씨 가문과 큰 차이가 없었기에 자연히 몇 년 전 장 씨 가문과 하천 사이에 있었던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자업자득이지!” “그러니까. 당시 항상 상대방을 난처하게 하고 모욕도 많이 했으니, 지금 그 응보를 받는 것은 당연한
두 사람은 적지 않게 놀랐다. 그들은 모두 일반인으로서 어찌 이런 상황을 겪어보았겠는가? 게다가 뒷좌석의 이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정말 너무 끔찍했다. 순간 전체 차 안의 온도는 차가워진 것처럼 느껴졌고 장산과 장천호의 등에는 자신도 모르게 서늘한 기운이 돌았다. 장천호가 돈을 건넨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상대방은 돈을 요구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그가 입을 열자 낮은 목소리가 검은 마스크를 통해 들려왔는데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의 목소리 같았다.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너희들은 전에 하천의 미움을 산 모양이구나. 지금 아마 그의 용서를 구하고 싶겠지? 그러나 지금의 하천은 지위가 너무 높아 너희들은 그를 만날 기회조차 없는 것이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용모는커녕 눈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당신, 강탈하려는 게 아닙니까?” “강탈?”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난 너희들을 구할 구세주이다.” “구세주?” 두 사람은 이해하지 못했다. “너희들과 하천 사이의 원한을 말해보거라.” 장 씨 부자는 망설이지 않고 급히 전에 하천 일가 사이의 여러 가지 일들을 이야기했다.이야기를 마친 후 장 씨 부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우리 백초당은 파산 위기에 처해 있어 하천을 만나 용서를 구하러 이곳에 왔지만 우리는 그를 만날 자격조차 안 됩니다.” “그렇군.” 모든 것을 듣고 난 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읊조렸다. 그러고는 한쪽에서 나무상자를 꺼냈다. “지금 하천의 지위로 봤을 때 하천의 아이가 백일 연회를 하니 많은 고위층 사람들이 앞다투어 좋은 선물을 보내는데 당신들은 너무 초라하여 그럴듯한 선물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건가 봐?” “그렇습니다.” 장 씨 부자는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한 가지 물건이 있다. 아마 그것이면 너희들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하천 앞에 그 물건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하천은 틀림없이 좋아할 것이다. 그때 그의 한마디만 있으면 우리 장 씨 가문의 위기도 해결될 수 있을 거야!” 잠시 사색하던 장천호는 얼른 장산에게 말했다. “그래, 내가 전화해서 사람을 불러올게!” 장산은 망설이지 않고 즉시 핸드폰을 들어 백초당의 전문가에게 연결하여 격동되어 말했다. “장 씨, 당장 손 씨와 함께 베스트 호텔의 주차장으로 와. 나와 천호가 여기 있는데 약재를 감정해 줘야겠어. 그러니 수중에 있는 일은 내려놓고 당장 달려와!” “사장님, 오늘 하천네 아이가 그곳에서 백일 연회를 여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생겨 갈 수 없어요!” 전화기 너머 장 씨라 불리는 전문가는 조금 난처해했다. “고작 베스트 호텔 앞 몇 개의 도로만 봉쇄됐어. 너희들이 차를 몰고 길목까지 온 다음 걸어서 들어오면 돼. 20분 시간을 줄 테니까 당장 와,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백초당에서 일할 생각은 하지도 마!”장산은 지금 어떤 상황도 봐줄 때가 아니었다. 기어서 오더라도 반드시 이 전문가들을 도착하게 해야 했다. 장산의 이 말을 들은 장 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할 수밖에 없었고 즉시 달려가겠다고 표했다. 전화를 끊자 장산은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아마 이건 하늘이 이렇게 비참한 지경까지 떨어지는 걸 차마 볼 수 없어 특별히 사람을 보내 우리를 도운 것 같구나. 앞으로 당용 무리가 우리를 겨냥하지만 않는다면 우리 장 씨 가문은 청주에서 계속 발붙일 수 있을 것이야!” 장산은 손에 나무상자를 들고 말했다. “그러기를 바라야죠.” 장천호가 맞장구를 쳤다. 20분은 아주 짧았지만 장산과 장천호에게는 아주 길게 느껴졌다. 그들은 1분도 더 기다리지 못하고 인내심이 소진되어 재차 전화를 걸려고 할 때 마침 급히 달려온 장 씨와 손 씨가 차에 오르며 숨을 헐떡였다. “사장님, 우리를 이렇게 급히 부르다니 대체 무슨 약재를 감정하려는 겁니까?” 두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체될까 봐 줄곧 달려왔다. “이 나무상자
“하천 씨, 하천 씨 잠깐 멈춰 주세요. 할 말이 있습니다.” 장산은 손에 든 상자를 안고 안으로 뛰어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뒤에서 장천호도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는데 하마터면 강도원의 몸에 넘어질 뻔했다. “천천히 오시오.” 강도원은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손을 뻗어 살짝 부축하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장천호는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지금의 백초당은 예전만 못하기에 장천호의 성질도 많이 온화해졌다. 만약 전이었다면 그는 강도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늙은이라고 욕하며 저리 꺼지라고 했을 것이다. “장천호, 장산?” 자기 앞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하천은 잠깐 멈칫하더니 담담히 물었다. “당신 둘은 여기서 뭘 하시는 겁니까?” “하천 씨, 아까는 축하하러 온 사람이 너무 많아 우리는 미처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적어진 지금, 저희 부자는 당연히 도련님과 아가씨에게 축복을 전하려고 온 것입니다. 이건 저희들이 준비한 선물입니다.” 장산은 말하면서 허리를 굽히고 손에 든 상자를 하천에게 바쳤다. “선물을 전하러 왔다고?” 하천뿐만이 아니라 옆에 있던 주가을도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 장 씨 가문 부자는 전에 자신과 원한이 있었고 근 몇 년 동안은 아무런 교류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주동적으로 와서 선물을 주는 것일까? 하천과 주가을이 의문스러워하자 장천호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하천, 전에 일들은 내가 잘못했다. 나는 그때 주지연을 도와 그런 악행들을 저지르면 안 됐어. 하지만 이제 시간도 오래 지났고 우리는 오늘 진심으로 너희 가족에게 축복을 전하려고 온 것이야.” “장천호, 할 말 있으면 바로 해. 난 남들이 빙빙 돌려 말하는 거 싫어해.” 하천은 장천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침착하게 말했다. 장천호는 잠깐 멈칫하더니 더 이상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 “하천, 요 몇 년간 우리 백초당은 네 덕분에 아주 난처해졌다. 그러니 네가 이제는 우리 백초당을 그만 놔주
그들이 무거운 짐을 덜어낸 것 같은 모습을 본 하천은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 당시 하천이 금방 돌아왔을 때, 장천호는 자신의 권력을 믿고 하천과 주가을에게 여러 차례 시비를 걸어왔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대단했던 그 장천호가 자진해서 찾아와 용서를 비는 꼴이었다. 이런 차이는 하천으로 하여금 실력이 가져다준 장점을 깊이 느끼게 했다. 만약 아무런 능력도 없었다면 아마 자기 주변의 사람들조차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일이 끝난 뒤 호텔의 손님들은 거의 다 흩어졌고 천국 홀의 손님들도 모두 당용이 마련한 차로 만월 별장에 도착했다. 거실에는 강도원과 하준용이 소파에 앉아있었고 원중과 오반걸은 그 맞은편에 앉았는데 네 사람은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모두 하천과 가장 친한 사람들로서 비록 그들 사이의 계급은 매우 극명했으나 매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도원도 사황으로서의 폼은 버렸고 지금은 마치 평범한 노인 같았다. 하천은 친지들을 모두 안배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와 몇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오반걸과 원중이 엄청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게다가 그 화제도 오적과 원지영과 관한 것이었기에 하천은 자신도 모르게 흥미가 생겼다. “오적과 지영 그 계집애는 어떻게 됐어?” “하하하.” 원중과 오반걸은 하하- 웃기 시작했다. “됐어. 오적 그 녀석 능력이 좀 되나 봐. 마침내 지영의 마음을 얻었어.” 하천은 줄곧 오적이 철벽남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정말 원지영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아마 사람은 사랑 앞에서 늘 변할 수밖에 없나 보다. “나 원중이 오적 그 아이를 사위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위로 원 씨 집안의 복이야.” 원중은 옆에서 즐겁게 말했다. “복은 무슨, 내 손자가 지영처럼 우수한 계집애와 결혼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그의 복이지!” 오반걸이 수염을 쓸며 말했다. “그런데 오 선배님, 미리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원중은 갑자기 진지해졌다. “말
풉-하천이 방금 입에 들이켰던 맥주가 그대로 뿜어져 나왔다.모나가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천은 놀라움과 충격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하천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한애, 임수연, 양금갑 일행 역시 하천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이들은 엄여수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가 완벽한 바람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항상 재미만 보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결혼 같은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이 빌어먹을…… 농담하는 건가?’하천과 한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놀란 모습을 보며 엄여수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자, 우리 엄 대표가 술에 취해서 정신이 혼미한 건지, 아니면 열이 올라 머리까지 타버린 건지 한번 볼까?” 양금갑은 손에 있던 맥주병을 던져버리고 엄여수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꺼져.”엄여수는 양금갑의 손을 툭 쳐내며 웃음기를 거두고 매우 진지하게 하천을 바라보며 말했다.“보스, 저 진짜 결혼하고 싶어요, 농담 아니에요!”“전에는 결혼이라는 속박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 일을 겪은 후로 모나가 내 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요.”“사실이야?” 하천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품에 안겨 있는 모나를 바라보았다.“사실이에요, 벌써 청혼까지 했어요.”모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속마음을 들킨 듯한 부끄러운 소녀 같은 모습이 예전의 불같은 성격과는 전혀 달랐다.“보스, 친구들, 모나랑 나 다음 달에 결혼하는데 그때 꼭 와야 합니다!” 엄여수는 주머니에서 빨간 청첩장 몇 개를 꺼내 하천과 한애 일행에게 건네며 말했다.이미 진작 준비한 것 같았다.“정말 농담이 아니야?”여전히 신기한 기분이 들었던 하천은 초대장을 받아 열어보니 엄여수와 모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가 장난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우리 엄 대표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한애는 엄여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모나는 좋은 사람이야, 예전 그 바람
“그래.”주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지 두 몫을 한석호와 정우림, 그리고 주진국의 방으로 각각 보냈다.이때 정홍영은 남은 영지를 두 조각을 떼어 물에 우렸다.주지원이 돌아왔을 때는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였다.두 사람 역시 이 귀한 약초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저 물에 끓여 마셔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두 사람은 경건한 의식이라도 치르듯 물을 마셨다.마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상쾌함을 느꼈다.“여보, 당신 왜 젊어진 것 같지?” 정홍영은 재빨리 침대 옆으로 다가가 주지원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쩐지 방금 전과 비교해서 볼 때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정말?” 주지원은 자신의 얼굴을 만지더니 곧바로 일어나 거울 앞으로 갔다.사실 거울 속 주지원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지만, 심리적인 요인 탓인지 정홍영의 말대로 훨씬 젊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동시에 그는 갑자기 활력이 생긴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이 혈영지가 정말 좋은 건가 보네. 마시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지고 온몸에 힘이 넘쳐. 이렇게 신기한 효능이 있는 줄은 몰랐네!”“저도 이제 활력이 넘치는 것 같아요.” 정홍영이 웃으며 말했다.“여보, 당신도 훨씬 젊어진 것 같아.” 주지원은 무의식적으로 정홍영을 바라보다가 문득 나이 들어 보이던 아내에게서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이 갑자기 느껴졌다.“당신…… 왜 그래요?”주지원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정홍영은 다소 놀랐다.그러자 주지원은 갑자기 그녀를 품에 안았다.“여보, 나 열이 좀 오르는 것 같은데, 이 혈영지, 혹시…… 그런 효과도 있나?”“어떤 효과?”주지원은 얼굴이 달아올랐고, 이쯤 되니 다소 주체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정홍영을 침대 위로 덮쳤다.두 사람 모두 나이가 있는지라 함께 밤을 보낸 지 꽤 오래되었고, 있다 해도 그저 스치듯 지나간 일이었다.그러나 지금 주지원은 늑대 같았고 정홍영도 다소 참기 힘들었다. 한동안 방 전체에 달뜬 소리가 울려 퍼지며 열기가 들
민소무가 도자기 병을 들고 곧장 침대로 걸어가 병의 입구가 빽빽이 들어찬 고충들을 향하게 올려놓았다.붉은 고충은 대부분 침대 시트에 흩어져 있었고, 일부는 정홍영과 주지원의 몸을 갉아 먹고 있었지만 기절한 그들은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하천은 뒤에 서서 두 손을 꽉 움켜쥔 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청주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안전한 곳이라 자부하는 만월 별장에, 양금갑까지 바깥을 지키고 있고 오늘 밤 각 지역의 고수들이 모여 있었다.논리적으로 누군가 이곳으로 들어와 고충을 풀어놓고 싶어도, 설사 양금갑의 눈을 피했다고 하더라도, 분명 별장 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들켰을 것이었다. 주지원과 정홍영이 그가 지키고 있는 곳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니, 하천이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민소무가 검은 도자기 병을 침대 위에 올려놓자 붉은 고충들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알아서 한 줄로 모여 나뭇가지를 타고 병을 향해 기어갔다.두 사람의 몸을 갉아 먹던 고충들도 모두 반응했다.다만 그들이 사람의 몸에서 내려왔을 때 주지원과 정홍영의 몸은 이미 빨갛게 부어오르고, 고충에게 갉아 먹힌 흔적까지 남아 있어 무척 잔혹해 보였다.“이것은 우리 민강 마을의 독특한 방법인데, 거의 모든 고충이 이 냄새에 이끌려 움직이면서 병 속에 들어오게 하는 겁니다.”병 안으로 기어들어 가는 고충들을 보며 민소무가 설명했다.“그렇군.” 하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연고는 가져왔어?” 임수연이 다가가 그들의 몸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가져왔어요.” 민소무는 주머니에서 연고 한 통을 꺼내 임수연에게 건넸다.임수연은 이를 받아 주지원과 정홍영의 상처 부위에 조심스럽게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고, 약효가 빨리 스며들 수 있도록 손끝으로 한 곳 한 곳 살살 문질러주었다.고충이 모두 도자기 병에 빨려 들어갔을 때쯤 임수연도 두 사람의 상처 부위에 모두 연고를 발라 연고가 바닥이 났다.“보스 걱정 마세요,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요. 제때 발견해서 다
이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한애와 사람들은 모두 모진남의 이 말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보세요, 도사님. 우리 형님이 지금까지 죽을 고비를 얼마나 많이 겪은 지 아십니까? 그것들 모두 번번이 다 이겨냈습니다.” “그런데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 천왕궁의 성원들은 전부 감정이 격해졌고 이에 모진남은 머리만 가로 저을 뿐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 조경운이 입을 열었다. “지금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일단 여기 남은 일부터 처리합시다. 형님이 깨어날지 말지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입니다.” 그렇게 한 차례 신령 간의 결전이 끝났다.결국 신령이 되어 돌아온 하천은 마신을 참수하고 동시에 천문을 열어버렸다. 하지만 하천은 인간 세상을 지키고 3천여 년 전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기운과 수행을 다해 강제로 천문을 닫아 버렸다. 그렇게 그는 깊은 잠에 들어버렸고 그가 도대체 언제 깨어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마신이 멸망한 후 1년 동안 GPE는 전 세계 세력들의 질타를 받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1년 후, 세계의 질서는 다시 회복되었고 모든 사람들의 생활도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왔지만 오직 이 세상의 구세주인 하천만은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청주시, 만월 산장. 방 안에서 하천은 두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옆에는 주가을이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젖은 수건으로 하천의 몸을 닦고 있었다. 지금의 하천은 마치 식물인간 같았고 그가 도대체 언제 깨어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정말 깨어날 수 있을 지도 말이다. 하천이 깊은 잠에 빠진 후 주가을은 하을 그룹의 모든 직무를 그만 두고 매일 같이 집에서 하천과 함께 했다. 주가을은 많은 시간을 하천의 곁을 지키는 데 썼고 그의 몸을 닦아주며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하천과의 아름다웠던 과거를 회상하고
하천은 바로 마신의 앞에 서 있었고 손에 든 천궐도를 휘두르기만 하면 마신은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었다.그런데 이 순간 하천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었다. 분명 단칼에 마신을 참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하천은 감시 섣부르게 행동할 수 없었다. “허허허허.” “하하하하하.” 이때 하천의 귓가에는 갑자기 마신의 험상궂은 웃음소리가 울려 펴졌고 두피가 저린 느낌이 들었다. 마신 뒤의 허공에는 블랙홀이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 블랙홀에 균열이 생기면서 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흰 빛 안에서는 누군가 매우 공포스러운 눈길로 이 모든 것을 엿보고 있는 듯했다. “저게 뭐지?” “무슨 일인 겁니까?” 멀리서 보고 있던 조경운 등도 모두 이 장면이 깜짝 놀랐다. 방금 하천은 마신이 만들어냈던 그 천사를 단칼에 베었고 동시에 그 뒤의 허공도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마도 힘이 너무 셌던 탓인지 허공은 갑자기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 사이로 무언가 매우 공포스러운 것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쿵- 쿵-쿵- 어디선가 엄청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건 마치 괴물 같았다. “안 돼.” “안 돼!” 한순간 조경운과 하행풍 그리고 연무명이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는 겁니까?” 하곤륜이 물었다. “천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연무명이 온몸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방금 하천의 그 일격으로 천문이 열린 겁니다.” “무슨 뜻이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러자 연무명은 깊은 숨을 들이쉬더니 당시 인황이 신령을 봉인했던 그 일을 여러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3천여 년 전, 신령이 이 세상에 강림해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마침 인족 중에서 대능력자가 나타났고 그가 신령들을 물리친 겁니다.” “그리고 다시는 신령이 인간 세상에 나타나 혼란을 주지 못하도록 자신의 수명을 이용하여 신계와 인간계의 공간을 봉인했습니다.”
이때 금색 신용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며 그 손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고 포효를 하더니 그 거대한 천사의 손을 물었다. 동시에 하천도 다시 손에 천궐도를 들었다. “절세간.” 하천은 칠식도의 주의 제6식은을 어렵지 않게 시전했다. 이것은 원래 신령의 기술이었고 지금 신령이 된 하천은 자연히 이 칠식도의의 위력을 극도로 발휘할 수 있었다. 하천의 이 일격은 허공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며 마신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이 공포스러운 일격에 마신 또한 방심할 수 없었고 곧바로 장벽을 만들어내 하천의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하지만 하천의 이 일격은 마신의 장벽을 완전히 부숴버렸고 마신조차 뒤로 날아가 버렸다. 이때 다시 몸을 일으키는 마신은 몸이 약간 떨려왔고 그의 얼굴색조차 약간 굳어졌다. 그리고 다시 하천을 바라보는 마신의 마음은 처음처럼 홀가분하지 않았다.... 한편 하행풍과 연무명 그리고 모진남 등도 모두 신조와 함께 이곳에 도착했다. “저쪽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늦진 않았나 봅니다. 신령들의 전쟁이 채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행풍 등은 조경운 근처에 착륙했고 이들을 본 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모진남 선배님.” 용조의 성원이 돌아온 모습에 조경운이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넸고 동시에 옆에 있는 연무명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묘아, 당신 선대 왕조의 묘지에 있던 거 아닙니까?” “젠장, 누가 묘아야. 난 연무명이라고 해.” 연무명은 용조의 성원들을 한번씩 노려보며 매우 불쾌해했다. 이와 동시에 하곤륜도 하행풍의 앞으로 가서 자신의 손자를 살폈다. “할아버지.” 하행풍은 곧장 하곤륜에게 절을 했다. “행풍아, 너 어떻게 이 사람들과 같이 있었던 거냐?” “할아버지, 말하자면 길어요.” 하행풍이 웃으며 말했다. “하천이 저 신령을 해치운 뒤 다시 이야기합시다.” “음.” 그렇게 모든 사람들은 다시 하천과 마신의 싸움에 시선을 돌렸다. 이때 두 신령의 싸움은 이미 절정에 이르렀
마신은 공포가 그에 달하는 두 번째 에너지를 응축하여 아래로 발사했는데 그 느낌은 마치 거대한 운석이 우주에서부터 떨어지는 것 같았다. 삽시간에 눈 앞은 온통 흰 빛으로 가득했고 기 공포스러운 에너지는 반신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도 순식간에 죽여버릴 듯했다. 이 순간 반신이든 일반 고수든 모두들 죽음이 눈 앞에 닥쳤음을 인식했고 이 죽음을 피해갈 방법은 전혀 없음을 뼈 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망했네.” 조경운 또한 눈을 감았다. 주신대진은 마신의 두 번째 공격 전부터 완전히 붕괴되었고 모두가 죽음을 담담히 맞이하고 있었다. 쾅- 두 번째 에너지가 떨어졌지만 이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모조리 파괴되진 않았고 오히려 어떠한 공간 속에 들어선 듯했다. 그들은 공포스러운 에너지가 전방에 확산되고 있는 게 분명 눈에 보였지만 몸에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죽지 않았고 모두 살아 있었다. 잠시 후, 모든 사람들을 주위에 황금빛 에너지 장벽이 그들을 감싸고 있음을 발견하고 완전히 멍해졌다. 이 장벽은 대체 누가 만든 것이고 어디서 나타난 건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누가 이런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마신의 파멸적인 일격을 막아낼 수 있는 지 또한 의문이었다. 이때 하늘에서는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황금색 용 한 마리가 공중에 나타났는데 그 용의 머리 위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은 온몸에 공포스러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그 기운은 마신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람은 바로 하천이었다. “형님.” “형님!” “하천!” “하천 선생.” 아래에 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 먼저 침묵을 깼고 순간적으로 열렬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희망이자 마지막 의지이고 이 세계의 구원자인 하천이 드디어 돌아온 것이었다. “형님.” 조경운이 고개를 들어 금빛 용의 머리 위에 서 있는 하천을 바라보았고 이 순간 온몸의 힘이 다 빠진 채 땅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하천이 돌아
지금 이 순간, 거의 절반 이상의 고수들이 마신의 위압감에 목숨을 잃었고 천왕궁에도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마신은 다시 앞으로 1킬로미터 전진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더 이상 버티지 못 할 것 같습니다. 하천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백리와 하곤륜 모두 피를 토했고 마신이 뿜어내는 압박감에 당장이라도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 오지 않으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 겁니다.” 그러나 조경운은 더 이상 천기판을 바라보지 않았고 주신대진에만 집중했다. 조경운음 마치 무언가 이 진법에 힘을 응축하고 있는 듯 보였는데 곧이어 주위에 미약해졌던 빛기둥이 다시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모두들 진법을 다시 가동시켜야 합니다.” 조경운이 소리 쳤다. “하천은 이미 신령이 되어 돌아오는 중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마지막 반 시간만 버팁니다.” 하천이 신령이 되어 돌아왔다는 말이 전해지자 이미 절망했던 많은 사람들은 다시금 희망을 되찾았고 일시에 전력을 다해 주신대진에 힘을 실었다. “기린!!!” 조경운의 고함과 함께 하늘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갑자기 거대한 생물이 나타났다. 양의 머리에 늑대의 발톱, 사슴의 몸과 용의 꼬리를 가진 이 기린은 온몸이 새하얗기 그지없었다. 거대한 기린은 족히 20미터는 넘어 보였는데 소용돌이 속에서 나타난 후 마치 거대한 산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의 포효소리에 하늘 전체가 흔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기린에 아래에서 진법에 힘을 쏟고 있던 여러 고수들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신수는 비록 주신대진에 의해 현화된 허상이었지만 진짜 신수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고 이는 보는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마신 또한 이 장면을 보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동방의 신수 기린?” “음!! 좀 재밌네.” 말이 끝나자마자 마신의 손에는 다시 자주색의 광선검이 나타났고 그 기린을 향해 거침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마신의 검기는 수
“마신이 오고 있습니다.” 저 멀리 하늘가로부터 휩쓸고 오는 극한의 힘에 에베레스트 쪽의 모든 사람들은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진법을 가동합시다.” 이때 조경운이 한 마디 외쳤고 이에 모든 사람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주신대진에 힘을 쏟아부었다. 삽시간에 무수한 빛줄기가 하늘로 치솟아 하늘 위의 거대한 소용돌이와 이어졌다. “검기 종횡, 삼천리.” 슈슈슉- 순간 수십 만 개의 검기가 그 소용돌이 속에서 빽빽이 차올랐고 홍수처럼 마신을 덮쳤다. 이 순간 허공은 미친 듯이 진동했고 검기 또한 십여 킬로미터의 거리를 순식간에 날아갔다.“주신검.” 마신은 공중에 뜬 채 마구 밀려드는 그 검기를 보면서 얼굴에는 약간 흥분한 듯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런 대진으로 내 흥미를 불러일으키다니, 재밌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신은 순식간에 자주색의 장벽을 만들어냈고 그 수많은 검기들은 끊임없이 그의 몸을 강타하며 탁탁거리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검기가 아무리 대단할지라도 마신이 만들어낸 그 장벽을 전혀 뚫을 수는 없었고 단지 장벽에 조금의 흔적만 낼 뿐이었다. 그 후 마신은 자주색 장벽은 점점 커지더니 한 마디 포효소리와 함께 그 많은 검기를 순식간에 소멸해 버렸다. 마신은 에베레스트와 5킬로미터 더 가까워졌고 방대한 실력으로 검기를 전부 밀어낸 순간 조경운과 수많은 고들은 한 줌의 피를 토해냈고 심지어 거의 백여 명의 사람들이 이 짧은 찰나 죽고 말았다. “약해, 정말 너무 약해.” 검기를 전부 밀어버린 마신은 공중에 뜬 채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 “다시!!!” 이때 조경운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창백해진 얼굴로 다시 손을 들었고 주위의 고수들도 다시 한번 주신대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둥둥둥- 허공의 그 소용돌이 안에서는 갑자기 북을 치고 경적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는 마치 옛날 전장에서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 같았다. 이어 천군만마가 그 소용돌이 속에서 뛰쳐나왔고 그들은 방대한 힘으로 집결되었는데 갑옷으로 완전무장을 한 그
극한의 땅, 하늘 높이 솟은 수정탑 위에 마신의 몸은 마치 자색 수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온몸이 자줏빛으로 가득 찼다. 그 아래에는 십자교황과 어둠의 신부를 비롯한 수많은 GPE의 고위층들이 마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늘 위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 소용돌이는 극한의 땅 전체의 영기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때 마신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큰 입을 벌리고 그 소용돌이를 향해 맹렬히 빨아 마셨고 삽시간에 그 거대한 소용돌이는 그의 체내로 빨려 들어갔다. 크악- 하늘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고함 소리와 함께 허공에는 갑자기 천둥번개가 쳤다. 잠시 후 마신의 등에는 여러 갈래의 균열이 생겨나더니 곧이어 황금색의 날개가 그의 등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두 개의 날개, 네 개, 여섯 개... 점점 많아지더니 결국 16개의 날개가 그의 등에서 나타났고 그 모습은 아주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웠다. 한편 이 모습을 본 십자교황 등은 모두 흥분을 금치 못했다. 허공 위에 떠있던 마신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천천히 고공에서 내려왔다. “일은 어떻게 됐어?” 마신은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그의 몸에서 나오는 것 같지 않았고 허공에서 나고 있었다. 그러자 십자교황이 바로 대답했다. “주인님, 지금 대부분 세계의 세력들은 전부 우리의 손에 장악되었지만 아직 H국과 R국만이 여전히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전에 저희 쪽에서는 이미 M국과 각 국의 연합 세력을 이용하여 그 두 나라에게 군사적 진압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알아보니 그들은 마지막 희망을 신령에 걸고 있다고 합니다.” “신령?” 마신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바로 이 세상의 유일한 신령이야.” 이때 어둠의 신부가 손에 들고 있던 성경을 펼치며 말했다. “주인님, 그 H국 고대 무림계는 하늘의 선택한 자를 찾았다는 소문이 돕니다. 때문에 줄곧 그 자가 5서를 찾아 신령이 되길 바라고 있답니다.” “현재 H국과 R국의 반신들이 에베레스트에서 우리 세력을 막고 있는데
이때 하천은 비록 모진남 등과 10여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었지만 그들은 하천에 대해 넘치는 경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심지어 선대 왕조 황제의 환생인 연무명조차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오는 느낌이었다. 크오오- 황금빛 용의 포효소리는 천지에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잠시 후 하천은 황금용을 타고 허공 위에서 내려왔고 신용은 공중을 맴돌았다. “하천, 신령이 된 걸 축하해.” 하행풍 등이 모두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지 모하고 하천을 향해 걸어왔다.“네.” 말하면서 하천은 몸의 강력한 기운을 거두어 들였고 몸을 감싸고 있던 황금빛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때 하천은 완전히 다시 태어난 듯 온몸에는 힘이 넘쳤고 마치 환골탈태한 느낌이었다. “하천, 신령이 된 건 어떤 느낌이야?” 연무명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정말 천계로 사라진 줄 알았잖아요.” 하천은 연무명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고마웠습니다.” “허허, 고맙긴.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 걸.” 몇 사람은 한바탕 인사를 나누었고 잠시 후 하천은 연하산의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 9번의 천뢰가 가진 위력은 정말 너무너무 컸기 때문에 연하산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고 허공 속의 그 블랙홀 또한 짧은 시간 내에 회복되지 않을 듯 보였다. 이 순간 하천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왜냐하면 그의 어머니인 강릉평이 자신이 아들이 신령이 되는 걸 돕기 위해 스스로 연하산에서 희생했고 모자 상봉을 하고도 몇 마디 말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천의 머릿속에는 어머니가 죽기 전에 남긴 그 말들이 끊임없이 메아리 쳤다. 결국 하천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연하산의 방향으로 무릎을 꿇고 절을 세 번 올렸다. “어머니, 부디 편히 가세요. 어머니의 말씀대로 반드시 가족들을 지켜낼 겁니다.” 말이 끝나자 하천은 다시 몸을 일으켜 공중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습니다. GPE의 마신은 이미 신령이 되었을 지도 모르니 빨리 가서 그 재난을 막아야 합니다
“아잇, 참!” 연무명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모진남 같은 용조의 고수까지 자신의 별명을 알고 있다니, 자신의 별명이 용조에서 이렇게 많이 퍼져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전 묘아가 아니라 연무명이라 합니다.” 그러자 모진남은 다시 연무명을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연무명 형제, 소문에 우리 용조가 전에 당신을 요청하여 하천과 함께 선대 왕조의 묘지를 탐험하게 했는데 그 안에서 당신은 백만 대군들과 함께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다시 나타난 겁니까?” “하천 형제가 나중에 말한 바에 따르면 당신은 선대 왕조의 황제가 환생한 후 그 백만 대군을 데리고 천계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천계는 무슨.” 연무명은 투덜거리더니 아홉 번째 뇌겁을 기다리고 있는 하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허공을 깨뜨리고 사라진 건 다 저 녀석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모진남과 하행풍 모두 멍해졌다. 그러자 연무명이 대답했다. “약 3천년 전, 신족이 세상에 강림하여 백성들이 편히 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엄청난 실력을 가진 대능력자가 나타나 그 신족을 몰아냈고 이 세계를 봉인하여 다시는 신족이 이 세계에 얼씬하지 못하게 했답니다.” “하지만 그 대능력자는 먼 훗날 이 세계에 또다시 재난이 닥치고 신족이 강림할 것을 대비하여 그 자는 후세에 대한 여러가지 조치를 취해 주었답니다.” “그는 천지의 기운을 이용하여 5서를 만들고 이 세계 각 지에 숨겨두었습니다.” “만약 신족이 다시 나타난다면 하늘이 선택한 자가 나타나 이 5서를 이용하여 신령이 되고 세상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나 세계를 봉인해버린 뒤로 영기가 고갈되어 사람이 신령이 되는 건 매우 어려워졌고 9번의 뇌겁을 견뎌내는 것 또한 말이 안 되는 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대능력자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한 수를 남겨두었답니다.” “설마 저 용?” 모진